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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19화 남겨진 무게
작성일 : 22-01-03 17:54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4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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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동료들을 향해 돌아갔다. 감염자들이라는 도화선을 타고 번지는 네이팜의 불길이 나와 나란히 움직였다.

 

  전복된 로버의 방향에서는 이새안과 한수아가 돌연 멈춰 선 감염자들을 보고 잠시 당황하더니, 굳게 쥐고 있던 50구경 기관총의 방아틀을 내려놓고 돌연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들이 내 영웅적인 면모에 감동을 받고 나에게 뛰어오는 줄 알았는데 그 방향은 나와는 정 반대 방향 즉, 최 중위가 손에 기관총이 박힌 거대한 감염자를 상대하기 위해 향한 방향이었다.

 

  나는 반쯤 장난으로 섭섭하다는 시늉을 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상상하던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최 중위가 4m가 넘는 감염자의 시체를 밟고 올라서서 멋들어지게 거들먹거리고 있을 줄 알았다.

 

  반쯤은 예상이 맞았다. 거대한 감염자는 총상이 낭자한 종양투성이 몸의 대부분이 날아간 채로 자리에 멈춰 서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이 문제였다. 한수아와 이새안에게 둘러싸인 최 중위는 거들먹거리고 있는 대신, 싸늘하게 식어 화성의 모랫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지나쳤을 때, 그는 내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살아남으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금 헬멧이 총탄에 관통당한 채로 차가운 화성의 모래에 몸을 뉘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습니까!”

 

  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애먼 이새안과 한수아에게 언성을 높여 다시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숨이 넘어가라 울고 있느라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는 적어도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지은 표정을 확인하려 그의 깨져버린 헬멧 바이저를 살폈지만, 그의 얼굴은 바이저에 눌어붙은 피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네이팜의 불길은 이제 기관총이 팔에 박힌 거대한 감염자의 몸뚱어리까지 닿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선 채로 미동도 없는 그의 왼팔이 순식간에 타들어가며 그의 팔과 하나처럼 들러붙어 있던 기관총이 지면에 떨어졌다.

 

  이새안과 한수아를 네이팜의 불길로부터 억지로 끌어내던 내 시선에 지면에 나뒹굴고 있는 개량형 M60이 들어왔다.

 

  최 중위는 저 총에 맞아 죽은 것인가. 정녕 저런 무감각한 기계 조각이 뱉어낸 철 조각이 그의 머리를 꿰뚫은 것일까. 그의 마지막 모습과 지면에 나뒹구는 M60 기관총이 겹쳐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총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내 생각을 멈추고 이새안과 한수아를 네이팜으로부터 안전한 곳까지 끌고 갔다.

 

  최 중위의 유해를 불길 속에 놔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로버에 남은 다이너마이트가 모두 터지는 바람에 이새안과 한수아를 데리고 나오는 것만 해도 아슬아슬했기 때문이다.

 

  압축 산소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고 일대의 모든 것을 공평하게 시커먼 모래로 만들어버렸다.

 다시 황량해진 황야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금속재의 장비들과 그을음만 남은 로버의 뼈대밖에 없었다.

 

  언젠가 다섯이었던 우리는 이제 세 명이 되어 황혼이 가까워진 51구역의 황야에 버려지고 말았다.

 

 “일어납시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잖습니까.”

 

  과연 내 입이 내뱉은 말일까. 그러나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내가 끌어들여서….”

 

  한수아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가장 괴로운 감정일 것이다.

 

 “…최 중위님이 돌연 멈춰 서시더니 총을 떨어뜨리셨어요.”

 

  이새안이 잠긴 목소리로 한참 전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잠자코 들었다.

 

 “최 중위님은 다이너마이트로 그 거대한 감염자의 오른쪽 절반을 날려버렸어요. 그대로라면 당연히 이기실 줄 알았어요…. 방아쇠만 당기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그런데 돌연 최 중위가 흠칫하며 몇 발자국 물러나더니, 손에서 소총을 떨어뜨리고 자리에 굳어버렸다는 것이다. 그 사이 감염자의 왼팔에 깊숙이 박힌 M60 기관총이 최 중위를 향했다.

 

  이새안과 한수아가 손을 쓸 겨를도 없었다. 최 중위의 헬멧이 총알에 관통당하며 그의 상체가 땅에 박힐 정도로 뒤로 젖혀졌다.

 

  머지않아 한 대위가 네이팜탄에 사라지자. 최 중위를 쏜 거대한 감염자를 포함한 모든 감염자들이 멈춰 섰다. 둘이 최 중위를 향해 뛰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이후였다.

 

  최 중위는 무엇을 본 것일까. 이미 잿가루가 되어 버린 현장에서 나는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억울함과 허탈함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삶을 쉽게 놓아버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가 우리 중에서 가장 죽음으로부터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이젠 잿가루가 되어 화성을 가득 메운 공허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를 이끌어 주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하 소령도, 초 중위도.

 

  그러나 징징대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임무가 남아있었다. MUIT 본부에 있는 한 대위의 기록을 가져와야만 했다.

