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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작가 : 김다윤
작품등록일 : 2021.12.28

성장물, 드라마, 판타지 요소가 섞인 현대 사건물, 여주 판타지, 워맨스 요소 있음, 남주...있긴있음

"이다온"
누가 들어도 뜻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뻔한 이름이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그래도 그는 그 이름이 퍽 맘에 들었다. 성, 이름. 모두 엄마가 만든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그 이름을 불러본다.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런 일상이었다. 어느 날 현관문 바깥에 있는 붉은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책을 손에 넣은 다온은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간다. 어느 날 자신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될 그 날을 위하여.

친구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4. 피해자 이해준(1)
작성일 : 22-01-06 15:52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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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온은 그대로 2라고 적힌 페이지에 손을 올렸다.

 

 

 

 확! 하고 어지럽게 공간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다온이 있던 장소가 바뀐다. 방금 까지 있었던 모던한 느낌의 카페 대신 대학교 강의실이다.

 

 

 

 “어?”

 

 

 

 다온은 새롭게 바뀐 장소를 두리번거리다가 의아해했다. 이 곳은 다온에게 너무 익숙한 곳이었다.물론 대학교 강의실이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여기는…

 

 

 

 아무리 봐도 다온의 학교 였다. 우성대학교 203호 강의실! 주로 대형 교양 강의나 유명인 초청 강연 등이 열리는 장소였길래, 다온도 몇 번이나 이용한 적이 있다.

 

 

 

 다온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둘러보다가 일단 붉은 빛으로 빛나는 사람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다온의 눈에 먼저 띈 것은 푸른 빛의 사람이었다.

 

 

 

 “와…”

 

 

 

 순간 비치는 푸른빛이, 천사의 후광처럼 보였다. 마치 아이돌처럼 햐앟고 매끈한 얼굴에 매우 예쁘게 생긴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는 남자는 푸른색의 불빛마저 신비롭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다온은 비교적 뒤늦게 그 뒤의 붉은 빛의 남자를 발견했다. 다온은 붉은 빛의 남자에게 시선을 줬다가 재빨리 다시 푸른 빛의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눈 정화가 필요해…

 

 

 

 세상에! 이렇게 극과 극으로 생길 수 있다니.

 

 

 

 다온은 속으로 탄식하고는 아직까진 별 일 없이 앉아있는 두 명을 응시했다.

 

 

 

 다온은,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이런 장면을 보여주지? 싶은 의아함에 더욱 자세히 그들의 모습을 살폈는데, 이제 보니 붉은 빛의 남자가 잔뜩 인상을 쓰고서는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마구 쓰고 있었다.

 

 

 

 그리고 뒤의 남자가 메시지를 쓰는 족족 푸른빛의 남자가 들고 있는 휴대폰이 번쩍번쩍 빛이 났다.

 

 

 

 다온은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사람이 너무 빼곡히 앉아있어서 힘들게 걸어가야 했다.

 

 

 

 그러다 무심코 발을 헛디뎌 휘청댔을 때, 그대로 다온이 사람들의 몸을 통과하는 것을 보고 순간적인 오싹함과 함께 새삼 그의 상황을 깨달았다.

 

 

 

 여기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공간이고 다온은 유령 같은 존재다. 덕분에 다온은 조금 미묘한 마음을 가지고 머뭇거리다 이내 책상이나 앉아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었다.

 

 

 

 사람들을 통과할 때 마다 눈을 질끈 감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푸른 빛의 남자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온은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여 남자의 휴대폰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야. 이 배신자새끼야. 왜 답장 안하냐?’

 

 

 

 -‘x나 미친 놈이네 이거ㅋㅋ’

 

 

 

 -‘니가 다 찔러 놓고 겁은 나냐?’

 

 

 

 -‘어쩌냐 성희롱으로 바로 정학이라도 받길 바랐을텐데?ㅋㅋㅋㅋ’

 

 

 

 다온은 눈을 찌푸렸다. 이런 식으로 조롱하는 메시지가 족히 수십 개는 쏟아졌다. 계속해서 울리는 메시지를 지켜보자 대충 상황이 파악됐다.

 

 

 

 저 붉은 빛의 남자가 단체 톡방에서 같은 과 여자 학우들을 성희롱하는 걸 푸른빛의 남자가 고발 한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다온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

 

 

 

 한 3개월 전쯤? 다온의 학교에 대자보가 붙여진 적이 있다.

