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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119.
작가 : 삼각형
작품등록일 : 2016.8.31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고, 어머니의 유산을 독차지 하려는 아내, 아무런 의욕 없이 삶을 살아오던 주인공은 뇌사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곁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기다린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회의적으로만 생각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병원 안을 산책하던 도중에 어린이 병동에서 꼬마 환자 박하를 만나게 된다.

 
19
작성일 : 16-10-29 20:28     조회 : 502     추천 : 0     분량 : 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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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멈췄다.

  언제 그렇게 거세게 내렸냐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는 듯, 비도 마법처럼 멈췄다.

  도착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꼬맹이 혼자서 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주머니에 꾸겨 넣고 있었던 담배갑을 꺼낸다.

  덜컥, 하고 문을 여닫는 소리를 내며 꼬맹이가 차에서 내린다.

  아무 말도 없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꼬맹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할 말이 없네.

  느낀 점은 없다.

  특별히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이렇게 글러먹은 사람이니까, 허접한 위로나 안쓰러운 말주변으로 꼬맹이에게 말을 건네는 건 못한다. 내 그릇이 못 된다.

  다른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고 담배도 한 개비 꺼낸다.

  탁, 하는 소리를 내며 담배가 빨갛게 타오른다.

  입에 댈 마음도 없으면서, 나도 모르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하나도 달라진 건 없다.

  어쩔 줄 모를 때, 담배를 찾는 버릇도 여전하다.

 

  “그럼, 왜 여기로 온 거야.”

  달리던 차 안에서, 내가 물었다.

 

  답답했다, 다 끝난 일인데. 어째서 지금에 와서야 이곳에 오는 것인지.

  이제 와서 뭘 한들, 거지같은 상황은 뭐 하나 좋아지지 않는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억울하고, 분하고, 자책감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 끝난 거잖아. 굳이 힘들게 이럴 필요가 있어?”

  한심하다, 뭐라도 해보겠다는 꼬맹이에게 이런 말밖에는 할 수 없는 어른이라는 게 참 한심하다. 그렇다고 뭐 별 수도 없다, 나는 이런 글러먹은 인간이다.

 

  “제가 전에 아빠하고 싸웠다고 했던 날 있죠? 사실, 오늘 여기로 같이 오자는 말에 제가 거절을 해서 싸웠던 거예요.”

  떨리지도 않는 목소리, 끄떡없는 태도로 꼬맹이가 곧바로 말했다.

 

  “사실은 오늘이 엄마 생일이에요, 아마도 저녁때면 아빠도 여기로 오겠죠. 원래는 오기 싫었어요, 바보 같은 제가 죽은 엄마가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아직 이곳에 있다고 망상이나 했으니까요. 여기로 와버리면, 엄마가 더 이상은 여기 없다는 걸, 인정해버리는 게 될까봐 싫었어요. 내키지 않았어요.”

  곧이어 똑바로 내 얼굴을 바라본다, 운전을 하느라 시선은 앞을 향해 뻗어 있지만, 똑똑히 그 시선이 느껴진다.

  “그래도, 언제까지 그렇게 멍청하게 살 건데요!”

  끼익,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다.

  빨간불.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멍하다, 놀랐다. 솔직히 몹시 놀랐다.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고개를 돌려서 아직도 시선을 내 얼굴에 고정하고 있는 꼬맹이와 시선을 마주친다.

  “저는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못 했어요! 그 후로, 아빠가 힘들어 할 때도, 다른 가족들이 찾아왔을 때도, 아무것도 못 했어요! 아저씨 말대로, 그대로 물에 둥둥 떠서 물살이 다 해결해 주기만 기다렸어요. 내키지 않으니까, 그래도 될 거라고 멋대로 망상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들, 물에 떠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도 계속해서 밑으로 가라앉기만 하고 있는 거잖아요. 저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그냥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는 거잖아요! 바보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아저씨도 바보하지 마세요.”

