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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32. 전쟁이라 기록된 사냥
작성일 : 22-01-05 11:43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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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뮤 전쟁은 흩어진 전력(戰力)을 모아 한 번의 전투에 전력(全力)을 다해 벌인 당일치기 전쟁이다. 아래는 조정관 이냐시오의 기록에 전쟁과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을 덧대어 재구성한 토막이다.

 

 *

 

 로세트의 대극장에서 한창 무용극이 진행될 무렵, 수도 밖에서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전장은 사더 마을이 대대로 터를 잡은 사더 호숫가였다. 사더 호수는 자정 작용이 원활한 물로 가득 차 있는데 물이 깨끗하고 맑을수록 에뮤가 많이 모여 들었다. 이 괴조 때문에 사더 무리는 터전을 먼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됐다.

 수도는 사더가 터전을 되찾도록 물심양면을 아끼지 않으리라. 호수는 수도에게도 귀한 자산이니.

 접전 날짜는 모이는 에뮤의 수가 가장 많은 날을 예상하여 잡았다. 보통은 한꺼번에 많은 새와 육박전을 치르기에는 힘이 부치므로 새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는 날을 격침하는 날로 정했다. 그러나 기회나 다름없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적들을 일망타진하는 무기, 가마가 발명되었다.

 경험에 의하면 월요일마다 새들이 호수에 모여 일광욕을 즐겼으므로, 전쟁은 그 날로 정했다.

 그리하여 월요일, 전쟁 당일.

 갈색 말 위에 올라탄 바라크 장군이 역정 내듯이 명령을 내렸다.

 “죽이거나 죽기 전에는 물러서지 마라! 포기도 말고 낙담도 마라!말총 장식이 달린 투구는 수면에 비친 햇살처럼 번쩍였고 장인이 촘촘히 박아놓은 꼭대기의 황금술이 너울거렸다. 안장에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청동방패가 달렸다.”

 장군이 칼을 들어 앞으로 뻗자, 뒤에 포진해있던 궁수가 활을 쏘았다. 눈 밝고 발 빠른 새들은 화살을 요령껏 피해 다녔다. 방심한 새들은 목에 화살이 박히거나, 화살이 목을 관통하여 참수당하는 식으로 죽었다. 몸통에는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는데 에뮤의 풍성하고 질긴 깃털이 갑옷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

 

 한 편 수레터라 불리는 보병은 한 때 옷장수였으나 폐업하고 여러 임시직을 전전했다. 그는 어떤 적들이 쳐들어와도 생계를 꾸려야 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짐승에게, 심지어 새 주제에 날지 못하는, 천성에 어긋난 짐승 따위에게 농락당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전직 옷장수는 얼마간 훈련을 마치고 처음으로 전쟁에 참여했다.

 궁수가 한 차례 역할을 다 한 다음 보병대가 전진했다.

 수레터도 방패를 들고 열심히 칼을 휘두르며 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주조(走鳥)에게 덤벼들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을 향해 질주하던 에뮤 가운데 한 마리도 그를 발견했다.

 자기처럼 두 발 달렸으나 깃털이 나지 않은 저 겁먹은 동물.

 에뮤가 수레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부리로 방패를 쪼았다. 군인은 한 번의 공격으로 인해 구멍이 뚫려버린 나무방패의 한 가운데 너머로 감정이 읽히지 않는 동물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는 맥없이 새의 두 다리 아래에 깔렸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인지 새가 달리는 소리인지 모를 어떤 소음을 들었다. 수레터는 원치 않게 이빨로 흙을 깨물었다. 몇 번의 전투 때문에 황폐해진 땅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인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창병, 땀을 식히는 궁수, 새끼 사슴들처럼 잔혹한 운명에 묶여 빠르게 추격당하는 장정들이 먼지 날리는 평야에 늘비하게 자리 잡았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전사와 그나마 기초훈련이라도 받은 신참에서 베테랑 군인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적들에 비해 수가 적었다. 싸울 의지가 사람보다 왕성한 사냥개 떼가 협력한 덕분에 그래도 수월한 접전을 벌일 수 있었다. 훈련이 잘된 개들이 에뮤가 흙과 모래 속에 숨긴 알을 찾아 이빨로 깨부수었다. 한 번에 네다섯 개 이상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한 에뮤의 알을 찾아내는 방법은 열 번의 패전(敗戰)을 겪고 나서야 강구한 전략이다.

 새의 번식력만큼이나 알이 부화하기 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았다. 어떤 개는 알을 막 깨고 나온 새끼 에뮤의 보호 본능에 희생당하기도 했는데, 새끼 새라 해도 작은 몸집에 붙은 날카롭고 뾰족한 부리와 발톱에서 드러나는 공격성은 무시 못했다.

 소란스런 와중에도 유난히 귓가를 뚫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드높은 쇳소리의 정체는 거구의 장수가 휘두르는 할버드와 여느 동종보다 몸집이 두 배는 더 큰 에뮤의 부리가 맞부딪치며 내는 타격음이었다. 싸우다 말고 구경꾼이 된 병사들은 이렇게 대등한 일대일 싸움은 처음 보았다.

 할버드를 쥔 손의 주인은 봉고스였다. 평소라면 이런 전투보다 레이디 카멜라의 경호를 최우선으로 여겼을 그이지만 이번 대접전은 멀리 내다보면 로세트의 경호가 그의 임무이므로 참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전부터 제 실력을 뽐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고, 누구나 탐내는 전사였기에 반기지 않는 아군이 없었다.

