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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22. 카멜라
작성일 : 22-01-04 11:03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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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미는 특별했어요. 그는 저와 같은 학교에 다녔죠. 참고삼아 말씀드리자면, 로세트에서는 누구든지 의사가 되려고 도전할 수 있어요. 수도 출신이든 변방 출신이든. 그렇다고 누구나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는 우수한 성적 정도가 아니라, 졸업하기도 전에 이미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어 낸 수재였죠. 졸업하고 나서도 오랫동안 로세트의 의료 발전을 위해 공헌했는데 그랬던 친구가 홀연히 돌아가 버린 거예요. 얼마 전에.”

 마르카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보다 두 배 정도 더 신경을 세워서 카멜라의 말을 들어야했다. 대강 뜻은 이해했지만 카멜라가 사용하는 억양과 단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로세트 식으로 말하려다가 포기했다. 대신 천천히 또박또박 그의 혀에 익숙한 언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편한 방식으로 말해도 될까요? 아직 이 쪽 말투는 유창하지 못 해서.”

 “그럼요, 수도 출신이라고 수도어만 익힌다고 생각지 말아주세요. 게다가 누주 말은 발미가 지도해줘서 편하답니다.”

 “동생하고 꽤 친했나보네요. 그 녀석, 여기서 어떤 사람이었나요?”

 카멜라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발미가 책에 열중하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신중하게 집도하고, 쾌활하게 웃던 장면을 회상했다. 카멜라가 떠올리는 발미 옆에는 늘 그녀가 있었다. 이 땅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는 둘. 이렇게 떨어져 지낼 줄 알았다면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눌 걸……. 하지만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녀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 보고 들은 일들, 카멜라가 직접 하지 않았으나, 다른 많은 무리가 직접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던 계획과 의도들을, 얼마나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대장장이 형이 있다는 이야기라도 들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리라. 그러지 않았다면 다시는 그와 같은 외양을 띤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 사람을 통해 발미를 대면할 수 있는 경험을 모르고 지나쳐버렸을지도.

 그리고 이 발미의 쌍둥이 형은 카멜라가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어땠을까 우리는…… 대화가 잘 통했죠. 주로 그 날의 일들과 다가올 일들에 대해 공유했어요. 그러고 보니 서로 만나기 전의 이야기는 그다지 하지 않았네요. 당장 같이 할 일들로도 시간이 모자랐으니까.”

 문득 마르카는 여자가 조금 더 친숙해지는 걸 느꼈다. 그러고 보니 이 아가씨의 옷에서 향기가 배어나오는구나. 낯선 환경에 다다른 탓에 곤두선 신경을 부드럽게 안정시켜주는 향기가.

 수도에 처음 온 대장장이는 아까 카멜라와 그 일행을 처음 만난 일을 상기했다.

 

 *

 

 길을 안내하겠다던 사내가 으슥한 골목으로 마르카와 로비스를 유도했다. 대기하던 그의 패거리가 골목을 막아 두 촌놈을 가두었다. 강도들은 이 어린 촌놈들이 끌고 다니는 뿔 없는 소가 그 유명한 가모네의 소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는 건 조금 늦게 알았다. 둘 중 더 나이 많은 촌놈이 강도 한 명의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쳤다. 다른 패거리가 소 고삐를 붙잡고 넓은 길로 도망쳤다. 골목을 빠져나온 로비스가 큰소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평화로운 여흥보다 자잘한 사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모였다. 흥분한 도둑이 철퇴를 휘둘러 마르카를 위협했고, 소 주인인 청년이 틈을 노려 그를 단번에 제압했다.

 강도와 관중은 알 리 없으나, 이 청년은 다른 마을에서 이와 조금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당시에 머뭇거리던 자신의 처사를 매일같이 후회하던 터였다. 그래서 청년은 ‘그 후’틈새가 보이면 바로 자신의 힘을 아끼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는 단지 그 다짐을 지켰을 따름이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군중 속에서 건장한 체격에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상을 한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군중은 하나 둘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고 마르카는 배낭에서 망치를 꺼내 손에 들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너무 몰입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로비스를 한쪽 팔로 안고 도망치자. 소는 포기하고. 저들의 목숨까지 앗을 각오로 싸운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소득 없는 싸움에 이기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니니.

