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비매너 슈트
작가 : 1427
작품등록일 : 2022.1.3

- 이 슈트를 입고, 딱 42일만 버틴다면 50억을 주겠다. -
- 별거 없어.., 단지 조금 못생겨지는 것뿐이야. -
-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

 
EP.0_Memory_시간이 멈춰버린 날
작성일 : 22-01-03 21:56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783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매너 슈트

 (Prologue)

 

 

 EP.0_Memory_시간이 멈춰버린 날

 

 어둠 속, 손등을 스치고 지나는 무심한 연기의 알싸함 너머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어떨 땐 갑자기 말하는 중간에 끊어지고도 했다. 한 번 끊어진 후엔 공허였고, 공허 뒤엔 긴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예측할 수 없는 목소리는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프프플래시도 터터뜨릴 수 어어없었습니다. 아아.. 이이건 제목이구나...., 하아..,”]

 

 목소리는 또박또박 말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가감사합니다..., 뭐, 이 이상, 할 말은 없네요. 가가감사합니다. 그그의 다단백한 수상소감 속 2029년을 마무리하는 지지금, 올해의 모델상도 이변 없이 그에게 돌아갔다. 어.., 어떻게 보면 2029년도 수상은 처처음부터 이이변이 없는 수상이었다. 아! 미미안 조금만 천천히 읽을게. 혀혀가 아아프네.. 하하.”]

 

 목소리가 읽는 건 칼럼이었다.

 

 [“이이 건 넘기고.., 아, 그는 그그런 남자다. 그는 7년 전, 데뷔를 했을 때때부터 언제나 당당했고 자신에 대해서 절대로 숨지 않았다. 대중은 그런 그의 당당함을 좋아했다. 그리고 당당함이 그그그의 진짜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 숨 조금 고를게.., 하...,”]

 

 눈치 가득한 한숨이었다.

 

 [“패패션계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그는 신이 자자신을 본 따 마.,만든 것이라고 말이다. 여여..,기서 잠깐, 서론이 너너너무 길었다...., 단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지., 지금 일어나는 그그에 대한 루머가 저전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거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이제 본론으로 드들어가자. 그렇다. 그그는 지지금 위기다. 모델 인생 내 채..,아, 최최악의 위기다. 이..,이것은 분명 명분이 없는 개..,개싸움을 유유도하는 것이었다. 아 미미안.. 다시 한 숨 좀.., 어? 어!! 아!!”]

 

 슬슬 말더듬이 거슬리게 들릴 때쯤 목소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채앵!!!’

 

 갑작스레 일어난 날카로운 소리는 대리석에 부딪혀 그 끝에서도 날 서게 울렸다. 아무래도 금속 재질로 만든 접시가 바닥에 떨어진 듯 했다. 과일을 담아놨던 볼일 것이었다.

 

 [“아아앗!! 미미미!! 미!! 미안!!”]

 

 그런데 단순히 접시나 볼이 떨어진 것인데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평정심을 잃고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을 더듬어댔다. 어떻게든 더듬는 것을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노력은 곧 지금까지의 거슬림과 합쳐져 짜증스러운 소음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 덕에 서서히 어둠이 갈라졌다. 어둠의 침묵에 목소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조용해진 주변, 천천히 갈라지는 어둠 안으로 빛이 들어왔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시선엔 짜증이 가득했다.

 

 [“...,”]

 

 시선의 시야는 처음엔 조금 불투명했지만 몇 번의 깜빡임으로 실선의 빛이 위아래를 훑고 지나가자 곧 선명해졌다. 시선은 말없이 벽과 바닥을 번가라 가며 보다가 천장을 응시했다. 고급스러운 대리석으로 장식된 보라색 천장이었다. 왜인지 이곳이 아주 비밀스러운 장소인 듯 느껴졌다.

 

 [“...,”]

 

 침묵의 시선이 다시 움직였다. 시선은 앞에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았고, 그 옆에 서서 당황한 얼굴을 짓고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오른손에 태블릿PC를 들고 있었는데 많이 위축돼있었다. 어깨가 한껏 움츠려져 있었다.

 

 [“이어서 읽어.”]

 [“어? 어어!”]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들려 온 시선의 말에 놀란 남자는 급하게 바닥에 떨어진 철제 접시를 주워 테이블에 올려놓곤 바지에 손을 대충 닦았다. 급하게 움직여 흰색바지에 주황색 얼룩이 길게 그어졌지만 남자는 얼어붙어 태블릿PC만을 바라보았다.

 

 [“어.., 그러니까.., 어어.,”]

 

 숨도 못 쉴 정도의 압박감을 남자는 느끼고 있었다.

