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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무공과 마법, 과학과 오컬트가 공존하는 시대.
극동반도의 항구도시, 대산시에서 퇴역군인 유지, 광검사 유미, 전투인형 유나는 서가삼랑이라는 낭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한 의뢰가 들어오는데...
검이 춤추고 화약이 노래하는 슈퍼액션활극, 지금 시작!

 
- Chapter. 2 - 추적 (5)
작성일 : 16-10-29 17:48     조회 : 481     추천 : 0     분량 : 7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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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삼랑 일행은 하루종일 피의 화가 사건의 현장들을 돌아다녔다. 오래된 사건 현장 몇 군데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지만 아닌 곳이 더 많았다.

 

 날이 저물고 저녁이 되었다. 그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하루 동안 모은 정보를 토대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는 돼지갈비. 유나가 구워진 갈비를 먹기 좋게 잘라 성현의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성현군. 많이 먹어요.”

 

 “가, 감사합니다.”

 

 성현은 인사를 하며 달짝지근한 양념이 배어 나오는 고기를 입에 넣었다. 유미는 물론이요 유지도 열심히 쌈을 싸서 고기 입에 우겨 넣었다.

 

 이것들이 의견이 없는 건지 먹을 것에 관심이 팔려서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맞은 편에 앉은 경희는 질린 듯이 서씨 남매를 지켜보았다.

 

 이럴 때는 유나 밖에 없다. 고기를 뒤집던 유나는 못마땅한 경희의 시선을 눈치채고 말을 꺼냈다.

 

 “언니. 뭐 알아낸 거 있어요?”

 

 경희는 고개를 끄떡였다.

 

 “있기야 있지. 생각보다 단서가 적은 게 문제지만.”

 

 “음… 알아낸 건 어떤 건데요?”

 

 시선이 집중된다. 성현은 물론이요 유지와 유미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희가 말했다.

 

 “너희들도 봐서 알겠지만 피의 화가가 그려 놓은 그림은 평범한 그림이 아니야. 특정한 의식을 수행하기 위한 주술식이지.”

 

 “주술식이라고 하면… 어떤 거죠?”

 

 “악마를 소환하는 흑마법... 아마 그걸 본 대부분의 영리학자나 주술사들은 그렇게 말했겠지. 하지만 그건 아니야. 겉으로 보이는 술식 뒤에 또 하나의 주술이 숨어있어.”

 

 “그게 뭔데요?”

 

 경희는 대답하기가 난감한 듯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꼬았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갈비를 조금 노려보다 재차 말을 꺼냈다.

 

 “...정확히 뭐다, 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하지만 악마소환 술식이 아닌 건 확실해. 겉에 그려져 있는 악마소환식은 위장이야. 내 예상으로 진짜는 섭혼술, 혹은 심마를 끌어내는 힘을 지닌 마교의 사술이야.”

 

 마교라는 말에 모두가 반응했다. 둔마수렵대의 은아는 피의 화가가 마교도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경희의 말이 맞다면 그 말은 더 이상 추측이 아니게 된다. 유지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마교의 기술이라고?”

 

 경희는 고개를 끄떡였다.

 

 “옛날이라면 나도 몰랐을 거야. 그냥 뭔가 시도하려다 그만둔 이상한 술식이라고만 생각했을 걸. 그런데 그 안에 유미가 가르쳐준 수라마경의 심결과 대칭되는 술식이 있었어.”

 

 수라마경이라는 말에 젓가락을 쥔 유미의 손이 멈췄다. 연구소에서 모르모트가 되어 억지로 익힌 마공이 언급되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경희가 말을 계속했다.

 

 “공포를 없애고 폭력에 대한 갈망을 끌어올리는 효능을 지닌 주문이었지. 내가 확언하지 못하는 건 그게 끝이 아니라 악마의 술법이 더해진 흔적이 있어서야. 처음 보는 종류의 복합진인데... 이건 나 혼자서는 해석하기 힘들어. 연구소 지원을 받아 제대로 각잡고 해석한다고 해도 오래 걸릴 거야.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다고 보면 돼.”

 

 유지가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마교의 사술과 악마의 술법이 결합되어있다고? 그 쪽은 잘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그게 가능한 거야?”

 

 “가능해. 이건 마법과 무공처럼 원리 자체가 정반대가 아니야. 영혼과 사람의 믿음을 다루는 주술은 형식에서만 차이가 날 뿐이지 본질적인 건 같아. 동양이건 서양이건 별 차이가 안 난다는 말이지. 동양에서 파생된 마교의 사술과 서양에서 파생된 악마의 흑마술을 결합한 건 독특할 뿐이지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야.”

