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4화 적색경보
작성일 : 22-01-02 08:32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439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방이 질척거렸으며 유리관을 채우던 녹색 영양액과 역겨운 종양의 잔재가 여기저기 들러붙어 있었다. 심지어 한 대위는 그것들에 아예 파묻혀 있었다.

 

 

  나는 종양에서 떨어진 이빨 비스름한 것이 가득한 바닥을 짚고 일어나 잔재에 파묻힌 한 대위를 조심히 끌어올리며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방호복 없이 가운만 입은 탓인지 온몸이 더러워져 있었지만 다행히도 큰 외상은 없는 듯했다.

 

 

  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별 탈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기에, 나는 한숨 돌리며 앞으로 내게 떨어질 징계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대위와 최 중위의 분위기는 오히려 심각해졌다.

 갑작스러운 이상한 낌새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침묵을 깬 건 최 중위 쪽이었다.

 

 

 “한 대위님.”

 

 

 “허허… 폭발하게 될 줄이야… 패러사이트의 구조를 밝혀줄 감염자였는데 말이지.”

 

 

 “한 대위님!”

 

 

  그리고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돌연 중위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K5 권총을 꺼내 한 대위에게 겨눈 것이었다.

 

 

 “감염 처리반이 올 때까지 움직이지 마십시요 대위님. 아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되면. ”

 

 

 “감염자가 되겠지. 알겠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다가, 패러사이트가 체내에 들어가면 감염자가 된다는 한 대위의 말을 떠올렸다.

 

 

  그때, 체념한 듯했던 한 대위가 갑자기 두통이 느껴졌는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떠올린 듯 중얼거렸다.

 

 

 “아아. 지금은… 지금은 안 되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 중위가 물었지만 한 대위는 대답이 없었다.

 

 

 “…”

 

 

  그때였다. 한 대위가 무언가 결심한 듯이 엘리베이터의 입구를 향해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그러고는 서둘러 문을 닫아버리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반응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탕.

 

 

 “이런!”

 

 

  한 대위를 쫓던 중위의 총구가 이미 닫혀 버린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불을 뿜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최 중위는 뒤늦게 엘리베이터로 뛰어가 콘솔을 이리저리 눌러 보다가 이내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젠장… 젠장!”

 

 

  영문도 모르는 폭발과 총격에 얼음장처럼 빳빳하게 굳어 버린 나와 양준혁, 이새안은 섣불리 최 중위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멀뚱히며 서 있을 뿐이었다.

 

 

 “…지금부터 절대로 헬멧을 벗는 일이 없도록 해라. 알겠나?”

 

 

  중위가 주저앉은 채로 한숨을 쉬듯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의 중위와는 다른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말투였다.

 

 

 “네.”

 

 

  중위는 우리 쪽으로 등을 돌리고는 MBS 헬멧에 내장된 무전기를 켜고 보고하기 시작했다.

 

 

 “…통제본부 여기는 연구소. 현재 연구소 지하 실험실에서 ‘알파’ 샘플이 폭발하여 한정근 대위가 감염되었음. 한정근 대위는 현재 감염 격리 절차를 위반하고 도주하였음. 또한 최제호 중위 및 서준성, 양준혁, 이새안 일병의 패러사이트 감염 위험이 있어 감염 처리반 출동을 요청함. 이상.”

 

 

  MBS가 없었더라면 한 대위와 같은 처지가 되었을 신병들은 감염이라는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전기에서 돌아오는 전파를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통제본부 하천만 소령이다. 현 시간부로 황색 경계경보를 발령한다. 1전투소대는 무장하여 통제본부로 즉시 집합. 최제호 중위는 감염 처리반이 도착할 때까지 신병들과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

 

 

  나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황색경보가 어느 정도의 문제인지는 잘 몰랐지만 연구소의 위층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엘리베이터 통로를 타고 여기까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최 중위님… 저희 괜찮은 건가요?”

 

 

  이새안이 불안을 못 참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어쩌다 저런 가녀린 사람이 이런 험난한 곳에 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는 말밖에 못 해주겠군.”

