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2부 - 10. 나이프
작성일 : 22-01-02 11:02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303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르카, 듣거라.”

 늦은 밤, 한 여자가 손을 뻗어 촛불로 어두운 방을 밝혔다. 침대 맡에 놓인 촛대에서 좁은 빛이 둥글게 퍼졌다. 레아는 다시 한 번 문가에 서 있는 검은 형체를 불러 세웠다.

 “네가 떠나기 전 해줄 말이 있다. 잊었던 이야기이나, 네가 일어나는 기척에 갑자기 한 가지 떠올랐다. 너도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잊지 않은 기억이라면 오해를 풀어주고 싶고, 잊었던 기억이라면 내 마음이라도 편케 만들고 싶구나.”

 마르카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손잡이 잡은 손을 풀었다. 그리고 어머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상체만 일으킨 레아가 그 옆에 모로 누운 여자아이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손끝에 머리카락이 얽히자 아이가 징얼대듯 잠꼬대했다. 일렁이는 촛불로 아이의 왼쪽 상처를 꿰맨 자국이 어렴풋이 보였다. 마르카가 어머니와 아이 곁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실밥이 막 풀린 소녀의 상처에 조심스럽게 손끝을 갖다 댔다. 바로 어제 마르카가 봉합을 푼 자리였다.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살결을 미세하게 감촉하자마자 손가락을 뗐다. 그는 미숙한 솜씨로 괜히 아이의 실밥을 풀어준 게 아닌지 염려했다. 어머니는 소녀를 응시하는 아들을 내려다보며 다시 얘기를 이었다.

 “너희가 아주 어릴 적 일이다. 너와 발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따라 쌍둥이 대장장이가 되려 했지. 허나 하나는 다른 업을 삼아야했기에 푸줏간에 머무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일렀더랬지. 심통이 난 걸까? 어느 날 너희가 똑같은 옷차림에 똑같은 머리모양을 하고 똑같이 생긴 칼을 들고 왔어. 손바닥만 한 칼 두 자루를 만들었는데 나더러 마음에 드는 칼을 고르라 했지.”

 그제야 마르카도 당시 사건이 떠올랐다. 그러나 논의하지 않고 묵묵히 어머니 말을 들었다.

 “내가 고른 칼을 만든 이가 대장장이가 될 자격이 있다면서. 나는 어느 쪽도 고르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너희가 서로 마주하며 칼을 겨누었어. 내 쌍둥이가 웃으면서 동시에 이리 말했단다. 어머니, 그럼 심장을 가장 깊숙이 찌르는 쪽이 이기는 거예요. 무슨 짓이냐 따지기도 전에 두 아들은 서로의 왼쪽 가슴에 칼끝을 쑤욱 내밀었다. 너희가 그 자리에 쓰러지는 광경을 보았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니? 난 너무 놀라 주저앉아 차마 확인하러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 너희가 웃는 거야. 키득키득, 키득키득. 곧 멀쩡히 일어나 내 앞에 다가섰다. 난 아직 황망한 마음 가라앉히지 못 했는데.”

 듣고 있던 마르카가 말했다.

 “그 칼은 가짜였어요. 칼날이 무딘데다가, 칼끝을 누르면 날이 칼자루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죠. 아무리 찔러도 찔리지 않는 칼이죠.”

 “그래, 둘이 몇 번이고 서로의 가슴을 찌르며 안전하다고 안심시킨 것도 기억난다. 내가 칼을 빼앗아 바로 그 자리에서 돌로 부러뜨린 것도. 마르카, 이 어미는, 완벽한 가짜 칼을 망가뜨리던 순간, 아픈 생각이 스쳤다. 쌍둥이 아들을 혼자 키우던 어머니에게 불경한 마음이 들었어. 차라리 이것들 대신 딸이 하나 있었더라면. 이 마음은 가슴을 지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지. 너희 둘 앞에서 바로. 나는, 네가 떠나겠다고 한 그날, 그게 저주로 돌아오지 않았나 후회한다.”

 어느 새 잠에서 깬 소녀가 졸린 눈을 끔벅이며 레아에게 안겼다. 그리고 어둑한 주홍빛에 노출된 마르카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그의 손을 잡고 코를 갖다 댔다.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 마르카가 조용히 일렀다.

 “다녀올게.”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들렸을까. 소녀는 이내 다시 잠들었다. 마르카는 힘 빠진 작은 손을 놓아주었다. 레아와 마르카는 조용히 집 밖으로 나왔다. 둘은 문 앞에 서서, 어둡고 푸른 바탕에 서늘한 공기가 뿌려진 새벽을 바라보았다.

 “마르카, 들었니? 내 후회 말이다.”

 “아뇨. 어머니는 그런 말한 적 없잖아요.”

 “네가 들은 적이 없는 게지. 참, 발미는 들었을까?”

 “어머니.”

