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가 최종보스인 세계
작가 : 일월달
작품등록일 : 2022.1.4

용사가 지배해버린 세상
악인 들은 전부 처단당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선과 악의 수치에 따라 애꿎은 사람들조차 용사에 의해 처단당하는 절망적인 세상 거기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거지 카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2화 용사 등장!
작성일 : 22-01-05 21:27     조회 : 95     추천 : 0     분량 : 781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카르 앞에 선 용사는 한 손으로 검을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미풍이 부는 날의 풍차처럼 아주 천천히 돌아가던 검은

 이내 태풍이 부는 것처럼 미친듯한 속도로 돌기 시작했고

 일만 마리의 벌이 동시에 날아드는 것처럼 훙훙 거리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었다.

 검으로 인해 생성된 바람은 카르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주변의 굴러다니던 먼지 덩어리들을 구석으로 처박았다.

 

 "흠..."

 

 빙글빙글 돌리던 검을 세운 용사는 갑자기 카르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어찌나 빠른지 잔상이 생길 정도의 속도였다.

 거기다 어찌나 정교한지 검은 눈꺼풀 한 겹 정도의 거리를 두고

 스쳐 지나갔지만 카르의 옷이 찢어지거나 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뱀처럼 쉭쉭 거리는 소리를 내며 위협하는 칼 때문에 카르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한참 검을 휘두르던 용사는 흥미를 잃었는지 검을 집어넣고는 입을 열었다.

 

 "특별히 봐주마 선하게 살거라"

 

 입구 쪽으로 몸을 돌린 용사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용사를 보고 있던 카르의 시야는 어느새 빈 허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용사가 왔다 간 후 산채의 풍경은 참혹하게 변했다.

 나무 바닥이 다 흡수하지 못한 피는 바닥 곳곳에 고여있었고

 그 주변에는 주인을 잃은 신체 한 부위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들은 고통에 겨워 바닥을 뒹굴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으으... 내 팔..."

 

 "다리가... 내 다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신음이 멍하니 있던 카르는 정신을 깨웠다.

 피마다 풍기는 냄새가 다른 것인지 적응되지 않은 비린내가 계속해서 카르의 코를 자극했다.

 카르는 깊은 역함을 느끼며 올라오려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았다.

 무기력과 격한 피곤함이 카르를 짓눌렀다.

 이대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지옥 같은 이 소름 돋는 풍경 속에서는 자고 싶지 않았다.

 

 주위를 방황하던 카르의 시야가 용사가 나가버린 입구 쪽에서 멈추었다.

 철문의 잔해 뒤로 보이는 밖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곳에는 자신이 바라던 자유가 있는 거 같았다.

 떨리는 다리를 힘겹게 일으킨 카르는 홀린듯 한 발자국씩 걷기 시작했다.

 어떡하든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자신은 이제 자유였다.

 

 밖으로 나온 카르는 퍼델을 향해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울~"

 

 "어!"

 

 늑대의 울음소리에 놀란 카르는 중심을 잃고 앞으로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구른 카르는 이를 악물고 통증 따위는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계속해서 걸었다.

 어떻게든 퍼델에 도착하는 게 카르의 목표였다.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인지 모든 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거대한 짐승처럼 보였고

 가끔씩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는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두려움과 어둠 때문인지 카르는 거리감을 잃었고 금세 지쳐버렸다.

 한참은 걸은 거 같은데 아직도 산도 다 내려가지 못했고 퍼델도 보이질 않았다.

 공포에 떨며 겨우 산을 내려온 카르는 퍼델의 성문이 보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절망했다.

 

 밤중에는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용사가 세상을 지배하고 나서부터 도시의 통금은 엄격히 관리되고 있었다.

