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아난 왕비
작가 : 분홍솜사탕
작품등록일 : 2021.12.31

"무영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바로 죽이고 딸이면 살려두거라"

정실부인 주씨가 산파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걸 알지 못하는 무영, 힘겹게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울음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렸다.

두 지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한배에 태어났으니...

 
제 1 화 <절망의 밤>
작성일 : 21-12-31 16:53     조회 : 232     추천 : 1     분량 : 497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칠흙같은 어둠이 오녀산성을 삼켜버릴 듯이 감싸고 있었다. 천년절벽으로 둘러싸인 오녀산성에 건물이라고는 나그네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쓰러질 것 같은 작은 집 하나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온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영화롭던 고구려의 첫 왕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거대한 주춧돌만이 그때의 영광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듯 했다.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돌들로 짜 맞추느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렸을 것 같은 성벽과 성벽사이로 작은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이 고요한 밤이었다.

 

 뚜욱 뚝

 

 습한 동굴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적막한 밤을 방해할 뿐이었다.

 

 그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탁한 신음소리

 

 “아,아~ 정종 네 이놈~”

 

 이징옥은 자면서 힘든 꿈을 꾸는지 식은 땀을 흘리며 몸서리쳤다.

 

 “괜찮으시옵니까? 나으리~”

 

 곁에 앉은 무영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헉헉~~”

 

 “정신이 좀 드시옵니까?”

 

 “여기가 어디요?”

 

 “오녀산성입니다.”

 

 “오...녀 산성”

 

 “나으리께서는 큰 부상을 당하시어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자신의 어깨쪽 상처를 살피고 있는 무영의 대답을 듣고는 징옥은 하나씩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

 

 함길도의 10월의 밤은 깊었다.

 

 “절도사는 막중한 임무인데 박호문이 소리를 숨기고 와서 대신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징옥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고보니 박호문이 소리 없이 온 것도, 평소같지 않은 태도도 이상한 듯 합니다.”

 

 막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목적이 있는 자는 그 목적을 숨기려 하기에 그 행동이 어색해지는 법이지. 엊그제의 박호문의 행동이 그러했느니라”

 

 “......”

 

 징옥의 말에 막손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김종서 장군께서 내게 그리 말씀하셨다. 정말 중한 일이 아니면 한양으로 부를 일이 없을 터이니 변방방어에만 전념하라 신신당부하셨지”

 

 징옥은 은인인 김종서장군을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징옥아~’

 

 호랑이 김종서장군의 목소리와 얼굴이 떠올랐다.

 

 ‘네~ 장군’

 

 ‘함길도는 조선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다. 이곳을 조선땅으로 만들기 위해 걸린 오랜 시간과 희생된 목숨을 기억해야 할 것이야. 지금은 아니지만 애써 화친을 맺어놓은 여진이랑 말갈이 호시탐탐 그들이 우리에게 내놓은 땅들을 다시 회수할 생각을 하고 있단거지. 손해보는 장사였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잠시라도 한눈을 파는 날에는 종성과 회령이 오랑캐의 발에 짓밟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앞으로는 변방방어에만 전념하도록 하거라’

 

 이징옥일행은 이징옥의 후임으로 임명되어 왔다는 박호문이 어명이라며 이징옥을 하도 정신없이 내모는 바람에 깊이 생각지 않고 그에게 병부를 넘겨주고 길주의 도절제사영을 떠나 한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말의 목을 축이러 잠시 쉬면서 일이 해괴하게 흘러간다 싶었던 징옥은 부총관 막손에게 의구심을 털어놓던 참이었다.

 

 이징옥의 첫째아들 이자원과 둘째아들 이윤원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귀울였다.

 

 “맞습니다. 어째 오는 도중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듯 합니다.”

 

 자원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마을전체가 조용합니다. 장군~”

 

 막손이 결정을 내려달라는 표정으로 징옥을 쳐다보았다.

 

 “내 어릴적부터 세종대왕과 김종서장군의 명을 받들어 육진개척에 힘써왔건만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 나를 한양으로 부르는 것부터 이해하지 못 할 일이다. 무슨 변고가 생겼음이 틀림없다.”

 

 “......”

 

 잠시 침묵이 흐르고 징옥이 탄식하며 말했다.

 

 “함경도, 이 관북지역은 태조대왕이 천하를 세우고자 몸을 일으킨 곳이 아니던가? 오랜기간동안 이민족을 몰아내기 위해 힘써 왔던 곳이 아니던가? 조선의 기가 이 곳 함경도에서 나온다는 김종서장군의 말씀을 받들어 변방수호에 온 힘을 기울여 소임을 다해왔건만 내가 떠나면 이곳도 무너진다. 우리는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한양으로 보내려는 연유를 알아야겠구나”

 

  “이랴~이랴~”

 

 풍산을 지나 신흥으로 넘어온 그들은 다시 풍산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10월은 해가 짧았다. 어둑어둑해진 길을 망설임없이 질주했다. 동트기전 길주까지 도착할 요량으로 고삐를 당겨 말을 재촉했다.

