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대항해시대: 디케(검과 저울) [2021년 개정]
작가 : 유툽작성TV
작품등록일 : 2021.12.28

판타지, 추리, 로맨스가 모두 섞인 복합장르입니다.

---

대 상회 <스드로니카>에 속한 귀금속 상단의 교역선 <티파데 아비움>호.
선에서 내린 일등항해사 에드윈 벨번츠는 우연히 직물 상 잔나 스드로니카를 만나게 되고,
첫 눈에 반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린 채 그녀를 따라나서는데...

---

신대륙 발견의 명예와 영토 확장의 기회 마련, 혹은 이미 발견되고 개척된 항로를 통한 국가 간 무역과 상호 발전.
이제는 이단으로 취급되는 마법과 현실로 다가오는 과학의 경계에서 옛 문물과 신문물을 찾으려는 대항해시대가 이어진다.
끝없는 전쟁의 반복에도 이어지는 항로개척과 해상 무역은 돈과 권력, 명예. 국가, 기업, 개인에 할 것 없이 버릴 수 없는 기회의 보고가 된다.
그런 기회의 보고를 항해하는 대 상회 <스드로니카>와 일등항해사 에드윈 벨번츠의 모험이야기.

 
1.0 저기, 이름이라도
작성일 : 21-12-31 23:01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23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항구다! 항구가 보인다!”

 

 감시탑의 선원은 목이 갈라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항구 주변에는 수많은 선박들이 정박돼 있었다. 이곳저곳으로 출항하고 또 입항하려는 선박들도 많이 보였다. 감시탑 위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망원경을 들던 남자는 항구가 들어선 곶의 모양을 보며 지도와 비교했다.

 

 사실적 설계로 많은 항해가들의 인지도를 얻고 있는 ‘휴오니’인장이 찍힌 지도에 따르면, 앞에 보이는 저 곳은 항구도시 로젠이 분명했다.

 

 남자는 지도와 망원경을 접으며 선원들을 격려했다.

 

 선원들의 상태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저기 찢기고 먼지를 먹어 넝마라 해도 믿을 그들의 옷가지는 사실 평범한 뱃사람의 꼴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부서진 조타륜과 구멍 난 돛을 볼 때면 지평선 너머로 지난날이 스쳤다.

 

 선박은 그야말로 망신창이였다. 키와 돛부터 시작해 선박의 난간과 바닥 군데군데는 포에 맞아 처참한 흔적을 남겼고, 창고에도 물이 들어 차 선원들은 한나절 동안 물을 빼야만했다.

 

 그나마 교역품의 손실이 적어 다행이었다. 만약 교역품이 식료품이나 향신료였다면 그간의 항해와 자금이 모두 가라앉는 허사가 되었겠지만, 창고에는 귀금속을 싣고 있었다. 파손된 물품이 있다면 가치는 떨어지겠지만 다시 녹여 세공하면 될 일이었다. 남자는 그렇게 위로했다.

 

 “벨번츠!”

 

 선원 한명이 선수로 걸어오며 남자를 불렀다.

 

 “다들 지쳤어. 우리 계획이 뭔지는 알지만, 오늘 하루만 쉬자. 하루 정돈 괜찮잖아, 그렇지?”

 

 배가 습격당한 지도 벌써 열흘이 넘었다. 그 날 이후로 해적선을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여유를 가질 수도 없었다. 선원은 불편한 표정을 내보이는 벨번츠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나 이내 들려온 그의 말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 하루만 쉬자.”

 

 벨번츠는 선원에게 지도와 망원경을 건네고는 선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파손된 갑판 위를 지나 선장실로 들어섰다. 갈아입을 만한 옷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제대로 된 옷이 남은 곳이었고 대부분의 옷들이 자신의 사이즈보다 컸지만 크게 어색하진 않았다.

 

 셔츠만 하나 갈아입고 나서 선원들을 통솔하고 한 번 더 화물을 확인했다. 그러고 있자니 정말이지 선장이 된 기분이었다. 선장과 맞먹고 지낸지 오래됐어도 그 스스로 선장이 될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장이 없는 지금, <티파데 아비움>호를 이끌 사람은 자신 밖에 없었다.

 

 벨번츠는 오른쪽 허리춤에 찬 단검을 만지작거리며 어느새 눈앞에 다다른 항구를 응시했다. 도금으로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칼자루 끝에 빨간 루비가 박혀있는 고급스런 단검이었다.

 

 

 

 *

 

 

 

 항구에 정박하자 벨번츠는 선원들에게 의장과 보급을 지시했다. 그리고 내일 출항 시간을 당부하며 주도력 있는 몇몇 선원들에게는 도시 곳곳에 머물 수 있는 거처를 따로 마련하도록 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많은 정보를 모으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추려내고, 정보와 정보 사이에서 새로운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데서 생각지 못한 이윤과 사업의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다.

