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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26. 조정관과 대장장이
작성일 : 22-01-04 11:10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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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주의 이름 없는 애송이가 신무기를 만든 사건도 조정관이 소화해야 할 여러 일정 가운데 한 건이었다.

 이냐시오가 두 계단 높은 단상에 서서 마르카를 내려다보았다.

 “발미의 형이라지? 얼핏 봐도 똑같이 생겼군. 그 친구 아주 영특했지. 발미를 눈 여겨 보지 않은 수도 사람은 그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일 걸세. 그래, 그 친구의 최후는 들었네. 아주 안타까워. 누주의 유일한 의사로 명성을 날렸을 친구인데. 유일하게 우리 수준을 이해하는 변방인이었어. 나 역시 그의 재주를 탐냈지. 더러운 화적단 놈들.”

 조정관이 의자에 앉아 손가락 끝마디로 두 눈두덩을 가볍게 문질렀다. 마르카는 계속 서서 그가 왜 자신을 체포했는지 설명하기를 기다렸다. 이냐시오가 눈을 뜨고 본론을 제기했다.

 “역시 변방어는 오래 못 해먹겠네. 혀 근육이 뭉치거든. 짧게 마치지. 누주 앞 사막에서 아마미크를 일망타진한 무기를 제작해주게.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만이 조작할 수 있는 신무기 말일세.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지 말게, 다 알고 있으니.”

 그가 탁상의 종을 들어 울렸다. 건장한 병사 셋이 철제 몸통에 일부분은 목재로 만들어진 커다란 쇠뇌를 수레에 넣어 끌고 왔다. 군데군데 녹이 슬고 부분과 부분의 결합이 헐거웠다.

 “순조롭게 협조해준 덕분에 다 찾아내 갖고 왔네. 자네 마을의 새 대표원로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될 게야. 하지만 슬프게도 작동법도 모르겠고 제대로 조합했는지조차 의심스럽네. 로세트의 내로라하는 기술자들이 헤매는 꼴을 봤어야 하는데. 한 눈에 봐도 고장나버린 건 알겠어. 하지만 위력이 어떨지 짐작이 가네. 이 무기가 온전한 상태로 힘을 발휘할 때의 위력 말이지.”

 마르카는 있을 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 이해했다. 다만 순간 그의 심장이 멎을 뻔했는데, 고철이 되어버린 쇠뇌 틈새에 긴 머리카락이 낀 걸 보았기 때문이다. 혹여나 레아나 바르바라의 머리카락이 아닌지? 알고 보니 이는 몹쓸 우려였다. 쇠뇌를 옮긴 한 병사의 머리카락이 우연히 끼었던 까닭이다. 착각한 줄 알면서도 마르카는 누주에 남기고 온 가족의 안위를 걱정했다.

 “안전과 신중을 다해 누주에서 수도까지 거대한 쇠뇌를 옮기느라 수고가 많았으리라 짐작합니다. 허나 그 무기가 아무리 위력이 있다한들 조정관님의 눈빛만큼 막강할까요? 제가 무지하여 같은 무리가 피를 흘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긴 했지만 죽을 죄는 아니야. 지금은 특수한 정황이니 마을 사람들은 해를 입지 않을 거란 말이네. 그러니 입 발린 소릴랑 집어치우게. 그래, 이 무기의 이름은 무언가?”

 “특별히 짓지 않았습니다. 이 기계의 고유한 이름은 지어본 일이 없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지어주지. 난 무기에 이름 붙이는 일을 즐긴다네. 가만, 가마라 부르자. 어떠한가?”

 “잘 어울리는 명칭입니다.”

 이냐시오가 서랍에서 검은 색 타원형의 쇳덩이 몇 개를 꺼냈다. 병사가 그걸 건네받고 마르카에게 내밀어 보였다. 조정관이 말했다.

 “이걸 발사한다는데 도통 뭔지 모르겠군. 자네가 개발한 화살촉인가? 아니면 새총용 쇠구슬인가?”

 대장장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최대한 공손한 표현을 찾으며 입을 열었다.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그 다음에 제가 드리는 요청에 대답을 구해도 좋을는지요.”

 “맙소사, 하나도 못 알아먹겠군. 어디서 그런 존경어를 배웠나? 하여간 복잡하게 꼬아서 말하는 건 내가 할 거야. 앞으로 자네는 짧게 말해. 자, 알아들었으면 본론으로 가지. 그것의 정체가 뭔가?”

