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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Eye.
작가 : MJfafa
작품등록일 : 2021.12.27

귀신을 볼수 있는 눈. 그리고 귀신을 죽일수 있는 눈.
이 두눈을 가진 두 남자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도대체 악귀는 어디서 오는것인가?

 
제2장. 인연-3
작성일 : 22-01-04 07:18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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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십년 전.12.18일

 

 “쿨럭! 쿨럭! 제가 감기가 심하게 와서요...”

 

 아침부터 몸살기운이 있었지만 연말 세일을 맞아 몰려든 손님들로 인해 미령은 물 한잔 마실 겨를도 없이 하루 종일 매대 앞에 서서 고객들을 상대하는 내내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다 결국 더 이상 견디질 못하고 점장을 찾아가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없겠냐며 사정하는 와중이었다.

 

 한참 갓 태어난 아기에게 신경 쓸 시기였지만 미령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사장에게서 받았던 돈도 다 떨어져가고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들도 사려니 일을 안 하고서는 견딜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평소 미령을 불쌍히 여긴 주인집 아주머니가 일하는 시간동안 아이를 돌봐주신다 하셔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감기 걸린 게 무슨 벼슬이야? 일을 해야 돈을 받을 거 아니야!

 걸핏하면 놀 생각들만 하니... 에휴....”

 

 오늘따라 점장의 잔소리가 가뜩이나 무거운 어깨를 더 짓눌러 왔다.

 

 점장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소릴 늘어놓았다.

 

 “우리 마누라 애 낳았을 때도 난 병원근처도 안가고 3일내내 야근했던 사람이라고!”

 

 저 야만인 같은 인간이 입을 다물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놀랄 겨를도 없이 시내 한복판에 거인처럼 우뚝 솟아있던 그 커다란 대형 백화점이 이십여초만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

 

 여기저기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어 놀란 눈을 떴을 때 미령은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체 실려와 누워 있은 지 이미 열흘이나 지난 상태였다.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미령은 다행히 하루 만에 구조가 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여기저기 뼈가 부러진 상태였으나 장기에는 심각한 손상이 없어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신분을 확인할만한 소지품이 없어 열흘이 지나 미령이 깨어나고 나서야 자신이 누구인지 또 그나마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연락처를 병원 측에 알려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령은 아기가 걱정이 되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일어나서 퇴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왜 주인아주머니와 연락이 안 되는지도 알 수가 없었기에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애당초 의지할 친인척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기에 찾는이도 없었을 뿐더러 누구 하나 집으로 찾아가봐 달라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하루 종일 애만 태워가며 있던 찰나 건장한 사내 하나가 미령을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사내는 쑥스러운 듯 안절부절 못하며 손에든 음료박스를 내려놓으며 인사를 건넸다.

 

 “누구시죠? 절 아시나요?”

 

 미령이 의아한 듯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자 사내는 더 당황하여 아예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저기 그게..깨어나셨단 얘길 듣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전....”

 

 “절 아신다면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갑작스런 미령의 부탁에 놀란 사내가 되물었다.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사내는 자기가 누군지 왜 병문안을 왔는지 밝히지도 못한 체 주소를 받아 적고 병원 밖으로 나서고 말았다.

 

 “아이가 있었구나...”

 

 사내는 혼잣말로 자책을 하곤 수첩에 적힌 주소를 보며 미령의 부탁을 떠올렸다.

 

 ‘제가 세 들어 살던 집 주소인데 집주인 아주머니와 연락이 되질 않아서요.

 아기를 맡겨 놓았었거든요. 저한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죄송하지만 부탁드릴만한 사람이 없어서요.’

 

 저만치서 기다리던 한수 선배가 궁금해 못 참겠다는 듯 달려와 물었다.

 

 “우현아~어떻게 됐어? 뭐야? 벌써 연락처까지 받은 거야?”

 

 “선배 때문에 완전 망신살 뻗쳤잖아요! 괜스레 사람은 부추겨가지고.”