  몇시진이 지났을까? 힘이 쳐져 힘들어 하는 말을 쉬도록 하기 위해 도랑이 있는 곳에 멈춰 섰다

 

 ‘바로 길주로 갈 것이 아니라 풍산에 들렀다가세. 풍산의 김옥문은 친분은 두텁지 않으나 곧고 정직한 사람이라 믿을 만하니 들렀다가 정황을 살펴보고 감이 좋을 듯 하네“

 

 “네, 그리하옵죠”

 

 “잠시라도 눈을 붙이거라. 먼길을 떠나야한다”

 

 “네 장군님도 주무십시요”

 

 징옥일행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동북면의 아침은 빨랐다. 동트기 전부터 징옥은 짐을 꾸리고 있었다.

 막손과 자원, 윤원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징옥의 비장한 표정을 보고는 재빨리 움직였다.

 빠르게 움직인 덕에 동이 틀 때 쯤 , 풍산 절제사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함길도 도절제사인 이징옥장군이다. 풍산절제사를 만나러 왔다”

 

 “장군님 몰라뵈어 송구합니다.”

 

 창으로 길을 가로막을 수문장이 창을 거두며 거수경례를 했다.

 소식을 듣고 마중나온 군관의 안내를 받아 이징옥일행은 성안으로 들어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

 

 절제사 옥문의 표정은 장수답지않게 온화했다.

 관저의 곳곳에는 정갈함 검소함이 묻어났다.

 

 “김옥문장군 오랜만이오. 신미년에 회령전투에서 뵈었던 것 같소이다만~”

 

 “네 이징옥장군, 그때 이장군님의 활약이 무척이나 돋보였었지요. 오죽하면 야인들이 이징옥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린다 하겠습니까 허허

 

 ~~”

 

 김옥문은 참으로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지금 한양에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오?”

 

 김옥문은 태연한 척 웃음을 보였으나 옷깃을 매만지더니 이내 태도를 달리하였다.

 

 “하루만에 조선의 천하가 바뀌었습니다. 한명회와 홍달손이 이장군님이 안평대군과 공모해 경성(鏡城)의 병기들을 한양으로 옮겼다고 상소문을 올렸다 합니다. 그 상소문으로 인해 김종서장군과 황보인이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장군께서는 멀리 함길도에 주둔해 계시고 병권을 쥐고 있으니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하겠지요. 그러니 박호문을 보내 장군을 한양으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나도 모르는 죄를 누가 만들었단 말이오? 그럼, 역모의 수괴는 누구요? 그리고, 김종서 장군이 화를 당했다는 것이오?”

 

 징옥은 믿기지 않기도 않고 놀라 횡설수설하며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지금 천하는 수양대군(首陽大君) 이유(李瑈)의 것입니다. 모든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그럼, 단종임금은 어찌 되었소?”

 

 “왕좌만 지키고 있습니다. 이름뿐인 왕인게지요. 수양대군도 민심을 생각해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 어쩌질 못하고 단종임금이 임금자리만은 보존토록 했겠지요. 이 모든게 수양대군과 사팔뜨기 한명회의 계략인 게지요. 어쩌면수양대군이 명나라 사신으로 떠날 때부터 아니면 그 이전부터 계획된 일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럼 문종대왕의 유지를 받든 신하들을 다 제거했단 말인거요?”

 

 “그렇다고 봐야죠. 한양은 지금 아수라장입니다. 수양대군 수하들의 철퇴에 맞아 죽어간 사람이 수십명에 이른다 합니다. 또한, 명분을 차버리고 죽음을 비켜간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지요.”

 

 “흠~”

 

 “수양쪽에서 이장군 목숨줄에 크나큰 상금을 걸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한양에 도착하기도 전에 추포당할 수 있습니다.”

 

 징옥은 눈앞이 아찔하였다.

 

 “내 이제껏 목숨바쳐 나라에 충성을 다하였건만 역적으로 몰려 대역죄인이 되어 있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징옥의 말은 슬픈 넋두리처럼 들렸다.

 

 “장군님”

 

 “아버지”

 

 “아버지”

 

 막손과 자원형제가 울부짖었다.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 한양으로는 갈 수가 없다. 우리는 길주로 가자. 박호문을 만나야겠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옥문이 일어서며 말했다.