 

 

 최제호 중위의 냉랭한 답변에 우리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러다 살처분이라도 당하는 건…”

 

 

 “정신 차려! 징징대지 말고.”

 

 

  이새안의 푸념을 더 이상은 못 듣겠다는 듯 양준혁이 소리쳤다. 그러나 양준혁의 목소리 또한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난장판이 된 방 안으로 빛줄기가 새어 나오더니 엘리베이터 안에서 엄청나게 두꺼운, 마치 이불을 둘둘 만 듯한 방역복을 입은 감염 처리반이 후송용 장비들을 들고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들 6명 중 2명은 장비 대신 소총을 지니고 있었다.

 

 

 “감염 처리반입니다. 통제에 따르지 않을 시에는 즉결 처분될 수 있음을 미리 경고 드립니다.”

 

 

 가장 선두에 선 감염 처리반 병사가 표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방독 마스크 너머로 섬뜩한 경고를 가했다.

 

 

 ‘즉결 처분이라니… 이게 무슨’

 

 

 나는 당장에라도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무지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갈 수 있는 통로는 감염 처리반이 가로막고 있는 엘리베이터 하나뿐이었고 운 좋게 그것을 뿌리친다고 해도 부대 외곽의 격벽에, 그다음에는 이 화성이라는 거대한 감옥에 발을 묶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최 중위는 단념한 듯이, 침낭같이 생긴 새하얗고 길쭉한 가방에 자기 몸을 순순히 뉘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신병, 감염되지만 않았다면 그 이후의 처분은 내 몫이니까.”

 

 

  그러나 그것은 누구에게도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딱딱하게 굳어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사이, 감염 처리반 병사들이 성큼 다가와서는 우리를 차례로 최 중위가 들어간 것과 같은 가방에 밀어 넣었다.

 

 

 “젠장… 나도 유리관에 갇힌 실험체가 되는 건가!”

 

 

  방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사납던 양준혁 또한 기세가 꺾여 버렸다.

 

 

 “싫어… 싫어!”

 

 

  이새안이 슈트 채로 가방에 밀어 넣어지며 소리쳤지만 감염 처리반은 여전히 무표정과 무언의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자신들의 임무를 속행할 뿐이었다.

 

 

 ‘저항해봤자 소용없나.’

 

 

  나는 최 중위의 뒤를 따라 자진해서, 시체를 나르는 데에 사용될 것만 같은 가방에 몸을 뉘었다. 세로로 긴 지퍼가 닫히며 바깥의 소리가 희미해졌다. 마음이 약해 보이는 이새안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내 처지를 걱정하기도 바빴기에 이내 나는 두려움이 섞인 날숨을 내뱉으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가방에 실려 어디론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움직이는 듯한 감각만이 느껴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채로 요동치는 심장 고동만이 MBS 안쪽을 가득 채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우뚝 움직임이 멈추자 내 심장이 덩달아 멎는 듯 조여 왔다. 곧이어 지퍼가 열리며 수술대의 조명 비슷한 밝은 빛이 시야를 가렸다.

 

 

 “으…윽.”

 

 

  나는 가방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차가운 금속재 수술대에 묶여 버렸고, 이윽고 감염 처리반 병사들이 다가와 하얀 연기와 물로 내 MBS에 들러붙은 패러사이트의 잔재들을 일사불란하게 씻어내었다.

 

 

 “외부 침투 흔적은 없습니다.”

 

 

 “이쪽 두 명도 없습니다.”

 

 

 “이쪽도 없습니다.”

 

 

 “소독 후에 MBS를 벗겨낸다. 만일을 위해 채혈까지 해 두도록.”

 

 

  무감정한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우리들의 상태를 살피더니 말했다. 얼핏 들리는 내용으로는 한고비 넘긴 듯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시퍼런 소독약을 슈트 이곳저곳에 쏟아 내고는 내 MBS 헬멧을 벗기더니 이제는 아예 슈트 본체까지 분리하려고 들었다.

 

 

  그들의 무력에 이새안과 양준혁이 버둥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다음은 내 차례일 것이 뻔하다.

 

 

 -외부 충격 감지, 외부 충격 감지 사용자 보호장치 작동.

