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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9화 MAR
작성일 : 22-01-02 08:42     조회 : 160     추천 : 0     분량 : 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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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얀 건물의 외벽은 종잇장처럼 찢겨 있었고 바람 빠지는 소리와 늘어지는 경보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팔다리가 아무렇게나 꺾인 사람 몇 명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 어어!”

 

 

  나는 폐허가 된 막사로 뛰어갔다.

 

 

  막사 안에는 한수아도 있었다. 그녀는 아직 연구소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한수아 씨! 한수아 씨!”

 

 

  아무렇게나 그녀를 불러대며 건물 안쪽을 뛰어다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동기들의 생활관이었던, 내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박살 난 방을 지나쳤다. 그 옆방이 한수아의 방이었다.

 

 

 “제발…!”

 

 

  나는 그녀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그녀의 방은 그을리고 조금 외벽이 조금 우그러들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문 앞 콘솔에 있는 사람 모양 불빛은 들어와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는 듯 꺼져 있는 불빛. 그것은 마치 절망을 켜는 스위치 같았다.

 

 

 ‘설마… 설마!’

 

 

  나는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두드린다기보다는 때리는 것에 가까운 소리가 건물 밖으로 바람이 새는 소리를 덮을 만큼 크게 들려왔다.

 

 

 “한수아 씨! 안에 있으면 대답해주십시오! 제발….”

 

 

  한수아는 내 정신을 붙들어 준 사람이다.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어도 될 사람이 아니었다.

 

 

 “제발… 대답해주세요….”

 

 

  나는 어리석게도 애원하고 있었다. 애원의 대상은 여기 없을 터였는데도.

 

 

  나는 문에 머리를 들이박고 손으로 애꿎은 벽을 쳐 댔다.

 감염자들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한 자신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을린 몸 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때였다.

 

 

  우연히 내 손에 맞은 문의 콘솔이 불빛을 한순간 반짝였다. 그리고 그것은 노란색의 사람 모양 불빛이었다.

 

 ‘어.’

 

 

  나는 간절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콘솔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콘솔에 전원이 들어오며 사람 모양의 노란 불빛이 켜졌다.

 

 

  폭발로 인해 전력이 나갔던 것이다! 여전히 한수아의 반응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더 이상 주체할 시각은 없었다. 총성과 폭발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수아를 불렀다.

 

 

 “한수아 씨, 죄송하지만 문을 열어야겠습니다!”

 

 

 “…”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나는 콘솔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문이 옆으로 살짝 열리더니 이내 어딘가에 걸린 듯 버벅거렸다. 문틀이 우그러들어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나는 망설임 없이 문틈에 양손을 끼워 넣고 그대로 문을 벌렸다. 문은 제법 굳건하게 그 자리를 버텼다.

 

 

 “크하아아아압!!”

 

 

  비명이 섞인 기합을 내지르며 문을 당장에라도 뜯어낼 기세로 힘을 주었다. 조금 전 폭발로 생긴 상처들이 아려왔다. 옆구리와 허벅지에는 피가 새는지 축축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는 없었다.

 

 

 -덜커덩.

 

 

  그렇게 힘을 주고 있었더니, 어느 순간 문이 옆으로 쭈욱 밀려 버리며 열렸다. 나는 고꾸라질 뻔한 몸을 고쳐잡고 방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한수아 씨!”

 

 

  한수아는 우주복을 입은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위로 방 안의 잡동사니와 가구 따위가 엎어져 있었다.

 

 

  나는 가구를 들어내고 잡동사니의 무덤에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그녀를 꺼내, 내 등에 업히게 했다.

 

 

 ‘윽…’

 

 

  다리에 힘을 주어서인지 허벅지가 아파졌다. 그러나 버틸 수 있었다. 지금 짊어져야 할 것은 내 목숨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들쳐업고 향해야 할 장소는 무기고였다.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서둘러 무기를 구하지 못한다면 손도 못 쓰고 감염자들에게 포위당할 수도 있었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걸음을 서둘렀다.

 

 

  무기고는 내가 있던 복도의 반대편 끝에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복도 끝은 폭발에 휘말려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폭발의 잔해에서 쓸 수 있는 총을 찾아야만 했다. 무기고가 있던 위치에는 총몸이나 총열이 분해된 채로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쓸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이런 젠장.”

 

 

  총 없는 군인 열 명이 모인다고 한들, 감염자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나는 혼자다. 심지어 내 등에 업힌 의식이 없는 한수아를 지키면서 싸워야 했다.

 

 

  나는 몽둥이로 쓸 만한 길고 뾰족한 철 조각이라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M60의 총열 정도라면 쓸 만한 몽둥이는 될 것이었다.

 

 

  그러나 산산조각 난 잔해 속에서는 쓸 만한 몽둥이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반쯤 절망하고 있던 그때, 내 시선 끝에 금속 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폭발 속에서도 건재하게 버티고 있었다.

 

 

  다만 잠금장치는 부서졌는지 뚜껑이 살짝 덜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그것을 열어 보았다.

 

 

 “MAR...”

 

 

  MBS와 비슷한 분위기의 글씨가 박힌 특이하게 생긴 불펍소총 한 자루가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나는 소총과 같이 들어 있는 둥그런 탄창 세 개를 슈트 주머니에 쑤셔 넣고, 처음 보는 요상한 소총을 집어 살펴보았다.

