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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독신대첩
작가 : 견화
작품등록일 : 2016.9.19

모태독신 희원. 조선의 솔로대첩에서 사랑을 외치다.

조선후기 철종시대.
세도정치에 삼정의 문란까지 정치는 더욱 부패해져 갔고 그로인해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 갔다.
관리들은 자신들의 이(利)를 먼저 채우느라 백성들에게 그 부담을 지었다.
그 중 돈 있는 백성들은 군역과 천한 신분을 면해주는 공명첩을 사서 신분상승을 꾀했고, 벼슬길이 막혀 몰락한 양반들은 잔반이 되었다.
그들은 부한 평민보다도 더 못하게 직접 논을 갈고 먹을 것을 구해야만 했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전라도 해안가의 작은 고을 '부안현'에서 조선의 솔로대첩인 '독신대첩'이 열렸다.
그곳에서 공명첩으로 신분이 업그레이드 된 여인 희원과 몰락한 양반 우진이 만났다.

 
16. 운종가에서 (2)
작성일 : 16-10-30 03:31     조회 : 366     추천 : 3     분량 : 6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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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원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역시. 우진이었다.

 

 “그런 것 아닙니다.”

 

 희원이 서 있는 곳이 책방 근처인 것을 확인한 우진이 안 봐도 알겠다는 듯이 희원을 보며 엷게 웃었다.

 

 우진의 시선이 책방에 가더니 이내 자신을 보자 희원은 단지 눈빛만으로도 우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 들리는 듯 했다.

 

 “그런 것 아닙니다.”

 

 희원은 우진을 보며 괜히 힘주어 말했다.

 

 “저는 아무 말 안했습니다.”

 

 우진이 계속 엷게 웃으며 희원의 말에 대답했다.

 

 애먼짓 한 것을 모두 들킨 꼬마아이가 제 어미에게 발뺌 하며 우기는 것 같은 희원의 모습이 우진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인지 웃음이 점점 번져 입가가 환히 벌어졌다.

 

 우진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소리를 막으려는 듯 주먹을 제 입에 가까이 대며 헛기침을 해대었다. 그런데도 웃음은 그치질 않았다.

 

 “그만 하십시오.”

 

 희원은 목욕하다 알몸을 걸린 것처럼 창피하고 짜증난 마음이 일어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듯한 우진을 흘겨 보며 말했다.

 

 “예예.”

 

 우진은 대답을 하면서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는 계속 웃어댔다.

 

 “뭐가 그리 좋으십니까?”

 

 희원은 우진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자리를 잡으며 앙칼진 목소리로 우진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럼 그만 웃어주십시오. 뭐에 홀린 사람처럼 어찌 그리 웃으십니까? 사람 민망하게.”

 

 “그러게 민망할 짓을 왜 하십니까?”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희원이 살기를 담은 눈으로 우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러나 이미 희원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우진에게는 그 눈빛마저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의 앙탈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우진은 다정하게 웃으며 희원의 말에 대답했다.

 

 갑작스런 우진의 다정한 말투에 희원이 놀라 흠칫거렸다.

 

 “그림을 애호하신구요. 그러니 책방에 와서 좋은 그림을 보셨겠지요.”

 

 이제 희원은 당황스러웠다.

 

 도포남이 저렇게 다정스럽게 말 할 사람이 아닌데 너무도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항상 이쯤에서는 눈에서 불길이 솟아올라 자신에게 듣기 싫은 말들을 나열해 놔야 할 시점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다정한 말투라니.

 

 희원의 눈빛은 이제 의심의 눈초리가 되어 우진을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았다.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전엔 느끼지 못했던 가지런한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갓에.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갓 끈. 그리고 자신에게 덮어주었던 비취빛 도포.

 

 여인 못지않게 하얗고 가늘다랗지만 힘 있어 보이는 손가락.

 

 심지어 도포자락으로 덮여진 그의 가슴이 넓어 보이기까지 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신다고 하셨지요?”