 마르카가 레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발미가 죽은 이후 어머니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강인한 레아가 그립기도 하리라. 그러나 앞으로 보아야 할 레아를 그려보기도 해야 할 터이다.

 “어머니, 당신은 한 날 한 시에 두 탯줄을 땅에 뿌리내리신 레아입니다. 이 형제는 당신의 아픈 마음을 귀담아 듣되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는 평소보다 단단한 자신의 말투에 살짝 놀랐다. 마르카는 고개를 돌려 흙과 돌을 쌓아 올린 작은 집을 한 번 보고 다시 어머니와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를 거두고 ‘바르바라’라 이름 붙여준 사람도 어머니예요. 바르바라. ‘우리’여동생에게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죠?”

 레아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르카가 어머니의 어깨를 안았다. 아들은, 몰래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를 못 본 체 하며 생각했다.

 ‘본 적 없던 얼굴이야.’

 

 *

 

 어머니와 작별한 마르카는 홀로 마을 입구로 나섰다. 그리고 레아가 들려준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한 가지, 어쩌면 두 가지 말하려다 만 사실이 있다.

 하나는 어머니는 우리가 죽은 척 했을 때 자리에 주저앉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아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푸줏간으로 돌아가려 했다. 쌍둥이가 키득거린 이유는 냉정히 돌아선 어머니를 멈추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발미와 마르카가 만든 가짜 나이프들 중 한 자루는 촉이 뾰족하고 날카로웠다는 사실이다. 마르카나 발미 둘 중 한 명의 왼쪽 가슴에 살짝 피가 맺혔다. 공교롭게도, 마르카는 누구의 가슴에서 피가 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머니도 한 가슴에서 흐른 피를 기억 못하는 눈치였다.

 ‘못 봤을까?’

 변함없는 어머니와 변한 어머니. 마르카는 어느 한 모습만 아끼려 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모습이든 다 남기도록 하자. 다소 낯설더라도.

 문이랍시고 나무판자를 세운 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언젠가 아버지 대장장이가 만든 쇠 문고리를 잡았다. 어릴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더 튼튼한 문을 세우지 않는지. 문지기를 두지 않는지.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럴 여력이 없으니. 내가 돌아오면 강철 문을 세워야지.’

 문을 밀어 여는데 뒤에서 뜀박질 소리가 들렸다. 깜짝하고 돌아보니 열 살 남짓한 소년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는 낯이었다.

 “로비스?”

 마르카 앞에 멈춘 소년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마, 마, 마침, 여, 여기, 여기서, 만났네?”

 
작가의 말
 

 2부 시작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8 38. 무릎과 손 2022 / 1 / 6 184 0 2122   
37 37. 변경으로 2022 / 1 / 6 182 0 1636   
36 36. 되새김질 2022 / 1 / 6 188 0 698   
35 4부 - 35. 모든 곳이 사막은 아니지 2022 / 1 / 5 174 0 3076   
34 34. 메시지 2022 / 1 / 5 200 0 2355   
33 33. 고기 2022 / 1 / 5 184 0 618   
32 32. 전쟁이라 기록된 사냥 2022 / 1 / 5 181 0 4483   
31 31. 무용극 2022 / 1 / 5 178 0 1584   
30 30. 장군과 대장장이 2022 / 1 / 5 178 0 1732   
29 29. 지휘자 2022 / 1 / 5 194 0 3803   
28 28. 해부 2022 / 1 / 5 188 0 3445   
27 27. 젊은 원로의 연설 2022 / 1 / 4 180 0 1474   
26 26. 조정관과 대장장이 2022 / 1 / 4 168 0 3703   
25 25. 조정관과 다도원장 2022 / 1 / 4 183 0 4809   
24 24. 재회 2022 / 1 / 4 189 0 5106   
23 23. 다도원장 에르마의 특별강좌 오리엔테이… 2022 / 1 / 4 187 0 2356   
22 22. 카멜라 2022 / 1 / 4 181 0 3815   
21 21. 수도 로세트 2022 / 1 / 4 177 0 2549   
20 3부 - 20. 설파(舌破) 2022 / 1 / 4 183 0 8139   
19 19. 리코 티에라 2022 / 1 / 3 177 0 2847   
18 18. 조정관 이냐시오 2022 / 1 / 3 182 0 2780   
17 17. 우물 2022 / 1 / 3 179 0 7742   
16 16. 절름발이 만담꾼 2022 / 1 / 3 194 0 1487   
15 15. 뿔 2022 / 1 / 3 183 0 4755   
14 14. 대장간 앞에서 2022 / 1 / 3 192 0 2307   
13 13. 가모네 2022 / 1 / 3 194 0 4350   
12 12. 라이너 2022 / 1 / 3 198 0 1553   
11 11. 요청 2022 / 1 / 2 210 0 4178   
10 2부 - 10. 나이프 2022 / 1 / 2 192 0 3032   
9 9. 레아 2021 / 12 / 31 181 0 107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