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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꽃이 피니 봄이 되었다
작가 : LLIHY
작품등록일 : 2022.1.3

“어째서 너는 매번 나를 밀어내기만 하는것이냐. 내가 네게 한 발자국 다가가면, 너는 두 발자국을 멀어지려 해!”
“저는 감히 전하께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게 다가오지 마시옵소서. 헛된 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저주에 걸린, 왕을 사랑하는 ‘서 화’. 그리고 오직 그녀만을 마음에 품었던 왕, ‘이 휘운’.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그녀와 세상을 다 가졌으나 오직 한 사람만을 갖지 못한 그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1. 해가 뜨니 아침이 되었다
작성일 : 22-01-03 23:06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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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밝았다.

 해가 궁궐을 비추었고, 임금 ‘이 휘운’ 역시도 아침을 맞았다.

 그러자 궁녀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들 어딜 그리 급히 가는 것인지, 다급한 발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무데도 없느냐?”

 “예, 마마님... 처소에도 없고, 이걸 어째요!”

 “큰일이구나.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또 호통을 치실텐데...!”

 

 궁녀들은 하나같이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울상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궁녀들은 모두 한 사람의 이름을 외치고 다녔다.

 

 “화야!”

 “서 화, 어디있느냐!”

 

 그 시각, 한 궁녀가 바삐 어딘가로 향했다.

 궁인들이 그리 찾아다니던 지밀궁녀, ‘서 화’였다.

 화는 숨을 바삐 고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가 들어간 곳은 다름아닌 그녀의 처소였다.

 아마 그들이 처소는 진작에 뒤지고 갔으니, 아무도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그녀는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방문을 열었다.

 

 “왔느냐.”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방 안에서는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는 깜짝 놀라며 되돌아가려 하였으나, 방 안에서 다시 흘러나온 목소리에 그녀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오늘도 나를 피한다면, 열 명의 궁녀가 죽을 것이다. 내일은 스무 명이 죽을 것이고.”

 

 화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발걸음을 돌렸다.

 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술상 앞에 앉아 잔을 기울이고 있는 휘운에게 허리를 숙였다.

 붉은 곤룡포가 오늘따라 핏빛같이 선했다.

 

 “나흘만에 보는구나. 그간 잘 지냈고? 아, 나를 피하느라 바빴겠구나. 그래, 도망은 즐거웠느냐?”

 “...”

 “즐거웠겠지. 네가 그리도 싫어하는 나를 보지 않으니 신이 났겠지.”

 

 휘운은 다시 잔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면서도 단 한 순간도 화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늘따라 저 뱀같은 눈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저를 찾으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내 언제는 이유가 있어 너를 불렀더냐.”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이리 와 가까이 앉거라.”

 

 휘운은 제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또다시 술잔을 비웠다.

 화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내가 그리 싫으냐.”

 “예.”

 “저런, 나는 네가 좋기만 한데.”

 

 가까이에서 본 그의 모습은 오늘따라 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눈 밑에 그림자가 진 듯 어두웠고 볼이 쏙 들어가 핼쑥한 것이, 참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화야, 내 요즘 잠을 잘 수가 없어. 자리에 누우면 네 얼굴이 아른거려 잠이 오질 않고, 겨우 잠에 들면 꿈에 뱀이 나타나 내 목을 옥죄니. 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리 되었을까.”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가 아픈 이유가 제 탓이라는 것을 알고있던 화는,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을 도로 삼키고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저주.

 화에게 찾아온 하나의 비극이었다.

 화와 휘운이 만나 서로를 마음에 품던 어느 날부터, 그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성수청의 무녀는 화에게만 그 이유를 은밀히 알렸다.

 

 ‘전하께서 항아님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그 탓에 항아님께 오래 전 걸려있던 저주의 화살이 전하를 향한 것입니다.’

 

 화는 그 날 이후 일부러 그를 피했다.

 불러도 가지 않았고, 우연히 마주치면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다.

 자신을 사랑하지 말아달라 간곡히 빌었다.