 

 “저희가 이러고 있으면 최 중위님도 화내실 거예요. 그렇죠, 서준성 일병님?”

 

  이새안이 절뚝거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는 그를 부축해주려 했지만, 그는 괜찮다는 듯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 어느새 의젓해진 그였다.

 

 “그래, 옆에 있었다면 빈정거리면서 임무에나 집중하라고 했겠지.”

 

  나는 맺힌 눈물을 쓴웃음으로 애써 가리며 답했다.

 한수아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들 저 때문에… 책임을 지려다가 또 끌어들이고 말았어요….”

 

  나는 한수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한수아 씨 탓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살았을 뿐입니다. 한수아 씨가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

 

  그녀는 최 중위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만으로도 이미 위태로워 보였기에, 나는 차마 한 대위의 마지막 말을 전해줄 수 없었다.

 

 ‘그건 나중으로 미뤄야겠지.’

 

  한수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겨우 참아내며 답했다.

 

 “최소한의 속죄가 이 일을 끝마치는 거라면 저 어떻게든 해낼게요. ”

 

  그녀는 항상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남들보다 무거운 짐을 떠맡으려 했을 뿐, 절대 나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일어나 나아갈 수 있었다.

 

 

 

 2037.7.16

 

 

  본래라면, MUIT 본부에서 한 대위가 남긴 USB를 가져오는 일은 정말 손쉬운 일에 속했다. 로버가 멀쩡했다면 말이다.

 

 

  로버는 멀쩡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화성 연합군이 자랑하며 우리에게 내어준 최고속의 정찰용 로버는 거대한 감염자가 쏘아댄 기관총에 구멍이 뚫리고 지면을 한 바퀴 굴렀으며, 마지막에는 네이팜탄의 불길이 로버 안에 있던 화성 채굴용 다이너마이트에 옮겨붙어 아예 폭발하고 말았다.

 

 

 새카맣게 그을린 금속 프레임을 운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걸었다. 통신 반경이 10km 이내인 MBS나 우주복의 통신장비로는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새벽이 밝을 때쯤, 우리는 떠나보낸(버리고 온) 옛 친구와 재회할 수 있었다.

 

  시속 190km의 모래폭풍이 다가오던 날, 배터리가 다 되어 버리고 온 화물용 로버가 우리 눈앞에 건재했던 것이다. 그것은 먼지가 조금 쌓여있다는 것을 빼면, 용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는 낮 시간 동안 태양광 전지판이 제 역할을 다했는지, 배터리도 가득 차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들 중 면허가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로버가 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는 것이다.

 

 

  목적지인 MUIT의 폐허를 향해 로버를 돌리고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로버의 내부도,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한수아가 내 상처에 감싸주고 남은 붕대도, 내가 기절해 있던 간이침대도, 최 중위와 양준혁이 나란히 타있던 운전석과 조수석도.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살아있었는데, 이제는 떠난 자들의 빈자리에는 공허만이 가득했다.

 

 

  모든 것이 오래전의 이야기 같았다. 항공우주학을 전공하던 어디에나 널려있을 대학생인 내가, 지구에서 5천6백만km 떨어진 화성까지 다다라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동료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며칠 전만 해도 생판 남이었을 그들의 죽음에 마음의 일부가 뜯겨져나간 것 처럼 슬퍼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했다.

 

 “MUIT가 보여요. 서준성 씨! 이새안 씨! 일어나주세요.”

 

  한수아가 다급하게 우리를 깨웠다.

 새벽에서 낮으로, 낮에서 오후로 넘어갈 즈음. 한수아가 운전을 맡은 차례에서, MUIT였던 기지의 잔해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감염자들도, 군인들도, 연구자들도,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로버가 다가가도 격벽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았기에, 우리는 무너진 27번 격벽 쪽을 통해 기지 안쪽으로 들어섰다.

 

  27번 격벽 근처에는 언젠가 심어두었던 지뢰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우리 중 그나마 운전에 가장 소질이 있던 이새안이 핸들을 넘겨받았다.

 

  우리는 지뢰밭을 조심히 지나 한 대위의 연구실이 있던 연구소 건물의 폐허 주변에 로버를 세웠다.

 

  나는 로버를 나서기 전에 이새안에게 당부했다.

 

 “이새안… 역시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여기서 기다려.”

 

  이새안의 왼쪽 허벅지에는 총상이 있었다. 상처만 막았을 뿐, 심지어 아직 총알도 박혀있었다.

 당연히 이새안은 반발했다.

 

 “그럴 순 없어요! 혹시라도 두분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는 농담을 섞으면서도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면 재빨리 도망쳐야 하니까. 시동 잘 걸어두고.”

 

  이새안은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잠시 물건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그는 이내 납득하고 운전석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나는 에어로크에 들어서며 말했다.

 

 “한수아 씨, 준비는 됐습니까?”

 

 그녀가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언제든지요.”

 

  나와 한수아는 에어로크를 통해 로버에서 나와, 깨진 반구 모양의 거대한 연구소 폐허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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