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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Eye.
작가 : MJfafa
작품등록일 : 2021.12.27

귀신을 볼수 있는 눈. 그리고 귀신을 죽일수 있는 눈.
이 두눈을 가진 두 남자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도대체 악귀는 어디서 오는것인가?

 
제3장. 기로-1
작성일 : 22-01-05 12:12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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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아닌 선택이 운명을 결정한다.

 -Jean Nidetch-

 

 제3장. 기로

 

 십년 전.06.21일

 

 요한은 학교에 다닌 이후 오늘 처음으로 등교를 하지 않았다.

 

 처음엔 책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다시 집으로 들어와 혹시라도 엄마가 돌아오시거나 아니면 전화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멍하니 거실에 앉아 하염없이 똑딱거리며 돌아가는 시계바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을 때 쯤 엄청난 소리의 전화벨 소리가 적막을 깨며 시끄럽게 울려댔다.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란 요한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전화기로 달려가 수화기를 들었다.

 

 “엄마? 엄마야?”

 

 “그래. 엄마야.”

 

 “아빠는? 괜찮아?”

 

 엄마는 잠시 말이 없으셨다.

 

 “그런데 너 학교는 왜 안 간 거야? 선생님이 전화하셨어.”

 

 “그게.. 그냥 기분도 이상하고 아빠 걱정도 되고... 그리고 엄마도...”

 

 “그래. 알았어. 그럼 오늘은 집에서 얌전히 있어. 엄마가 다시 전화할게.”

 

 “엄마~언제 올건데? 아빠 얘긴 왜 안 해주고~”

 

 요한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어느새 수화기에선 전화가 끊겼음을 알리는 소리만 울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도 안먹었구나.’

 

 요한은 주머니에 들어있던 만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집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근처 슈퍼를 가려 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지 문이 잠겨 있어 어쩔수가 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구멍가게를 발견하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을 들어가보니 주인인듯한 할아버지 혼자 라디오를 켜놓고 방구석에 들어앉아 졸고 계셨고 물건을 사러온 사람 하나 보이질 않았다.

 

 찬찬히 가게 안을 둘러보는데 먹을 게 별로 눈에 띄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컵라면이나 하나 사먹으려고 라면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가 꺼내려는데 하필 요한이 제일 좋아하는 컵라면이 박스째 손이 닿질 않는 높은 캐비닛 위에 있었다.

 

 할아버지를 깨울까 그냥 다른 걸 먹을까 잠시 고민하던 요한은 발판으로 쓸만한게 없나 하고 가게를 다시 한 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요한의 눈에 이상하게 생긴 상자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어? 저게 뭐지?’

 

 주인 할아버지의 방문이 열려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는데 자그마한 나무상자 두 개가 할아버지 옆에 나란히 놓여 있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상자에 유독 눈길이 가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한 요한은 배고픔의 기억도 잠시 잊어버린 체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방문 쪽으로 다가가 안을 슬며시 들여다봤다.

 

 여전히 졸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확인한 후 요한은 어른주먹 만한 나무상자 하나를 슬며시 집어 들어 살펴보았다.

 

 ‘에이... 뭐 별거 아니네... 안에 뭐가 들었는지만 보고 내려놔야겠다.’

 

 요한이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기위해 손을 대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갑자기 들려온 아이의 목소리에 놀란 요한은 도둑질을 하다 들킨 마냥 재빨리 가게 한구석에 몸을 숨기고 말았다.

 

 ‘큰일 났네... 들키면 뭐라 하지?’

 

 요한이 이런 저런 걱정을 하는 사이 할아버지도 잠에서 깨어 남자아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이고 내가 또 졸았나 보다. 어서 오너라.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네~ 할아버지가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학교도 빼먹고 왔어요~”

 

 “욘석아~ 언제는 학교를 제대로 다녔고?”

 

 “헤헤”

 

 남자아이와 할아버지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요한은 식은땀까지 흘리며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늘이 네 열 번째 생일인건 알고 있지?”

 

 “할아버지는 제 생일이 오늘이라고 하시는데 진짜 생일이 언제인지는 저도 모르죠~”

 

 “왜 그걸 몰라? 넌 해님의 아이인데.”

 

 “치, 또 그 얘기. 재미없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

 

 “알았다. 그건 차차 다시 얘기하고.

 자, 여기 라디오 옆에 나무상자가 보이지?”

 

 “네. 이건 뭐에요?”

 

 “어서 그 상자를 열어 보거라.”

 

 할아버지가 재촉하자 남자아이가 나무상자를 집어 들고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이게 뭐에요? 그냥 하얀 구슬이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한번 크게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수도 없이 얘기했었는데 그걸 못 알아보는 게냐?

 껄껄껄”

 

 “에이.... 설마.... 정말 그 얘기가 진짜라 구요?”

 

 “그래... 그러니 일단 걱정 말고 입안에 넣거라.