 

 

 

 [국어교육과의 단체 성희롱 톡방을 고발합니다.]

 

 

 

 그런 글이었는데, 그럭저럭 유명한 학교였던 탓에 인터넷 기사로 뜨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흐지부지 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온이 굉장히 화를 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국어교육과 학과 사무실에 전화까지 해서 가해자들 어떻게 되냐고 물었던 전적도 있다. 답변은 ‘규정대로 엄격히 처리하겠습니다.’라는 형식적인 말 뿐이었지만, 아무튼 다온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일어난 부조리한 일을 가만히 앉아서 넘기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다온은 이런 걸 참고 넘어가기 힘든 성격이니까. 그러니까 ‘처벌’이라는 글자에 넘어가 이런 수상한 책에도 손을 댔지.

 

 

 

 다온은 잔뜩 화가 나서 붉은 빛의 가해자를 노려보다가, 순간 푸른빛의 남자가 몸을 크게 움츠러드는 바람에 덩달아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이제 남자의 톡방에는 입에도 담기 힘든 욕설과 조롱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푸른 빛의 남자를 쳐다보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멍하니 톡방을 내려다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이마에 땀이 맺힌 것도 같았다.

 

 

 

 다온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다 돌연 뒷자리의 붉은 남자의 머리를 향해 손을 휘익 하고 날렸다.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뒷통수 한번 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때였다. 갑자기 장소가 또 바뀌었다.

 

 

 

 “어어?”

 

 

 

 ‘뭐야! 나 이번엔 나가게 해달라는 말 안했는데 저절로 나가지는 건가?’

 

 

 

 그러나 눈앞에는 여전히 붉은 빛과 푸른빛이 어른거렸다. 아마 이 가상의 공간에서는 시공간을 훅훅 뛰어넘기도 하나보다.

 

 

 

 어느새 조용한 학교 내부 계단을 걷는 푸른 빛의 남자와 그런 그를 바짝 뒤쫓아 오는 붉은 빛의 남자가 있다.

 

 

 

 -야.

 

 

 

 -…

 

 

 

 -야. 왜 대답 안 하냐고. 씹냐? 대자보에선 말 x나 잘하더니? 이 새끼 웃기네

 

 

 

 재수없는 남자의 조롱에도 푸른 빛의 남자는 굳은 얼굴을 한 채 입을 다물고 발을 빨리 할 뿐이었다. 아마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듯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태도에 붉은 빛의 남자는 열이 받은 모양이었다.

 

 

 

 -야! 내 말 씹냐고!

 

 

 

 그러고는 앞의 남자를 빠르게 쫓아가더니…

 

 

 

 퍽!

 

 

 

 순식간이었다.

 

 

 

 붉은 빛의 남자가 푸른 빛의 남자 등을 세게 밀었다. 아주 세게.

 

 

 

 쿵!

 

 

 

 둔탁한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몇 번이고 조용한 계단을 울렸다.

 

 

 

 -어,어어?

 

 

 

 붉은 빛의 남자는 본인이 일을 저질러 놓고는, 당황스럽다는 듯이 얼빠진 소리를 내뱉더니 그대로 위로 다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간 놀라서 푸른 빛의 남자 가까이에 다가갔던 다온은 타닥타닥 하며 울리는 발소리를 듣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현실과 달리 이곳에서는 아무리 계단을 뛰어 올라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덕분에 다온은 순식간에 남자를 따라잡았다.

 

 

 

 헉헉 대던 붉은 빛의 남자가 젤 위층의 비상구 계단 문 앞에 서자 호흡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시침을 뗄 모양이다.

 

 

 

 밑의 남자는 계단에서 떨어져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데!

 

 

 

 다온은 이번에도 홧김에 그 꼴 보기 싫은 남자의 등에 손을 올렸다. 저번과 같이 세상이 멈췄지만, 이번에는 홧김에 말을 내뱉는 대신 다소 신중하게 말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또 ‘죽어!’ 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진짜로 죽기라도 한다면…

 

 

 

 다온은 한 번 몸서리를 친 다음에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너한테 등을 돌려서 평생 괴로워하길”

 

 

 

 다수의 사람들을 뒤에서 모욕하고 조롱한 댓가였다. 다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세상이 어지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다온은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눈을 꾹 감았다가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아까의 그 카페다. 그리고 앞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연우가 있다.

 

 

 

 “괜찮아?”

