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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보이지 않는 존재들
작가 : 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1.12.26

한 방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미지의 방③
작성일 : 22-01-04 21:07     조회 : 270     추천 : 3     분량 : 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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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번이 데려간 곳은 벽 끝 쪽이었다. 54번이 알려준 '도전하는 자'들이 내일 탈출하려는 장소이기도 했다. 99번이 말했다.

 

 "이 문이 이 방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지. 우리는 '미지의 방'이라고 불러."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었다. 말이 문이지 사실상 색만 다른 또 다른 벽이었다. 20번이 문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어떻게 문이 열린다는 거지..'

 

 20번이 손으로 문을 두들겨 봤다.

 

 '툭, 툭'

 

 속이 꽉 찬 묵직한 소리가 난 것이 벽 두께가 상당해 보였다. 20번은 주변을 둘러봤다.

 

 문 옆에는 거대한 모래시계가 있었다. 크기만 해도 사람 몸 만했다. 모래시계 안에는 갈색 빛의 모래가 하염없이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20번이 물었다.

 

 "모래시계예요?"

 

 99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래시계가 뒤집어지면 이 곳 문이 열리지."

 

 99번이 손바닥을 한 차례 뒤짚으며 말했다. 20번은 모래시계를 다시 바라봤다. 모래시계 위 모래는 많이 남지 않았다. 곧 뒤짚어질 것만 같았다. 20번이 다시 물었다.

 

 "안에는 뭐가 있는 거죠?"

 

 "거울."

 

 "거울이요?"

 

 20번이 놀라 되묻자, 99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벽뿐만 아니라 위, 아래 모두 거울로 이뤄져 있지. 그래서 미지의 방으로 들어가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게 돼. 거기다가 길이 굽어져 있어서 벽의 끝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

 

 "단순히 거울만 있는 거면.. 금방 탈출할 거 같은데요?"

 

 20번의 물음에 99번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도 이미 탈출했겠지. 하지만 들어가는 순간, 위에서 큰 바위가 떨어져."

 

 "네? 바위요?"

 

 20번이 놀라면서 묻자, 99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공간을 꽉찬, 집채 만 한 바위가 떨어져 굴러오지."

 

 "굴러온다고요? 그렇다면... 저 길은 내리막길이군요... 가만? 99번은 어떻게 이걸 다 알죠?"

 

 99번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미지의 방 문이 열리면, 바로 닫히지 않아. 서서히 닫히지. 그 틈을 통해 보는 거고 바위가 바닥에 떨어질려고 할 때 쯤, 방 문이 완전히 닫히게 되지."

 

 "그렇군요.."

 

 "자. 자세한 상황은 내일 알게 되겠지."

 

 20번은 머릿속으로 미지의 방을 떠올렸다. 99번의 말대로 주변이 거울로 이뤄져 있으면 길이 헷갈릴 게 분명했다. 더욱이 길까지 굽어져 있으면 벽 끝도 쉽사리 가늠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돌까지 굴러오는 상황이었다.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가야 하지만, 어떻게든 뛴다고 해도 길이 과연 제대로 나 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혹시라도 길 끝이 막다른 길이라면 꼼짝없이 바위에 깔려야만 했다.

 

 20번은 벽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물품이 남겨진 게..."

 

 99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돌아오지 못한 거지. 어찌보면 '유품'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이곳을 나가려는 사람들에게 '탈출'이라는 표현보다 '도전하는 자'들이라고 지칭하는 거지. 살 수 도, 죽을 수도 있거든. 어찌됐든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미지의 방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르니까."

 

 20번은 미지의 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도대체 지금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99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매우 원초적인 질문이군. 나도 몰라. 그리고 저 벽 너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99번은 계속 이곳에 있을 거예요?"

 

 20번의 말에 99번은 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젠가는 이곳에 나갸야지. 아무렴. 그러고 말고. 이곳은 따분한 곳이야. 마치 감옥같은 곳이라고. 같이 함께했던 동료들의 죽음을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99번은 허리를 쭉 펴더니 말했다. 허리의 통증이 있었는지 99번은 얼굴을 한 차례 찡그렸다. 20번이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전하는 자들은 내일.. 떠나는 거예요?"

 

 "그렇지. 마음이 좀 심란할 거야.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으니.. 자. 이제 곧 그들을 위한 의식을 시작할 거라네. 같이 가겠나."

 

 20번은 고개를 끄덕인 뒤, 99번의 뒤를 따라갔다.

 

 사람들은 메시아 앞에서 모여 있었다. 이들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99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99번이 오자, 이들은 옆으로 길을 내주었다. 99번은 자연스레 사람들을 지나 메시아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향해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우리의 동료들이 내일 저 미지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99번의 외침에, 주변 사람들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 이곳을 떠날, 그리고 저 미지의 방에 들어갈 도전하는 자들은 모두 스스로 가겠다고 자원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자, 내일 들어갈 이들을 호명하겠습니다. 2번, 7번, 44번...."

 

 99번이 호명한 이들이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주변에선 박수가 이어졌다.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사람들 앞으로 간 도전하는 자들은 메시아 주변에 동그랗게 섰다. 굳은 표정을 지은 이들은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99번이 크게 외쳤다.