 

 노점상을 비롯해 은밀한 뒷골목까지. 정보는 모든 곳에 있었고, 쏟아지는 정보의 내용과 출처는 다양했다.

 

 하지만 그게 선원들을 해산시킨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벨번츠는 항구 앞 노점상을 뒤로 하고 상업지구로 들어가 주점을 찾았다. 혼자 생각할 곳이 필요했다.

 

 평소 같으면 익숙한 선박에서 시간을 가졌을 테지만 처참한 꼴의 선박 앞에서 그럴 기분은 들지 않았다. 이 시간에 주점은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혼자 시간 보내기도 좋을 터였다.

 

 “도둑이야!”

 

 상업지구에 들어서 인적이 드문 길을 지날 때였다. 길 너머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을 가린 괴한이 골목에서 뛰쳐나온 건 거의 직후였다.

 

 “비켜!”

 

 괴한은 길 한복판을 걷고 있는 그를 보며 고함을 질렀다.

 

 벨번츠는 성인 남성 다섯이 나란히 걸어도 충분할 공간에서 자신이 비켜야할 이유를 찾기도 전에 옆으로 비켜섰다. 그대로 있다가는 괴한이 그저 자신에게 달려들 것만 같았다.

 

 괴한이 그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벨번츠는 자신을 지나쳐 가려는 괴한에게 다리를 걸었다.

 

 거의 발로 차다시피 한 기습에 길을 터준 것만 보고 빠르게 달려가던 괴한은 땅을 두 바퀴나 구르며 넘어졌다.

 

 괴한이 중심을 잡고 벨번츠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을 때는 이미 한 발로 선 채 기울어진 그가 시야에 스친 뒤였다.

 

 괴한은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자신의 왼쪽 턱을 가격하려는 다리를 막았다. 그가 손에 쥔 주머니를 놓치면서 안에 있던 동전들이 튀어 올랐다.

 

 괴한은 저릿한 충격에 다시 한 번 땅과 친해졌지만 빠르게 균형을 잡으며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휘두르는 척하며 뒤로 물러났다. 눈앞의 남자가 뽑아든 단검만 보고 주춤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직감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다행히 벨번츠도 한 발 뒤로 물러나면서 순식간에 둘의 거리가 벌어졌고 괴한은 막혔던 퇴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적막은 짧았다. 팽팽한 긴장이 풀리기도 전에 괴한은 빠르게 몸을 돌려 달아났다.

 

 달아나는 그를 보던 벨번츠는 무심하게 옷을 털고 떨어진 주머니에 돈을 주워 담았다. 괴한이 저 멀리 간 동안 등 뒤에선 또 다른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벨번츠는 마지막 동전을 주워 담고는 몸을 돌렸다. 눈앞엔 붉은 기가 도는 갈색머리를 가진 여자가 흐트러진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방금 괴한을 마주했던 적막보다 무거운 기류가 숨을 막았다. 처음 느껴보는 압박이었다. 마치 주변 공기가 멎은 듯 했다.

 

 어떻게 인지 모르게 정신을 차린 벨번츠는 말없이 들고 있던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아직도 상체를 들썩이며 숨을 고르던 여자는 한동안 돈주머니를 보다가 건네받았다.

 

 “고마워요.”

 

 벨번츠를 보던 여자는 돈주머니에서 은화 두 개를 꺼냈다. 포르텔론 왕국에서 발행하는 은화였다.

 

 “받아주세요. 사례금이에요.”

 

 벨번츠는 다시 한 번 정신을 번뜩였다. 방금 전 눈앞을 가르던 검 날에도 반응한 그였지만 가볍게 뻗은 가녀린 손이 언제 자기 앞에 와 있었는지는 도무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멍청한 모습으로 팔을 뻗었다. 딱히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또 한 번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동전이 쥐어져있었다.

 

 “그럼.”

 

 여자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고개를 숙였는데도 머리칼이 뒤로 휘날린 느낌을 받은 건 착각이었을까. 두 장면이 겹친 걸까.

 

 다시 공기가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눈앞의 여자가 사라진 후였다.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벨번츠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저기.”

 

 벨번츠를 지나던 여자는 발을 멈추고 다시 몸을 돌렸다. 다섯 걸음이나 걸었을까. 황급히 걷던 그녀의 표정이 지금에서야 분명히 보였다. 무서운 건지 불쾌한 건지 불편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혼란스러웠다. 자신을 보는 그녀의 눈빛이 마치 또 다른 괴한을 보듯 한 느낌이었다. 정신을 놓은 사이 불쾌하게 봤던 건가. 오해가 없었으면 했지만 속내를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름이라도.”