 그것이 불씨가 되었을까, 왕은 더욱 그에게 집착했다.

 

 쫓는 자와 도망치는 자.

 매번 이기는 것은 그녀였으나, 사실 매번 봐주던 것은 그였다.

 

 “주무십시오.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오늘도 너는 내게서 도망치려고만 하는구나.”

 

 화는 그의 혼잣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휘운은 화의 손목을 붙잡고 제 쪽으로 당겼다.

 화는 힘없이 휘운의 품 안으로 떨어졌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제발 가지 마라.”

 

 그러나 화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니, 분명 들었으나 머릿속에서 억지로 지워버렸다.

 

 “사랑한다, 화야. 그 무엇보다도 더, 그 누구보다도 더 너를 사랑한다.”

 

 몇 번이고 들었던 고백이었으나 오늘따라 그 말이 더욱 슬프게만 느껴졌다.

 

 “저는 전하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더는 못 버티겠다는 듯, 그녀의 속눈썹 아래에 맺혀있다 힘없이 떨어졌다.

 그녀의 눈물을 본 휘운은 인상을 구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도 내가 싫더냐? 눈물까지 흘릴만큼!”

 

 화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말이 나오질 않았다.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질 듯 아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게 아니라고, 당신을 정말로 사랑한다고.

 나도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더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휘운은 이를 으득 갈며 쥐고있던 술잔을 내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진 술잔의 조각이 햇빛에 반사되어 날카롭게 번뜩였다.

 

 화는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그러나 그럴수록 눈물은 눈치도 없게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더는 손등으로 훔칠 수도 없을만큼 눈물이 흐르자, 결국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그저 무력하게 눈물을 바닥으로 떨궜다.

 

 휘운은 화를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조만간 다시 찾아올 테니, 도망가지 말고 있거라. 어딜 가거든 어디 있겠다 귀띔이라도 하고.”

 

 화의 처소에서 나온 휘운은 있는대로 인상을 구긴 채 어딘가로 향했다.

 가뜩이나 몸도 좋지 않은데, 기분까지 불쾌하니 최악이었다.

 강녕전으로 향한 그는 여전히 인상을 구긴 채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제깟 게 뭔데 감히 나를 쥐고 흔드는 것이냐.

 궁녀 주제에, 감히 이 나라의 임금인 나를!

 

 괘씸하고 얄미웠다.

 궁녀라면 당연히 임금만을 바라보아야 할 존재이거늘, 이제와서 싫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도 알 수 없어 더욱 불쾌했다.

 

 .

 .

 .

 

 다음 날, 또 다시 날이 밝았다.

 

 화는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잠자리를 정돈했다.

 오늘은 또 어떻게 그에게서 도망쳐야하나, 하는 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무슨 일인지 오늘은 그가 찾지 않았다.

 부르지도 않았고, 궁녀들이 애타게 그녀를 찾지도 않았다.

 간만의 자유였다.

 

 신이 난 화는 연못가로 가 낙엽을 모았다.

 여름인데도 낙엽의 양이 제법 많았다.

 

 화는 연못 위로 낙엽을 하나씩 떨어트렸다.

 별 것 아닌, 어찌보면 이상한 행동일 수 있겠으나

 잡생각을 떨치는 데에는 좋은 장난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낙엽놀이를 하고, 모아둔 낙엽이 다 연못에 떨어지고 나서야 놀이는 끝났다.

 손을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난 화는, 어느샌가 지고있는 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벌겋게 노을이 지는 것이, 참 예뻤다.

 

 그 때였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의 손이 화의 등을 밀었다.

 헤엄조차 칠 줄 몰랐던 화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눈을 뜨니 익숙한 곳이었다.

 어느샌가 자신의 처소에 누워있는 화는, 누가 덮어주었는지 모를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앓는 소리가 밖에도 전해진 것인지, 화를 유독 아끼던 ‘김 상궁’이 안으로 들어왔다.

 

 “화야! 정신이 드니?!”

 “마, 마마님.”

