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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아난 왕비
작가 : 분홍솜사탕
작품등록일 : 2021.12.31

"무영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바로 죽이고 딸이면 살려두거라"

정실부인 주씨가 산파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걸 알지 못하는 무영, 힘겹게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울음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렸다.

두 지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한배에 태어났으니...

 
제3화 <야속진의 야망>
작성일 : 22-01-05 12:48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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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용국 용금성 자양전.

 

 “전하~ 이징옥장군의 밀서가 도착했습니다.”

 

 “뭐라? ”

 

 “지금 조선에 변고가 생겨 목숨을 일각에 달렸으니 지원군을 요청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징옥 장군과의 인연은 참으로 오래되었지. 다른 장군들과 달리 우리 원용국을 무시하지 않고 본인이 한 약속은 철떡같이 지키는 대인이었지. 늘 기세당당하던 이징옥 장군이 원용국에 도움을 요청하다니 세상이 변하는구나. 그럼, 우리가 지원군을 보내주면 그에 대한 보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은 없습니다”

 

 “흠 ~”

 

 훌타이는 염주를 손가락으로 탁~ 탁~ 튕구며 얼굴을 찌푸렸다.

 

 “우선 소수 정예부대를 꾸려보거라. 준비되는 대로 바로 출발한다”

 

 “전하~ 분부 받자옵겠습니다”

 

 “아바마마, 아바마마는 결정이 참으로 빠르시옵니다.”

 

 호랑이 수를 놓아 화려한 휘장 뒤로 야속진이 환한 미소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어. 야속진 왔구나”

 

 “네, 이징옥 장군이라면 호랑이 어금니라는 별명으로 용맹을 떨치던 장군이 아닌지요?”

 

 “그렇다. 내 오래전부터 이장군의 용맹을 흠모하고 있었다. 이번 일이 그르치게 될 지라도 나의 마음을 전하게 되는 기회가 될 터이니 미련은 없을 것이다.”

 

 “소녀도 소문으로만 듣던 그 분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훌타이는 야속진의 발그레진 얼굴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야속진, 아직도 꿈에 연방이 나타나느냐?”

 

 “아닙니다. 소녀는 어려서부터 연방 과 만 붙어 다녔지요. 같이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또 같이 말을 타며 활을 쏘며 온 장안을 헤집고 다녔지요. 소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곁에 있던 연방이 말갈과의 싸움에서 하루 아침에 목숨을 잃고 이 세상사람이 아니게 되었으니 어찌 비통하지 아니하겠사옵니까? 어찌 옳은 정신으로 있겠사옵니까? 이에 소녀를 가여이 여기신 동천왕께서 소녀를 아바마마 곁으로 보내셨사오니 이제는 아바마마를 의지할까 하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야속진은 동천왕의 장자인 연방과 같은 평생의 동지를 갈망했다. 훌타이는 아주 좋은 비빌 언덕이기는 하나 영원할 순 없었다. 자기의 안위를 위해서는 더 힘이 강한 남편이나 아들이 필요했다.

 

 ****

 징옥과 막손이 오녀산성에서 머문 지도 여러 날이 흘렀다.

 깊던 상처도 아물어 가고 몸도 그런대로 회복이 되었다.

 며칠간 가랑비가 내리더니 오랜만에 해가 눈부시게 동굴 안으로 비쳤다.

 이 틈을 타 막손은 새벽같이 식량을 구하러 나간 모양이었다.

 

 “나으리, 몸이 좀 괜찮아지셨는지요?”

 

 “네 덕분에 다 나은 것 같구나”

 

 징옥의 다정한 말에 무영이 화사한 미소를 보냈다.

 햇빛을 뒤로 한 무영은 하얀 얼굴에 불그레한 볼, 연한 주홍색 입술로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나으리께 청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들어 주겠다”

 

 “소녀 신미년에 장군께 은혜를 입고 그 이후로 장군을 흠모해 왔습니다. 여자로서 처음을 장군께 새기고 싶습니다.”

 

 여인이 정조를 바치겠다는 말에 징옥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건 아니 된다“

 

 “나으리 한번 만이라도 좋습니다. 첫 낭군이자 마지막 낭군으로, 소녀는 나으리만을 가슴에 담고 그리며 살겠습니다.”

 

 무영의 부드러운 속살이 피부에 닿이면서 징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향기에 빠져 들었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들이 뒤섞여 질척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동굴안이 남녀의 온기로 가득 찼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른 뒤,

 서로의 속살의 감촉을 기억하려는 듯 움직임 없이 껴안고 있었다.

 정조바침의 모든 절차를 다 끝낸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무영을 바라보는 징옥의 눈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이어, 피로 얼룩진 옷 소매자락을 만지작거리더니 쭉~ 하며 실결을 따라 찢었다. 그리고는 칼을 집어들었다.

 

 “나으리~ ”

 

 무영이 영문을 몰라 토끼 눈을 하고는 몸을 뒤로 물렸다

 징옥은 상투를 풀어 머리를 풀어 헤치고는 가장 가까운 머리카락을 한주먹 움켜지고는 쓰윽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갑자기 왜 그런지 멀뚱멀뚱 보고만 있던 무영이 물었다

 

 “어찌 그러시옵니까?”

 

 “네게 줄 것이 이것 밖에 없구나”

 

 조각난 소매자락 위에 머리카락을 얹어 조심스레 싸더니만 무영의 가느다랗고 하얀 손을 잡고는 또 손을 펼치고는 그 위에 다소곳이 정성들여 싼 소매옷조각을 올려놓았다.

