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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34. 메시지
작성일 : 22-01-05 11:46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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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관은 집무실로 관리인들을 불러 모아 최근 승리를 거둔 ‘에뮤 전쟁’에 대해 복기했다. 처음 전쟁을 계획했을 당시에는 작전이나 전투 같은 용어를 붙였으나 단박에 쾌거를 거둔 싸움이라 좀더 거창하게 전쟁이라 명명했다고, 조정관이 뿌듯한 얼굴을 지으며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불상사가 발생했단 사실에 마음이 무겁소. 가마라 명명한 신무기가 제 역할을 완수하지 못했단 보고는 모두 들어 아는 바일 터이요. 실상은 우리 바라크 장군과 장군이 통솔하는 자랑스러운 군대가 전부 해내지 않았소?”

 바라크가 웃으면서 이름을 거론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헌데 조정관 말씀에 다소 어폐가 있지 않나 싶소. 마르카가 만든 무기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승리하지 못 했을 겁니다. 그렇게 강력한 화살은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이냐시오가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대응했다.

 “허나 어디 그 뿐입니까?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무기였단 게 증명되었어요. 탄환을 미처 피하지 못한 사상자, 심하게 고장 나버려 폭발해버리는 바람에 피해 입은 아군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조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관리인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는데, 가마를 제작하고 감독한 장본인의 출신을 떠올리느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또한 누주의 대장장이가 조정관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이미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바라크가 유독 목소리를 높여 의견을 표출했다.

 “다행히 감독자 마르카는 사지가 멀쩡하답니다. 부상을 입긴 했어도 치료만 하면 그만이지요. 그의 손이라면 금방 하자 없는 완성품을 내놓을 거요.”

 그 때 한 관리인이 손을 들어 이견을 밝혔다.

 “시골 촌뜨기가 전쟁을 위한 업적이 없다는 건 아니나, 과오가 더 큽니다. 애당초 그런 무기를 만든 것 자체가 사형감 아니오?”

 바라크는 말없이 웃으며 자기 뒤에 서 있던 경호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병사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사실 경호병의 정체는 마르카였는데 아무도 그의 변장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장군이 먼저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마르카더러 변장하여 저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라 권했고, 마르카는 아픈 몸을 이끌고 관리인 집단이 누주와 노을차를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동행했던 것이다.

 다른 관리인들도 바라크처럼 경호병을 데리고 입실했으므로 병사 하나에 신경 쓰지도 않았다. 회의장에는 무기를 지참하고 입장할 수 없으므로 군인이라 해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차세대 가마는 우리 로세트의 장인들에게 맡깁시다. 설계도도 건졌고 이제 다들 경험도 있잖소?”

 연이어 권력자들이 마르카의 처벌을 논하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장군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탄했다.

 “조정관 귀하께서 세운 뜻이 흔들림 없으시니 저로서도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각 부처 관리인들께서도 긴밀히 바라시는 바를 공유하셨겠군. 자, 그럼 당장 이 자리에서 처분합시다.”

 마르카는 얼굴에 덕지덕지 붙인 수염을 떼고 군복을 벗어 던져 자기 이름을 알리려 했다. 망치를 들고 오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 때 회의 테이블 위에 서늘한 바람이 강하게 휘몰아치며 점차 회오리가 일어났다. 벽에 달린 사슴 머리 박제가 흔들렸다. 이내 풍속이 잦아들고 바람에서 새파란 꽃잎이 눈보라처럼 집무실을 가득 채워나갔다. 이냐시오가 경외하며 소리쳤다.

 “지휘자 이름갈 님의 메시지다!”

 자리에 앉은 관리인과 장군이 동시에 일어났다. 꽃잎에서 빛이 났고 바람 소리는 곧 음성이 되었다.

 “내가 전한다. 조정관 이냐시오에게 내 메시지를 들을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하나, 승전 소식을 들어 기쁘다. 너희에게 큰 상을 치하한다. 또 하나, 누주에서 온 대장장이 마르카를 나에게 보내라. 대장장이의 소원을 직접 듣겠다. 대장 바라크가 책임지고 나의 앞에 마르카를 인도하라. 메시지를 듣는 자는 반드시 전하여라. 당당히 듣는 자, 엿듣는 자 모두 내 메시지를 전하라.”

 가슴을 뒤흔들 정도로 웅장한 음성이 그쳤다. 꽃잎은 바람을 타고 창밖으로 나갔다. 창은 닫혀 있었으나 메시지를 가져온 꽃잎은 한 장도 남김없이 창밖으로 날아갔다. 넋 놓고 있던 이냐시오가 중얼거렸다.

 “틀림없는 그 분의 전언이다. 그 분이 내리신 하명이야. 지휘자께서 조정관이자 대리인인 이냐시오에게 직접 이르신 메시지다.”

 다른 관리인들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편, 바라크가 살짝 고개를 돌려 병사로 분한 대장장이의 표정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귀한 일이. 아직 이 얼뜨기를 내치지 않아서 다행이로군.’

 어리둥절해하던 마르카는 저도 모르게 장군의 표정을 따라 지었다. 그리고 말과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저 주인이란 자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적개심을 거두고 호기심부터 가졌다.

 ‘이 이방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왜 여기로 온 걸까? 누구일까? 대대로 주인을 자청하는 이들은 원주민을 얼마나 아는 걸까? 우리를 알고 싶기나 할까, 과연?

 
작가의 말
 

 3부를 마치고 마지막 파트인 4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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