 

 희원이 그렇게 한참을 우진의 모습을 탐색하고 있는데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길. 목소리는 왜 이렇게 좋아.’

 

 희원은 묘하게 목소리도 달콤하게 들리는 제 마음을 들킬까 싶어 제대로 된 대답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 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왜인지 오늘 따라 목소리가 꿀을 발라놓은 듯 했다. 그 달달한 향에 취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정신을 차린 희원이 제가 무엇을 한지도 모른 채 우진에게 되물었다.

 

 “뭐라구요?”

 

 “저 좀 도와주십시오. 오늘.”

 

 우진의 부드럽지만 단호해 보이는 제의가 들려왔다.

 

 “무엇을 하면 되는데요?”

 

 자신을 압도하는 어떤 기운 같은 것을 느낀 희원은 눈을 끔뻑이며 우진에게 물었다.

 

 “저랑 하루 운종가를 돌아주시면 됩니다.”

 

 우진의 미소를 띤 부드러운 말투가 희원의 귀에 날아왔다.

 

 “넷이서요?”

 

 희원은 동그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네?”

 

 우진이 영문을 몰라 희원에게 대답했다.

 

 희원은 순간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제 자신도 알지 못했다.

 

 우진의 모습을 탐했던 잠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와 단둘이 있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입 밖으로 튀어나갈 줄이야.

 

 “아니, 기동성 때문에.”

 

 “...”

 

 “아시다시피 거추장스러운 것 별루 안 좋아해서요. 이것저것 보고 싶은 것이 많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마다 네 명이 돌아다니는 건 불필요한 움직임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아-.”

 

 그제야 희원의 말뜻을 알아차리겠다는 듯이 우진이 짧은 소리를 내었다.

 

 “안됩니다. 아씨.”

 

 단이는 희원의 말에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단호히 말했다.

 

 “단아, 넌 여기 있어. 선비님. 한 바퀴만 돌면 되잖아요?”

 

 희원은 단이를 안심시키고자 우진의 동의 구하며 물었다.

 

 “예. 두 바퀴가 될지도 모르지만 해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진이 단이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우진은 오늘 중으로 꼭 도자기를 찾아야만 했다.

 

 단이가 안절부절 하며 구원의 요청이라도 하듯 동복을 쳐다보았다.

 

 “아-. 형님. 너무 무리 하지 마십시오. 아씨가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한 바퀴 반만 하세요. 하하하.”

 

 동복은 단이의 마음도 모르고 실없는 농을 해댔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희원을 보자 희원이 단이를 안심시켰다.

 

 “일만 도와드리고 올게. 집에 가 있어. 이제 집에 가는 길을 아니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야.”

 

 희원이 단이를 다독이며 말했다.

 

 “가서 쉬어요. 아랫사람도 쉴 때가 필요한 법입니다.”

 

 희원의 다독임에도 단이가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서 있자 동복이 단이를 이끌며 말했다.

 

 “어디서부터 구경하는 겁니까?”

 

 홀가분해진 희원은 우진을 보며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노는 것이 아닙니다. 저를 도와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

 

 “뭐-. 그거나 그거나.”

 

 희원은 박수치듯 손을 털며 앞장 서 걸었다.

 

 

 *

 

 

 희원과 우진은 운종가를 돌아다니며 도자기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근래에 들어서는 청나라 도자기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울뿐더러 모조품이 많아서 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실력 있는 도자공을 데리고 오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그들의 대우가 좋지 않은 반면에 왜나라로 넘어가면 좋은 대우를 받고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웬만큼 실력있는 도자공들은 이미 왜나라로 넘어갔거나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에 겨우겨우 찾아서 데리고 온 도자공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도 아마 그는 처음부터 우진을 따라온 것이 아니라 왜나라로 넘어가기 위해 우진을 이용한 것 일거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옆에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도자기를 보고 있는 희원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림만 보면 청나라의 것인지, 조선의 것인지 알 수 있소?”

