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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8화 함락
작성일 : 22-01-02 08:40     조회 : 161     추천 : 0     분량 : 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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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7.7.12

 

  연구소를 제외한 건물들은 대부분 멀쩡했고 수용공간에도 여유가 있었기에, 연구소에 거처를 두던 연구자들은 연구소가 완벽하게 소독되고 고쳐질 때까지 새하얀 컨테이너형 건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한수아는 내 옆 방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우주복을 입지 않은 그녀를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에게는 널널한 사이즈의 연구원용 평상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티가 날 정도로 마른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매는 고양이 같았지만, 눈동자는 사슴의 것을 연상시키는 깊고 아름다운 암갈색의 눈동자였다.

 

 

  또, 저번에는 헬멧에 가려 확실히 보지 못했는데 그녀는 턱 선에 닿을 정도의 길이의 단발을 하고 있었다.

 

 

  어젯밤 이후로 그녀와 제법 가까워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의 안대를 찬 왼쪽 눈은, 연구소의 에어로크가 폭발할 때 시험관 파편이 눈에 튀어 생긴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며칠 내에 안대를 풀 수 있을 정도로 아물었다고 한다. 내가 그때 문을 열려고 했던 것을 막아준 최 중위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한수아를 양준혁, 이새안에게도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 넷은, 살짝 거칠지만 입담 좋은 양준혁의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가끔 보여주는 이새안의 엉뚱한 반응 덕분에 척박한 타행성에서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하 소령의 전투소대가 감염자 무리를 쫓아 51구역의 서단에 위치한 협곡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은 두 밤 동안 거의 80km를 이동한 모양이었다.

 

 

 

 

 2037.7.13

 

 

  연구소가 고쳐졌다. 연구자들은 다시 연구소로 행했지만 한수아는 혹여나 안대 아래의 상처가 벌어질 위험이 있어, 우리 옆방에 그대로 잔류했다.

 

 

  다른 부위와는 다르게 눈은 압력을 막아주는 의료용 테이프를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아니 뭐, 딱히 행운일 이유도 없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소소하게 남은 복구작업과 전사자 장례 절차를 돕기 위해 MUIT 기지 안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통제본부 건물로 향했다.

 

 

  양준혁과 이새안은 혹시 모를 감염자들의 기습에 대비한 망루 감시에 투입되었기에 나는 홀로 임무를 진행해야만 했다.

 

 

  헬멧 너머로 비추는 태양 빛이 뜨거워 보이기 시작할 때쯤 임무를 마치고 통제본부를 나서는데, 격벽 넘어 저 멀리에서 군용 로버 한 대가 붉은 흙먼지를 날리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로버들로 막아둔 27번 격벽 방향이었다.

 

 

  하 소령의 부대가 가지고 나간 로버가 분명했다.

 그러나 하 소령의 전투소대는 총 열 대의 로버를 타고 출발했기에 이건 뭔가 맞지 않았다.

 

 

 ‘뭔가를 알리러 돌아왔나.’

 

 

  통신 가능 거리보다 멀어졌거나, 모래 폭풍 때문에 통신에 장애가 생겨, 다시 돌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28번 격벽에 거의 부딪힐 거리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간당간당하게 땅을 긁으며 멈춰 선 로버의 움직임에서 심상치 않은 급박함이 느껴졌다.

 

 

 “곤뇽, 로버를 확대해서 보여 줘.”

 

 

 -네. 망원경 기능을 실행합니다.

 

 

  확대해서 보니, 로버의 상태는 심각했다. 외부 장갑은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고 바위 파편이 이곳저곳 박혀 있었으며, 보닛 부분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감염자의 살 조각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로버에서 사람 두 명이 떨어져 내렸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문이 열리더니 운전석의 최 중위와 조수석의 하 소령이 문밖으로 고꾸라져 떨어진 것이다.

 

 

  최 중위는 가까스로 몸을 가누고 있었고, 하 소령은 망루를 지키던 양준혁과 이새안에게 무언가 말하더니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좋지 않았다. 절대 좋은 상황일 수가 없었다.

 

 

 -서쪽 방향에서 다가오는 다수의 미확인 열원이 감지됩니다.

 

 

  망원경 기능을 실행한 채라, 시야가 좁아진 내게 곤뇽이 경고했다. 신기한 것은 망루에 서 있는 이새안과 양준혁도 서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뭐가 또…’

 

 

 “크헙!”

 

 

  악몽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감염자 무리였다. 망원경 기능 탓인지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그들의, 헬멧 아래로 뼈와 가시가 돋아난 종양만 남은 얼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그들을 관찰했다. 분명히 진짜였다.

 

 

  그때, 그들 사이에 특이한 차림의 감염자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우주복 대신 더럽혀진 흰 가운을 있었고 머리에는 뇌가 부푼 듯한 거대한 종양이 자라나 그의 눈을 뒤덮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제 발로 걷지도 않았고 그 대신 감염자 네 마리를 녹여서 붙인 듯한 큼지막한 흉물이 그를 등에 얹고 달리고 있었다.

