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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리턴 투 히어로
작가 : 공어스
작품등록일 : 2022.1.3

빌런 검은손에 의해 만들어진 히어로 크라운. 최후의 결전에서 검은손에 의해 살해당하지만 두 번째 찬스가 손에 들어오다.

 
전야 (2)
작성일 : 22-01-03 21:18     조회 : 151     추천 : 0     분량 : 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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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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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은 다시 화장실에서 나와 본인 방으로 돌아갔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이 날. 그는 단단히 옷을 차려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가방에는 마술용 로프와 은 수갑. 마술을 할 때 썼던 흰 크라운 가면도 넣었다. 그냥 평범한 가면. 힘을 주면 뚝하고 부러질 것 같은 얇은 플라스틱 재질이었다.

 

  -이런 걸 왜 챙기는 거 에요?

 

  검은손과 싸웠을 때 썼던 가면은 그 어떤 충격도 흡수하게 설계 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이렇게 허접한 물건, 일루전이 보기엔 그저 짐이 될 뿐이었다.

 

  “이건 상징이야.”

 

  -상징?

 

  “나의 적들에게 나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상징. 너도 몇 번 봤었잖아. 이 가면을 보기만 해도 겁먹고 도망친 적들을.”

 

  -어디까지나 약한 적들이었죠. 강하고 율에게 적대적인 이들은 오히려 가면을 보고 반겼었어요.

 

  “그게 좋은 거야. 어떻게 모두를 상대해.”

 

  그는 방을 나와 현관문을 바라봤다.

 

  “분명 문을 열 때 엄청 시끄러웠었지.”

 

  -상당히 오래된 문이네요.

 

  방랑 마술사가 벌 수 있을만한 돈이란 게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거의 무너지게 생긴 낡은 빌라 아파트. 이마저도 재호의 마술을 좋아하던 어떤 갑부 팬 때문에 방 하나를 구해 싸게 넘겨준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꼭대기 5층이었지만 율의 가족에겐 아늑하고 행복했던 곳이었다.

  율은 베란다 앞에 서서 난간에 줄을 걸었다. 그는 올가미 매는법을 여럿 알고 있었다. 그 중 힘을 주면 딴딴하게 이어지고 힘을 풀면 스르륵 풀리는 매듭법으로 난간에 줄을 맸다.

 

  “훗차!”

 

  5층 난간에서 순식간에 레펠을 하는 율. 하얀 눈밭에 폴싹 착지를 하고는 줄을 살살 만져 스르륵 매듭을 풀었다.

 

  “기억이 맞다면 오늘 3시에는 아저씨랑 함께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을 위해 대동광장에 간 다음 그 후에 지수랑 같이 저녁을 먹고 8시쯤에 단 둘이 데이트였어. 그러고 집에 돌아갔을 땐.........”

 

  율의 기억에 선명한 선혈이 튀었다. 거실바닥,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죽어있는 재호 아저씨와 그런 아저씨에게 달려가다가 상반신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지수의 모습. 현관 앞에 서서 멍하니 서있던 율은 이어서 달려오던 괴물과 목숨을 건 추격전 끝에 홀로 살아남았다.

 

  -혈괴(血怪)들이 본격적으로 태어난 건 오후 7시였습니다. 그 안에 혈괴들을 처리할 물건들을 구할까요?

 

  혈괴 또는 블러드 몬스터. 사실 세상에 괴물들이 존재했던 건 아주 오래 전이었다. 그렇기에 마도가 존재했고 마도들은 그런 그들에 대항하며 이면세계를 지켜왔으나.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대놓고 하나의 괴물이 태어난 것은 처음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각국에서 이 괴물을 부르는 명칭은 달랐다. 하지만 검은 피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같았다. 재밌게도 그들의 약점 또한 과산화수소란 점이 그들이 ‘피’와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라는 증거였다.

  문제는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의 경우 그 과산화수로를 대량으로 소지하고 있어야 겨우 혈괴 한 마리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혈괴들은 피를 피로 흡수한다는 특이한 특징도 있었다. 그들은 전투 도중 발생하는 출혈을 체력회복 수단으로 사용했고 그 피를 많이 빨면 빨수록 그들은 강력해져갔다. 실제로 크라운이 몇 년은 걸려서 잡았던 혈괴는 천 명의 인간들을 학살해 엄청난 힘을 얻은 혈괴였다.

 

  “내 기억으로는 대(對)혈괴용 폭탄이나 탄환이 나오려면 앞으로 2년은 더 걸렸던 것 같았는데. 맞아?”

 

  -네. 대신 일반인들이 호신용으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인터넷에 레시피가 나온 건 2021년 3월 27일 앞으로 3개월 뒤였습니다. 그 만큼 조잡하고 살상력은 크게 떨어졌죠.

 

  “어. 기억난다. 나도 몇 번 만들어봤어. 그래도 꽤 쓸 만하다고 그거. 좋아, 어차피 대혈괴용 폭탄을 만들려면 시간이랑 비용이 꽤 드니까. 지금은 사제용으로 몇 개 만들자. 그리고 마도들이 사용했던 무기도 몇 개 구하자고.”

