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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아난 왕비
작가 : 분홍솜사탕
작품등록일 : 2021.12.31

"무영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바로 죽이고 딸이면 살려두거라"

정실부인 주씨가 산파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걸 알지 못하는 무영, 힘겹게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울음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렸다.

두 지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한배에 태어났으니...

 
제 2화 <진퇴양난>
작성일 : 22-01-03 13:21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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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사정전에는 억지스런 상황에 불똥이 튈까 두려워 모인 사람, 천하를 뒤집어 야망을 이룰려는 사람, 썩은 동아줄에서 튼튼한 동아줄로 조심스레 갈아타려는 사람들로 부자연스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안평은 어찌 되었느냐?”

 

 수양대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사정전 안에 울려 퍼졌다.

 

 “어명을 받들어 강화도 귀양길에 올랐습니다”

 

 한명회가 서둘러 대답했다.

 

 “김종서, 황보인과 결탁하여 단종임금을 몰아내고 집권하려한 죄가 크니 안평대군에게 어명을 내려 사사토록 하여라”

 

 영의정, 이조판서, 병조판서 겸 내외병마도통사라는 겸직을 맡은 수양이 거칠게 말을 내뱉고는 단종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순간, 한명회는 안평대군의 귀양길에 자객을 보내 처리하고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하면 될 일을 어명까지 내려 일을 벌이나 싶어 잠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으나 이내 거둬들였다.

 

 “사사토록 하여라”

 

 단종은 식은 땀을 흘리며 작은 목소리로 수양의 말을 따라했다.

 그리 믿었던 숙부에게 사지로 내몰린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지금 이순간 목숨은 부지해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기에 수양의 허수아비 노릇이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

  단종을 아끼던 모든 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이제 의지할 곳이라고는 누나 경혜공주와 아내인 정순왕후 밖에 없었다.

 

 ‘할바마마, 아바마마, 어마마마~ 저를 굽어 살펴 주옵소서’

 

 수도 없이 기도하고 되뇌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미치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를 악물며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전하~ 조회가 폐하였으니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셔도 됩니다.”

 

 “ .... ”

 

 얼음장처럼 굳어 버린 단종은 조용히 사정전을 빠져 나왔다.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믿고 의지했던 안평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단종이 자리를 뜨길 기다렸다는 듯, 수양의 호통이 전내에 울려 퍼졌다.

 

 “이징옥은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느냐?”

 

 불길한 예감에 순간 수양의 눈엔 파란 불꽃이 일었다.

 

 “이징옥이 풍산까지 내려오다가 길주로 되돌아가 박호문을 죽이고 아들 박평손을 포박하여 종성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럼, 낌새를 챘다는 말이냐?”

 

 “그러한 듯 합니다. 그런 일이 생길까 염려되어 이행검을 붙였으니 이행검이 종성에서 이징옥일당을 처치할 겁니다. 그러니 그리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명회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을 툭툭 던졌다.

 

 “이징옥은 보통 비상한 인물이 아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일이 그르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야”

 

 “걱정을 붙들어 놓으십시오. 그가 살아있다한들 손발이 다 묶인 상태입니다. 이징석, 이징규는 신이 이미 포섭해 놓았습니다. 그 어디를 가도 아군이 없을 겁니다. ”

 

 수양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은 한명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바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 나으리~”

 

 “무슨일이냐? 어서 들라”

 

 “저저 저~기”

 

 숨이 넘어갈 듯 달려온 홍윤성이 숨을 헐떡이며 말을 더듬었다.

 

 “천천히 고하거라”

 

 수양이 답답한 표정을 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종성으로 간 이징옥장군이 이행검에게 쫓겨 큰부상을 입고 도망쳤다 하옵니다.”

 

 “뭐라? 다른 일행은 어찌 되었느냐??”

 

 “이징옥의 아들 둘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김옥문이 퇴로를 막고 부총관 막손이 이징옥 장군을 도와 두만강을 넘어 갔다 하옵니다.”

 

 “정종과 박평손은 어찌 되었느냐?”

 

 “이행검과 조를 짜 움직인 사람이 정종입니다. 박평손은 풍산에서 포승줄에 묶인 채로 끌려왔다가 아직 종성에 남아있다 하옵니다”

 

 “흠~~ 이징옥이 살아있다. 아직도 살아있다.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골칫거리를 남겼구나. ”

 

 “살수들이 이징옥을 쫓아 움직였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네~ 그러하옵니다. ”

 

 홍윤성의 말에 양정이 맞장구를 쳤다.

 

 “당장 찾아오너라. 이징옥의 목을 가져오란 말이다.”

 

 홍윤성과 양정의 대답에도 분을 이기지 못한 수양대군이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같은 시각, 함길도에서는 주인 모를 노래가 퍼져나갔다.

 

 -- 술 취한 강산에 호걸이 춤추고 돈 없는 천지엔 영웅도 우노나

  에~얼싸 좋다 얼널덜 더리고 상사디야

 세월아 네월아 네가 가지를 말아라 작난한 호걸이 다 늙어 간다

 쌀쌀한 보름에 달빛은 밝아도 그리는 마음은 언제가 오늘이라

 간다 간다 나는 돌아를 간다

 간다 해두 아주 갈까 정은 두고 간다

  에헤야 에헤야 아무리 보아도 널과 내로다 네헤야 에헤야.--

 

 *****

 “네가 나의 목숨을 구했구나.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해 위험을 알면서도 어찌 그리하였느냐”

 

 “나으리, 본디 소녀와 어미는 오녀산성 입구마을에서 약초를 팔아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제 어미는 회령에서 태어나 오라비와 저를 낳고 바느질로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았는데 도적떼들을 피해 회령에서 이 곳 오녀산성까지 내려오다 오라비를 잃고 소녀와 단 둘이 살아왔습니다. ...... 재작년 겨울이었지요. 소녀와 어미가 절벽에 있는 약초를 가까스로 캐고 내려오는데 호랑이가 저희 모녀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너무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절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기도 밖에는 달리 답이 없었는데 나으리께서 던진 창에 호랑이가 쓰러져 저희 모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소녀는 나으리를 한시도 잊지 못하였습니다. 크나큰 은혜를 갚을 길이 없었으나 하늘이 제게 은혜를 베풀어 오녀산성으로 나으리를 보내셨나 봅니다.”