 

 아무도 먹지 않은 고기가 타기 시작한다. 유나가 불을 줄였다. 경희가 손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

 

 “뭔데?”

 

 “현장에 그려져 있는 것들은 완성된 식이 아니야. 술식의… 중요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주문이나 문양이 하나씩 빠져있었어. 구축해 놓은 모양새나 솜씨로 봐서는 백 퍼센트 의도된 거야.”

 

 “왜 그렇게 해놨는지 추측되는 건 없고?”

 

 “글쎄, 보통은 잘 모르는 주술을 시험해 볼 때 그런 방법을 많이 쓰지. 일부러 빈틈을 만들고 그 결과를 보면 해당 부분이 어떻게 주술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거든. 하지만 확실하지 않아. 이런 종류의 술식은 사용방법이 천차만별이라 나도 다 알지는 못해.”

 

 경희의 말은 그걸로 끝났다. 유나가 유지를 돌아보았다.

 

 “제가 보기에 정보를 더 모아야 할 거 같은데… 내일은 어쩌실 거에요? 아직 가보지 않은 살인현장이 더 있는데 그곳을 더 뒤져볼까요?”

 

 “경희는 내일 안되지?”

 

 유지의 물음에 경희는 단호하게 답했다.

 

 “당연하지. 카페 열어야돼. 하루면 몰라도 이틀 연속으로 문 닫으면 손님들 엄청 빠져나가.”

 

 유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내일은 경찰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알아보자. 정석적으로 접근해 보자고. 그 정도로 흔적이 남아 있으면 우리가 직접 뛰는 것 보다 경찰들이 가진 정보를 얻는 게 훨씬 빨라.”

 

 유나는 손가락으로 턱을 만졌다.

 

 “경찰정보요? 음.. 그럼 하오문에 연락해서 정보를 빼달라고 할까요?”

 

 “아니, 그건 시간도 걸리고 돈도 너무 많이 들어.”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떻게 하긴, 직접 가서 물어보는 거지.”

 

 ***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서가삼랑은 형태의 집 앞에 모여있었다. 그들을 본 형태는 인상을 구겼다.

 

 “이 녀석들이, 무슨 생각이냐?”

 

 얼굴에 피로가 가득한 중년의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눈앞의 유지와 유나를 바라보았다. 성현과 유미는 차에 남았다. 아직도 성현이 서가삼랑과 같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형태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피의 화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정보를 좀 얻고 싶은데요.”

 

 형태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군. 경찰서에 출두해서 정식으로 서류를 제출해라. 아마 짤리겠지만. 그래도 정 알고 싶으면 뭐, 정보상이라도 찾아 보든가.”

 

 그러면서 그냥 둘을 지나치려 했다. 그런 그를 유지가 와락 껴안았다.

 

 “아이잉~ 알려줘요~!”

 

 콧소리를 내며 아양을 떤다. 형태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순수한 살의가 치밀었다.

 

 “이런 미친놈이.”

 

 그는 질색을 하며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유지는 가볍게 피했다. 형태는 계속해서 유지를 떼어내려고 난리를 쳤지만 유지는 미꾸라지처럼 공격을 흘려보내며 엉겨 붙었다. 형태는 순식간에 체력이 바닥나 씩씩거리며 늘어졌다. 목과 등이 축축하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썩을 놈이. 낭인 놈이 왜 범죄자한테 관심을 가져?”

 

 유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형태의 몸을 놓아주며 순순히 대답한다.

 

 “일 때문이죠. 게다가 엊그제 저희와 싸웠던 악마를 소환한 흑마법사가 피의 화가와 동일인이라는 정보가 있거든요.”

 

 유지의 말에 형태의 인상이 조금 변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는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아, 그래그래. 열심히 찾아다녀라.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결국에는 유지를 밀쳐내고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막 차에 오르려고 하는 그의 등에 대고 유지가 말했다.

 

 “괜찮겠어요?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갈 텐데.”

 

 형태가 유지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평범한 동네 아저씨같은 인상이 사라지고 노련한 전사와 같은 얼굴이 된다.

 

 “그건 무슨 개소리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잖아요? 상부의 이해할 수 없는 지시 때문에.”

 

 그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뒤에서 듣고 있던 유나 역시 처음 듣는 말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 영문모를 말이 형태를 유지의 앞으로 되돌렸다.

 

 형태는 유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범죄자를 심문하듯 무시무시한 어조로 물었다.