 아무 맛도 없이 금세 녹아버릴 테니 걱정 말고.”

 

 들킬까 두려워 심장이 콩닥거리는 그 와중에도 더 이상 궁금함을 참지 못한 요한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소리 내지 않고 상자 뚜껑을 열어 보았다.

 

 상자 안엔 정말 구슬 같은 것이 들어있었는데 요한이 들고 있던 상자의 구슬은 하얀색이 아니라 검정색 이었다.

 

 ‘이게 뭘까?’

 

 남자아이가 머뭇거리자 할아버지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가며 말을 했다.

 

 “준영아, 넌 날 못 믿는 게냐?”

 

 “아뇨~ 그치만 전 그냥 할아버지가 저 재밌으라고 지어낸 얘기 인줄만 알았지 진짜 이런 게 있을 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이걸 어떻게 먹어요..... 으.....”

 

 “입에 넣자마자 녹아 사라질 테니 아무 걱정말래두?

 그냥 눈 딱 감고 사탕이라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을게다.”

 

 남자아이는 결국 반신반의하면서도 그것을 얼른 입에 털어 넣은 것 같았다.

 

 “와~ 할아버지~ 진짜로 입에 넣자마자 바로 녹아버렸어요~”

 

 “그치? 자 이제 나머지 상자 하나도 열어서 꺼내 먹거라.”

 

 “네? 또 먹으라뇨? 다른 상자는 없는데요?”

 

 “무슨 소리냐~ 내가 분명히 상자 두 개를 잘 챙겨 놓았는데. 다시 잘 봐봐.”

 

 “정말 없어요.”

 

 남자아이의 말에 갑자기 할아버지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방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그럴 리가! 내가 분명히 여기에 잘 꺼내놓았는데 없어질 리가 없어!”

 

 “할아버지~ 진정하세요. 어디 있겠죠. 제가 잘 찾아볼게요!”

 

 당황안 남자아이가 할아버지를 진정시켜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니야! 분명히 내가 여기 라디오 옆에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널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다!

 누구냐! 누군가 왔다 간 게 틀림없어! 이런 육씨럴놈!”

 

 불같이 화를 내며 날뛰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잠깐만, 준영아! 너 누구랑 같이 온게냐?”

 

 “아뇨? 근데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 저 무서워요~”

 

 “근데 왜 둘이지?”

 

 이미 잔뜩 겁이 난 요한은 할아버지가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들켰다고 생각되자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에라 모르겠다.’

 

 요한은 얼른 상자 안에 있던 것을 집어 입에 넣고서 벌떡 일어나 나무상자를 남자아이 쪽으로 던져 버리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무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아이가 도둑이야 라고 외치며 쫓아 나왔고 주인 할아버지 역시 부리나케 달려 나와 소리를 질러댔다.

 

 “누구냐! 그 안에 든걸 먹은 건 아니지! 얼른 가져와! 어서!”

 

 그때였다.

 

 갑자기 요한을 쫓아오던 남자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더니 쓰러지는 것이었다.

 

 놀란 요한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오도 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있을 뿐이었다.

 

 비명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는 마치 요한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쫓아와 멍하니 서있는 요한의 멱살을 쥐어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너 이 녀석! 설마 그걸 먹은 게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벌인 줄 알기나 하는 게냐!

 그러다 너 죽을지도 모른다고!”

 

 “켁.. 켁.. 할아..버지.. 숨.. 막혀요..”

 

 “잠깐만... 너도 진짜로.....”

 

 갑자기 멱살을 잡은 할아버지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지금이다!’

 

 그 틈을 노린 요한은 있는 힘을 다해 할아버지의 몸을 밀쳐내고 뒤로 돌아 냅다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순 없었다.

 

 그런데 순간 갑자기 온몸이 찢어지는듯한 고통이 찾아오더니 요한은 그만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몇 시간 만에 깨어난 요한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에 눈물만 쏟아댔다.

 

 바로 아빠가 돌아가신 것이었다.

 

 그 와중에 요한까지 쓰러져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엄마의 얼굴은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 듯 초췌하고 창백했다.

 

 하지만 더욱 놀랐던 것은 바로 그 다음에 벌어진 상황이였다.

 

 응급실에서 깨어난 요한을 찾아온 경찰 아저씨들이 말하길 내가 동네 슈퍼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슈퍼 주인이었던 할아버지마저 자취를 감추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묻는 경찰 아저씨들에게 요한은 그 어떠한 이야기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얘기하면 자신이 도둑으로 몰려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연기하던 그 순간 요한은 경찰 아저씨들 뒤로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세히 쳐다보니 그 사람은 바로 돌아가셨다던 요한의 아빠였다.

 

 ‘아빠?’

 

 그런데 갑자기 아빠의 몸이 유령처럼 아저씨들을 그대로 통과해 요한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놀란 요한은 이게 꿈 일거라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떠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깨질 않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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