 무영은 이것이 정표인갑다 생각하고는 눈이 붉어진 채로 천조각을 저고리 깊은 곳에 집어넣었다.

 

 

 ***

 경상도 동남쪽에 위치한 양산 하북 삼수리으로 관군 무리가 몰려들었다.

 

 낙동강이 휘감아 도는 산수가 아름다운 곳, 소백산맥의 정기가 흐르는 이곳에 살기가 드리워졌다.

 며칠 전 이시각.

 평안도 도절제사 인 동생 징규가 맏형 징석의 집으로 숨이 넘어 가도록 말을 타고 달려왔던 그 날.

 

 “ 형님~ ”

 

 “ 어서 오너라.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

 

 “ 이게 웬 변고입니까? 징옥형이 대역죄를 저질렀다니요”

 

 “ 계략에 말려든 게지”

 

 “ 한명회라는 자가 이방원의 하여가를 보내왔지 뭡니까. 지가 무슨 제갈량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봅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냐. 징규야 우리 칡넝쿨처럼 얽혀 백년까지 살자구나.~~

 

  나는 양산이씨의 종손이 아니더냐. 징옥은 어차피 대역죄인이 되었으니 멸문이 당연하나 수양대군이 우리 이씨가문을 구제해 줄 모양으로 하여가를 보낸 것이니 이 참에 분파하여 징옥과는 다른 길을 가야겠구나. “

 

 “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분파라니요?”

 

 “이리 생각해보고 저리 생각해봐도 이 말고는 방도가 없을 듯 하구나. 나는 종손이니 양산이씨를 그대로 지킬 것이고 징옥은 인천이씨, 너는 영산이씨로 분파하거라.”

 

 “ ... 알겠습니다. 그런데 형님은 답신을 하였습니까?”

 

 “ 얽혀서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살자고 답신하였다.”

 

 징규의 눈이 빛나더니

 

 “저도 얽혀서 살겠노라고 했습니다.”

 

 “내 제수에게는 이리 일렀으니 그리 알고 서둘러 평안도로 올라가거라. 우리라도 목숨을 부지하여 가문의 멸문을 막아야 되지 않겠느냐”

 

 “그래야 합지요”

 

 징석은 징규의 손을 꽉 쥐고는 징옥과의 왕래가 없었다는 말을 빼먹지 말거라 하고는 굳은 표정으로 징규를 떠나 보냈다.

 징규도 징옥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멸문를 면하는 게 더 중하였기에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돌려 평안도로 향했다.

 관군들이 들이닥치기 전.

 징옥의 처, 이씨는 노비들에게 일부 재산을 나눠주며 도망가라 했다.

 이씨의 안방에 연원의 유모 호계댁이 자신의 아들 막동이를 데리고 와서는 연원의 옷을 입히고는

 

 “아씨마님, 지금부터 막동이는 연원도련님입니다. 제가 연원도련님을 모시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가겠습니다. 연원도련님이 없어진 걸 알면 그 나쁜 놈들이 찾으려 할 터이니, 막동이를 연원 도련님이라 하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호계댁, 아니 된다.”

 

 “아씨마님, 대감님을 생각해서 대를 이을 아들이 살아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씨는 호계댁이 하염없이 고마웠지만 멸문 앞에서 역적으로 몰린 자의 자식들의 운명을 알기에 바로 응할 수가 없었다.

 호계댁은 큰 절을 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자락으로 닦고는

 

 “쇤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말을 남긴 채 어린 연원을 들쳐 업고는 바쁜 걸음을 하며 뒷문으로 집을 나섰다. 이씨부인은 호계댁을 뒤따라가 보따리에 싸둔 값비싼 패물을 손에 쥐어주고는 잘부탁한다고 정중히 인사했다.

 관군들이 몰려왔을 때는 호계댁이 무사히 삼수리를 빠져 나가고 난 뒤였다.

 김종서장군의 처첩 자진행렬에 놀란 한명회는 이징옥집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봐미리 주의를 주었다.

 

 “집안의 여인들이 자진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하라”

 

 는 명을 곁들였다.

 관군들은 들이닥치자 마자 이씨와 첩 강림의 옷을 뒤져 비수를 찾아내고는 마당에 꿇어 앉혔다.

 이씨는 태연한 척하였으나, 막동이를 보니 맘이 쓰려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 내렸다.

 

 “징옥의 처 이씨는 양정에게 내려주고,

 

 첩 강림은 권람에게 내려주고, 딸 자영은 홍윤성에게 내려주고, 나머지 여자노비들은 경상도 관비로 보내도록 하여라”

 

 한명회는 혹시나 이징옥이 가족을 찾을까 염려하여 감시가 쉬운 한양으로 처첩을 분배하였다.

 이씨, 강림, 징옥의 딸 자영과 여종들은 지그재그로 손이 밧줄에 묶여 한양길에 오르고 여종들은 다음 분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군들은 꿇어 앉힌 남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 속에 이징옥의 아들이 있음을 또한번 확인하고는, 마당 한 구석으로 몰더니 칼을 들어 마구잡이로 베어 버렸다.

 비명소리가 천리를 가다가 이내 멈춰 버렸다. 그 속에는 막동이의 처절한 비명도 섞여 있었다.

  호계댁은 연원을 걸리고 업고 하여, 몇날 몇일을 북동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어느 한 작은 마을 산기슭에 버려진 폐가에 몸을 의탁키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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