 

 "내일 미지의 방에 들어갈 우리의 동료들을 위해 축배를 듭시다."

 

 99번의 말에 장정 4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윽고 무언가를 힘들게 들고 왔다. 사람 크기만 한 투명한 통이었다. 어찌나 무거웠는지 장정 4명이 낑낑거리며 통을 옮겼다. 20번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것도 위에서 들어 온 건가..'

 

 통은 99번 앞에 놓였다.

 

 99번이 손을 뻗자, 눈 한쪽이 없는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그런 다음 손바닥만 한 잔을 건넸다. 99번이 잔을 받은 뒤, 항아리 안을 휘저었다. 잔에는 노란색 액체가 가득 담겼다.

 

 "자, 축배를 듭시다."

 

 99번이 한 번 맛을 본 뒤, 오른발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런 뒤, 미지의 방을 갈 이들에게 잔을 건넸다. 일종의 의식같은 거였다. 잔을 비운 이들은 차례차례 오른발로 바닥을 내리쳤다. 이들이 다 마시고 나자, 99번이 말했다.

 

 "용감한 이들과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자! 이제 여기 있는 사람도 잔을 받으시지요."

 

 99번의 말에 주변에 있는 사람 모두 오른발로 바닥을 내리쳤다.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바닥을 치자, '쿵'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잔은 차례차례 돌아갔다. 잔을 비우는 이들의 얼굴은 금세 새빨개졌다. 어떤 이들은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20번에게도 잔이 돌아갔다. 20번은 노란색 액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냄새를 맡아봤다. 레몬향이 그의 코를 찔렀다. 옆에 있던 한 여성과 남성이 말했다.

 

 "'쾌락의 술'이야."

 

 "기분 좋게 해주지."

 

 "이게 어떻게.."

 

 20번이 당황하며 묻자, 옆에 있는 여성과 남성이 웃으며 말했다.

 

 "가끔 술을 가지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걸 모은 다음에 감자를 넣고 발효를 하지."

 

 "참고로 각종 술이 섞여 있어서 독해. 어서 마셔봐."

 

 이들의 재촉에 20번은 잔을 단숨에 비웠다. 술이 어찌나 독한지 20번의 혀 부분이 금세 아려왔다. 20번이 켁켁거리며 인상을 찡그리자,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술은 20번의 메마른 목구멍을 적셨다. 그러자 20번의 입안에는 레몬향이 물씬 풍겼다. 20번은 자신의 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취기가 돌자,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이 좋아지는 군..'

 

 이윽고 무리에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 내는 '흥얼거림'이었다. 가사에 대한 내용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이 리듬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은 단순했다. 어깨를 한 껏 올리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앞으로 내딛으면 됐다. 이들은 금세 원을 만들어 돌고 또 돌았다.

 

 20번도 무리에 합류했다. 20번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이 시간을 즐겼다. 얼마나 돌았는지 20번의 눈엔 세상이 핑핑 돌았다. 주변에 퍼진 노래도 느리게 들렸다. 그런데도, 20번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비틀거린 그는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쿵.'

 

 하지만 어느 누구도 20번을 신경쓰지 않았다. 주변 곳곳에는 20번과 똑같이 쓰러진 사람들이 많았다. 넘어진 이들은 자리에서 웃으며 일어났지만, 얼마 안 가 또 넘어졌다. 이들은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기이한 모습이었다.

 

 20번은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킥킥킥..'

 

 20번은 이 상황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몸까지 들썩이며 계속해서 웃었다. 시간을 즐기고 있던 찰나, 20번은 소변을 보고 싶어졌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지..?'

 

 그러고 보니 화장실의 위치를 물어보지 못했다. 54번은 이미 저 무리 가운데에 있어 찾기 힘들었다. 20번은 제일 가까운 사람들을 붙잡아 화장실이 어디 있는고 물어봤다.

 

 이들은 한쪽을 가리켰다. 한쪽 구석에다가 판자로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만 사람들이 없었다. 20번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 가지도 않았는데, 악취부터 났다. 그곳에는 각종 오물들이 쌓여 있었다.

 

 순간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20번은 재빨리 볼일만 보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지독한 장소를 보니 20번은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번은 다시 시간을 즐기는 무리들을 바라봤다. 화장실의 장소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20번의 흥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뒤였다. 그는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채 눈을 감았다. 얼마 안 가 그의 의식이 끊어졌다.

 

 * * *

 

 "어떡하지."

 

 "이런 세상에."

 

 주변 웅성거림에 20번이 눈을 떴다. 깜빡 잠이 든 것 같았다.

 

 "아.. 머리야.."

 

 쾌락의 술 탓인지, 20번은 인상을 찡그렸다.

 

 "왜 이리 추워."

 

 20번이 '하'하고 불자, 흰 입김이 눈에 보였다. 이전과 달리 온도가 크게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죽는 건가요?"

 

 "설마..."

 

 20번은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메시아 주변에 몰려 있었다.

 

 '무슨 일이지.'

 

 20번은 일어나,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다름 아닌 메시아의 불이 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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