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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리턴 투 히어로
작가 : 공어스
작품등록일 : 2022.1.3

빌런 검은손에 의해 만들어진 히어로 크라운. 최후의 결전에서 검은손에 의해 살해당하지만 두 번째 찬스가 손에 들어오다.

 
전야 (1)
작성일 : 22-01-03 21:18     조회 : 158     추천 : 0     분량 : 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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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눈을 뜬 율은 온통 땀범벅이었다. 그러더니 그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더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윽!”

 

  찾아오는 두통에 인상을 쓰고 생각해봤지만 그는 단언할 수 있었다.

 

  ‘분명....... 죽었어..........’

 

  사람이 살면서 죽음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겠지만 이 선명한 느낌과 기억은 거짓이 아니란 걸 율은 부정할 수 없었다.

 

  “내. 내가 꿈을 꿨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는 땀에 젖은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비틀 어두운 방을 더듬었다. 일단 이 깜깜한 방에서 뭐라도 봐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더듬더듬 뭔가에 닿은 율.

 

  ‘코........?’

 

  그래. 이 느낌은 코다. 살짝 말랑말랑한 게 마네킹은 아니고.......

 

  “너 뭐하냐?”

 

  여자 목소리? 목소리를 들은 순간 율은 어둠 속에서도 상대의 목에 팔을 걸쳐놓고 벽까지 몰아붙였다.

 

  “아악!”

 

  “너. 누구야.”

  “너어..... 야말로.......! 뭐하.......”

 

  팔로 목을 압박해서 그럴까. 여자의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살짝 율이 힘을 풀자. 그녀가 소리쳤다.

 

  “너 미쳤어?!!!”

 

  그녀의 소리침과 함께 탁! 하고 켜진 불. 갑자기 켜진 불에 율이 인상을 찡그리고 다시 본인이 제압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율은 벙찐 표정과 함께 몸이 얼어붙었다.

 

  “어...... 너..........”

 

  겨우 스위치를 켠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율을 밀치고 다시 소리쳤다.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하도 잠꼬대가 심해서 걱정돼 와줬더니!”

 

  잠옷차림에 부스스한 갈색 머리. 여리 여리한 몸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17살 여자아이. 율은 그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고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았다.

 

  “꺄악! 너 진짜 왜 그래?! 아빠! 아빠!!!”

 

  그녀가 소리치자 곧바로 방문을 열고 키 큰 아저씨가 들어왔다.

 

  “왜....... 너너!!! 너희들!!”

 

  “아니! 뭐가 너희‘들’이야! 빨리 얘 좀 때어내 봐!!”

 

  율은 시선을 그 아저씨에게로도 돌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그 아저씨에게 와락! 안겼다.

 

  “아버지.......!”

 

  “아. 아버지? 너 지금 우리 아빠한테 한 소리야?”

 

  율은 여자아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부녀는 율의 이상한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율은 달랐다. 아아. 이 얼마나 그리운 조합인가. 설마 죽고 천국이라도 간 걸까?

  일명 ‘블랙 크리스마스’라고 불리던 202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세상에 의문의 뮤턴트들과 괴물들이 나타나면서 율은 가족 같은 두 사람을 괴물들에게 잃었다. 물론 지금의 율은 괴물의 정체며 어떤 목적으로 나타났는지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그저 그 날 본인이 그들 곁에 있었더라면...... 그 생각을 매번 하고 매번 후회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그들이 있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그들이 있다.

 

  “나.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율은 안고 있던 아저씨를 놓아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은 얘가 어디 아픈가? 싶은 얼굴로 일단 섰다. 그러자 율이 그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진중하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등. 또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처음에는 당황해했지만 점차 온화해지는 눈으로 코밑을 쓱 닦았다.

 

  “뭐....... 너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어. 갑자기 이게 뭐야! 그렇게 묵묵하던 놈이 그런 말을 하면.........”

 

  아저씨는 이내 눈을 붉히며 고개를 피했다. 반면 여자아이는 이런 분위기가 오글거린지 신경질을 부리며 두 사람에게 외쳤다.

 

  “아! 이 새벽에 이게 뭔 난리래? 아 동네 창피해. 야. 너.”

 

  여자아이는 방에서 나가려다가 율 쪽을 바라보았다.

 

  “내일 한 약속. 꼭 지켜.”

 

  율은 고개를 슬쩍 올려 살짝 갸웃거렸다.

 

  “약속?”

 

  그 순간 완전 상기된 얼굴로 여자아이가 돌변했다.

 

  “뭐?! 자기 전에 한 말을 벌써 까먹었다고?!”

 

  율에게 달려와 그대로 헤드락을 거는 여자애. 율은 다급하게 외쳤다.

 

  “아아! 지수야! 일부로 까먹은 게.....!”