 

 [“어.., 어.., 그러니까..,”]

 

 남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땀조차 남자는 의식하지 못한 듯 최대한 시선을 피해 고개를 내리깔곤 태블릿PC의 화면을 바꾸었다. 그러다 실수로 태블릿PC를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현진아..,”]

 

 시선의 말에 남자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어어??? 왜? 그래?”]

 [“마저 읽으라고.”]

 [“아!! 미미미안! 다시 읽을게...,”]

 

 남자의 이름은 현진이었다. 그러고보니 태블릿PC 하단부에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스티커에 현진이라고 적혀있었다. 현진이 다시 칼럼을 읽기 시작했다. 너무 심하게 말을 더듬는 통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웠지만, 시선은 읽는 것을 막지 않았다. 기다려주었다. 남자의 어눌함, 지루함, 멍청함을 말이다.

 

 [“그.., 그리고.., 그리고.., 칼럼을 쓰는 입장.., 아니, 이건 뭐 그냥 넘기고, 아! 여기, ‘그가 언제 입을 여는지는 알 수 수.., 없지만, 하., 하루 빨리 책임감을 갖고.., 지지 지금의 분열을 조정해야 할 것 이다. 또, 한한.., 유리 양의 죽음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또 자기 때문에 죽은 사람이 이 번에 처음도 아니라고..,하네.., 하하., 어렵네..,”]

 [“뭐라는거야?”]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뭐?”]

 [“아! 미미안.,”]

 

 현진은 어색하게 웃었고, 태블릿PC를 천천히 탁자에 내려놓았다. 현진의 웃음소리가 안쓰러울 정도로 어색했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방안에서 웃고 있는 건 현진뿐이었다. 시선은 무엇이 불편한지 연신 한숨을 쉬어댔다.

 

 [“하..,”]

 

 현진, 시선과 눈이 맞자 급하게 멈추고 헛기침을 하며 사과했다. 입가엔 미소를 억지로 띠었다. 하지만 시선이 반응을 하지 않자 쭈뼛대다가 옆에 있던 조그마한 1인용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현진아?”]

 [“어?! 어?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뭐?”]

 [“아..아!”]

 

 말을 급하게 끊은 현진은 생각했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시선은 현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혀를 한 번 차고는 손가락을 튕겨 들고 있던 다 비틀어진 사탕 막대를 노래방 기계 옆에 있는 휴지통으로 던졌다. 현진은 기다렸다는 듯 막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낚아채 쓰레기통에 넣었다. 마치 훈련을 잘 받은 한 마리 강아지 같았다. 현진은 키가 좀 작아서인지 더 그래보였다.

 

 [“거기 어디 잡지야?”]

 

 시선의 물음에 현진, 급하게 태블릿을 보며 대답했다.

 

 [“어? 어? 여기가.. 그러니까.., 잠깐만.,”]

 [“그거 하나 못 외워?”]

 [“아!, A.., A.., ATAO, 미안.”]

 [“웃기긴 하네. 정말 웃기려는 건가?”]

 [“아! 그런 것 같지는 않아.”]

 [“....,”]

 [“아! 미미안..,”]

 

 현진, 자신의 사과에 반응하지 않는 시선을 멋쩍게 바라보다가 시선 몰래 스마트 워치를 힐끗 보고는 곧바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침묵은 길어졌다. 시선은 이마가 아린 듯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미.., 미안해.”]

 

 현진의 말에 시선이 대답했다.

 

 [“됐어. 싸우라고 해.”]

 [“그.., 그래도.”]

 [“하...,”]

 

 말을 이어가던 현진, 시선의 한숨에 말을 멈췄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입술을 굳게 다물곤 다시 말을 꾸역꾸역 잇기 시작했다.

 

 [“이이건.., 개개인적인 일로만 보.. 볼 수 어없어.., 정말 그냥 가.., 가만히 있을 거야? 버버벌어.,써 한 달 째인데. 그 팬픽건 이제 수사 들어갔는데 그 것도 신경을 써야하고, 그 아이 죽은 것도 사과해야지? 아주 상관이 없는 것..,! 아!! 미안!! 정말 미안해. 컥컥.., 아.., 가가가갑자기 기침이 나나네.., 미안.]

 

 시선의 혀 튕김에 말을 멈추긴 했지만, 처음이었다. 현진이 토를 달았다. 이 때문에 시선도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왜인지 시선의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갔다. 무거웠던 분위기가 목소리 톤에 따라 살짝 풀어졌다. 충분히 느껴질 정도였다. 현진도 느꼈는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의견이 있으면 그렇게 표현을 하란 말이야.”]

 [“어? 아! 어! 알겠어.”]

 

 현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약속있어? 시계를 왜 그렇게 봐?”]

