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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4부 - 35. 모든 곳이 사막은 아니지
작성일 : 22-01-05 12:07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3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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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멜라는 유용한 소문을 용케 채집하는 유모로부터 마르카가 변경으로 향한다는 얘길 들었다.

 “유모, 이 형제는 수도를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운명이라도 타고난 걸까?”

 엠피오스는 자기가 모시는 아가씨의 눈동자를 인자하게 쳐다보았다.

 “저잣거리 농으로, 다리 셋 달린 장정은 고향도 여러 군데란 말이 있지요.”

 “격조 있게 순화한다면?”

 “세상엔 정처를 두지 않고 머무는 모든 곳이 출발점인 사람도 있다지요.”

 카멜라가 가슴을 한껏 부풀리다가 천천히 가라앉혔다.

 “유모, 그 사람 아직 그 댁에 있겠지?”

 

 *

 

 에르마가 아들과 마르카를 위해 케이크를 구워주기 전까지, 로비스는 방금까지 울고불고하며 마르카를 두들겨 팼다. 자기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변경으로 간다고 하니 잔뜩 골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로비스는 얼마 전 새들과의 전쟁에 참전하고 싶었는데, 마르카가 전장 근처엔 얼씬도 말라고 으른 적도 있어서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로비스는 이전처럼 마르카와 여행을 다니길 기대했다. 그렇다고 누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로세트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희미해졌다. 소년은 누주 사람들보다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된 시민들이 자기와 더 닮은 부류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다도원에서 만난 또래 아이들도 자신을 자연스럽게 무리로 끌어주었다. 개중에 로비스를 은근히 따돌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복당한 촌구석에서 건너온 무지렁이라고. 그럼에도 소년은 이런 호기심을 떠올렸다.

 ‘우리는 같은 허벅지에서 태어난 게 아닐까?’

 로비스는 마르카와 바다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대장장이가 내 마음도 모르고 그곳과 정반대로 향한다니. 무작정 벗을 따라 길을 떠나던 아이는 더 이상 없다.

 ‘이제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생겼는걸.’

 곧 엄마가 홍차와 케이크를 내오자 로비스는 생각을 쉬었다. 케이크를 넘기는 마르카의 옆구리가 얼얼했다.

 디저트 타임을 마치고 로비스는 프라소스에서 데려온 소를 데리고 산책 나가려던 참이었다. 소년은 소에게 미에슈카라고 불리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인사는 제대로 하고 가는 거다?”

 마르카는 무심히 한 마디 던지고 나가는 로비스의 뒷모습을 보고, 누주를 함께 떠났던 아이가 어느새 저렇게 컸는지 새삼스럽게 감상에 빠졌다.

 거실에 에르마와 마르카가 함께 남았다. 마르카가 겸연쩍어하며 에르마에게 감사를 표했다. 며칠 새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야위었다.

 “에르마, 고맙습니다. 정말로 감사해요.”

 마르카가 다도원장의 집에 돌아와 주인이자 지휘자의 메시지가 도착하던 사건을 전하던 날, 에르마가 직접 지휘자에게 부탁했다고 얘기했다. 마르카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빼고, 그가 알아야 할 부분만 추려서.

 에르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주인이 너를 만나주는 것, 그 분이 너의 요청을 직접 들어주는 것 밖에 없다.”

 “다만 에르마의 안위가 걱정돼요. 너무 무리하신 건 아닌지.”

 “무리는 그 분이 하셨지. 너야말로 어떠니? 마르카가 단독으로 단행한 과업이지 않느냐. 네 독자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했을 걸 내가 방해한 게 아니냐 묻고 싶다.”

 “그럴 리가요. 여태껏 제 한계를 실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 걸요. 사실은 더 가야 할 줄은 몰랐어요. 여기서 끝날 줄 알았거든요. 내 목이 잘리든 내 청이 받아들여져서 누주로 돌아가든, 어떤 식으로든. 다음 단계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일부러 예상 안했는지도 모르죠. 한 번에 다 해결되길 바라는 심보였겠죠. 하지만 꼭 노을차 때문이 아니라도 조금만 더 가보고 싶어요. 하루만 더, 내가 접하지 못한 곳에 발을 내딛고 싶어요.”

 에르마는 이번에도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변경으로 간 누주 사람은 네가 처음일 게다. 적어도 난 전해들은 바가 없어.”

 마르카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는 앞서 다도원장을 통해 누주에서 가장 나이 많은 원로가 숨을 거두었다고 들은 바 있다.

 “케루비니는 바다에 가본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머니께서 그러셨죠.”

 “그래. 그 노인네라면 필시 바다까지 갔을 거야. 여러 번. 아마 그건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로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

 에르마는 편하게 그 얘기를 해도 좋다는 암시로 미소 지었다. 마르카가 찻주전자를 들어 에르마의 빈 찻잔을 채워주었다.

 “이제는 더 멀리 갔겠죠? 제가 아는 누주 사람 중에 가장 멀리 간 사람일 거예요.”

 “내가 아는 우리 조상 가운데 몇 안 되는 자연사한 조상이고.”

 청년은 손가락으로 찻잔 귀 부분을 살살 쓸어 어루만졌다.

 “이상해요. 어떤 죽음은, 발미도 그렇고, 참 무겁고 슬픈데 다른 많은 죽음은 달래줄 마음조차 들지 않는 게.”

 동물과 사람의 죽음. 굳이 마르카가 목도한 죽음을 일일이 묘사할 필요 있을까? 에르마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차받침에 올려놓았다.

 “예리하게 후비고 들어오는 죽음이 있는가 하면, 등한시 한 죽음도 있어. 고백하자면 얘, 러비와 네가 내 옆에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케루비니의 죽음이 깊숙이 와 닿진 않았을 거야.”

 “러비도 참 대단해요. 케루비니 소식을 듣고 얼마 안 있어서, 소에게 이름을 붙여줬잖아요. 하루 딱 시원하게 울고 다시 웃다니.”

 이 사막이란 세상이 참 신기하지. 여기선 똑같은 모습을 보고도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회피하기도 하지 않니? 담담히 수용하기도 하고. 참, 세상은 오묘한 사막이야.

 “그런데 여기가 다 사막일까요? 호숫가잖아요, 수도는. 가까이에 초원도 있고 누주도 모래밭만 널린 게 아니라 작지만 숲도 있어요. 게다가 똑같이 사막이라 일컫지만 벌판마다 다양한 모래알을 담고 있다고요.”

 “네 말이 맞다. 그래, 마르카, 네 말 대로 모든 곳이 사막은 아니지. 사막은 참 작아. 내가 몹시, 몹시 감상적이었네.”

 “미안해요. 격앙됐네요, 저도 모르게. 그냥, 우리가 살아 있는 장소가 다 똑같은 사막이라면 케루비니도, 발미도, 나중에, 나중에 저나 로비스도 다른 자리에 갈 필요가 없지 않나, 로비스는 바다도 가고 싶다는데, 그 자리마저 사막이면 어쩌나…….”

 대장장이 마르카는 말을 잇지 못하고 구슬피 울었다. 에르마는 그 모습을 보자니 어쩐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겨, 참.”

 마르카도 에르마를 따라 웃었다. 왜 웃는지 모르면서.

 한창 눈물을 흘리며 대소하던 에르마에게 가정부가 실수가 없도록 조심스레 다가왔다. 에르마가 손사래를 치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레이디 카멜라께서 찾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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