 

 “왜? 설마 너 죽다 살아난 사람한테 다짜고짜 사랑고백이라도 한건 아니지?”

 

 “선배 미쳤어요? 에휴, 암튼 그렇게 됐으니까 앞으론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좀 하지 마시라 구요.”

 

 “이 자슥 봐라~내가 너 걱정해서 그런 거지 뭐 딴 거 있냐?

 구조하다 처음 본 여자 때문에 잠도 한숨 못자고 멍하니 앉아만 있는 게 정상이니?

 시간 날 때 마다 병원에 전화해서 생판 모르는 환자 상태 확인하고, 이런 게 미친 거지.

 근데 그걸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그 나이 되도록 연애질 한번 못하더니 별 짓을 다 한다 다해.

 에라이~ 이 자슥아~ 허우대만 멀쩡하믄 뭐하냐?”

 

 “아~ 몰라요 몰라~ 암튼 나 오늘 바쁘니까 선배 혼자 들어가세요~

 전 이만 갑니다~”

 

 더 이상 한수 선배와 얘기해봤자 좋은 소리 못들을 게 뻔한 일이기에 우현은 얼른 그 자리를 뜨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배는 자기도 결혼 못하고 나랑 같이 살면서 잔소리는....’

 

 “오늘 비번이니까 이따 오후에 소주나 한잔 하자고~~~”

 

 뒤통수에 대고 소리치는 선배에게 손 한번 흔들어 주고 걸어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애 아빠는 어디 있는 거지? 같이 사고를 당한건가?

 아님 왜 나한테 이런 부탁을. 아~괜히 골치 아프게. 젠장....’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서글서글한 외모에 180cm가 넘는 키에 다부진 체격, 게다가 성격도 수더분해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우현의 가장 큰 단점은 말할 타이밍을 잘 못잡는 것이었다.

 

 항상 두세 번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는 성격이어서 바로 바로 대처를 하지 못해 일이 꼬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맘에 드는 여자가 있어도 고백을 망설이다 놓쳐버린다던가 여자 쪽에서 먼저 고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망설이다 일을 그르치기 일쑤였다.

 

 지금도 역시 이제 와서 그때 바로 거절을 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를 하며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고 원망했다.

 

 하지만 미령의 간절한 눈빛이 떠오르자 그런 생각은 오간데 없이 다시 주소를 확인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좋은 일 한번 한다 치자!’

 

 그렇게 자기위안을 삼으며 전철역으로 향하는데 주머니에서 무선 호출기가 사정없이 울려댔다.

 

 ‘이런, 호출이잖아... 어쩌지...’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뭐 하루 늦게 찾아간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겠지.’

 

 빵!빵!

 

 경적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한수 선배가 차를 끌고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호출 받았지? 얼른 타라고~”

 

 차에 올라타자 한수 선배가 웃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암튼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 꼭 신이 재미삼아 날 골탕 먹이는 것 같단 말이야~”

 

 “선배 무신론자 아니였어요?”

 

 우현도 같이 웃으며 묻자 한수 선배가 대답했다.

 

 “아니~ 난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야.

 다만 그 신이란 녀석이 좋은 놈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선배 저 크리스찬인거 아시면서 꼭 그러기에요?”

 

 “아~맞다~우리 후배님~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다시 한 번 수첩을 들여다보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주소였다.

 

 ‘이상하네... 왜 주소가 낯이 익지?’

 

 그러던 우현은 그만 온몸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어제 화재가 나 출동했던 집 주소가 바로 미령이 알려준 그 집주소였던 것이다.

 

 “선배! 잠깐만요! 저 다시 내릴게요!”

 

 “뭐? 무슨 일인데?”

 

 “죄송해요! 금방 따라 갈 테니까 먼저 가세요!”

 

 당황해 하는 선배를 뒤로하고 차에서 내린 우현은 다시 병원으로 되돌아가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나님! 절 택하신 게 다 이유가 있으셨군요!’

 

 하지만 그것은 신의 뜻이 아니었다.

 

 선택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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