 

 

 

 “괜찮지 않을게 뭐가 있어. 그보다, 이번엔 어떻게 하지?”

 

 

 

 “왜? 이번엔 벌을 못 준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피해자가 다쳤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다온은 심각한 얼굴로 이어 말했다.

 

 

 

 “우리학교 학생이었는데 계단에서 떠밀려 다쳤거든…근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우리학교?”

 

 

 

 연우가 놀란 얼굴을 했다.

 

 

 

 “우리학교라…적어도 사망이나 크게 다쳤거나 했다면 우리도 소문을 듣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크게 다친 건 아닐 것 같은데?”

 

 

 

 “응 그거야 그렇지…”

 

 

 

 “그보다”

 

 

 

 그 사람을 떠올리며 걱정하고 있던 다온에게 서연우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하필 딱 우리 학교라니. 우연 치고도 지나친 거 아냐?”

 

 

 

 “맞아. 나도 그게 너무 이상했어.”

 

 

 

 다온 역시 찜찜한 얼굴로 동의했다. 솔직히 다온의 학교가 그 가상세계에 짠! 하고 나타났을 때는 정말 놀랐으니까.

 

 

 

 “정확히 어떤 규칙이 있는 걸까?”

 

 

 

 “그런 거 아냐? 네 주변 사람들만 피해자로 그 책에 나타나는 거지.”

 

 

 

 “내 주변…이라고 하면 애매한데? 내 생활 반경 안일수도 있고 내가 어쩌다 마주친 사람일 수도 있고.”

 

 

 

 다온은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구현아, 그러니까 첫번째 피해자 분은? 그 분은 나랑 아예 다른 동네였잖아”

 

 

 

 “그렇긴 하지…그래도 나는 좀 찜찜해.”

 

 

 

 다온은 눈썹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로 말하는 연우를 황당하게 바라봤다.

 

 

 

 “찜찜할 게 뭐가 있어? 내 주변 사람이라고 해도 나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피해자가 된 사람을 위해서 가해자를 벌 주는 건데. 오히려 주변사람이면 더 좋은 거 아냐? 이왕이면 모르는 사람 돕는 것보다 그래도 가까운 사람 돕는게 낫지.”

 

 

 

 “난 반대의 경우를 걱정하는 거야. 이미 알고 있거나 혹은 어쩌면 마주쳤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 피해 당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하잖아. 괜찮겠어?”

 

 

 

 아

 

 

 

 서연우의 말도 맞는 말이다. 어쨌든 다온이 이 일을 계속한다면 다온은 계속 범죄현장을 봐야만 하니까.

 

 

 

 그렇지만…

 

 

 

 “나는 피해자가 고통받는 모습 때문에 괴로운 것보다 가해자를 벌 줄 때 느끼는 쾌감이 더 커.”

 

 

 

 이기적이지만 그렇다. 처음에 구현아씨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놀랐고 혼란스러웠으며 스트레스까지 받았지만…결국 가해자 등에 대고 죽어버리라고 했을 때, 다온은 분명히 쾌감을 느꼈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렇다. 다온은 그런 사람이다.

 

 

 

 ‘봐봐. 가해자가 정말 내 뜻대로 처벌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스트레스는 커녕 약이 생각나지도 않고 있잖아.’

 

 

 

 그 말을 연우에게 말하지 않은 건, 그래도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우에겐 못 볼꼴 다 보여줬지만, 그래도, 그래도…최소한 이런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확실한 건, 내 정신건강에 이 일이 도움된다는 거야.”

 

 

 

 그래서 다온은 그저 그렇게만 말했다.

 

 

 

 도덕적으로 옳든지 옳지않든지 간에, 아무튼 다온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럼 된 거 아닐까?

 

 

 

 다온이 정신건강까지 들먹이자 연우는 그가 예상한 반응 그대로를 보였다.

 

 

 

 입꼬리를 밑으로 끌어내리고 ‘네가 그렇다면야 뭐든 괜찮아’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역시. 다온은 정확히 들어맞은 내 예측에 픽 웃음을 흘렸다. 연우가 그러면 그렇지 뭐. 어떨 때 보면 연우는 아주 극성 부모 같다. 다온이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다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다가도 애가 고집스럽게 나오면 두발 두 손 다 들고 네 말이 맞다. 해주는 그런 부모.

 

 

 

 실제로는 그저 죄책감에 그러는 것 뿐이겠지만.