 

  -율........ 제가 과학연합 소속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시죠.

 

  과학연합. 검은 피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정의를 위해 연합한 조직이자. 수많은 뮤턴트들을 용병으로 거두어 그들을 연구하고 강화시켜주는 역할이었다. 그들은 비과학적인 것을 믿지 않았고 블랙크리스마스 이후 이면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도들을 경계하고 적대시했다.

 

  “난 아닌데?”

 

  크라운은 어디까지나 홀로 활동하는 자경단이자. 두 진영에게 지원을 받아본 적 있던 몸. 물론 과학연합의 에이스 이상식에게 가장 큰 도움을 받아서 세상은 그를 과학연합의 소속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엔 어느 한쪽의 전폭적인 지원 말고 쌍방에서 크라운을 지원해주길 율은 바랐다.

  그래서 목적지는 대동 터미널 근처 A호텔. 율은 택시를 잡고 근방으로 이동했다.

  시간은 새벽 2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휘황찬란한 5성급 호텔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율은 호텔을 천천히 올려다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거참 멀쩡하게 생겼네. 1년만 지나도 혈괴사냥꾼들로 드글드글하고 피 냄새가 진동할 텐데.”

 

  귀영각(歸營佫). 직역하자면 군인들이 돌아오는 성이라 부른다. 괴물사냥꾼들의 휴식과 전장에서 얻은 전리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중요 지점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괴물들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숨기고 이면에서 운영 중이었다.

  호텔 로비에 율이 들어섰다. 프론트에 앉아있던 밝은 미소의 누나는 자리에 서서 그를 맞이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마이너스 1202동 비었나요?”

 

  그녀는 율의 물음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는 마이너스 1202동의 열쇠를 율에게 건네주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율은 로비 중앙 엘리베이터로 다가가서 가장 끝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3. 14. 5. 1. 25. 였던가......?’

 

  귀영각의 비밀상점에 찾아온 건 오랜만이라 율은 지하로 내려가는 방법을 머릿속에 한 번 되새겼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층수버튼에 달린 구멍에 열쇠를 꽂은 뒤 율은 생각했던 숫자를 순서대로 눌렀다. 그러자 큰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띵! 지하. 십. 이층입니다.

 

  당연히 지하 12층만큼 땅을 뚫은 것은 아니었다. 이건 일종의 차원이동. 율이 알기론 이 곳은 한 마도사가 차원계의 일부를 때어다가 만든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딱딱한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퀘퀘하고 지독한 생선 부패한 냄새와 오래된 공중화장실 냄새가 났다. 거기에 끈적한 피 냄새와 지저분하고 독가스 같은 내장냄새. 한 마디로 독하고 역겨운 냄새가 진하고 묵직하게 풍겨왔다.

 

  ‘이 냄새는...... 구울......’

 

  귀영각에 살아있는 구울이 돌아다닐 리는 없고 이 정도 냄새가 복도까지 퍼져있단 건 구울을 죽여서 얻을 수 있는 ‘구울의 썩은 심장’을 10개....... 아니 15개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울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괴물이 아니었다. 주로 뱀파이어들이 출몰하는 북유럽이나 동유럽에서 볼만할 구울을 한국에서 이렇게 많이 잡았다는 것은 역시 블랙크리스마스와 연관이 되어있었다.

  과학연합에서 분석하길 검은 피는 뱀파이어의 피와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 뱀파이어의 종속들인 구울들이 지금 한국에서 파리처럼 모인다는 것은 뱀파이어가 이번 사건에 개입해있을 가능성을 봐야했다.

 

  -잘하면 뱀파이어들이 관련되었다는 증거를 얻을 수 있겠네요.

 

  “그래. 놈들은 자기들은 관계없다고 한 발 빼고 총구를 피했었지.......”

 

  “뭐야? 또 구울?”

 

  복도 끝.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구울 관련 전리품은 그리 비싸지도 않고 가치도 높지 않았다. 금방 썩고 냄새가 지독해서 관리하기 힘든 이만저만 짜증나는 물건이지만 체력 회복 물약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라 참 애매한 물건이었다.

 

  “다행스럽게 평범한 소비자입니다.”

 

  율이 복도 끝에 다다라 입을 열자. 카운터에 엎드려있던 젊은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긴 머리를 묶은 포니테일에 안경 줄이 달린 고풍스러운 안경. 뾰족한 턱. 뾰족한 귀. 그는 언뜻 ‘엘프’로 보일 인상이지만 의외로 강원도 철원 산골마을에서 부귀영화를 꿈꾸며 상경한 산골 청년이었다. 이름도 산골스러운 덕배. 그 모습을 오랜만에 본 율은 씩 웃었다.

 

  “장사는 잘 되나요?”

 

  덕배는 율을 빤히 쳐다보면서 인상을 썼다.