 

 “야 이새끼야. 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그건 말씀 드릴 수 없죠. 저희 신용이랑 관련된 문제라서요. 어쨌든 저희가 이상한 짓을 하려고 물어보는 건 아닙니다. 그냥 피의 화가를 잡을 단서를 원하는 것 뿐이에요.

 

 아저씨도 여기에 살고 있잖아요? 가족도 있고. 게다가 경찰이지 않습니까. 사람을 몇 십 명이나 죽인 살인범이 방치해 두는 게 달갑지는 않을 텐데요.”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저희가 놈을 잡을게요. 저희는 돈을 벌고, 아저씨는 나름의 방법대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로서의 의무를 하는 거죠. 누이좋고 매부좋고 굿도하고 떡도 먹고 좋잖아요?”

 

 형태는 코웃음을 쳤다.

 

 “역시 결국에는 돈이군. 내가 그래서 너희들을 믿지 않는 거야. 지금이야 열의가 있겠지만 그 범죄자 놈이 더 큰 돈을 내놓는다면 어떨까?”

 

 “녀석을 쥐어 패고 돈을 뺏은 다음에 의뢰비까지 챙기죠. 생각해보니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소원이 없겠는데요. 그 돈이면 몇 달은 놀고 먹어도 되겠어요. 안그러냐? 유나야?”

 

 능글능글하게 말하며 유나를 돌아본다. 맞장구를 쳐 달라는 신호겠지만 유나는 가차가 없었다. 틈만 나면 놀 궁리만하는 주인을 꾸짖었다.

 

 “무슨 소리에요. 저희 남은 빚이 얼만데. 돈은 흐름이에요! 잘 들어 올 때 확 땡겨 놔야하는 거라고요. 더 열심히 일해야죠!”

 

 “...그럼 돈이 안 벌릴 때에는 놀아도 되는 거야?”

 

 “아뇨. 그러면 더더더 열심히 해야죠. 지금 장난하세요?”

 

 “장난은 네가 치는 거 같다만…”

 

 열의를 불태우는 유나와 질려하는 유지.

 

 형태는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돈 맛을 알아 가지고 라고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형태는 김이 팍 샌 얼굴로 말했다.

 

 “알려주고 싶어도 못 알려줘.”

 

 “왜요?”

 

 “그 사건은 내 담당사건이 아니야.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굳이 조회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내 책임범위를 벗어난 자료를 밖으로 유출시킬 수는 없어. 말로 전할 수 있는 정보도 있긴 하겠지만 별로 쓸모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네놈들처럼 수상쩍은 낭인을 데리고 경찰서에 들어가서 내부정보를 직접 보여줄 수도 없잖냐.”

 

 유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거 좋은데요.”

 

 “뭐? 뭘 말하는 거냐?”

 

 “경찰서에 같이 들어가서 자료를 조회하는 거요.”

 

 “무슨 소리를 하냐. 다른 녀석들이 가만히 있을 거같아? 난 그렇게까지 위험을 안고서 너희들을 도울 생각 없어. 헛소리할 거면 당장 꺼져.”

 

 “헛소리 아니에요. 저한테 생각이 있어요.”

 

 ***

 

 형태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경찰서 내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주위를 살펴보았다. 당직을 서던 녀석들은 식사를 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고 한쪽 구석에는 한 녀석이 간이 침대 위에 누워서 자고있다.

 

 다행이다. 별 같잖은 작전을 시험해볼 필요가 없어져서.

 

 그는 서둘러 일을 마칠 생각으로 뒤에 손짓을 했다.

 

 “들어와. 빨리.”

 

 그리고 두 사람이 형태를 따라 들어왔다. 그 순간, 천장에서 누군가가 떨어졌다.

 

 “어 시팔!”

 

 형태는 욕지거리를 하며 뒤로 물러섰다. 눈앞에는 하얀 민소매티를 걸친 여자가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어깨가 넓고 팔에는 단단한 근육이 잡혀있다. 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형태는 버럭 성을 냈다.

 

 “야, 임마! 너 자꾸 천장에 매달려서 운동하지 말라고 했지! 하려면 사람 눈에 보이게 하던가!”

 

 눈앞의 여형사는 형태의 후배로, 생긴 건 제법 반반하지만 애교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성격에 워커홀릭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서 내에서도 철벽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여자다. 그녀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인사를 하던 그녀는 형태의 뒤에 따라붙은 두 사람을 발견했다.

 

 “저 둘은 누굽니까?”

 

 형태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내 친구 놈 애들이야. 이 녀석들이 경찰이 되고 싶어한다고… 견학을 좀 시켜달라고 해서 말이야.”