 

 도자기를 기필코 구해서 부안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이제 믿을 것은 그나마 그림을 좋아한다는 희원을 믿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순히 그림만으로 도자기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어 우진은 희원에게 물었다.

 

 “음... 알지요. 책에 나온 것은 금방 압니다.”

 

 희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 춘화집이요?”

 

 우진은 지금 자신이 믿을 사람이 춘화집을 좋아하는 이 여인이라는 것이 한탄스러워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희원이 그의 말투를 알아채고는 발끈하며 우진을 노려보았다.

 

 “자꾸 그런 식으로 저를 놀리시면 더는 도와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짐짓 단호한 표정으로 우진을 쏘아보며 희원이 말하자 우진이 그녀를 달랬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그리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도자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노파심에 물어본 것이오.”

 

 우진이 희원을 달래며 재빠르게 변명을 했다.

 

 “가시지요.”

 

 희원이 가게 문을 나서며 말했다.

 

 “왜요? 저기 도자기들도 괜찮아 보이는데...”

 

 “저것들은 다 모조품입니다.”

 

 희원이 단호하게 말하며 앞장서 걸었다.

 

 “정말입니까?”

 

 우진이 희원의 뒤를 쫓으며 이유를 되묻고 있는데 그 새 희원은 옆 가게의 도자기들을 다시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정말 알고나 보는 것입니까?”

 

 우진이 더욱 걱정된다는 듯이 희원에게 물었다.

 

 “아이 참.”

 

 희원은 귀찮다는 듯이 우진의 말에 고개를 절레 절레 젓더니 이윽고 우진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른 우진이 잠깐 동안 마주치고 있던 눈길을 먼저 거두었다.

 

 “자 보십시오.”

 

 우진이 희원의 말에 제 앞에 놓여진 도자기로 눈을 가져갔다.

 

 우진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밑으로는 둥글고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좁아졌다가 병의 목 입구에서 다시 살짝 벌어지는 모양을 하고 하얀 바탕에 파란 대나무 무늬를 한 병이 놓여져 있었다.

 

 병을 보고도 희원의 의중을 모르겠다는 듯이 우진은 도자기에서 희원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이것은 조선의 것입니다. 대나무 그린 것이 보이시지요?”

 

 희원이 도자기를 한바퀴 천천히 돌려가며 우진에게 보여주자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이 어떠십니까? 단아한 것 같습니까? 화려한 것 같습니까?”

 

 “화려한 편은 아닌 것 같소만...”

 

 희원의 말에 우진은 한번 더 도자기를 살펴보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맞아요. 청나라의 그림은 이거보다 더 화려하지요. 그리고 이거.”

 

 이번엔 옆의 도자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화려한 무늬로 꼭 청나라의 것 같아 보이지만 이 파란색. 이 색을 잘 보시면 선비님 도포와 같은 파란색이라기 보다는 흑색이 섞여 있는 것이 보이시지요?”

 

 우진은 희원의 말을 듣고 보니 진짜로 도자기 속의 무늬가 파란색 보다는 감청색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모조품이라는 증거입니다. 청나라의 것은 햇빛에서 보는 듯한 쨍하게 밝은 파란빛이 있어요. 이 무늬를 그리는 파란 안료의 재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그런 것들은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우진은 경이로운 듯한 표정으로 희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희 아버님께서도 도자기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저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안료를 구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얻은 지식들이지요.”

 

 희원이 말갛게 웃으며 우진에게 대답해 주었다. 우진은 순간 희원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나기만 하면 제게 화를 내며 춘화집 만을 보는 이상하고 황당한 여인인줄 알았는데 오늘 설명을 들으니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여인은 진실로 그림을 사랑하고 즐겨 보고 그리는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마저 들었다.

 

 “어디가서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소문내서 남의 장사 망칠일 있으십니까?”

 

 희원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가게 주인이 머쓱하게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럼 진품은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 저희한테만 살짝 말해 주시오.”

 

 희원이 당차게 주인에게 말했다.