  끄떡없는 눈빛, 나는 그 눈빛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어느새, 신호는 바뀌어 있었고 뒤에서는 여러 자동차들의 경적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핸들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눈을 밑으로 깐다.

  다 끝났는데, 뭘 어쩌자는 걸까.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발버둥이라도 쳐봤자 머리만 아파올 뿐이다.

  분명 다 알고 있는데도.

  나는 옆에 놓인 휴대폰을 힐끗 쳐다봤다. 아내의 부재중전화가 또 추가됐다.

  도대체 나는 어째서 아내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던 거지?

  의문이다.

  난 뭘 하고 싶었던 걸까, 다 끝나버렸다고 믿었던 이 마당에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걸까.

  꼬맹이가 말해줬다.

  바보 같다고.

  아무런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바보가 맞았다. 자기주장은 곧 죽어도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자신 있어 하는 분야 하나 없고, 남들 뜻대로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허수아비 같은.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지도 않았던 바보가 맞았다.

  해결된 건 없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왜냐면 나는 바보니까, 글러먹은 인간이니까. 허나, 그렇다고 가만히 가라앉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가 바랐던 것.

 

  처음으로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른 날, 나는 내가 때렸던 그 친구의 말을 제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걱정은 산더미였다. 난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그 말은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나는 지고 마는 것 같았다. 암담한 현실을 인정해버리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렇게 살았다. 때문에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분명히, 그들의 사랑을 바랐다. 나는 분명히 부모의 관심을, 애정을 원했다. 그것들을 필요로 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포기한 후로, 내가 바랐던 것이 있었던가.

  바보였다.

  이 상황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던 나는 바보가 확실하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이라도 헤엄칠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 참 바보 같다, 나답다.

 

 

  그 아저씨는 바보가 분명해.

  촉촉하게 젖은 잔디바닥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어 나간다.

  아저씨는 편했다, 내게 있어서 그 아저씨는 다른 어른들과는 다른 그런 존재였다. 짜증나는 표정을 가끔 짓고, 나 같은 꼬맹이와도 진지하게 상대를 해준다. 때문에 편했다. 그 아저씨와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안심이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동질감이라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나도 이 아저씨처럼 될까봐,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는 그 표정을 언제까지 지어가며 살아갈지 모르니까. 그러나 곧 다시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가만히 있기가 겁난다면, 역시 움직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응원했다, 이미 다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꼭 움직이기 위해서 스스로를 응원했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똑같을 지도 모르는 아저씨도 응원했다. 정확히 뭐 하나를 콕 집어서 응원했다는 게 아니다. 뭐가 됐든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그 아저씨도, 나도 너무 어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표정은, 행동할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나 짓는 표정이다. 아저씨의 상황 따위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나는 보여주고 싶었다. 다 끝났어도, 하고 싶었던 일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을. 미련을 조금밖에 덜어낼 수 없고, 설령 단 한 톨도 털지 못한다고 해도 먼저 움직이는 것을 어쩐지 어른 같지 않은 그 어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 어른과 친구가 되고 싶다, 엄마의 말대로 이 지긋지긋한 병이 다 낫게 된다면, 마음껏 가고 싶은 곳을 함께 가고, 즐거움 말동무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를 사귀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친구로 남고 싶다. 당장 부르면 달려가 주는 119는 아니지만, 별 힘도 없는 꼬맹이일 뿐이지만. 자세한 건 하나도 모르지만.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 아저씨에게 내 작은 손이라도 건네주고 싶었다.

  의미가 통했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그 아저씨를 데려온 건, 딱 하나 그 이유에서였다.

  어찌됐든, 이제 보여주기는 끝났다.

  “엄마…….”

  하얀 얼굴, 길고 검은 머리, 예쁜 미소. 엄마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왔다. 아니다, 그런 얼굴을 한 엄마의 사진에 내가 가까이 다가갔다.

  보여주기는 끝났다, 그러니까 이제는 조금만 울어도 괜찮을 거다.

  순식간에 두 볼이 뜨거워진다.