 

 시선의 말에 현진, 몸을 움찔거리고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갑자기 울린 태블릿PC의 진동에 놀라 급하게 태블릿PC를 들어 액정에 띄어진 메시지 팝업을 보았다. 사실, 현진 자신은 모르는 듯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계속 보고 있었다. 그 행동을 시선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약속 있는 거 맞네.”]

 [“어? 어?? 아! 그 여자친구 메시지야. 약속이 있는 건 아니고.”]

 

 시선의 건조한 물음에 현진, 꺼진 태블릿PC 액정을 보고는 태블릿PC를 가방에 넣었다.

 

 [“뭐냐고?”]

 

 현진의 반응에 시선의 목소리 톤이 다시 낮아졌다.

 

 [“어?., 하하., 아!! 사실.., 3일 전에 조금 싸웠는데 굉장한 걸 보내줘서.”]

 [“그래? 나도 좀 보자.”]

 [“어? 아! 미안.., 나만 봐야 하는 거라.”]

 [“뭐야? 다 벗고 있는 사진이라도 되는 거냐?”]

 [“어? 어어어떻게 알았어?”]

 

 시선, 현진의 똘망한 눈빛에 흥미를 잃었는지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만하자.”]

 

 [“현진아, 보일러. 덥네.”]

 [“어! 어! 알겠어.”]

 

 현진, 시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 보일러 컨트롤러로 달려갔다. 테이블에 리모컨이 있었지만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말대꾸해서 미안해 뭐 어차피 선택은 네가 할 테니까..,, 너는 유명하니까. 내가 한 말은 다 잊어. 쓰레기 같은 소리만 한 것 같다. 내가 말이야.., 미안해.”]

 

 보일러를 켜고 돌아서며 한 현진의 말에 시선이 대답했다.

 

 [“너는 모델 아니냐?”]

 [“나.., 나.., 나야 너한테 비빌 수 있는 레벨이 아니지.”]

 [“혁수형이 좋아하겠다. 하.., 됐다. 간다.”]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시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서던 시선의 중심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현진이 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시선의 손에 맞은 유리잔과 술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술병들은 파편이 되어 주위로 흩어졌다. 소파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옷가지들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붉은색 카펫도 주황색으로 물들어져 갔다. 현진, 시선의 오른팔을 잡았다.

 

 [“뭐지.., 이 정도로 독했나?”]

 

 시선은 몸에서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시야는 흐려지지 않았다. 걸음은 조금 버거웠다. 몇 병 마시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했다.

 

 [“놔.”]

 [“어? 아.., 그래.”]

 

 현진, 머쓱하게 시선의 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천천히 풀곤 소파에 있던 자신의 외투를 집어 옷이 젖어 허벅지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여자의 다리를 덮어주었다. 여자가 고개를 수줍게 끄덕이자 현진,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얼빠진 현진의 얼굴을 잠시 보던 시선은 말없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 옅은 술 냄새가 올라와 지나갔다. 이 때문인지 시선의 정신이 조금 잡혔다.

 

 [“아! 가면 안 돼!”]

 

 현진의 외침에 시선이 노려보자, 현진, 바로 평소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 그.. 그게.., 주인공이 가면 어떻게.”]

 [“주인공?”]

 

 현진, 어느새 시선을 지나 문 앞에 섰다. 시선은 아주 살짝 씩 자신의 몸을 안으로 미는 현진의 팔이 거슬렸다. 이상했다.

 

 [“이이게 다.., 널 위한 축하파티인데, 조금만 더 있다가라.”]

 

 시선은 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들어 테이블을 가리켰다.

 

 [“사탕 좀 가져와라.”]

 [“뭐?”]

 [“바닥에 있는 사탕 가져오라고.”]

 [“아!! 어!”]

 

 바닥에는 담뱃갑만 한 흰색 플라스틱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는데 상자 주변엔 노란색 가루들이 떨어져 있었다. 현진은 급하게 상자를 집어 들곤 시선의 오른손에 집어주었다. 시선이 말했다. 시야가 조금 흐려졌다.

 

 [“축하파티? 태호실장 명령이겠지. 그래도 네가 이 정도로 의사를 표현하다니. 어지간히 태호형이 당부를 했나?”]

 

 시선의 말에 현진, 급하게 대답했다.

 

 [“어! 맞아! 맞아, 그러니까. 딱 15분만 있다가. 실실실장님 오시면 가라. 제발..,”]

 

 현진, 오랑우탄처럼 과장되게 팔을 흔들며 스마트 워치를 시선에게 내밀었다. 9시 30분이었다.

 

 [“그래. 알았다. 15분 있다 간다.”]

