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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14화 진상
작성일 : 22-01-02 17:57     조회 : 164     추천 : 0     분량 : 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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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성씨가 찾아주신 아빠의 볼펜이에요. 그리고 얼마 전에 기억난 사실인데, 이거 녹음기 기능이 있었어요.”

 

  한수아는 볼펜의 뒷부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뒷부분이 빠지며 버튼 두 개가 달린 조그마한 녹음장치가 튀어나왔다.

 

 “녹음된 게 있었습니까?”

 

  한 대위의 행적은 감염자들의 이상행동과 관련이 있었다. 그런 그의 녹음 기록은 아주 중요한 자료일 것이다.

 

 “한 대위는 감염자 연구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뭐라도 남겼다면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커.”

 

  한수아는 모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몰라요. 에어로크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전자부품이 망가진 것 같아요.”

 

  그런 실태를 저지른 사람이 누굴까. 나였다.

 

 “크흠….”

 

 “농담이에요. 사실 이미 내용은 확인했어요.”

 

  사람 간 떨리게 하는 데에는 소질이 있는 여자다.

 한수아는 녹음장치를 다시 한번 잡아당겼다. 그러자 작은 메모리 카드 하나가 나왔다.

 

 “비싼 볼펜으로 사드리길 잘했죠, 메모리는 살아 있었어요. 그래서 서준성씨 몰래 서준성 씨 MBS의 팔목 디스플레이에 연결해서 녹음 파일을 들어 봤어요.”

 

 도대체 어느 틈에 내 MBS슈트를 건드린 걸까.

 

 “… 언제 그런 짓을.”

 

  나는 소름이 끼친다는 몸짓을 하며 그녀를 째려봤다.

 

 “서준성 씨가 저를 구하고 기절해 있었을 때, 붕대를 감고 나서도 시간이 남더라고요.”

 

  그때였나. 내가 눈치채지 못할 만도 했다.

 

 “그래서요? 어떤 내용이 녹음되어 있었죠?”

 

  이새안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그보다, 왜 진작에 말하지 않은 거야.”

 

  최 중위도 끼어들었다.

 

  ‘한수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거 라임이 괜찮은데.

 

 “말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모래폭풍이 거세져서….”

 

  우리가 로버에서 내려 우주선을 향해 걸어갔을 때, 그녀는 분명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다.

 

 “조금 일찍 알았어도 상황은 비슷했을 겁니다.”

 

  우리가 감염자에 대해 조금 더 알았다고 해서, 당장 감염자 무리를 해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최 중위와 이새안도 그것에는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지금이라도 들을 수만 있으면 됐죠. 그렇죠?”

 

 “미안하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나….”

 

 “감사합니다…. 그럼, 재생시켜 주세요.”

 

  한수아는 녹음파일을 재생하는 대신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는 멀뚱멀뚱 그녀를 쳐다보며 갸웃할 뿐이었다.

 

 “MBS에 파일을 저장해 뒀어요. 제 우주복에는 그런 장치는 없는걸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주복 보관함으로 가서, 내 MBS를 질질 끌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팔목에 달린 디스플레이를 켰다.

 

 “곤뇽, 녹음파일 찾아줘.”

 

 -2037년 7월 13일에 저장된 녹음 파일 1개가 있습니다.

 

 “푸훗… AI 이름이 곤뇽이에요?”

 

  한수아가 깔깔대며 물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며 말했다.

 

 “그거 재생해 줘.”

 

 -알겠습니다.

 

  잠시 후,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녹음 파일이 재생되었다. 한 대위의 목소리가 들리자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해졌다.

 

 “한 대위다, 나는 감염되었다. 시간이 없다. 나를 감염시킨 패러사이트가 아무래도 감염자들의 뇌를 담당하고 있던 개체인 것 같다. 그 증거로 나는 지금 962명의 감염자가 내 손발처럼 느껴진다. 감염자 연구의 총괄자 이면서도 내가 감염되기 전까진 감염자가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

 

  내 정신이 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대한 억누르고 있지만 곧 한계일 것이다. 사실 이미 절반쯤은 내가 아닌 것 같다. 다만, 덕분에 최초의 패러사이트부터 가장 최근의 개체까지의 모든 기억들이 나에게 흘러들어왔다.

 

  이들의 기억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 모든 기억의 잔뿌리들이 지금 나에게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정신이 멀쩡할 때에 전부 기록해 두었다.

 

  내 감염된 혈액 정보와 감염자들에 대한 모든 기록, 그리고 알려져선 안 되는 비밀 하나를 담은 USB를 방역 팩에 담아 금고 안에 넣어 두었다.

 

  난 녹음이 끝나는 대로 자결할 것이다. USB를 제외한 이 방 안의 모든 것을 태워 없애야 한다. 내가 죽으면 저들은 지성이 사라지겠지만, 나로부터 새로운 감염자가 생기면 이들은 다시 하나의 군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USB는 절대 화성에 있는 다른 나라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것은 연구 결과의 소유권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철컥. 하고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박사님! 안에 계시면 대답해주세요!”

 

  한수아의 목소리다.

 

 “수아?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여기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 곧 감염자가 들이닥칠 거다!”

 

  한 대위가 경악하며 한수아에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아ㅃ… 박사님은요!”

 

 “난 이미 늦었...구웨에에에엑 쿠아아아악!!!”

 

 -철그락.