  생긴 건 아직 ‘민’자도 때지 못한 것 같은데........ 이 곳이 함부로 올만한 곳도 아니고. 놈도 자길 ‘소비자’라고 했다.

 

  “꼬맹이. 여기가 우연히 길을 잃어서 올만한 곳이 아니거든?”

 

  “제가 길 잃은 걸로 보이나요?” “그래서 이상한 거야. 돈은 있고?”

 

  율은 지갑을 꺼내 카드를 꺼냈다.

 

  “야야야. 너가 여길 누구한테 들어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현금만 받아.”

 

  율도 잘 알았다. 블랙크리스마스 이전에는 이면세계와 일반세계의 구분이 확실했다. 거래는 무조건 현금. 그 외에는 절대 받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다.

 

  “그래도 담보는 받죠?”

 

  “뭐?”

 

  “당장 저도 현금을 주고 싶지만 지금 은행이 문을 닫았잖아요.”

 

  율은 가방에서 통장도 꺼내 덕배에게 건넸다. 통장을 받자마자 그 안에 적힌 0을 새는 덕배.

 

  “구백이십만 원?”

 

  율이 재호 아저씨와 함께 마술공연을 돌며 5년간 모아온 돈이었다. 꽤 큰돈이었지만 이 쪽 세계에서는 고작 회복 물약과 기본 무기밖에 살 수 없는 푼돈이었다.

 

  “그래서 뭘 살 건데?”

 

  “사실....... 빈 성수통이랑 신영감의 부적. 괴물용 스턴건을 구하려 했었는데요...... 오늘 구울의 심장이 꽤 올라왔죠?”

 

  덕배는 말도 말라는 표정으로 손을 내지었다.

 

  “구울의 심장? 질린다. 질려. 근데 그건 왜?”

 

  덕배는 다시금 율의 차림을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쭉 스캔했다. 아무리 봐도 생긴 건 사냥꾼도 연금술사도 아닌데........

 

  “개당 얼마죠?”

 

  “백........”

 

  “음. 더 생기면요?”

 

  “여기서 심장이 더 오면?”

 

  “제가 오늘 꽤 필요할 것 같아서요. 오늘 낮에 돈이랑 함께 올 테니까. 심장 전부를 개당 오십에 파시죠.”

 

  “개당 오십? 야 꼬맹아. 내가 이걸 얼마에 산 줄은 아냐?”

 

  “칠십 정도로 산 거 아닌가요?”

 

  “허. 잘 아네. 그런데 그걸 오십에 팔라고? 너 수학은 할 줄 아냐?”

 

  “어차피 그 백이란 숫자도 그게 팔릴 때에 가치가 있는 거 아닌가요?”

 

  “아하. 넌 이게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한 거구나? 그런데 어쩌지 이미 연금술사들한테 연락 돌려서 이걸 백에 팔기로 약속했는데?”

 

  “훗.”

 

  율은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기할까요?”

 

  “내기.....?”

 

  도박중독꾼 덕배. 본래 괴물사냥꾼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도시에 상경했지만 이 귀영각의 주인 진시영에게 내기로 모든 걸 잃고 밑에서 평생을 일하게 된 안타까운 인생아.

 

  율은 그의 과거사를 알고서 내기를 걸었다.

 

  “오늘 심장이 다 팔리지 않는다면 저한테 오십에 파시죠. 거기다 제가 지금 사려는 물건 빈 성수통 세 개. 부적 다섯 장. 스턴건 하나까지. 전부 공짜로 주세요.”

 

  성수통 하나가 30만원. 신영감의 부적이라면 가장 싼 게 장당 100만원이다. 거기다 괴물용 스턴건이라면 300만원이나 되는데. 합해서 거의 900에 가까운 물건들은 공짜로 달라고? “너 진짜 내기할 줄 모르는구나? 넌 거기에 내가 응할 것 같냐?”

 

  “일단 끝까지 들어보세요. 대신 제가 여기 다시 왔을 때 구울의 심장이 전부 매진이라면 여기 통장에 있는 돈 전부랑. 앞으로 1년간 귀영각에 그 어떤 보상도 받지 않고 괴물 전리품을 매달 다섯 개씩 납품하죠.”

 

  덕배는 굉장히 당당한 자세에 당돌한 율의 눈빛을 보고 본인 눈빛이 흔들렸다.

  일단 통장에 있는 돈을 다 준다면....... 그냥 물건을 파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다. 거기다 1년간 전리품을 매달 납품한다니. 덕배는 당장 계산기로 숫자를 두드려보았다.

  괴물들에 따라서 가치는 변동하겠지만 대충 달에 1000에서 3000을 공짜로 준단 말이었다. 덕배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율에게 말했다.

 

  “너. 내기한다고 했다.”

 

  “네. 계약서라도 쓸까요?”

 

  “써야지! 당연히 써야지. 만약 이걸 이행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지도 써야지.”

 

  -율...... 사악하네요.

 

  율은 크크큭 웃고 있는 덕배를 보며 자기도 끌끌끌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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