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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10화 설상가상
작성일 : 22-01-02 08:43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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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천만 소령, 최제호 중위, 양준혁, 이새안, 한수아, 그리고 서준성. 고투 끝에 이렇게 여섯 명이 합류에 성공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감염자들은 폭발 소리를 들은 탓인지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몰려왔고 그 기세는 더욱 맹렬해졌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슈트에서 계속 약물을 투여해주고 있었지만, 그것에 기대는 것도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화물칸의 난간에 총을 움켜쥔 팔과 머리를 걸치고는 다가오는 감염자들의 심장을 관통시킬 준비를 했다.

 

 

 “후…하아….”

 

 

  그때였다.

 

 

 

  이제는 폭발에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폭발이, 그것도 두 개나 일었다. 감염자의 습격 속에서도 아직 건재하던 연구소와 통제본부가 동시에 폭발한 것이다.

 

 

  찰나의 순간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이내 거대한 건물 두 개가 모두 무너져 내렸다.

 

 

  짧은 시간 사이에, 그것도 너무 허무하고 손쉽게. MUIT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이곳에 희망은 남지 않은 것이다.

 

 

 “이게 무슨….”

 

 

 “하 소령님! 퇴각해야 합니다. 명령을.”

 

 

  비정했지만 최 중위의 말은 틀리지 않은 판단이었다. MUIT 기지 내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의 감염자들이 들끓었고, 더 이상 멀쩡한 건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 소령은 그의 거대한 덩치만큼 완고했다.

 

 

 “아직 생존자들은 남아 있을 터. 책임자로서 그럴 수는 없네!”

 

 

  하지만 그에게도 역시 뾰족한 수는 없었다. 내부 통신망은 두절된 지 오래였고 외부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장치들도 통제본부에 가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통제본부는 이미 폐허가 되었다. 하 소령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결국 자신만이 홀로 이곳에 남을 것을 자처했다.

 

 

 “…나에게는 저 지옥에 남겨진 병사들을 구할 책무가 있네. 하지만 동시에 자네들을 지킬 책임도 있지. 그러니, 벼랑 아래로 나아가는 건 나 하나로 족하네.”

 

 

 “소령님!”

 

 

  최 중위가 으르렁거리며 반론하려 들었지만 하천만 소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연구소에는 민간인 연구자들도 남아 있었네. 그들마저 등지고 살아나간들 내가 어찌 떳떳할 수 있겠나. 지금이야말로 내 병사들과 함께 죽지 못한 죄를 갚을 때라네.”

 

 

  잔해가 되어 버린 막사 건물들과 연구소 사이로 감염자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로버를 타고 우주선으로 가게. 아직 신병들이 타고 온 우주선이 그 자리에 있네. 지구로 돌아갈 만큼 충분한 연료는 없지만, 적어도 통신은 가능할걸세.”

 

 

  하 소령은 등에 매어 있던 자신의 개량형 M60을 두 손에 쥐고 기지 안쪽으로 나아갔다.

 

 

  우리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로 멀어져 가는 그의 숭고한 뒷모습에 우리는 어떠한 말도 매달 수 없었다.

 

 “…로버에 타. 소령님 명령이다.”

 

 

  최 충위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자기혐오가 느껴졌다.

 

 

  이내 망루에 서 있던 이새안과 양준혁까지 화물용 로버에 들어서자 최 중위는 화성의 황야를 향해 로버를 몰기 시작했다.

 

 

  MUIT 기지로부터 멀어져 가는 우리의 뒤로 하천만 소령의 기관총 소리가 희박한 대기 속에서 울려 퍼졌다.

 

 

 

 

 

 

 

 

 2037.7.14

 

 

  머지 않아 폭발로 생긴 부상으로 인해 나는 기절했고, 이튿날 자정을 넘겨서야 로버의 화물칸 안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

 

 

  정신이 든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한수아였다. 상자를 쌓아 만든 임시 침상 위에 눕혀진 내 다리를 베고 잠들어 있던 그녀가 내 뒤척임을 느꼈는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내가 쓰러진 사이 먼저 깨어나, 내 상처에 붕대를 감아준 모양이었다. 그 덕분인지 나는 등부터 다리까지 미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고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 한수아 씨.”