 

 입 밖으로 나온 말이라곤 평생에 써본 적 없는 단어였다. 배운 적도 없는 말을 사용했다는 것에 놀랄 지경이었다. 아니, 써본 적이 있었던가.

 

 도망가고 싶은지 뒤를 훔치던 그녀는 쫓기듯 말했다.

 

 “아, 미안해요. 도와주신 분한테. 경황이 없었네요. 스드로니카입니다. 잔나 스드로니카. 죄송한데 제가 바빠서. 그럼.”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달아나듯 말을 끝내고 정말 달아나듯 뛰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 많은 게 지나간 것 같았다. 지금 따라가면 잡을 수 있을까 싶다가도 머릿속에 맴도는 그녀의 한마디가 발목을 잡았다.

 

 스드로니카.

 

 벨번츠는 고장 난 나침반처럼 몇 번이고 방향을 바꾸며 맴돌았고 얼마간의 시간을 잡아먹은 후에야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자기장의 방해를 받아 허우적대는 기분은 여전했지만 지금 가야할 곳은 주점이었다. 생각할 게 더 많아진 기분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각할 공간이 필요해 찾았던 주점이었는데 이젠 다른 이유에서라도 주점을 가야했다. 술도 필요할 것만 같았다. 맨날 마시던 싸구려 럼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럼이.

 

 벨번츠는 선장이 즐겨마시던 술 이름을 떠올려보려다 포기했다. 귀가 닳도록 들은 적도 있었건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떠오르는 이름이라곤 오직 하나뿐이었다.

 

 ‘스드로니카.’

 

 

 

 *

 

 

 

 길을 벗어나는 동안 잔나는 조금 전 남자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지웠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상 때문에 괜히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를 두고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잔나는 혹 괴한이 다시 덮칠까 우려하며 대로변 옆으로 난 샛길로 빠져나왔다. 사실 한편으로는 괴한이 다시 덮쳐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도 있었다.

 

 애초에 따라잡을 수도 없었겠지만 벨번츠 탓에 괴한의 흔적을 완전히 놓쳐버려 달리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샛길을 돌아 나오니 돌과 흙으로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멘트를 지나 광장이 보였다.

 

 그녀는 빠르게 인파를 헤치며 광장을 가로질렀다. 평생 이렇게 급박하게 뛰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을 덮쳤던 괴한의 차림새를 잊지 않도록 계속 되뇌었다.

 

 ‘대체 누가 보낸 자일까? 뭐 때문에?’

 

 스스로에게 질문도 계속 던져봤다. 납득할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지만 서둘러야했다.

 

 ‘시간이 없을 지도 몰라.’

 

 잔나는 빠르게 광장을 빠져나와 또 다른 상업지구로 들어서는 길에서 숨을 골랐다.

 

 로젠은 상업도시로 발전한 항구도시다. 주변 모든 해역으로 뻗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상업적 교류와 경유지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주변국의 해협 너머 해상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로젠은 막대한 잠재가치를 인정받았고, 매년 증가하는 투자 자금으로 도시 면적을 확장하고 새로운 상업지구도 만들었다.

 

 잔나가 속한 길드사무실도 그 곳에 들어서 있었다.

 

 잔나는 길드사무실이 들어선 길목에서부터 다시 호흡을 고르며 짐짓 침착하게, 그러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만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상인에게서 어떠한 정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선 처신부터 조심해야했다.

 

 길드사무실 앞에 다다른 그녀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문을 열었다. 로비에는 저마다의 사업적 용무로 온 사람들과 그들의 건의사항을 받아주는 업무원들로 가득했다.

 

 잔나는 그들을 지나 계단을 올랐다. 계단의 절반 쯤 오르자 이젠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녀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 쾌적한 업무를 위해 꼭대기 층에 위치한 귀빈실을 빌린 것에 대해 속으로 욕을 하며 그런 기분을 잊으려 했다.

 

 귀빈실에 도착해 벨번츠와 만난 길이 연상되는 복도를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료들이 그녀를 반겼다. 오래간 알고 지내온 가족 같은 동료들이었다.

 

 그들을 보고서야 마음 한편에 담아두었던 미안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울컥 올라왔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고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큰일 났어요, 증서를 도둑맞았어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 2.0 그건 내 배인데 누굽니까? 2022 / 1 / 3 195 0 5801   
3 1.1 신뢰로 굴러가는 마차 2021 / 12 / 31 189 0 6102   
2 1.0 저기, 이름이라도 2021 / 12 / 31 198 0 5231   
1 Season 1. <검과 저울> 0.0 참다랑어다! 2021 / 12 / 28 311 0 485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몬스터헌터: 괴
유툽작성TV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