  순식간에 눈앞을 눈물이 가려버린다.

  고개를 제대로 들고 있기가 어려워진다.

  목구멍에서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그래도.

  그래도 꼭 말해야 해.

  속으로 다짐했다.

  “미안해요…….”

  금방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눈물을 참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

  그리 크지 않은 네모난 공간 앞에서, 엄마가 남아있는 작은 항아리를 품은 네모난 공간 앞에서,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심호흡을 했다.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 때, 딱 한 번 아빠가 이곳으로 나를 데려온 적이 있었다. 납골당이 어떤 곳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자기최면으로 똘똘 뭉친 고집부리는 애였다.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고, 내키지 않는 일을 밀어내기 위해서 애썼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

  “엄마, 미안해. 엄마가 아픈 거 다 알면서도 투정만 부려서 미안해.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지도 않아서 미안해. 엄마가 언제나 옆에 있을 거라고만 생각해서 미안해. 엄마한테 괜히 심술을 부렸던 것도 미안해.”

  엄마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신 거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고마웠어요. 말도 못하고 그냥 끝나버렸지만,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고마워요, 그래서 사랑해요, 엄마.”

  힘들게, 힘들게 쏟아낸다.

  아직도 쏟아내고 싶은 것들은 굉장히 많다. 그러나 눈에서 쏟아지는 뭐가 뭔지 모르겠는 감정덕분에 머릿속이 진정이 되지 않고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솔직히, 미운 것도 있어요. 왜 먼저 가버렸는지, 왜 아무런 말도 없이 그렇게 갔는지, 그리고 하다 못해서 왜 살아있을 때, 옆에 있을 때,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그렇게 갔는지 미웠어요. 원망스러웠어요, 싫었어요! 왜 내키지 않는 일을 품에 안기고 간 건데요! 그것 때문에…….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었잖아요! 언젠가는 엄마하고 그리고 아빠하고 다 같이 여행가고 싶었던 곳도 많았는데, 이래서는 내가, 내가 엄마한테 너무 짐만 되고 끝나버렸잖아요! 미워요, 미워요!”

  아, 이래서는 엄마가 듣고 있다고 해도 내 말을 알아듣기는 글러먹었을 것이다. 울먹이는 소리 때문에 발음이 제대로 나가는 건지, 아니지도 파악이 안 된다.

  쏟아내고 싶었던 건, 다 쏟아낸 건지. 울고 싶은 만큼, 울긴 울었는지. 흥분된 감정과, 고조된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제 후련해졌다. 어딘가를 꽉꽉 채우고 있던 무언가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아주 작고 기다란 구멍 하나가 뚫린 기분이다.

  거울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돼서 꼴불견일 거다.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소매가 흥건하게 눈물로 젖어버렸다. 덕분에 이제 눈앞에 있는 것들이 똑바로 봐지기 시작한다.

  어쩐지 사진 속 엄마가, 생생하게 눈앞에서 웃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나도 웃음을 짓는다. 진심을 다해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진짜로 사랑해요, 앞으로도 쭉요.”

  아, 끝났다.

  이미 전부터 끝났었지만.

  이제는 진짜로 끝났다.

  응어리가 얼마나 풀렸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낸 거다.

 

  고개를 돌렸다.

  다시 몸을 뒤로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간다. 다시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 나가며 엄마에게서 차츰 멀어진다.

  슬프지만, 후련한 감정. 허무하지만, 뿌듯한 감정. 알 수 없는 감정이 온 몸의 피를 제멋대로 이끈다. 그리고 기껏 닦아낸 눈물을 계속해서 내뿜게 만든다.

  어느 정도 멀어졌을까,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엄마를 바라보았다.

  빨간 하트 인형 하나가 그 앞에 놓여있다.

  선물은 잘 골랐겠지.

  잘은 모르지만, 그런 확신이 든다.

  다시 고개를 돌려,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기분 좋은, 시원한 산들바람이 소리를 내며 머리를 쓸고 지나간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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