 “그 쇳덩이는 탄환이라고 부릅니다. 저와 발미가 일부 모래에서 발견하여 채굴한 광물을 제련한 금속이며, 이름은 제가 붙였습니다. 특징으로는 일순 강한 힘을 가하면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며 거센 우박처럼 목표를 관통합니다. 힘을 다 한 탄환은 그대로 증발해버립니다. 보통 나무로는 그 힘을 버티지 못하여 몸통을 쇠로 만들었습니다. 보통 화살과 달리 화살대와 깃은 필요 없습니다. 그것 자체가 화살입니다.”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마르카가 말했고, 이냐시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그쪽에 기울였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무기라. 신기하군. 그나저나 앞으로 새 광물을 발견하면 절대 이름 붙이지 말게. 우리 쪽 전문가가 알아서 할 일이야. 그럼 특수한 탄환과 특별한 쇠뇌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겠나?”

 “가르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다루어야 합니다.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저와 발미만 익숙합니다. 탄환은 불안정하고 자칫 큰 사고를 부릅니다. 지금은 저만 이 광물을 안정적으로 제련할 수 있습니다. 쇠뇌는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대답이군. 당장 착수하게. 아, 다도원장에게 먼저 다녀와도 좋아. 그 정도는 허락하지.”

 자리를 뜨려는 이냐시오에게 마르카가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만요.”

 조정관은 들은 체도 않고 집무실 문으로 향했다. 그날 그는 쉬지 않고 일했고, 범죄를 저지른 촌뜨기 청년 말고도 수많은 민원인을 상대해야 했다.

 게다가 이냐시오는 방금 전, 마르카가 자기만 이 광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대목에서부터 점차 쇄골 사이가 차갑다 못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무심코 손을 갖다 대니 서리가 덮인 걸 만질 수 있었다. 이냐시오의 바로 코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입에서 흐리지만 하얀 김이 새어나오는 걸 볼 수 있으리라.

 ‘어서 그 골칫덩어리 차를 마셔야 해.’

 “작업장은 부관이 따로 알려 줄 거야. 거기서 살게.”

 “그게 아니라! 저, 저기 저도 중요한 드릴 말씀이…….”

 이냐시오가 수도어로 마르카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고개 숙여!”

 마르카는 천천히 무릎을 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냐시오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언성을 높여 죄송합니다. 사실 아까 말씀드리려던 내용이 있는데 지금 아니면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아 황급히 불렀습니다.”

 조정관이 마르카를 제압하려는 병사에게 놔두라고 일렀다. 성질 같아선 벽에 붙은 사슴 대가리를 떼어내 저 오만한 족속에게 던져 버렸을 지도 모른다. 저 놈의 가슴과 목을 사슴뿔이 관통하는 꼴을 떠올렸다. 하지만 애송이 대장장이는 아래턱을 떨었다. 끊어질 게 뻔한 숨통을 부여잡는 사슴의 낯짝이 저랬다. 이냐시오는 우월감을 담아 부드럽게 말했다.

 “잊었네. 뭘 요청한다 그랬지?”

 대장장이가 머뭇거리다가 두 손을 쥐고 말했다. 첫 마디를 더듬거리느라 무슨 뜻인지 몰랐다. 마르카는 마음속으로, 지금부터 던지는 말에 대한 책임이 오로지 자기에게만 쏠리기를 바랐다. 그리고 여행 내내 준비한 수도어로 겨우 뜻을 풀었다.

 “누주에서 재배하는, 누주의 노을차와 노을찻잎을, 우리 마을에서 직접, 직접 가격을 매기겠습니다. 원할 때 원하는 양을 원하는 값에 팔겠습니다.”

 다행히 이냐시오 말고 마르카의 말을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매끄럽게 발성하든 더듬더듬 쥐어짜든 어떤 변방어도 잘 알지 못했다. 너무 피로해진 조정관이 도로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하마터면 중요한 재원을 그 자리에서 사형시킬 뻔했으나 겨우 이성을 세워 바르게 판단했다

 “일이 제대로 끝나면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결정권은 내게 없으나 결정권을 지닌 분에게 자네가 방금 한 얘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논의하겠네.”

 그는 생각난 김에 대장장이에게 추가로 명령조로 당부했다.

 “한 가지 더, 자네의 야금술은 수도의 특별한 기술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돼. 누가 이 신금속과 신무기는 어디서 구한 거냐 묻거든 로세트에서 구상한 그림을 그대로 구체화하는 거라 이르게. 알겠나?”

 마르카는 집무실 밖으로 나가는 조정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병사 하나가 벌레 쫓아내듯 촌구석 대장장이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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