 

  한 대위가 권총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수아를 도망치게 하려다가 패러사이트가 온몸에 퍼져 자결에 실패한 것이랴. 한수아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눼에에가앍!!… 마즈마악!! 크… 흐히마아아앙… 으으이다!!!”

 

  완전히 감염체가 되어 버린 한 대위는 요상한 비명을 질러댔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녹화 파일은 끝이 났다.

 

 “…”

 

 “…”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다.

 항상 그랬듯이,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결국 최 중위의 몫이었다.

 

 “한 대위가 그렇게 급하게 뛰쳐나간 이유가 저거였나…. 자, 이제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야겠지. 처음 한 대위의 연구실을 뒤질 때 금고를 통째로 뽑아서 들고 왔다면 수고를 덜었을 텐데 아쉽군.”

 

  최 중위는 녹음 파일을 다시 한번 재생해 줄 것을 나에게 부탁했다. 슈트 팔목의 디스플레이를 누르자 또다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대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받아들이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두 번째로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기 있어 보이던 한수아는 녹음 파일의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부터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나는 재생을 멈췄다. 그녀의 괴로운 부분을 긁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 중위는 완고했다.

 

 “네 마음은 알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어디에 단서가 남아 있을지 몰라.”

 

 “하지만….”

 

 이 런 비정한 인간을 봤나.

 그때 슬픈 낯빛의 한수아가 힘없이 내 말을 가로막았다.

 

 “전 괜찮아요. 계속 틀어 주세요. 제가 하자고 한 일인 걸요.”

 

  그렇게 우리는 한 대위가 감염자로 변하는 소리를 두 번이나 더 들어야 했다. 그것을 듣는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다시 한번 최 중위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감염자들이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 이유는, 감염된 한 대위가 그들을 통솔하고 있기 때문이겠군. 그렇다면, 그들을 멈추기 위해서는 그들의 뇌 역할을 하는 한 대위를 제거하고, 그 흔적을 말소해야 한다는 말이고. 하지만 왜 하필 한 대위의 실험실 안에 있던 개체가 중추신경을 담당하고 있던 거지?”

 

  그렇다. 감염자들은 962명이나 될 정도로 많았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아빠의 연구실에 있던 패러사이트는 화성 연합군에서 양도받은 개체였어요. 최초의 감염자 알파.”

 

  한수아의 말을 들은 순간, 한 대위가 유리관 안에 갇힌 감염체를 우리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그것이 가장 오래된 감염자라고 자랑하던 장면이 기억났다.

 

 “최초로 새로운 종을 감염시킨 패러사이트가 그 종을 숙주로 하는 패러사이트들의 중추신경을 담당하게 된다는 사실은, 저와 아빠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어요.

 아빠가 감염되었고, 지하 실험실의 알파가 유리관을 깨고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어야 했는데….”

 

  한수아는 자신을 책망하며 고개를 떨구더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결의에 찬 눈으로 몸을 세웠다.

 

 “…아무래도 저는 아빠를 막으러 가야 할 것 같아요. 이 일은 제 책임이 커요. 여러분은 먼저 화성에서 떠나주세요. 오늘 여러분께 상의하고 싶다는 것도, 실은 이걸 말하기 위해서였어요.”

 

 “그건 너무 무모합니다 한수아 씨!”

 

  한수아는 군인도 아니었고, 전투 슈트나 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즉, 그녀가 홀로 한 대위를 저지하러 간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이 사실을 화성 연합군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면 돼요.”

 

  확실히 MUIT가 거의 전멸한 지금, 화성 연합군은 든든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최 중위가 그녀의 허점을 찔렀다.

 

 “하지만 그들이 뭘 위해서 순순히 우리를 도와주겠어? 아무리 이동식 전투요새 같은 병기가 남아난다고 해도, 그들이 그리 쉽게 감염자들과 전면전쟁을 벌이려 들 리가 없어. 그들이 전략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안 지금은 더욱더 그렇지.”

 

  한수아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생각이 정리된 모양이었다.

 

 “아빠의 USB를 거래 조건으로 삼을 거예요. 아빠는 감염자 연구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분이셨어요. 심지어 그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연구자료죠. 그 USB는 거래에 여러분을 즉시 지구로 송환시켜 달라는 내용을 추가할 수도 있을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이에요. ”

 

  나는 그녀와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워졌다. 나는 이렇게도 그녀에게 의지가 되지 않는 사람이었을까.

 

 “그럼 한수아 씨, 이 사실을 왜 저희한테 알려주신 겁니까?”

 

  이럴 심산이었다면, 처음부터 화성 연합군에 남는다는 말 정도만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구태여 우리에게 한 대위의 녹음 파일을 들려주었다. 자기 상처를 긁어가면서까지.

 

 “…적어도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지구로 갔으면 해서요. 제가 만약 여기에서 죽어도 제가 무슨 일하다가 죽었는지는 알아줬으면 했어요.”

 

  그녀가 곧 죽을 사람처럼 말했다. 마치 이미 죽을 날짜가 정해진 시한부 환자의 유언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하 소령도 양준혁도 한수아도 다들 자신들의 죽음을 별것 아니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나 혼자 모두의 죽음에 쪼들려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이젠 주변에서 그 누구도 죽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게 욕심이라면 적어도 그녀만큼은 죽게 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막을 핑곗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짰다.

 

 ‘뭔가…, 뭔가.’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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