 잘못해서 악행이 높은 자라도 들어온다면 용사가 강림하는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평소에 도시에 드나드는 것은

 신분이 확실하거나 악행이 높지 않다고 신관의 보장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했고

 밤에는 아주 급한 용무가 있다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성곽을 따라 한참을 걸은 카르는 성벽에 기대 주저앉아

 무릎을 세우고 양팔을 올린 다음 고개를 파묻고 생각에 잠겼다.

 

 '왜 용사는 오늘 나타난 것일까?'

 

 용사가 나타나길 바랐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탄이 퍼델에서 도망치면서 대부분은 그를 배신했고

 오랫동안 시달리던 카르 역시 자유가 되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카르는 다른 곳에 들어가려 했지만

 겁도 많고 체구도 왜소한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패거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카르가 특별히 동점 심을 일으키게 생겼거나 구걸의 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적극적이지도 않았기에 카르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혼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물건을 처분하기 위해 뇌물을 주고 몰래 들어온

 탄에게 붙잡혔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카르를 보호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카르는 정말 용사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그러나 용사는 나타나질 않았고 카르는 다시 노예가 되었다

 

 그 외에도 정말 간절히 나타나길 바랐던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용사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용사가 오늘 나타난 것이다.

 

 '왜 탄을 죽여버리고 나머지는 신체를 잘라버리는 참혹한 일을 저지른 것일까?'

 

 산채의 지옥도를 떠올린 카르는 소름이 돋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나에게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것일까?'

 

 카르는 자신을 바라보던 용사의 눈을 떠올렸다.

 그것은 완벽한 무관심을 담고 있는 맹수의 눈이었다.

 마치 자신 앞에 있는 돌멩이가 거슬리다고 발로 툭 쳐서 치워버리는 호랑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용사는 카르 앞에게 검을 돌리거나 휘두르기는 했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사라졌다.

 

 무엇도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한 카르의 머릿속에

 용사가 마지막으로 했던 선하게 살라는 말이 주문처럼 계속해서 되뇌어졌다.

 

 

 

 

 

 

 방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빛이 드나드는 창문은 상당히 고급스럽게 조각된 거대한 석상들로 전부 막혀있었다.

 그렇기에 방안에는 빛 한 점 들지 않았고 가지각색의 석상들은 제 모습을 뽐내지도 못한 채 창문 막이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방의 구석에는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2개의 계단 위에 단을 설치하고 올려진 의자는 상당히 정성 들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등받이에는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앉는 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팔걸이에도 한쪽은 호랑이, 또 다른 한쪽은 사자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두 조각의 크기가 한 치의 오차도 없었고

 이 역시 팔을 기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조각되어 있었다.

 물론 어둠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런 정교하고 호화스러운 의자는 보통 왕이 앉는 옥좌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 갑옷, 어둠에 묻혀 빛을 잃었지만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용사는

 고개를 옆으로 삐딱하게 한 채 턱을 괴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폭군 같은 자세로 방금 전 투몬산에서 보인 잔혹한 행동은 다 잊었는지

 용사의 얼굴은 나태해 보였다.

 눈은 초점 없이 반쯤 감겨있었고

 잠과 현실의 반쯤 걸친 듯 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얼굴이 어떻든 용사는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은 채 어둠에 동화되어

 자신의 앞쪽 어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석상들이 전부 창을 막는데 사용되고 있었기에 용사의 앞은 휑하기만 했고

 밀집된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 방 속에서 용사의 시선 역시 어둠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용사의 시선을 따라가면 아주 희미한 윤곽으로 앞에 작은 탁상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어둠을 품고 있는 수정구 하나가 설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고장이라도 난 건지 수정구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있었지만

 용사는 무기력하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용사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용사는 이내 눈을 완전히 감아버렸다.

 몽롱한 상태에 빠진 용사는 방금 전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떠올렸다.

 용사가 잠들기를 기다린 꿈이 다가와 기억과 뒤섞이며

 방금 전 있었던 일들을 선명하게 그려내기 시작했다.