 

 그것이 바로 유지가 제안한 작전이었다. 학생신분으로 위장을 해 견학을 명목으로 경찰서에 잠입한다!

 

 엄청나게 허술해보이지만 의외로 할만한 작전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열정이 넘치는 청소년들에게 관대하다.

 

 “아, 안녕하세요?”

 

 평소 입고 다니던 교복을 챙겨입은 유나가 꾸벅 인사를 했다. 왠지 어설픈 미소에 여형사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그녀는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하며 형태를 돌아보았다.

 

 “견학이라고요? 이 난리통에 말씀입니까?”

 

 “뭐 어때. 아침이라 애들도 별로 없는데. 어차피 이 녀석들도 금방 갈 거야.”

 

 “그렇다 쳐도 기본적으로 사무실 내에 허가 받지 않은 외부인을 들이는 건 금지사항이지 않습니까. 저희 팀원들이야 그냥 봐준다고해도 다른 팀도 있는데... 서장님이나 부장님이 아시면 그렇게 좋아하시지 않으실 겁니다.”

 

 일 좋아하는 녀석들이 흔히 그렇듯 그의 후배는 앞뒤가 꽉 막힌 녀석이었다. 이 녀석이 사무실에 남아있으면 서가삼랑을 경찰서에 들여놓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가 다른 팀의 정보를 조회하는 것도 무지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까…

 

 형태가 골머리를 썩힐 때 유지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성현이 입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바지는 길이가 맞지 않아 비슷한 것을 대충 입었지만 옷맵시가 워낙 좋다 보니 티가 나지는 않았다. 게다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말쑥한 얼굴은 조금의 모자람도 없이 십 대의 소년을 소화해낸다.

 

 그는 해맑게 웃으며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어? 어… 그래.”

 

 이번에는 반응이 있다. 학생이건 뭐건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미남이 웃으며 인사를 걸어오는데,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라면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미모가 깡패라는 말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유지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누나, 형사에요?”

 

 여형사는 두 번 반응했다. 첫 번째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그리고 두 번째는 ‘누나’라는 단어에.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낯이 뜨거워진다.

 

 이거 왜 이러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현상에 당황한 철벽녀는 더듬더듬 대답했다.

 

 “으, 응.”

 

 “우와, 여성 분이 형사가 되기는 엄청 힘들다고 들었는데. 몇 년이나 일하셨어요?”

 

 “육 년… 정도?”

 

 “그럼 범죄자들도 많이 잡으셨겠네요?”

 

 “글쎄… 정확히 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그때 유지가 슬쩍 형태를 바라보았다. 악귀같은 마누라와 도깨비같은 자식 사이에서 뒹굴다 보면 아무리 둔한 남자라도 눈치가 늘기 마련이다. 형태는 그 신호를 놓치지 않았다.

 

 “잘 모르긴… 네 녀석. 우리 팀에서 실적으로는 최고잖아. 네 녀석이 붙잡아 넣은 놈들을 다 합하면 못해도 백은 넘을 거다.”

 

 “아, 그건 그렇게 대단한 게...”

 

 “대단해요!”

 

 유지는 덥석 여형사의 손을 잡았다. 굳은 살이 박힌 손을 꼭 쥐고 동경의 눈빛이 담긴 얼굴을 여형사의 코앞까지 들이댄다.

 

 “저도 꼭 누나처럼 멋있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이번에도 형태 아저씨가 경찰서 견학을 시켜준다고 하셔서 엄청 기대하고 왔어요.”

 

 그냥 가볍게 잡은 것 뿐인데 여형사의 단련된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무 잘생겼다.

 

 눈앞에 닥쳐있는 매끈한 콧날과 갸름한 턱선을 보고 있으려니 숨이 막히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그녀는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형태를 돌아보았지만 형태는 다른 곳을 보며 딴청을 피웠다. 유지는 계속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이, 입술이 닿을 것 같아…!

 

 “아, 견학하는데 누나도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누나한테는 배울 게 많을 것...”

 

 “모… 몰라!”

 

 평생 일만 끌어안고 살던 숫처녀는 미남의 육탄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그녀는 빽 소리를 치더니 외투도 걸치지 않은 민소매차림으로 화다닥 사무실을 뛰쳐나가버렸다.

 

 방해꾼을 처리한 유지는 어떠냐? 하는 표정으로 형태와 유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싸늘하게 굳은 둘의 얼굴이었다.

 

 “바람둥이.”

 

 “이 제비 자식이. 너, 행여라도 내 딸 근처에 어슬렁거리지 마라. 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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