 

 

 ‘설마, 설마, 설마.’

 

 

  나는 저 감염자가 한 대위임을 알 수 있었다. 어제 있던 실종자 신원 조사 중에 에어로크 바깥으로 날아간 마지막 연구자의 시신을 발견한 후로, 연구자 중 신변이 파악되지 않은 사람은 한 대위 단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수아가 저 모습을 보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그녀에게 자기 아버지가 감염자로 변한 몰골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했기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규모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400… 아니, 600명은 되어 보이는군.’

 

 

  이틀 전 MUIT 기지를 습격한 800여 명의 감염자 중 200 가까이 되는 수를 소탕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감염자들의 수는 이틀 전 후퇴했던 수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어 보였다.

 

 

 ‘하천만 소령의 전투소대는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이 감염자들을 추적했다. 하지만 단 두 명만 돌아왔고, 감염자들의 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둘 빼고 전멸이라거나 하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믿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하 소령과 최 중위가 타고 온 로버와 그들의 상태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추측이었다.

 

 

 -적색경보! 적색경보! 기지 내의 전투 요원은 무장 후 서측 15번 격벽으로!

 

 

  그것을 뒷받침하려는 듯 때마침 경보가 울렸다. 나는 MBS만 착용한 채로, 소총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다시 컨테이너 막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서둘러야겠군!’

 

 

 통제본부가 위치한 언덕을 뛰어 내려가던 도중이었다.

 

 

 -콰앙.

 

 

  폭발음과 충격에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앞은 비탈이었기에, 나는 언덕을 거의 굴러떨어지듯 내려오면서 MBS 슈트에 붉은 토양을 잔뜩 바르고서야 일어설 수 있었다.

 

 

 “이게 무슨…!”

 

 

  15번 격벽 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감염자들이 벽을 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15번 격벽이 돌파당했다!

 

 

  급박한 무전이 헬멧 안에서 들려왔다.

 누군가 지뢰라도 밟은 것일까. 하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지뢰는 무너진 27번 격벽 방향에만 심어놓았다. 거의 정반대 방향인 15번 격벽에서 터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뢰에 다리라도 달린 것일까. 이어지는 무전은 충격적이었다.

 

 

 -지뢰가 터졌다! 저놈들이 지뢰를… 쾅!!! 지지직.

 

 

  서쪽에서 폭발이 여러 번 이어졌다. 내장까지 울리는 듯한 웅장한 폭발이 슈트 내부까지 전해져 왔고, 폭발이 일 때마다 걸음이 휘청거렸다.

 

 

  그때 문득 27번 격벽 주변에 심을 지뢰 몇 상자가 사라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감이 좋지 않았다.

 

 

 ‘그 정도의 지성이 있을 리가….’

 

 

  감염자들이 지뢰를 훔쳐 간 것이라고 한다면 이건 상당히 큰 문제였지만, 어찌 되었든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K2-M0 소총으로 감염자들의 머리를 꿰뚫는 것뿐이었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탈길을 종종걸음으로 뛰어내려가며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윽고 소총이 보관된 컨테이너 모양 막사 건물이 40미터 정도 앞에 보였다. 그리고 양팔로 무언가를 감싼 채 건물로 뛰어들고 있는 감염자 한 명도 눈에 들어왔다.

 

 

 “젠장, 무리에서 벗어난 계체가 생기다니.”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희소식은 아니었다.

 소총이 손에 없는 지금으로서는 저 감염자를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감염자의 눈에 띄지 않도록 건물의 반대쪽 입구로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무언가가 나를 세게 떠밀었다.

 

 

  나는 용오름에 휩쓸리듯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충격과는 대조적으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머지 않아 몸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둔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등이 뜨거웠다.

 

 

  그제야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이이이.

 

 

  처음 들려온 소리는 기분 나쁜 이명. 그다음으로 들려온 것은 내 비명과 곤뇽의 경고 메시지였다.

 

 

 “으으윽…크아악!!”

 

 

 -경고, 신체 열상 및 골절상 감지. 진통 약물을 투여합니다.

 

 

  나는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채로 무릎을 꿇고 땅에 손을 짚고 멍하니 멈춰있었다. 아직 이명이 가시지 않았고 머리는 묵직한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따끔한 느낌이 들더니 이윽고 고통이 조금 가셨다. 이어서 하얗고 차가운 연기가 슈트 안에 차오르자 뜨겁던 등도 나아졌다.

 

 

 “허억…허억.”

 

 

  초점이 맞춰지듯 정신이 천천히 돌아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는 몸을 겨우 일으킨 후에 알 수 있었다.

 

 

  내 눈앞에는 통제본부가 세워진 언덕이 보였다. 이쪽은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지만 내가 봐야 할 곳은 정반대 방향이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

 

 

  그곳에 있어야 할 막사 컨테이너가 반쯤 없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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