 

 

  그녀의 얼굴을 처음 마주한 날처럼, 창밖으로 별빛 하늘이 반짝였다.

 

 

 “목숨 값 갚으려면 아직 멀었는 걸요 뭘.”

 

 

  한수아가 아직 졸려 보이는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그러나 그녀는 웃음 뒤로 비추는 착잡함을 미처 숨기지 못했다.

 

 

  화물칸 앞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뒤편에서 졸고 있던 이새안도 눈을 떴다. 그는 내가 깨어난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나에게로 쪼르르 다가왔다.

 

 

  아침에 각자의 근무를 위해 갈라진 이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오랜만에 본 듯 반가웠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서준성 일병님? 다친 몸으로 한수아씨를 업고, 비밀리에 보관 중이던 기밀 무기까지 입수해 왔다고 들었어요!”

 

 

 ‘기밀 무기라니….’

 

 

  이새안은 나와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님자까지 붙여가며 영웅이라도 보는 듯한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도 그가 말하는 기밀 무기는, 내가 정말 우연히 잔해 속에서 주운 MAR을 가리키는 것일 터였다. 과연, 기밀 무기답게 그것을 담고 있던 케이스는 막사 건물의 절반을 날려 버릴 만한 폭발에도 건재했다.

 

 

 “하하…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

 

 

  겸손이 아니라 정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개머리판부터 방아틀, 총몸까지 뿔뿔이 흩어진 총들 사이에서 MAR만이 유일하게 멀쩡하게 남아 있던 한 자루였기 때문이다.

 

 

 “그럼 감염자떼를 단번에 날려 버린 일은요?”

 

 

  그건 내가 아니라 MBS와 MAR의 첨단 기술이 일궈낸 결과였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방아쇠를 당기는 일 뿐이었고, 그것은 구닥다리 오락실 게임만큼이나 쉬웠다. 어느새 한수아도 내 별 볼일 없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그것도 어쩌다 보니.”

 

 

  대답을 더 이어가 봤자 부끄러움만 더해질 것 같았기에, 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최 중위님이랑 양준혁 일병이 안 보이는데.”

 

 

 “아,”

 

 

  그거라면 문제없다는 듯 이새안이 화물칸의 앞쪽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교대로 로버를 운전하고 계세요. 어쩔 수 없는 게, 저랑 한수아 씨는 운전면허가 없거든요.”

 

 

  이새안은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이에 한수아도 따라서 어깨를 으쓱했다.

 

 

  화성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완고하게 견디는 최첨단 로버를 몰기 위한 자격이 겨우 1종 운전면허라니, 기가 찼다.

 

 

 -덜커덩.

 

 

  내 의견에 로버도 동의했는지, 갑자기 로버가 멈춰 섰다. 하마터면 언젠가의 양준혁처럼 혀를 씹을 뻔했다.

 

 

 “역시 운전면허로 로버 운전은 무리인 게…”

 

 

 “…”

 

 

  우리는 로버에 생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화물칸의 비좁은 에어로크를 통과하여 바깥으로 나갔다. 로버의 보닛을 살피던 양준혁과 최 중위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문제의 원인은 운전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었다.

 

 

  최 중위가 말했다.

 

 

 “배터리가 방전됐다. 더 나쁜 소식은 망할 로버의 보조전력이 충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지. 그리고 더더 나쁜 소식은 한밤중이라 충전할 방법이 없다는 거야.”

 

 

  로버 천장에는 태양열 전지판이 달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최 중위의 말대로 한밤중이었기에, 그것은 조금 두꺼운 천장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주선까지 걸어가야 하게 생겼다고요.”