 [“미미안해.., 기분 안 좋게 했어서..,”]

 [“....,”]

 

 시선, 현진의 우스꽝스러운 춤에 고개를 저었다. 뒤의 촬영 스케줄까지 3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으니 현진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 태호형도 오랜만에 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이 선 뒤에 그, 찰나였다. 다리가 저려 앉기 위해 소파로 걸어가던 시선 안으로 천천히 벽 너머에서 들어 온 빛줄기가 그어져 내려왔고 빛줄기가 닿은 벽, 동그란 초록색 시계의 가운데로 시선의 감각이 집중됐다. 시간은 10시 10분, 뒤의 0이 있는 부분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등줄기에 올라온 갑작스러운 전기자극에 몸이 잠깐 마비가 된 것을 느꼈다. 시선의 걸음이 멈췄다.

 

 [“아..., 왜 그래?”]

 [“저 시계 언제부터 있었지?”]

 

 시선의 물음에 현진, 놀라며 말을 돌렸다.

 

 [“어? 어? 가갑자기 시시간? 어.., 지지지금 9시 30분인데..., 아! 저저 시계가 자잘못된 거 아닐까? 많이 빠린 것.. 같은데? 그보다 괜찮아?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아니., 저 시계 저번 주에는 없었는데?”]

 [“아? 그래? 명재가 가갖다놨나? 나나는 모모르겠는데..., 벼별거 아아닌 것 같은데?”]

 [“명재가?”]

 [“그..,그렇지 않을까? 여기 룸은 명재가 관리하니까.”]

 [“그런가.., 뭐 그럼 됐고.”]

 

 시선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로 대답했지만, 현진의 눈에 띄게 어색한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미칠 듯이 심장이 요동쳤다. 욱여지는 듯한 쪼임과 고동이 관자놀이 쪽에서 느껴졌다. 그래,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했다. 밖에서 들려오던 노랫소리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다.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아마도.., 아!

 

 [“암튼.., 저절대로 가..,가면 안 돼.”]

 [“어? 어..., 그래. 그럼 내 가방 다시 갖다 놔라.”]

 

 시선, 현진에게 들고 있던 파우치를 건넸다. 그리고 현진이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파우치를 받아 몸을 돌리자 빠르게 손을 등 뒤로 숨겨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문손잡이의 잠금쇠를 눌렀다.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그런데.., 저기 말이야..,”]

 

 시선, 현진의 말에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왜?”]

 [“어? 아아니.. 그냥. 드드드들킨건가해서.”]

 [“뭐?”]

 [“그보다.., 너 왜 그그렇게 떠떨어?”]

 [“뭐라고?”]

 

 시선의 말에 파우치를 귀 옆에 대고 살짝 흔들며 소파에 앉은 현진은 그 어떤 때 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시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떠냐고..., 아.., 아니다.. 쯧..,”]

 

 현진, 혀를 차곤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그보다.., 이 시계가 맞는거야.”]

 

 현진, 차고 있는 스마트 워치를 들어 보였다. 액정 안 초가 빠르게 바뀌며 9시 31분이 되었다.

 

 [“저 시계가 틀린거고.., 아.., 아이고.., 다다리야..,”]

 

 현진, 무릎에 손을 대고 천천히 일어나 초록색 시계를 떼어냈다. 시계의 뒷면으로 전선이 한 가닥 매달려있었다.

 

 [“누눈치 챈 거 아알아.., 그그그래.., 맞아. 이이제. 끝내자..., 나도 그그만할게. 벼병신 지짓도 이제 끄끝이네.., 하하.. 하아....,”]

 

 현진, 어색한 웃음 뒤로 심호흡을 깊게 하고는 거칠게 시계를 잡아뽑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힘에 밀려 끊어진 전선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벽에 뚫린 구멍으로 말려 들어갔고 바닥에 부딪힌 시계는 작은 파열음을 내며 완전히 부서졌다. 부서진 파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현진의 앞에 파편 하나가 떨어졌다. 시계의 전면판이었다. 완전히 찌그러졌지만, 분침과 초침은 그대로 붙어있었다. 시선의 모든 것이 멈췄다. 보는 것, 느끼는 것, 움직임, 생각하는 것들이 그러했다.

 

 [“거걱정은 하하지마.., 다달라지지는 건 어없을테니..,”]

 

 현진, 전면판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아니다.., 그래.., 너너너의 시간만 이이제 여여기서 머멈추느는 거야. 바바로 이 시시간에!!”]

 

 오랜 시간 응어리져 있었던 듯,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분노는 냉정한 포효가 되어 시선에게 꽂혔다.

 

 [“끄끝났어..,”]

 

 현진의 말대로 바닥에 떨어진 10시 10분은 그대로 부서지며 멈췄다.

 

 이것이 이때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작가의 말
 

 항상 나에게 영감을 주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EP.1_일년전. 2022 / 1 / 13 176 0 13087   
1 EP.0_Memory_시간이 멈춰버린 날 2022 / 1 / 3 268 0 783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