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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블랙위버
작가 : 날뺌
작품등록일 : 2021.12.30

삭제중/리메이크

 
2화.
작성일 : 21-12-30 22:52     조회 : 153     추천 : 0     분량 : 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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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쓰레기통(2)

 선과 악이라는 것조차 쉽사리 판단하지 못할 무렵, 그저 즐겁고 기분이 좋을 때가 많았다. 당시 다리가 몽땅한 친구들과 모여 공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 그 작은 몸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은 눈앞의 분홍색 공이 다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하늘을 넘어가는 공을 따라 뛰어가다 보면, 한 번씩 아이들과 멀어지는 순간을 마주하곤 했다.

 

 나는 배시시 웃는 얼굴로 도르륵 굴러가다 멈춘 공을 주워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탁, 도르륵.

 

 작은 손에서 떨어진 분홍색 공이 바닥을 가볍게 뛰었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 멈추었다.

 

 넓어진 세상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공원이 지녔던 따스한 색감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어디 가고 검게 그을린 세상만이 남아있었으니까.

 

 “으허헝, 허엉.”

 

 어릴 적부터 느껴지던 위기감은 멋모르던 아이를 깨트리기 충분했다.

 

 “용두야!”

 

 겁쟁이에게 과분했던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곽용식, 홀로 남은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어색하게 안아 들어 달래기도 전에 눈물부터 닦아주기 바빴다. 그리고 투박한 남성의 옷으로 얼마나 닦아댄 건지 여린 피부가 붉게 트고 나서야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옷깃을 거둬내는 거다.

 

 “아, 하하. 미안.”

 

 한참 울었다 싶으면 아버지는 슈퍼에서 사 온 막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곤 내 머리칼을 어지럽히며 하는 말이, ‘괜찮아. 무서워해도 돼. 아빠가 있잖아.’였다. 당시 나를 내려다보던 아버지의 눈빛을 뭐라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그만큼 든든한 것도 없던 시절이다.

 

 다소 어릴 적만 해도 곧잘 웃던 아이는 시간이 지나 조금 더 무감하고, 조금 더 조용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내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주변, 저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니. 무겁게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서툰 표현력으로나마 나를 위로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주던 단 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원망과 슬픔을 밖으로 쏟아붓지 않아도 옅은 미소를 띠어 보일 정도는 됐다.

 

 그래, 하지만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럴수록 나는 무섭게 책을 파고들었다. 이 속에는 나와 같은 아이들이 있을까,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태워 곁을 지켜주셨다. 뒤를 돌아보면 깊은 잠에 빠져 꾸벅 졸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선명한 그림이 되어 기억을 차지한다.

 

 나는, 그 울타리 안에서 읽은 책을 통해 선망을 키웠다. 글이란 대단했다. 아무것도 없는 흰 도화지에 이어진 검은 글자가 꽃이 되고, 물이 되며 나무가 되어 풍경을 이루었다. 나는 그들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탐했다. 내 인생을 묘사하는 서술이 다채로워지면 무언가 하나라도 바뀔 것 같아서.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 싹을 튼 불안과 공포, 걱정은 쉽사리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도 검은 덩어리들의 존재가 들어차 있었으니까. 한없이 나약한 겁쟁이는 아버지에게 붙어 부피를 키워가는 저것조차 어찌할 바 못 됐다. 천천히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털어내 보기도, 종교적 물품에 기대어 떼어내려고도 해봤으나 내 눈앞에 보이는 저것은 귀신도 무엇도 아닌 존재였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한 이의 결과는··.

 

 끼익-, 텅!!!

 

 “요, 용두야, 쿨럭-, ··아빠가, 미, 미안해.”

 

 살아있되 죽어버린 눈동자가 세상을 멈췄다. 나는 마지막 고인이 내뻗는 손길을 잡아주지 못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아버지가 날 떠나보내기 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용두야. 아빠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네가 좀 사 와 줘.”

 

 간간이 함께 산책하며 아버지가 잡다한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이번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표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허나, 그 말을 내뱉는 아버지의 표정이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해 보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에 가서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칼을 흩트려놓는 아버지의 손길에 목이 메어왔다.

 

 “아··, 아아···.”

 

 내게 붙어있는 것과는 다르게 이미 팔, 다리 전신의 군데군데 붙어 융화를 이룬 것들은 떼어내려 해도 떼어낼 수 없었다. 아버지의 몸을 긁으며 ‘떨어져라’ 아무리 외치는 들 바뀌는 것 없이 주변의 이상한 눈초리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것은 나의 눈에만 보인다. 검은 세포 덩이가 흉포하게 부풀어 핏줄을 드러내는데도 내 손에 만져지는 것은 아버지의 옷과 긁으면 피가 나는 살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뒤로 돌렸다. 가볍게 어깨를 밀어내며 다시 하는 말은, ‘어서.’였다. 나는 그에 따라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리를 움직였다.

 

 ‘내가 잘못된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건 현실인가?’

 

 현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정신 착란과 정신병을 겪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내 착각이며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다. 저 검은 덩이들은 사람에게 결국,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닌 현실의 결과를 받아들이려 애썼다.

 

 ‘그래, 저것들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근처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버지는 신호가 끝나가는 횡단보도 중간 검은 덩어리의 세포들에 의해 발이 묶여있었다. 또한, 그것은 아버지의 다리를 여물어 아스팔트 바닥 깊게 뿌리를 박아 내린 상태였다.

 

 끼익-, 텅!!!

 

 ‘아버지, 제가 잘 못 한 건가요?’

 

 그 사람을 만난 건 아버지가 죽은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동안 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혹은 동네에서 인사만 간혹 나누던 사람들이 다녀갔다. 대부분이 삼가 명복을 빌면서도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신병 있는 아들을 두고 자살했대.’란다.

 

 멍했다. 그저 멍한 것이 원래도 어두운 나의 세상이 더욱 어둡게 보였다. 실지, 장례식장은 검은 연기와 덩이들로 가득 차 빛 한점 들지 않는 곳이었다.

 

 그때, 검은 정장이라기엔 날티나고 예복이라기엔 애매한 옷을 입은 남자가 흰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나를 지나쳐갔다.

 

 그는 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 꽃을 두고서는 다소 껄렁거리는 몸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이어 못마땅한 표정으로 뒷주머니를 뒤지더니 이윽고 그것을 나에게 던졌다.

 

 탁, 타닥-.

 

 푸른 기가 도는 청록색 돌이 발치에 멈추었다.

 

 “네 거다. 떨쳐내지는 못해도 그게 널 못 보도록은 해줄 거야. 돈은 네 아비가 이미 지불했어.”

 

 이상한 아저씨다. 겉모습은 불량해 보여도 그의 분위기는 중후했다. 그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무언가 찜찜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약하게 헤집고는 호실을 나가려 했다.

 

 나는 다시 멍하니 비어있는 눈으로 어둠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야, 네 잘못 아니다. 네 아비는 널 정말 사랑했어. 있을지도 모르는 너 같은 사람을 찾아 헤맬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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