 

 꿈에서도 용사는 현실과 똑같은 삐딱한 자세로 앉아

 반쯤 감긴 눈으로 수정구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수정구의 빛이 번쩍거리더니

 빛이 사라지고 인물 한 명을 비추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악행 수치가 100이 되면 그를 비추는 수정구는 이번에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지금 비친 인물의 악행 수치 역시 어김없이 100을 넘은 상태였다.

 자세를 바로잡은 용사는 수정구를 자세히 바라보며 그 인물이 있는 장소를 추정해 내기 시작했고

 이내 몸을 일으켜 단숨에 투몬산으로 달려갔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용사는 투몬 산 산채에 도착했다.

 그는 잠겨있는 철문을 보자마자 이런 장애물 따윈 익숙하다는 듯 검을 꺼내어 가볍게 휘둘렀다.

 

 단단해 보이는 철문이었지만 스펀지를 찌르듯 가볍게 파고든 용사의 검은 이내 문을 썰어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철문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육중한 철문이 무너져 내리는 환경 속에서 용사는 가볍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있는 사람들의 악행 수치는 전부 다 낮은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용사가 노리던 목표가 자신의 바로 앞에 있었다.

 뺨을 부여잡은 아이가 힘없이 주저앉아 있고

 악행 수치 100을 쌓은 놈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도망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기에 용사는 여유롭게 그놈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놈은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었지만 이미 악행 수치 100을 채운 놈에게 자비란 없었다.

 단숨에 그놈의 목을 베어버린 용사는 주저앉아있는 아이를 힐금 보았다.

 아이 역시 나쁜 짓을 한 적이 있는지 미미하지만 악행 수치가 쌓여있었다.

 

 우선 아이를 내버려 둔 용사는 주변 패거리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놈들 역시 악행 수치가 높은 편이었지만 100을 채우지는 않았기에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대신 신체 한 부위를 베어버리는 것으로 처벌을 결정했다.

 

 그가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누군가는 손목을, 누군가는 다리를, 누군가는 어깨를 잃었다.

 그렇게 용사는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의 신체 한 부분을 베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사와 소년을 제외한 산채의 모든 인원을 불구로 만들었다.

 용사는 이제 마지막 남은 소년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주저앉아있는 소년의 악행 수치는 7 이었다.

 보통 때라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좀 심하게 대하자면 손목을 날려버렸을 수치였다.

 소년에게 다가간 용사는 잠시 고민하다 검을 움직여 손가락을 베...?

 꿈을 지켜보던 현실의 용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은 소년의 어떤 신체 부위도 베지 않았고

 그렇기에 자신의 기억을 반영하고 있는 꿈속의 용사도 소년의 어떤 신체 부위도 베지 않았다.

 어디를 베어버릴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변덕이 그 소년을 베고 싶지 않단 생각을 들게 했다.

 

 '왜지?'

 

 갑작스레 자신이 왜 그런 변덕을 부렸는지 용사는 다시 떠올려보았다.

 사람을 죽이거나 베는 일이라면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레 행해왔던 일이었기에

 거부감은 없었고 후회도 없었다.

 후회를 하기엔 죽이거나 불구로 만든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모든 감정이 그렇듯, 죄의식과 후회도 쌓여 갈수록 점점 무덤덤해졌다.

 용사는 이제 사람을 베거나 죽이는데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 소년이 어렸기 때문인가?'

 

 그러나 자신은 평소에 그런 걸 고려하고 사람을 베어 본 적이 없었다.

 분명 자신이 이태까지 죽이고 불구로 만든 사람 중엔 분명 소년보다 어린 사람도 있었고

 소년보다 불쌍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비란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악행 수치에 맞게 신체 한 부위를 잃어야 했고

 용사는 그저 기계처럼 악행 수치에 맞게 사람을 죽이거나 신체를 벨뿐이었다.

 

 용사는 결국 왜 그 소년만 베지 않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지친 건가?'