 

 징옥은 무영의 말을 들으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몇 년전 호랑이를 보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녀를 구해준 사건이 떠올랐다. 그럼 그때의 그 어린 소녀가 지금 눈 앞에 있는 한떨기 청초한 꽃송이같은 여인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으며 생각해보니 종성에서 정종과 이행검에 쫓기어 막손, 옥문과 함께 여기까지 숨어든 모양이었다.

 

 “막손은 어디있소?”

 

 “같이 오신 분은 음식을 구하러 갔습니다.”

 

 이민족간의 수많은 전쟁과 싸움을 보고 자란 터라 징옥이 누군가에게 쫒기는 몸이란 것을 무영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 ..... ”

 

 “장군님, 벌써 며칠째 깨어나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의식이 돌아왔나 봅니다. 칼, 창과 같은 쇠붙이에 다친 상처는 약초보다 석회가 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곳 오녀산성에는 석회가 많이 나 어디서든 구할 수 있습니다. 석회는 출혈과 통증을 멎게 하는 데는 최고입니다. 석회석을 구해 가루를 내고 상처에 발랐으니 이제는 안심하셔도 되옵니다. 그리고, 이 곳은 제 어미가 약초를 캐다가 발견한 동굴로 인적이 드문 곳이니 발각될 위험은 극히 없습니다.”

 

 “소저의 어미는 어디 계시오?”

 

 “ .... 제 어미는 지병으로 올 봄에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훌쩍하더니 무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아~ 미안하오”

 

 “아닙니다.”

 

 뿌지직...

 

 무영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덮는 무게감 있는 발자국 소리가 났다.

 

 징옥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무영이 징옥의 파아란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대며 무언의 눈짓을 했다. 무영의 손동작이 빨랐다. 징옥은 압도 당한 듯 멍하니 무영을 바라보다가 소리의 주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막손이었다. 어둠속에서 막손의 눈빛이 반짝였다. 한손에는 짚으로 엮은 바구니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요깃거리를 구해 온 모양이었다.

 

 “장군, 정신이 드시는지요?”

 

 “부총관, 옥문은 어디있는가?”

 

 “흑흑...장군, 옥문은 장군님과 저의 퇴로를 지키느라 같이 오질 못했습니다.”

 

 그랬다. 옥문이 손을 흔들며 먼저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뒤 따라온 줄 았았는데 벗어나질 못한 모양이었다.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징옥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려내렸다.

 이행검을 믿었건만 당하고 말았다.

 징옥은 종성에 도착해서 여진이랑 말갈, 그리고 원용국에도 지원요청 밀서를 보냈다. 시간만 벌어준다면 승산있는 싸움일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단종임금이라도 구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도 저도 아니라도 누명을 벗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너무 방심했다.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적군인지 아군인지 분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수양이 이곳 변방까지 손을 뻗쳐 놓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 날로 수하 몇명 더 추려서 두만강을 넘으려 했건만 이행검이 밤이 깊었다고 몸을 생각하라며 만류했었지 마음씀이 고맙다 여겼는데 그런 고얀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몰랐다.

 징옥의 손을 잡은 막손의 손등 위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막손도 소리없이 울었다. 두 사내의 눈물에 무영도 목이 메여 왔다.

 손한번 써보지 못한 처참한 패배에 어이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를 어쩌나 천인공노할 대역죄인이 되어있으니 역적의 가족들이 연좌제로 어찌 되는 지는 잘 알고 있는 터라 고향 경상도에 두고 온 가족들이 벌써 화를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섰다. 징석 형과 동생 징규는 어찌 되었을꼬 신세가 이리되다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막손은 함길도 회령 사람으로 고향에는 늙은 노모 한 분이 계셨다.

 노모는 온성댁이라 불렸는데 어느 대감집 노비로 있다가 나이들고 몸이 비실거려 속량을 받아 홀로 외딴 오두막 집에서 살아왔다. 척박한 함길도는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이었다. 막손의 친부모는 무슨 연유인지 강보에 싸인 막손을, 새벽을 틈 타 온성댁 집 앞에 버려 놓았다 한다. 온성댁이 갓난아기을 안고 유심히 보니 다른 특이한 곳은 없는데 오른쪽 복숭아뼈 위로 초승달모양의 까만 점이 거꾸로 누워 있었다.

 온성댁은 젊을 때, 혼인한 지 얼마되지 않아 남편이 전쟁터에 동원되면서 목숨을 잃은 후 반평생을 혼자 살아왔다. 자식을 가지는 것도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하늘이 내려주신 자식이라 여기고 막손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거둬 들였다.

 온성댁과 막손은 그렇게 십여년을 정 붙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막손이 여진토벌 전쟁에 동원되었다가 징옥의 눈에 띄어, 징옥의 지원으로 부총관까지 올라 징옥을 은인으로 여기며 하늘같이 모시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게 되다니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길러주신 어머니, 온성댁이 떠올랐다.

 

 ‘어무이, 살아계십시오. 소자 모시러 가겠습니다’

 

 막손은 마음 속으로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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