 

 “자네 괜찮겠는가? 예전에는 오랑캐와 맞섰지만 지금은 다르네”

 

 “지금은 명분이 있지 않습니까?”

 

 “명분이라?“

 

 “수양은 거침없고 욕망이 강한 사람입니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고 후에 어찌 될 지는 불보 듯 뻔합니다. 어린 단종임금의 목숨이 바람앞의 등불입니다. 수양의 전횡을 두고 볼 수만 없소. ”

 

 이징옥은 누명을 벗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옥문의 생각은 더 멀리 나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마리의 말이 길주를 향해 달렸다.

 하루가 꼬박 걸려 길주에 도착했다. 바로 박호문을 찾아 들어갔다.

 박호문은 아들 박평손과 방안에 있었다. 이징옥은 천천히 칼을 빼어들었다.

 

 “이놈~~ 박호문 ”

 

 “헉 장군”

 

 “네 어찌 나를 대역죄인으로 몰아 한양으로 내치려 했느냐?”

 

 “장군 그것이 아니옵니다. 저는 어명을 받들었을 뿐입니다.”

 

 박호문이 징옥의 칼뽑는 소리에 놀라 곧바로 꿇어않아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이놈, 너는 이미 수양과 한통속이 되어 나를 궁지로 몰아넣지 않았느냐?”

 

 “장군, 그것이 아니옵니다.”

 

 “그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내 이미 다 알고 왔거늘...”

 

 박호문은 시간을 끌어볼 심산이었으나 그 누구하나 나서지 않았다.

 

 “장군님 제 아비와 저는 어제 저녁에서야 소식을 듣고 애통해 하고 있었습니다.”

 

 박평손이 무릎을 끓고 호소하 듯 얘기했다. 그찰나에 박호문이 칼을 빼어들었으나 징옥의 칼이 앞섰다.

 

 “헉~~ 평손아~”

 

 “아버지~ 아버지~~~~~~”

 

 박호문이 손에 쥔 칼을 떨어뜨리며 힘없이 쓰러졌다. 쓰러진 박호문의 가슴사이로 벌건 선혈이 흘러내려 방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박평손을 묶어라”

 

 순식간에 박호문은 목숨을 잃었고 박평손은 자유의 몸이 아니게 되었다.

 또각또각.. 바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서 이행검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장군~~~~~”

 

 징옥이 행검을 바라보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부총관, 길주에는 별일이 없느냐?”

 

 “네 장군님, 장군님이 떠나시고 뒤늦게야 한양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도 장군님을 따라 떠나려는 참에 장군께서 이리 오셨습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그래, 뭐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네가 그리 선택하였다니 짐을 꾸리도록 하여라”

 

 “장군님을 받들겠습니다”

 

 “우리는 종성으로 간다”

 

 이렇게 일행은 불어서 7명이 종성을 향해 떠났다.

 함경북도 종성은 함경산맥이 횡단하고 있어 낮고 평평한 평야는 거의 없었다.

 징옥일행은 험한 산을 추위를 이기며 평지를 달리듯 달려갔다.

 이들의 목적은 같았지만 그 중 한명이 다른 맘을 품고 있는 지는 징옥도 그 누구도 몰랐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시간보내기 21-12-31 21:11
 
술취한 역사가 비틀거리며 뛰어가는 것 같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일 공지 2022 / 1 / 3 315 0 -
15 제 14화 <숨겨진 신분> 2022 / 2 / 12 197 0 1474   
14 제13화 <동윤의 비밀> 2022 / 2 / 2 167 0 4354   
13 제12화 <무영의 눈물> 2022 / 1 / 28 199 0 4376   
12 제 11화 <이씨부인의 한> 2022 / 1 / 24 182 0 5117   
11 제10화 <궁녀모집> 2022 / 1 / 21 197 0 4918   
10 제9화 <하여원과 건진천> 2022 / 1 / 19 190 0 5285   
9 제8화 <순수한 그녀> 2022 / 1 / 17 207 0 5448   
8 제7화 <명성의 행복> 2022 / 1 / 15 182 0 4709   
7 제6화 <운명> 2022 / 1 / 12 194 0 4577   
6 제5화 <그 남자의 여인> 2022 / 1 / 10 191 0 5043   
5 제4화 <애원> 2022 / 1 / 7 200 0 4757   
4 제3화 <야속진의 야망> 2022 / 1 / 5 185 0 4155   
3 제 2화 <진퇴양난> 2022 / 1 / 3 185 0 4851   
2 제 1 화 <절망의 밤> (1) 2021 / 12 / 31 233 1 4979   
1 제 0화 <달아난 왕비> (1) 2021 / 12 / 31 357 1 69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