 

 자신이 세상을 다스린 지는 벌써 100년이나 지났고

 이제는 이 일을 대신할 후계자를 구하고 싶은 걸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이 지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고

 이 일을 누군가가 대신하는 거 자체도 불가능했다.

 

 '오랜만에 훈련이라도 할까'

 

 머리가 복잡해지자 훈련이라도 하며 잡생각을 날려버릴까 생각하던

 용사는 몸을 움직이는 게 귀찮아 포기했다.

 훈련을 안 한 지는 벌써 50년이 넘은 상태였다.

 자신보다 강한, 아니 자신보다 몇 단계 아래인 사람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세상을 떠돌며 확인한 용사는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조차 잊어버렸다.

 

 거기다 최근 들어 수정구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누군가를 비추던 수정구가 악행이 정화라도 된 건지

 갑자기 다시 어두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용사는 잠시라도 수정구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귀찮았던 용사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고

 그러자 생각이 사라진 자리를 꿈이 채우기 시작했다.

 의식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꿈이 생생해지자 용사는 순수하게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용사의 강한 정신력은 어떤 정신계 마법도 통하질 않았다.

 꿈도 예외는 아니어서 강한 정신력은 용사가 꿈을 꾸더라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용사는 언제라도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고 원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조정하는 것이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닫고 그만두었다.

 

 꿈속에서 용사는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린 용사는 벽에 바짝 기대 숨어있었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느껴지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던 용사는

 한참이나 생각하고 나서야 그것이 초조함과 불안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감정들을 느낀 지가 너무 오래되었기에 잊어버렸던 것이다.

 

 위험에 맞서기 위해 검을 꺼내려 했지만 어린 용사의 허리춤은 비어있었다.

 주먹으로 싸우면 된다고 생각하며 용사는 계속해서 꿈속의 어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꿈속의 어린 용사가 조심스럽게 벽 너머로 고개를 내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한 소년이 벽에서 튀어나왔다.

 자신이라면 침착하게 주먹을 휘둘러 소년을 쓰러트렸겠지만

 꿈속의 어린 용사는 그냥 놀랄 뿐이었다.

 

 "찾았다."

 

 말을 마친 소년이 갑자기 도망가기 시작하자

 어린 용사 역시 그 소년을 따라잡으려고 뛰기 시작했다.

 자신이라면 1초도 걸리지 않아 따라잡았을 텐데

 꿈속의 어린 용사는 답답할 정도로 느린 속도로 뛰었다.

 

 앞서 달려가던 소년이 갑자기 달리기를 멈추었다.

 뒤늦게야 뒤에서 쫓아오던 어린 용사도 뛰는 것을 멈추고

 소년이 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명의 소년이 싸우고 있었다.

 

 "내가 먼저 도착했다고"

 

 "아니야 내가 먼저 도착했잖아"

 

 "웃기네 내가 먼저라고"

 

 "헛소리하지 마 내가 먼저라니까"

 

 서로 먼저 도착했다며 두 명의 소년은 계속해서 말다툼을 했다.

 언성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고 한 소년이 참지 못하고 다른 소년을 밀어버렸다.

 그 힘에 못 이겨 몇 걸음 뒤로 물러난 소년은 화가 났는지

 다른 소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이내 둘의 싸움은 주먹이 오고 가는 격한 싸움으로 변했다.

 

 용사는 지금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소년들의 신체 부위를 베어버리고

 선하게 살라는 경고를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꿈속의 어린 용사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소년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두 명에게 다가가 말리기 시작했다.

 

 용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꿈속의 자신이 벌이는 행동들이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거기다 눈앞에서 악행을 벌이고 있는데 아무런 처벌조차 하지 않다니

 용사로서는 참기 힘든 일이었다.