 

 

  양준혁이 툴툴댔다.

 

 

  걸어가다니, 이 황무지를?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어쩔 수 없다. 뭐, 그게 싫으면 시속 190km 짜리 모래폭풍에 로버 채로 휩쓸리거나 감염자 무리한테 따라잡히는 방법도 있긴 하지.”

 

 

  반나절 동안 잠들어 있던 나는 아직 상황이 잘 와닫지 않았다. 그러나 양준혁은 잘 알아들었다는 듯이 몸서리를 치며 자기 짐을 챙기기 위해 로버의 에어로크로 돌아갔다.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이새안이 가만히 다가와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일어난 일들을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남기를 자처한 하 소령과 감염자에게 점령당한 MUIT 본부를 뒤로하고 우리는 5미터짜리 화물칸이 달린 화물용 로버를 타고 우주선이 정박된 동쪽으로 향했다.

 

 

  최 중위의 말에 따르면 그 우주선은 우리가 며칠 전 화성으로 오기 위해 타고 온 것으로, 연료는 얼마 없었지만 현재 지구와 통신이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기절한 듯했다.

 

 

  로버로 세 시간 정도를 동쪽으로 나아가자, 이튿날 새벽이 오면 로버의 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최 중위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로버를 멈춰세우고 로버의 태양열 전지를 충전할 겸 잠시 휴식을 가졌다.

 

 

  문제는 그때 일어났다. 화성에서 가장 큰 자연재해 중 하나인 모래폭풍이 우리의 앞쪽에서 다가오는 것이 로버의 센서에 잡힌 것이다.

 

 

  로버는 시속 170km의 폭풍을 견딜 수 있었지만, 다가오는 폭풍은 무려 시속 190km 짜리였다.

 

 

  최 중위는 잠들어 있었기에 양준혁이 그를 운전석에서 밀어내고는, 그를 대신하여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물론 최 중위는 화들짝 놀라며 단잠에서 깼다. 그렇게 우리는 모래폭풍의 진행 경로를 피해 왔던 길의 절반 정도를 되돌아간 뒤, 남쪽으로 방향을 크게 틀었다. 그리고 거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감염자 무리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화물용 로버보다는 느렸지만 착실하게 우리를 뒤쫓아오고 있었고, 우리가 모래폭풍을 피해 되돌아온 바람에 그런 그들과 맞닥뜨린 것이다.

 

 

  그들은 지구의 불청객인 우리를 화성의 주인으로써 살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그리고 때마침 혼란 속에서 정신을 차린 한수아는 감염자 사이에서 우뚝 솟아 있는 감염자 한 대위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어슴푸레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아버지가 감염자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어딘가 달라 보였던 것은 내 착각이 아니었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그곳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북쪽은 길게 솟아난 절벽 지형으로 막혀 있었기에, 우리는 앞쪽에서 다가오는 시속 190km의 모래폭풍과 뒤에서 몰려오는 감염자들을 피해 남동쪽으로 한참 동안 돌아 그것들로부터 벗어났다.

 

 

  그로 인해 로버의 배터리는 예상보다 훨씬 이른 이튿날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에 방전되어 버렸고, 그렇게 현재에 다다른 것이다.

 

 

  다 듣고 보니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만큼. 나는 지독한 불운을 저주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를 쫓아오던 감염자들이 모래폭풍에 휘말려서 사라졌을 가능성은 없는걸까?”

 

 

  나는 MAR과 탄창 그리고 한 대위의 감염자 연구자료들과 보급품 조금이 담긴 탈부착식 보관함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연구소 바깥 생활에 익숙지 않은 한수아를 챙겨 에어로크에서 내리며 이새안에게 물었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이새안의 설명대로라면 모래폭풍과 감염자 무리는 머지 않아 충돌했을 것이다.

 

 

  이새안이 죄라도 지은 듯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게… 모래폭풍이 북쪽 지형에 부딪치고 나서 방향을 바꿨어요. 다시 저희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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