 

 

 곤뇽이 강한 충격을 감지하고는 떠들어댔다. 감염 처리반 병사들이 슈트의 등판을 강제로 뜯어내려 한 것이다.

 

 

 “MBS는 이래서 번거롭다니까.”

 

 

  조명이 머리 뒤에서 비치고 있는 감염처리반 병사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들은 무력으로라도 MBS를 뜯어낼 심산이었다. 이윽고 MBS에서 쇠가 휘어지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그때였다.

 

 

 -적색경보! 적색경보! 27번 격벽에 감염자 무리가 습격. 모든 전투 요원들은 무장 후 즉시 27번 격벽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황색경보보다도 훨씬 드문 적색경보에 감정이 없는 기계 같던 감염 처리반 병사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요?”

 

 

 “적색경보다. 붙잡아 두었다가는 그냥 끝나지 않아.”

 

 

 “하지만 아직 확인이 덜 끝났습니다.”

 

 

 “외상이 없는 이상 감염 확률은 현저히 낮다. 돌려보내.”

 

 

  아까 전 가장 선두에 서 있던 감염 처리반 병사가 웅웅대는 경보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명령했다. 그러고는 방독 마스크의 공허한 눈구멍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무장 후 최제호 중위의 통솔 하에 27번 격벽으로.”

 

 

  우리는 그렇게 즉결 처분과 실험실 샘플이 될 위기에서 벗어나 아직 뒤숭숭한 심정으로 복도를 뛰어갔다.

 

  난 거의 벗겨질 뻔한 MBS를 다시 고쳐 입었다.

 이정도면 MUIT에 배속 받은 지 이제야 3일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최 중위가 초췌해진 몰골로 앞장서며 말했다.

 

 “잘 된 건지 더 큰 일인지 나도 확신이 서질 않네.”

 

  정말 맞는 말이었다. 처분될 위기는 모면했지만, 이어서 적색경보라니. 우리는 재빨리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커다란 컨테이너로 건조된 본관의 총기 보관함을 거쳐 화성용 소총인 K2-M0을 한 자루씩 꺼내 들고 다시 건물 밖의 격벽으로 향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마지막화 기로 2022 / 1 / 9 195 1 2399   
27 26화 잔재 2022 / 1 / 9 170 0 4251   
26 25화 이새안 2022 / 1 / 9 180 0 4379   
25 24화 사색 2022 / 1 / 7 156 0 4808   
24 23화 귀환 2022 / 1 / 7 162 0 4291   
23 22화 피 없는 전투 2022 / 1 / 7 176 0 4446   
22 21 비수 2022 / 1 / 7 167 0 4315   
21 20화 한 대위 2022 / 1 / 7 173 0 4800   
20 19화 남겨진 무게 2022 / 1 / 3 173 0 4688   
19 18화 악전고투 2022 / 1 / 3 172 0 5725   
18 17화 펑 2022 / 1 / 3 165 0 5125   
17 16화 돌아갈 수 없는 전진 2022 / 1 / 2 167 0 4312   
16 15화 묘수 2022 / 1 / 2 175 0 5878   
15 14화 진상 2022 / 1 / 2 165 0 4953   
14 13화 Martin Republic 2022 / 1 / 2 167 0 4194   
13 12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2022 / 1 / 2 165 0 5170   
12 11화 그들은 모두 삶이었다 2022 / 1 / 2 169 0 4244   
11 10화 설상가상 2022 / 1 / 2 173 0 5128   
10 9화 MAR 2022 / 1 / 2 160 0 4775   
9 8화 함락 2022 / 1 / 2 161 0 4427   
8 7화 한수아 2022 / 1 / 2 169 0 5735   
7 6화 구원 2022 / 1 / 2 164 0 5999   
6 5화 파도 2022 / 1 / 2 170 0 4781   
5 4화 적색경보 2022 / 1 / 2 173 0 4397   
4 3화 감염체 2022 / 1 / 2 169 0 4142   
3 2화 신병 2022 / 1 / 2 183 0 4398   
2 1화 착륙 2022 / 1 / 2 186 0 4970   
1 프롤로그 2022 / 1 / 2 291 0 157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