 

  율은 본인이 말하고 본인이 놀랐다.

 

  ‘지수’ 그래....... 지수! 그리운 이름을 내뱉고 본인이 그 이름을 뱉었을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립고 반가운 이름. 율은 이내 미소를 짓고 슬쩍 벽에 걸린 달력도 보았다.

 

  “이 날이구나.......”

 

  율은 중얼거리고 아저씨를 보았다. 그도 참 오랜만이었다. 이름 최재호. 직업은 무명 마술사.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도 어디 TV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으며 그저 세계를 떠돌면서 방랑했다. 그런 그가 과거 유럽에서 본인과 마찬가지로 떠돌이인 율을 줍고서 제자로 키운 지 약 5년.

  그는 열일곱 살이 된 율과 본인 딸 지수와 함께 한국에 돌아와 새 삶을 구축하려 했었다.

  율은 달력에 걸린 숫자들을 보고서 깨달았다. 내일........ 아니 오늘 열일곱 살의 크리스마스이브. 인생 최악의 날로 본인은 회귀했다는 걸.

  시간은 다시 모두가 잠드는 새벽이 되었다. 율은 침대에 누워 불 꺼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15년 전이라....... 왜 죽고서 이 때로 돌아왔는지는 두 번째 문제야. 무조건 그들을 살린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걸 생각해야해.’

 

  -그게 크라운의 새로운 명령입니까?

 

  “뭐?!”

 

  율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가 얼른 입을 꾹 닫았다.

 

  -최지수라는 여자와 지수의 친부 최재호의 경호를 우선 목적으로 정할지를 물어봤습니다.

 

  “이...일루전이야?”

 

  -네 그렀습니다.

 

  “왜 너가 여기에 있지? 아니. 애초에 왜 가면을 쓰지 않았는데 니 목소리가 들리지? 그것도 내 머릿속에 직접?!”

 

  -그걸 위한 설명은 10분가량의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냐니........ ”

 

  율은 떨떠름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상관없어. 그리고 너 그 딱딱한 말투 좀 어떻게 해줄래? 원래 이런 말투 아니었잖아.”

 

  -알겠습니다....... 크라운......!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밝고 상기된 목소리가 율이 알고 있던 일루전의 톤이었다.

 

  “오랜만이라고? 미안하지만 나는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너랑 있었는데.....?”

 

  -그건 저의 하위버전입니다. 지금의 전 크라운이 죽은 뒤 40년이 지나 업그레이드 된 버전 12.07입니다. 아. 지금 시간대로 말하면 55년 후군요.

 

  “버전 12? 이상식이 벌써 그만큼이나 널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아...... 이상식님은 아쉽게도 제가 버전 8일 때 돌아가시고 그의 후계자인 제니퍼께서 절 돌봐주었습니다.

 

  “제니퍼....... 그 꼬맹이가? 하하...... 이거 뭔가 재밌네.”

 

  -크라운...... 이건 전혀 재밌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래? 제니퍼가 50이 넘었다는 거잖아. 상상만 해도 재밌.......”

 

  율이 말을 마치기도 직전. 뭔가 늙고 푸근한 중년 여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힘겹게 뭔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이건.........”

 

  -제니퍼입니다. 세상이 검은손에게 쥐어지고 끝까지 그에게 저항했던 모습이죠.

 

  “어째서 나한테 그 미래가 보이는 거지? 난 분명 죽었는데.......”

 

  -네. 죽으셨죠. 검은손에게 대항하고 그를 턱밑까지 쫓으셨지만 결국 사망하셨습니다.

 

  “결국 사망...... 그래 졌지 졌어. 너가 굳이 상기시키지 않아도 그 죽을 때 느낌이 생생한데, 날 놀리는 거야?”

 

  -아뇨. 확인시켜드리는 겁니다. 이대로 15년이 지난다면 당신은 똑같은 길을 걸을 거고 똑같은 방식으로 죽게 될 거니까요. 그걸 막기 위해 전 55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초대 크라운에게 돌아왔습니다.

 

  “타임머신을 탔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자세한 설명을 크라운에게 해줬다가는 이해도 못하고 정신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네요.

 

  율은 똥 씹은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AI가 인간이 멍청하다고 놀리다니. 과연 최첨단답다.

 

  “좋아. 너가 과거로 온 방법은 생략해준다고 치자. 그럼 내 몸에 너가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해줄 건데?”

 

  -흐음. 이것도 크라운에게 설명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쉽게 이야기해서 크라운이 이 시간에 어디에 있고 무엇을 했을지 계산했을 뿐입니다. 전 그 시간 그 장소에 소환되어 크라운의 뇌에 그대로 박힌 것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내가 겪은 기억은...... 내 기억이 아니라.”

 

  -제가 크라운과 함께 겪고 함께한 시간입니다.