 

 

 

 다온은 순식간에 냉정한 얼굴을 했다. 연우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상관없다. 중요한 건 다온이 처리한 일이 잘 해결됐는지, 계단에서 떨어진 그 사람은 괜찮은지 알아보는 일이다. 이건 뭐 알아보는 방법이 있긴 하지.

 

 

 

 “다친 사람이랑 가해자, 국어교육과래. 그 사건 알지? 단톡 성희롱 대자보. 그거 고발한 사람이랑 가해자가 같아.”

 

 

 

 대뜸 사건에 대해서 말을 꺼냈지만 연우는 자연스럽게 내 말을 경청하고 반응해줬다.

 

 

 

 “아, 그러면 비교적 찾기 쉽겠네. 무슨 과인지 알고 있으니까. 음…일단 나는 국어교육과에는 아는 사람 없는데, 넌 있어?”

 

 

 

 “있지. 예전 교양 수업 때 같이 조별과제 한 사람 있어.”

 

 

 

 대학교 4학년이다보니 이제는 웬만한 과에 아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런 나에게 연우는 애매한 얼굴로 웃어 보이며 “나는 우리 과 사람들이랑 너네 과 사람들밖에 몰라.” 라고 했지만.

 

 

 

 아무튼 간에 다온은 톡에서 국어교육과 학생을 찾아내 바로 톡을 보냈다.

 

 

 

 내용은 별거 아니었다. 오랜간만이야, 오늘 커뮤니티 사이트에 우리학교 국어교육과 성희롱 대자보 글이 다시 한 번 올라온 걸 봤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이런 내용을 최대한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적어서 보냈다. 애초에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라서 뜬금없겠지만,어쩔 수 없지.

 

 

 

 톡톡!

 

 

 

 메신저 알림 소리가 울린다. 초조하게 폰을 바라보고 있던 다온은 재빨리 폰을 들어 답장을 확인했다.

 

 

 

 [언니! 진짜 오랜만이에요! 아 그거, 안 그래도 난리 났어요! 성희롱을 고발한 동기가 있는데, 일주일 전에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 다쳤대요!]

 

 

 

 [솔직히 성희롱 가해자 중에 누가 민 거 아니냐고 다들 그러는데, 과에서는 조용히 넘어가자고 그러고…그 고발한 동기도 신고를 안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진짜 어이없어요. 성희롱 사건도 대충 넘어가고! 진짜 더러워서 정말!]

 

 

 

 점점 격해지는 톡을 보며 다온은 얼굴을 찌푸렸다. 어쩐지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학교가 조용한 이유가 있었다.

 

 

 

 그냥 학생이 혼자 계단에서 떨어진 일로 마무리 된 모양이었다.

 

 

 

 그 친구는 묻혀버린 사건을 물어보는 다온이 반가웠는지, 나서서 이것저것 말해줬다.

 

 

 

 뭐, 전공 시간에 조교가 와서 단순 사고이니 헛소문 퍼트리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입막음까지 했다던가, 계단에서 떨어진 그 사람은 아직도 우리 대학교 병원에 입원해 있다든가 그런 얘기들이었다.

 

 

 

 다온은 계속 톡톡! 소리를 내며 울리는 폰을 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우리 학교 진짜 더럽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정말 이래도 돼?

 

 

 

 그 물음이 다온의 턱끝까지 가득찼다. 세상이 더러운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을 줄이야. 그 붉은 책이 없었더라면 다온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다온이 보고 온 상황이 아직도 다온의 머릿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는데도.

 

 

 

 “벌을 너무 약하게 줬어.”

 

 

 

 다온은 이를 악문 채로 말했다.

 

 

 

 ‘피해자가 다리를 다쳤으니 가해자는 팔 다리 모두 부러지라고 했어야 했는데!’

 

 

 

 다온은 붉은 책을 내려다 보았다. 크게 2라고 적힌 페이지가 보란 듯이 붉게 변해져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어쩔 수 없다. 이제 중요한 건 처벌을 ‘언제’받느냐 이다.

 

 

 

 첫번째 사건에서도, 책이 붉게 변한 며칠 뒤에나 자살 시도 소식이 들려왔으니… 이번에도 언제 처벌을 받을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처벌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다온은 답답함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작은 결심과 함께 폰을 들어 국어교육과 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진짜 너무 화나고 억울하고…피해자라는 애가 안타까운데, 혹시 문병 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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