 한편 거대한 에뮤는 수백 마리나 되는 새하얀 새 군단을 이끄는 대장이었다. 대장은 천둥처럼 낮게 울리는 포효를 내며 무리를 통솔했다. 봉고스가 싸움 내내 찾아 헤맨 대상이었다.

 레이디의 경호원은 간만에 숨이 찰 정도로 힘을 쓰느라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청동 갑옷과 투구로 중무장을 했는데도 이렇게나 근육이 쑤시는 공격을 받은 건 수도로 온 후 처음 겪는 일이다. 변경에서 싸우던 바위 난쟁이 군단이 몸을 던져 부딪쳤을 때 느낀 무게감에 견줄 정도였다.

 대장 새는 롱소드 칼날 같은 부리와 삼지창이나 다름없는 발톱을 빠르게 놀리며 인간을 공격했다. 그러나 보통 인간들과 달리 이 친구는 공격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으며, 어쩌다 발톱으로 가슴을 밀어차도 뒤로 떨어져나가지 않는 인내를 보였다. 대장은 처음으로 상대할만한 색다른 동물을 만났다고 해야 하리라.

 합을 몇 번이나 겨루었을까. 수장 에뮤가 틈을 노려 부리로 봉고스의 오른쪽 어깨를 내려찍었다. 갑옷은 그의 어깨를 완벽히 보호해주지 못했다. 뼛속까지 부리 끝이 파고드는 고통이 엄습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쓰러지지 않고 적이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추기 직전 할버드를 휘둘러 에뮤의 목을 베었다. 창끝에 달린 도끼날이 한 번 가로로 허공을 긋자 단말마를 낸 새의 머리가 공중에 떠오르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잘린 목에서 피가 솟구쳐 올라 하얀 깃털과 어두운 흙을 붉게 적셨다.

 에뮤 무리는 수장의 마지막 외침을 듣고 자리에서 멈추어 섰다. 이들은 절망하는 대신 저마다 소리를 내어 새로운 수장을 선결했다.

 기회.

 에뮤가 공격 대신 토론을 하는 짧은 사이에 군대가 여느 때보다 신속하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새들로부터 거리를 멀리 떨어뜨린 뒤 초승달 형태로 적들을 포위하는 형태를 취했다.

 

 *

 

 마르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수리자로서 전장에 들어섰다.

 대장장이 옆에 훈련받은 사수와 부사수가 가마의 조종간에 좌우로 서서 에뮤 떼가 한 곳으로 모이기를 기다렸다. 군대가 새들을 조준하기 좋은 지점으로 몰아넣고, 수장 에뮤를 없앤 뒤 공격할 틈이 나지 않게 만들기를.

 마침내 신호 나팔소리가 울렸다.

 작전대로 수많은 에뮤 떼가 평지에 몰린 형세에서 공격을 멈추고 목을 높여 새로운 수장을 선결하기 시작했다. 자기들이 함정에 빠진 줄 모르는 낌새였다.

 사수가 새들을 향해 가마를 조준했다. 사정거리에 새들이 들어왔다. 사수가 신호했고, 부사수가 활시위를 걸어 방아쇠를 당겼다. 발사할 때마다 전갑에 차 있던 탄환이 계속 내려오면서 재장전 됐다. 마르카는 무기가 연사하는 동안에 귀로 가마의 발사음을 확인했다. 탄환이 걸리지 않게 설계했지만 아직 재장전하는데 안정성이 높지 않아 적당한 타이밍에 발사를 멈춰야 했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염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병사들은 순식간에 쓰러지는 적들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신무기를 못미더워하던 사람들도 이제 이 무기만 있으면 어떤 적이 와도 무섭지 않으리라 환호성을 질렀다. 마르카가 사수의 어깨를 붙잡았다.

 “가마를 식혀야 해!”

 “꺼져 망치꾼.”

 마르카는 천천히 쇠뇌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그 없이도 무기는 제 기능을 수행했다. 다른 손에 의해. 그 손은 목표물을 가리지 않았다.

 에뮤 떼는 전멸해가고 있었다. 다리가 잘리고 괴성을 지르고 도망치다가 쓰러지고 애써 전장을 벗어나더라도 한눈에 보기에 몸이 성치 않았다.

 마르카는 순간, 이 새들이 절멸해버리는 건 아닌지 염려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에뮤라는 종족은 이 땅에 자리 잡고 싶어서 날지 못하는 걸까, 과연? 그러고 보니 저들을 누가 데려왔지?

  우왕좌왕하다 대열에서 벗어난 병사들도 검은 우박의 표적이 되었다. 새를 맞히지 않고 지나쳐버린 탄혼이 한 전사의 이마를 관통해 쓰러뜨렸다.

 먼 변두리에서 온 대장장이는 아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방금까지 패잔병이 될 준비가 되었던, 약자라 이마에 써 붙였던 군대가 마침내 드러낸 본성일까. 그리고 연이어 호기심이 일었다.

 그 때 마르카가 아주 미세한 걸림음을 들었다. 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으나, 대장장이의 귀에는 원래 들려야 할 매끄러운 마찰음이 아니라 둔탁하고 어긋난 파열음이 들어왔다.

 “떨어져!”

 대장장이가 갑자기 소리쳐서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갑자기 가마가 폭발했다. 탄환이 서로 강한 충격으로 맞부딪쳤고, 그 힘을 견디지 못한 몸체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마르카는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을 떠올렸다.

 ‘하루만 더.’

 뒤로 넘어진 그의 눈에 피투성이 손목이 곡선을 이루며 날아갔다. 멀리 뒤로 나가떨어진 그는 손에 감각이 없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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