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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21. 수도 로세트
작성일 : 22-01-04 11:01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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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로세트에 들어선 마르카와 로비스는 번화한 도시가 주는 기세에 흥분했다. 정교하며 견고하게 돌을 쌓아 만든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로세트. 누주의 두 여행자는 통과할 때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평생 살던 누주와 지금까지 지나온 마을에서 볼 수 없던 듬직한 성문과 경비병, 매끈한 석조건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돌을 깔아 연결한 도로. 처음으로 수도 로세트를 방문하는 마르카와 로비스의 몸이 거리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몹시 시간이 걸릴 성 싶었다.

 마르카는 먼저 수도의 지도를 구하기로 했다. 경비병에게 잡화점이 어디 있는지 묻고 몇 갈래난 골목 중 한 길을 선택했다. 경비병은 뿔 없는 소를 데리고 가는 이방인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수도를 오가는 통행자들을 상대했다.

 어느 길을 가도 넓었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수없이 많이 모이거나 지나다녔다. 마르카와 로비스는 마땅히 어디로 가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여정 가운데 이 순간이 가장 막막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현기증까지 났다. 그 때 어떤 남자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는 초행길이신가? 때마침 시간이 남아도니 몸소 길을 안내해주겠소. 어디 가시는 길이신가?”

 

 *

 

  이냐시오의 장녀 카멜라는 수요일마다 수도에 하나 뿐인 다도원(茶道院)으로 차를 마시러 갔다. 그녀 옆에는 유모이자 보호자인 엠피오스가 붙어서 다정한 길동무가 되어주었고, 뒤에는 어딜 가나 눈에 띄는 거구의 경호원 봉고스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카멜라는 두 사람과 동행하는 덕분에 번잡한 길거리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

 삼 년 전, 조정관 대표로 임명된 이냐시오가 가족과 함께 변경에서 수도 로세트로 이주한 후로 너무 강한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변경 생활은 고단했으나 그만큼 아버지는 가족을 우선시했다. 때로는 근엄한 표정으로 따뜻하게 가족을 안아주었다. 그러나 지휘자의 명령이 지나치게 각인된 게 원인일까? 소싯적부터 지휘자를 열렬히 사모한 이냐시오는 이름갈의 명예를 더욱 드높이기 위해 수도와 변방을 정비하는데 열심이었다. 하지만 카멜라가 어머니와 공감하기로는, 이냐시오는 열정적으로 과업을 실천하는데 비해 본디부터 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다지 신뢰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 간극은 가족에게 충돌로 넘어왔다.

 카멜라는 아버지가 변경을 지키는 참모로서 활약하는 게 제격이지 않을까 묻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냐시오가 딸의 의견을 인정하고 변경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원치 않았다. 카멜라와 어머니와 남동생은 변경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았다. 가족이 가장 바라는 건, 수도에서 그들의 가장과 함께 화목한 생활을 영유하는 것일지니.

 과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아버지도 한시름 놓고 여유롭게 가정을 드나드리라. 그러면 냄새 풍기는 벽화를 보며 더 이상 식사하지 않아도 되리라. 카멜라는 도돌이표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마침표를 찍었다.

 생각을 마친 마침, 엠피오스가 슬쩍 자기가 모시는 아가씨의 손등을 건드렸다. 카멜라가 고개를 들어 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 한복판에서 모여 있었다. 이냐시오의 딸을 알아본 구경꾼들이 그녀가 지나가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카멜라는 실랑이 벌이는 두 남자 중 한 명의 얼굴이 낯익었다.

 ‘발미?’

 그녀가 아는 사람과 길가를 막은 남자의 이목구비는 닮았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한 험상궂은 사내가 끝부분에 두꺼운 가시가 여러 개 달린 철퇴를 휘두르며 발미를 닮은 남자를 위협했다. 사내의 패거리로 보이는 괴한들이 뒤에 서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뿔 없는 소의 고삐를 쥐고 있었다.

 “순순히 이리 내! 그럼 광대뼈는 부서뜨리지 않겠어.”

 카멜라는 이 목소리를 듣자 언젠가 발미에게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자기한테 쌍둥이 형이 하나 있는데 사막에서 가장 훌륭한 대장장이라고.

 “마르카보다 쇠를 잘 두들기는 사람은 여기에도 없어.”

 엠피오스가 카멜라의 팔을 당겼다.

 “도둑질하다 들켰나봅니다. 그만 가시지요. 아가씨께선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봉고스, 경비병을 불러주시오.”

 “제가 손수 나서는 방도가 간단하겠소.”

 봉고스가 싸움판으로 들어서기 직전, 사내들과 대치하던 젊은 남자가 가장 가까이 서 있던 도둑의 뺨을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도둑은 그대로 기절했다. 소동이 끝났다.

 

 *

 

 온 벽에 사슴 머리 박제가 걸린 집무실에서 이냐시오가 서류를 살피는데, 장교 한 명이 들어 와 경례했다. 이냐시오가 고개를 까닥여 암묵적으로 자기 바로 옆으로 오라 명령했다. 조정관에게 다가간 장교가 누가 듣지 못하게 속삭였다. 보고를 들은 청자가 눈을 크게 뜨고 내용을 확인하듯 물었다.

 “로세트에? 확실한가?”

 “네, 누주의 원로로부터 직접 확인을 받았습니다. 조정관님과 우리 로세트에 대해 우호적인 젊은 원로인데, 에두르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알았네. 먼 길 다녀오느라 수고했네. 추후에 다시 부르지.”

 장교가 허리를 숙이고 물러갔다. 다시 혼자 남은 이냐시오가 고개를 뒤로 젖혀 눈을 감다가 곧 눈을 떴다. 사슴뿔들이 자기 목을 겨냥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 편히 쉬기 어려웠다. 무심코 손으로 목을 긁으니 굵은 서리가 손톱에 끼었다. 천천히 녹아내리는 물방울을 보며 그가 말했다.

 “아, 오랜만에 식욕이 도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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