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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Eye.
작가 : MJfafa
작품등록일 : 2021.12.27

귀신을 볼수 있는 눈. 그리고 귀신을 죽일수 있는 눈.
이 두눈을 가진 두 남자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도대체 악귀는 어디서 오는것인가?

 
제2장. 인연-1
작성일 : 21-12-31 07:30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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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

 -Helen Keller-

 

 제2장. 인연

 

 이십년 전.06.21일

 

 미령은 한 시간이 넘게 전화기 앞에 앉아 수화기를 수십 번도 넘게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미 진통이 시작 된지도 두어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래, 어차피 한번은 해야 할 일이야.’

 

 마음을 다잡은 미령은 떨리는 손으로 기억을 더듬어가며 천천히 전화기의 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한참 뒤 자다 일어난 듯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익숙한 목소리에 잠시 뜸을 들인 미령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저 미령 이에요.”

 

 수화기 너머로 갑자기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방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린 후 잔뜩 짜증이 난 목소리로 남자가 말했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내가 다신 연락하지 말라 고 했잖아!”

 

 남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화를 내며 말했지만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나도 그러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해야 할 거 같아서요.”

 

 “무슨 말! 우리 사이에 더 할 말이 남았었나? 그것도 이 시간에? 너 미친 거 아니야?”

 

 냉랭한 남자의 태도에 미령은 큰소리로 화를 내고 싶었지만 애써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늘 아기가 나올 것 같아서 전화했어요. 그래도 얘기는 해주어야 할 거 같아서요.”

 

 “뭔 얘길 하는 거야 도대체, 아기라니, 너 설마...”

 

 배가 점점 더 아파오자 미령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맞아요, 당신 아이에요. 나까지 뱃속에 있는 아기를 버릴 순 없었어요.”

 

 수초간의 침묵이 흐르고 남자가 헛기침을 한 후 좀 더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떻게 보면 비아냥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야? 뭐 병원에 같이 가자는 거야?

 아님 돈이라도 뜯어보겠다는 거야 뭐야?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미령은 이런 남자를 믿고 사랑하고 의지했었던 자신이 정말 미친 게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부모님을 사고로 여의고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상경해 가진 첫 직장에서 사장과 직원으로 만났을 때만 해도 둘의 사이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사정이 딱하다며 보증금까지 가불해서 월세 방도 알아봐주었고 친동생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었기에 정말 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길 시작했고 나이는 좀 많았지만 미혼이었던 사장의 적극적인 구애로 연애를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 연인처럼 주말엔 데이트도 즐기고 여행도 다니고 잠자리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행복하기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쯤 어느 날 회사로 한 여자가 찾아왔다.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사장의 약혼자라고 했다.

 

 미령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드라마에 나올듯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제야 다른 직원들의 눈치가 보이니 회사 내에선 절대 티내지 말고 비밀로 하자던 사장의 말이 그런 뜻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 저녁 사장이 자주 가던 카페로 미령을 불러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건 사장이었다.

 

 미안하단 말로 시작해서 계속 자기변명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은 원치 않았지만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이다, 나도 너와 결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러려면 사장자리를 내놓으란 아버지 말에 어쩔 수가 없었다, 날 좀 이해해 달라....

 

 한참을 떠들고 나더니 슬며시 봉투하나를 건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야. 한동안은 이 돈으로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회사도 그만둬 줬음 좋겠어. 정말 미안하다.”

 

 “흐흐흐흐.”

 

 갑자기 터진 미령의 실소에 사장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미령의 말을 듣고 나선 아예 사색이 되어버렸다.

 

 “저 임신했어요.”

 

 말을 마치자마자 미령은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울음을 참아가며 미령은 굳게 다짐했다.

 

 ‘절대 저런 인간 때문에 울지 않겠어.’

 

 그리고 그날 밤 사장은 미령 에게 전화로 해고를 통보했다.

 

 ‘봉투를 두고 가서 월급통장으로 입금 시켰어.

 보낸 돈은 퇴직금으로 생각해줘.

 섭섭지 않게 넣었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고.

 그리고 아기는 알아서 잘 처신하리라고 믿을게.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로 사는 게 어떤지 알잖아......’

 

 미령은 다시 한 번 흐르는 눈물을 참아봤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우는 건 이게 마지막이야. 나 혼자도 잘 해낼 수 있어. 이 더러운 돈 언젠가는 보란듯이 갚아주겠어....반드시!’

 

 마음을 굳게 다잡은 미령은 바로 짐을 챙겨 이사를 가버렸고 그 이후론 사장과는 연락한번 한 적이 없었다.

 

 불현듯 지난 일을 떠올리자 미령은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억눌러야만 했다.

 

 미령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남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였다.

 

 ‘평생 내가 아이와 당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며 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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