 

  율은 꽤 신선한 충격에 뒤통수가 얼얼했다.

 

  -크라운이 자고 있는 동안 전 당신이 겪었던 일들을 전부 머릿속에 다운로드했습니다. 그 외 제가 겪은 2대, 3대, 4대 크라운들의 기억들이 남아있지만 혼란을 줄 것 같아 일단 초대 크라운...... 율. 당신의 기억만 복구했습니다.

 

  “그럼 내 머릿속에 이 기억들은 전부 너가 겪은 기억이란 건데........ 어째서 널 착용하기 전인 기억도 내게 남아있는데?”

 

  율은 인상을 쓰며 지금 막 떠오른 ‘내일’의 기억을 떠올렸다. 블랙크리스마스....... 그리 불리는 데에는 이 날 갑자기 나타난 뮤턴트들에게서 보인 하나의 특징 때문이었다. 그 날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들은 새롭게 개화한 능력과 함께 하나같이 검은 피를 토했고 그 검은 피 웅덩이에선 괴물들이 태어났다. 뮤턴트들의 분신이라고도 불리는 그 괴물들은 태어난 곧장 주변 사람들을 쳐죽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행복해야할 크리스마스 축제는 살육의 현장이 되었다. 몇몇 검은 피를 토한 이들은 본인들의 능력을 깨닫기도 전에 그들에게 목숨을 잃기도 했었다.

  이후 세계는 급변하였다. 괴물들이 이면세상 밖으로 나타나고 본래 음지에서 활동하던 소서리스나, 괴물사냥꾼 또한 더는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 히어로 무비에서나 볼 것만 같던 괴수들과 뮤턴트들을 길 지나가면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율의 기억이 이어지는 이유는 저의 개발목적이 애초부터 이런 일을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이상식님이 만든 일종의 백업 프로젝트였습니다. 그 분은 언제나 저희가 검은손에게 패배하는 미래를 염두 하셨습니다. 그래서 백업이 필요했고 절 당신의 무의식에 침입시켜 당신의 기억을 미리 업로드 시킨 겁니다. 그렇게 저는 지금 그걸 과거의 당신에게 전해주고 있구요.

 

  일루전의 말에 율은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 애초부터 이런 걸 기획하고 있었다니..... 차라리 말이라도 해줬더라면 이 배신감이 덜하지 않았을까?

 

  -미리 율이 알았더라면 당신이 검은손과 싸우기 위해 했던 노력이 반감되지 않았을까요?

 

  그 말을 들은 율은 살짝 납득하다가 눈동자를 크게 떴다.

 

  “너 방금 내 생각을 읽은 거야?”

 

  -뭐....... 기억도 빼내는데 생각도 읽죠.......

 

  일루전이 당연한 걸 묻냐는 말투에 율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머릿속으로 소리쳤다.

 

  ‘너 그럼 지금까지 내가 했던 생각을 다 읽었던 거야?!’

 

  -율. 당신의 망상과 짝사랑. 그 모든 걸 제가 알고 있다 해도. 전 결국 AI랍니다? 그리 창피해야 할 거 없어요.

 

  율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망할 AI. 망할 개발자.

 

  -그건 그렇고 율.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요? 지수와 그 아버지를 구하려면 지금의 율로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만.

 

  그건 율도 잘 알았다. 그를 강하게 만들던 엑소슈트도 없고 뭣보다 지금 율은 육체적으로 단련이 되어있지 않았다.

 

  -탁.

 

  화장실에 들어가 불을 켠 율은 윗옷을 벗고 거울에 비춘 본인 몸을 바라보았다. 주름도 없고 근육도 없는 얇실한 몸.

 

  “얇아.........”

 

  -유년 시절은 검은손에 의해 단련된 것이 아니었나요?

 

  “그게 얼마나 오래되고 최악의 기억인데. 아저씨한테 주워진 뒤로 아령 한 번 안 들었어.”

 

  그래서 그럴까. 지금은 근육이고 뭐고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제만 해도 근육으로 몸을 덮었었는데....,. 이렇게 되면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나.”

 

  -장비요? 현 시대에는 율에게 맞는 엑소슈트가 구비되지 않았어요.

 

  “과학이라면 그렇지. 마도(魔道)라면.........”

 

  -마. 마도요? 그런 비과학적인 놈들을 찾아간다고요?

 

  “설마 나 죽은 뒤로도 둘 사이는 좋지 않았어?”

 

  -절대 좋을 리가 없죠. 마도와 과학은 하늘이 갈라져도 합쳐질 수 없으니까요.

 

  일루전의 반응을 본 율은 뭔가 안도감이 들었다. 어쩌면 이 두 번째 기회는 거기서 실마리를 얻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마술과 마도........ 거기다 AI. 전부 융합하러 가볼까?”

 

  -유... 융합?!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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