 우두머리가 부하들에게 덮치라고 소리쳤다. 마르카가 재빨리 로비스의 허리를 끌어당겨 한쪽 팔로 안아 도망칠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정작 그들보다 발 빠르게 도망치는 쪽은 강도 패거리였다. 그 사이 우두머리는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먼발치에 추락했다. 일대에 먼지가 일었다. 뿌연 난리통에도 유난히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어설프게 무기를 든 패거리를 눌러버렸다.

 “짖어라. 나는 문다.”

 다소 앙칼지지만 호소력이 깊이 실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봉고스, 조용히 타일러도 될 것을. 아가씨께서 기침하시잖아요!”

 마르카와 로비스는 일행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잠깐 대화해보니, 카멜라는 마르카가 발미의 동생이 과연 맞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자기들도 다도원에 가는 중이며 원한다면 그곳까지 동행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마르카는 소동에 놀라 도망쳤던 소를 봉고스가 금세 찾아 소 고삐를 자신의 손에 쥐어준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그나저나 발미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여기서 좋은 기회를 충분히 구할 수 있을 텐데 왜 거기로 간 건지…….”

 마르카가 가만히 듣다가 신중하게 말했다.

 “발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부터 무엇이든 늘 가족을 우선에 두고 행했어요. 의사보다 더 바라던 대장간을 지키는 업을 저에게 양보한 행위도 그런 이유겠지요. 거기에 의사가 되겠다고 확실히 다짐한 계기도 어머니의 건강을 자기가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이 원인이었을 겁니다. 우리 가족과 누주는 발미가 보여준 정성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남자의 목이 잠겼다. 카멜라의 낯빛에 음영이 번졌다.

 “발미는 지금…….”

 뒤에서 봉고스의 어깨에 올라탄 로비스가 마르카를 불렀다.

 “내년쯤이면 언어사전이 완성된대! 수도어와 다른 말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엠피오스가 가르쳐줬어! 나 그거 가질래! 그거만 있으면 서로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카멜라가 사전이 나오면 로비스에게 꼭 한 권 주겠다고 대답했다. 뒤에서 엠피오스가 웃으면서 팔꿈치로 봉고스의 옆구리를 건드렸다.

 “원래 이렇게 가는 길이 멀었나요? 평소대로라면 금방 다도원에 도착하고도 남을 보폭이었을 텐데.”

 “소를 한 손으로 끌고 가고 있잖소.”

 엠피오스는 이 남자는 세련된 수사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앞에서는 카멜라가 질문을 고쳐 마르카에게 물었다.

 “혹시 아버님께선 어떤 분이셨는지 여쭤도 괜찮을까요? 당신과 어머니 얘기는 간혹 듣긴 했지만 아버님 얘기는 물어보기 쉽지 않았네요.”

 “글쎄요. 아버지는 정말 다재다능하셨어요. 바느질, 요리, 싸움, 못하는 게 없었어요. 너무 어릴 때라 실상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진 못 하지만. 제 기억엔 그래요. 발미라면 훨씬 더 대단한 사람으로 그를 묘사했을 걸요.”

 카멜라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걷던 이들도 제자리에 섰다. 카멜라가 마르카의 한 손을 잡고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소 고삐 쥔 그의 손이 풀렸다.

 “훌륭한 모습이셨으리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마르카는 아버지가 어떤 적과 싸웠고 어떻게 전사했는지 말하고 싶었다. 이제는 여러 무리가 주인이라 불러야 할 변방 출신의 적들. 또한 여자에게 이런 질문도 던지고 싶었다. 당신이 보이는 슬픔이 깃든 눈빛은 승리자의 자비인지, 뉘우침인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침묵하기로 했다.

 카멜라가 방금 한 말에 이어 붙이듯 바로 마르카에게 말했다.

 “사과할게요. 방금 내가 경솔한 말을 했어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말투에서 경솔함이 묻어나왔어요. 앞으로 주의하겠어요.”

 마르카는 무엇을 주의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응답했다.

 그들은 다시 걸었다. 오래지 않아 다도원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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