 

 

  그것은 개머리판에 드럼 탄창이 달려 있었고 신기하게도 가늠자와 가늠쇠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총열은 이상하리만큼 짧았다. 마치 총알을 발사만 하면 그만인 소총처럼 보였다.

 

 

  느긋하게 이것저것 총을 가릴 때가 아니었지만, 가늠자와 가늠쇠 없이는 감염자들을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였다.

 

 

  불현듯 AI 곤뇽이 말을 걸어왔다.

 

 

 -화성화 돌격소총 MAR 과의 접속을 승인하시겠습니까?

 

 

 “어? 어, 어!”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여 긍정하고 말았다.

 그러자 헬멧의 투명한 바이저에 요상한 그래픽들과 조준선이 나타났다.

 

 

 -MBS와 MAR의 페어링이 완료되었습니다. 인공 지능이 고 위험도 목표물을 우선적으로 포착합니다.

 

 

 “…”

 

 

  곤뇽의 말은,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기는 다소 어려운 설명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새 감염자 십여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우릴 몰살하려고 작정했군.’

 

 

  나는 가장 선두를 달리는, 우주복이 터질 정도로 종양이 커다랗게 부푼 녀석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헬멧의 조준선은 중간의 자그마하고 둥근 녀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 위험 목표. 대상이 폭발 위험 물체인 ‘화성형 자동 지뢰’ 운반 중.

 

 

 ‘!!!’

 

 

  폭발물이라는 말에 나는 기겁하며 총구를 중간 녀석을 향하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바람 새는 듯한 맥빠지는 총성과 거의 동시에 지뢰가 터지는 커다란 울림이 들려왔다.

 

 

  옆에서 달려오던 다른 감염자들은 폭발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생각보다 똑똑한 물건이군.’

 

 

  잠시 뒤 폭발의 여파가 가시자 나는 한수아를 들쳐업은 채로 안전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사방에서 총성이 들려왔고 여기저기에서 건물들이 폭발하고 있었다. 애초에 600여 명의 감염자들은 22명이서 막을 수 없는 규모의 군대였다.

 

 

  나는 이 난전 속에서 이새안과 양준혁은 무사한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무너진 27번 격벽 방향이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일단 그들과 합류하겠다는 심산으로 서둘러 27번 격벽 방향으로 발돋움했다.

 

 

  정말 열심히 달렸지만 왼쪽 허벅지와 오른쪽 옆구리, 그리고 화상을 입은 등이 불협화음을 냈기에 자꾸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힘에 부쳐 점점 느려지는 속도에 감염자들이 꼬여 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삼일 전과는 다르게 확실히 우리를 말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나와 한수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MBS와 MAR의 합작은 정말 훌륭했다. 그것은 자동으로 다음 타깃을 정해주었으며 슈트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반동과 떨림을 보정해 주었고 심지어는 시야 밖에서 다가오는 적들에 대한 경고도 해주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한 손으로 MAR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에 업힌 한수아를 떨어지지 않게 받치며 뒤뚱뒤뚱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MAR의 둥그런 드럼 탄창 한 개를 모두 비웠을 무렵, 드디어 군용 로버로 막아둔 27번 격벽과 이새안과 양준혁이 고군분투하는 28번 망루가 눈에 들어왔다. 다가오는 감염자들에게 납탄 세례를 퍼붓고 있는 둘 아래에 있는 군용 로버에는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하 소령과 최 중위가 로버 위에서 대구경 기관총을 쏘고 있었다.

 

 

 ‘무사했구나!’

 

 

  아직 방심하기에는 일렀다.

 네 명의 주변에는 감염자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60명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그들에게로 가려면 나는 그 행렬을 뚫고 가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류탄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했을 터였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니 있을 법도 했다.

 

 

 “곤뇽, 저 중에 폭발 위험이 있는 감염자를 찾아줘.”

 

 

 -….

 

 

 ‘이건 무리였나.’

 

 

 -확인되었습니다.

 

 

  내 생각보다 MBS의 AI는 뛰어났다. 헬멧의 바이저에 곧바로 지뢰를 들고 있는 감염자의 위치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그 감염자는 망루에서도 제법 떨어진, 행렬의 뒤쪽에 있었다.

 내가 할 일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뿐이었다.

 

 

 -푸슉.

 

 

  다시 한번 바람이 새는 듯한 총성과, 이어서 힘껏 밟은 베이스 드럼 소리를 닮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망루 위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에 기겁하는 양준혁과 이새안이었지만 이내 그들은 잿덩이가 되어 버린 눈앞의 적들을 목도하고는 오히려 한숨 돌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나를 발견한 것은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서 일던 시커먼 연기가 모두 가시고 난 뒤였다.

 

 

  전투용 로버 위에서 기관총을 잡고 있던 하 소령과 최 중위가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는 단숨에 로버를 끌고 다가와 한수아와 나를 태우고 격벽으로 돌아왔다.

 

 

 “살아서 보게 되어 기쁘군 서 일병!”

 

 

 “믿기질 않는군. 통신망도 끊겨 버렸는데 말이지.”

 

 

  하 소령과 최 중위는 내가 민간인까지 데리고 살아 돌아온 것이 믿기지 않았는지 넝마가 된 내 몸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폈다.

 

 

  그들이 보기에는 한수아보다는 내 쪽이 더 심각해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로버에 올라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화물칸 바닥에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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