 

 불쾌감을 느끼며 꿈을 깨어버릴까 고민하던 용사는

 어차피 할 일도 없기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말리는 게 효과가 있었는지

 씩씩 거리며 서로를 노려보던 두 소년은

 잠시 후 서로 자신이 잘못했다며 화해하기 시작했다.

 

 두 소년이 화해하자 다시 게임은 시작되었고

 술래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린 용사도 거기에 어울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린 용사의 표정에는 지루함이나 나태 따위는 없었다.

 그저 즐겁고 행복할 뿐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용사의 눈앞에 무언가 번쩍거렸다.

 용사는 황급히 꿈을 깨트리며 눈을 떠 현실로 돌아왔다.

 수정구에 한 인물이 떠오르고 있었다.

 수정구를 자세히 살펴보며 용사는 그 인물의 생김새와 장소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고

 이내 파악이 다 끝나자 옥좌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로 며칠은 달려야 올 수 있는 물방울 숲에 도착한 용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질 않았다.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감쪽같이 사라진 건지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자신이 모르던 일이 생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완벽하게 자신의 통제하에 돌아가고 믿던 세계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생겨버린 것이다.

 주먹을 움켜쥔 채 앞을 노려보던 용사는 갑자기 검을 뽑아 휘둘렀다.

 용사 옆에 위치해 있던 커다란 나무가 애꿎게 용사의 검에 의해 쓰러져 버렸다.

 
작가의 말
 

 목요일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안녕하세요. 일월달입니다. 2022 / 3 / 23 398 0 -
51 8-8화 투기장2-8 2022 / 3 / 22 266 0 6090   
50 8-7화 투기장2-7 2022 / 3 / 21 212 0 6143   
49 8-6화 투기장2-6 2022 / 3 / 18 222 0 6027   
48 8-5화 투기장2-5 2022 / 3 / 17 201 0 5284   
47 8-4화 투기장2-4 2022 / 3 / 16 217 0 6681   
46 8-3화 투기장2-3 2022 / 3 / 15 203 0 6690   
45 8-2화 투기장2-2 2022 / 3 / 14 202 0 6461   
44 8-1화 투기장2-1 2022 / 3 / 11 220 0 6702   
43 7-4화 비겁한 의뢰4 2022 / 3 / 10 246 0 6442   
42 7-3화 비겁한 의뢰3 2022 / 3 / 10 225 0 6643   
41 7-2화 비겁한 의뢰2 2022 / 3 / 7 214 0 6510   
40 7-1화 비겁한 의뢰1 2022 / 3 / 4 217 0 6621   
39 6-6화 리안 마일드6 2022 / 3 / 3 202 0 6522   
38 6-5화 리안 마일드5 2022 / 3 / 2 216 0 6467   
37 6-4화 리안 마일드4 2022 / 2 / 28 214 0 6645   
36 6-3화 리안 마일드3 2022 / 2 / 25 217 0 6784   
35 6-2화 리안 마일드2 2022 / 2 / 24 220 0 6837   
34 6-1화 리안 마일드1 2022 / 2 / 23 226 0 6897   
33 5-11화 투기장11 2022 / 2 / 22 207 0 6666   
32 5-10화 투기장10 2022 / 2 / 21 222 0 6785   
31 5-9화 투기장9 2022 / 2 / 18 237 0 6659   
30 5-8화 투기장8 2022 / 2 / 17 214 0 6751   
29 5-7화 투기장7 2022 / 2 / 16 206 0 6397   
28 5-6화 투기장6 2022 / 2 / 15 231 0 6524   
27 5-5화 투기장5 2022 / 2 / 14 241 0 7297   
26 5-4화 투기장4 2022 / 2 / 11 216 0 5035   
25 5-3화 투기장3 2022 / 2 / 10 234 0 6607   
24 5-2화 투기장2 2022 / 2 / 9 235 0 6623   
23 5-1화 투기장1 2022 / 2 / 8 220 0 6559   
22 4-4화 추방자들4 2022 / 2 / 7 230 0 673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