 “하마터면 죽을 뻔 했어! 어쩌다가 그런거야.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응?”

 “아, 아니.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전하께서 네가 이리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곤 길길이 날뛰셨다! 그리 화를 내시는 모습은 처음봤어.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너가 깨어나면 바로 알리라 하셨는데! 조금만 기다리거라. 얼른 다녀올테니!”

 

 안된다는 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 상궁은 곧장 방을 뛰쳐나갔다.

 화는 망연자실하며 어찌 수습할까 고민했다.

 

 생각을 되짚어보니, 물에 빠진 것은 실수도, 제 잘못도 아니었다.

 분명 뒤에서 누군가 민 탓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지만!

 

 “서 화!”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금방 방을 나간 것 같던 김 상궁은, 체통이고 나발이고 화의 처소로 뛰쳐들어오는 휘운과 함께 돌아왔다.

 휘운은 김 상궁에게 나가있으라 명한 뒤, 혼자 방으로 들어온 그는 씩씩대며 화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네가 정녕... 대체 왜...!”

 

 화는 오해라고 말하려 하였으나, 차라리 이것이 그에게는 더 상처가 될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어차피 이 저주를 끝내기 위해서는 휘운이 화를 포기하던, 아니면 그녀가 죽던 둘 중 하나니까.

 이제 와 보니 차라리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다.

 

 “왜 그랬느냐.”

 

 분노를 겨우 꾹꾹 누르며 이성을 붙잡고 있던 휘운이 물었다.

 

 “정말 죽고싶어 그랬느냐?”

 “...예, 그랬습니다.”

 

 그 순간, 휘운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전하를, 이 궁궐을 벗어날 수 없는 소인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그 차디찬 물 속으로 내던졌습니다. 헌데 이리 살아있습니다!”

 “서 화.”

 “제 자신이 비참합니다. 불쌍합니다! 궁녀라는 존재가 가엾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전하만을 바라보아야 하는 궁녀들이 안쓰럽습니다!”

 “닥쳐라!”

 

 휘운은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았다.

 그 고운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망언들이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 빌어도 그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만방자하기 그지없구나. 귀엽다 예쁘다 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너는 그 선을 한참 넘었다. 내가 하나하나 넘어가니 네가 왕이라도 된 것 같더냐?”

 

 화는 숨통이 막히자 괴로움에 컥컥대며 발버둥쳤다.

 죽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던 생각이 한순간에 날아갈 정도였다.

 눈가가 붉어지고 눈의 실핏줄이 터져 흰자가 붉게 변해갔다.

 그럼에도 휘운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갖고싶은 것이 있으면 가지면 그만이다. 어찌해줄까. 지금 당장 너를 안아 승은을 내려줄까?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저 영원히 나만 기다려야하는 승은상궁이 되고싶어? 뭐든 말 해보거라!”

 “전, 하...!”

 “사랑한다 하지 않았느냐. 임금인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다들 갖지 못해 안달난 것을, 왜 너는 제 발로 걷어차는 것이냐... 대체 왜!”

 

 이제는 숨통이 막히는 고통보다 그의 이러한 표정을 보는 것이 더 괴로웠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눈물이 고인 그의 눈에 비쳐보인 것은 비통하게도 그녀 뿐이었으니.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화의 몸이 축 늘어졌다.

 제 목을 움켜쥔 손을 붙들던 그녀의 손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고개는 축 늘어져 더 이상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휘운은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

 

 “화야...?”

 

 겁이 났는지, 휘운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안 그래도 작고 약한 아이였는데, 물에 빠져 죽을 위기를 겨우 넘겼는데.

 휘운은 화의 인중에 손가락을 올렸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화야, 내가 잘못했다. 내가 미안해... 그러니 제발, 제발 밀어내지만 말아다오. 나를 사랑해달라 하지 않을 테니, 부디 나를 미워하지만 말아다오... 제발.”

 

 휘운의 눈가에서 짜디 짠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나오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새어 나왔다.

 왕은 눈물을 흘려서는 아니된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비통하고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울지 않아야 한다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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