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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16. 절름발이 만담꾼
작성일 : 22-01-03 13:54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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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름발이 라이너는 만담가로서 시장이나 광장을 누볐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겪은 경험담이나 기탄없는 만담을 풀어 호응을 얻었다.

 “……하마터면 공동묘지에 묻힐 뻔한 걸 피하고 겨우 도망쳤지. 활을 지팡이 삼아 얼마나 걸었나. 날은 어찌나 어둑하고 추운지. 어느 숲을 통과하는데 너무 조용해. 진흙 구렁텅이에 머리 박아본 적 있어? 그래? 너도 잘 알겠네, 그럼. 캄캄하니 저승이 보이나 싶잖아? 차라리 짐승의 기척이나 들리면 이승이라 여길 텐데. 입에서 하얀 김이 나고 눈앞이 흐렸어. 쓰러지기 직전에 빛을 봤네. 일, 이 분만 걸으면 될 거리에서. 사람에게 죽을 뻔하고도 인가가 반갑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이 세상 아니면 갈 데 없지. 곁에 가보니 작은 오두막에서 빛이 나는 거야. 안도해서 무릎 꿇고 –보다시피 다리가 이 꼴이라 예의바르게 꿇진 못했고- 조심히 주인을 불렀지. 답이 없었어. 거의 죽어 가는데 이런, 오두막에서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겠나? 기다시피 그곳으로 갔네. 허공에 대고 미리 사과한 뒤 문을 열었지. 신선한 햄과 치즈와 빵이 진열대에서 나를 기다렸어. 와인까지! 나는 죽기 전 꾸는 마지막 꿈이겠거니, 신기루이겠거니 믿고 마음껏 입에 넣었네. 향긋한 소시지 문 채 잔 건 평생에 그 날이 처음이라. 뜰 줄 몰랐던 아침 해에 눈을 떴는데, 누가 호되게 따귀를 후려갈겼나, 뺨이 얼얼한 거야. 내가 누운 자리에 온갖 썩은 시체, 쥐며 고양이며 새며 할 거 없이, 짐승 시체가 어질러 있었네. 어느 놈 구멍에서 나왔나 모를 똥오줌이 내 온 몸에 묻어 있고. 아주 악취가 말도 못 할 정도였다니까! 들어갈 땐 기어들어갔는데 나올 땐 어찌나 쏜살같이 빠져나왔던지. 마당에 나와 내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네. 어디였게?”

 좌중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죽인 아낙네의 집이었어. 요상한 계집아이 데리고 있던 여인네를 활로 명중시켜 죽였다고, 기억하지? 내가 들어간 오두막이 다 썩어문드러진 그 집 창고였던 거지. 지붕도 문짝도 성한 구석 없는. 허어, 이 몸이 거기서 맨 정신으로 못 먹을 쓰레기를 두 번이나 먹었다고. 희한하지? 구역질도 안 나. 대신 미친 듯이 울음이 터지더군. 새끼 곰이 동굴에서 울부짖는 것 마냥 내 목에서 나오리라 믿기 어려운 울음소리였네. 울음을 그치다보니 벌써 해가 저물어 가. 여기 더 있고 싶지 않아서 차라리 밤길 걷자, 하고 길을 나섰네. 그 후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았네. 혹시 거기 들르거든 아무것도 입에 대지 마. 먹더라도 후회할 생각하고 먹어.”

 청중은 얼토당토않다며 믿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화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만담가 라이너의 이야기라면 앞줄에 서서 들으려 했다. 썩은 짐승시체와 똥오줌이 나오는 대목에서 몇몇은 자기라면 죄다 게워냈을 거라며, 나라면 어디 가서 그런 일은 발설하지 않을 거라며 히물대며 조롱했다.

 분명한 건, 만담가를 만난 누구도 그가 물 한 모금조차 입에 대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단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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