 

 “내일 양화진으로 의주상인들이 내려올 것이오. 거기 가면 제대로 된 물건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난감해진 가게 주인은 둘을 가게에서 내보낼 요량으로 빠르게 대답했다.

 

 “정말이오?”

 

 우진이 얼굴에 화색을 띄며 주인에게 되물었다.

 

 “그럼 쇤네가 이렇게 잘 아는 분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정 그렇게 못 믿으시겠으면 운종가 도자공 돌쇠를 통해 왔다고 말하십시오.”

 

 주인은 왜 믿지 못하냐는 듯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우진에게 말했다.

 

 주인의 확실한 대답에 희원도 활짝 웃으며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도 희원을 보며 활짝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이를 보는 것과 같은 표정으로 말이다.

 

 

 *

 

 

 도자기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한시름 놓은 우진이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운종가를 걸어가고 있었다.

 

 희원은 그런 우진의 얼굴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옆에서 나란히 걸어갔다.

 

 오만방자하고 항상 화를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아이처럼 웃는 우진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김우진입니다.”

 

 도자기 가게에서 나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걷던 우진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첫 말이었다.

 

 “예?”

 

 갑작스런 말에 희원이 되물었다.

 

 “제 이름 말입니다. 김우진이라구요.”

 

 희원이 여전히 우진을 바라보고 있자 우진이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서로 이름을 모르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에 저희 상단에 와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셨구요.”

 

 희원도 엷게 웃어보였다.

 

 “낭자는 이름이 무엇입니까?”

 

 “최희원입니다. 최희원. 밝은 집이라는 뜻이랍니다. 밝을 희, 집 원”

 

 희원의 이름을 듣자 우진은 더욱 활짝 웃어보였다.

 

 “왜 웃으십니까?”

 

 “이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낭자는 가만히 있어도 밝아 보입니다. 분명 밝은 집을 꾸리실 것 같습니다. 사고만 덜 치면.”

 

 “칭찬 맞습니까?”

 

 희원은 이제 우진의 농담이 싫지 않았다.

 

 그 속에 애정이 담긴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함께 걷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눈을 마주치며 웃는 것이 점점 어색해지지 않았다.

 

 

 *

 

 

 그렇게 그들이 만났던 운종가의 책방에 다다를 즈음 희원은 옆에서 어여쁜 자수실을 파는 것을 보았다.

 

 부안은 촌이라서 보지 못했던 색색의 실들이 희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희원은 도자기를 보던 것과는 또 다르게 주의 깊게 색색의 실들을 하나씩 들어보며 천천히 들여다 보았다.

 

 “여인이 맞긴 한 가 봅니다.”

 

 우진이 열심히 실을 살피고 있는 희원을 향해 말했다.

 

 “제가 원래 한 여인 하거든요. 대체 절 뭘로 보시는 겁니까?”

 

 우진의 말에 고개만 뒤로 돌려 우진을 힐끔 보던 희원이 다시 실들을 만지작거리며 되물었다.

 

 “칠칠이?”

 

 “예? 칠칠이가 뭡니까?”

 

 희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칠칠이가 뭐야.’

 

 희원은 저도 모르게 툭하고 우진의 가슴을 쳤다. 서운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수실로 제 눈을 돌렸다.

 

 우진은 갑작스런 희원의 행동에 놀라면서도 그 느낌이 싫지 않아 웃어보였다.

 

 순간, 희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집중하며 자수실을 보고 있는 그녀의 머리 가까이 손을 올려보았다.

 

 “이거 이쁘지요?”

 

 순간 돌아본 희원 때문에 우진은 자신의 머리 뒤로 재빨리 가져가 댔다. 그리곤 온화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은 속으로 칠칠이어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희원의 이름을 불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가시지요.”

 

 다 보았는지 희원이 우진을 재촉했다.

 

 그러나 우진은 그런 희원의 말이 순간 서운했다. 이대로 희원을 보내기가 아쉽고 그녀의 웃음이 한 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일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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