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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유령국가 대한민국
작가 : 대역좋아
작품등록일 : 2021.12.29

2100년대 대한민국 해군 순양함이 임진왜란 직전으로 떨어졌다. 눈 앞에 보이는 암담한 역사의 현실을 본 그들이 할수 있는 선택은?

 
6 화해의 날
작성일 : 21-12-29 12:05     조회 : 167     추천 : 0     분량 : 8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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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9년 5월 8일 1100 정착지

 회의를 마치고 사령관과 두 함장은 파올로 선장을 찾았다. 통역을 대동하고 선원들이 있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파올로 선장 지내는데 힘들지는 않습니까?"

 파올로는 통역을 바라보며 몇 마디 이야기하였다.

 "생활은 괜찮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기들을 언제까지 붙잡아 둘 건지 묻습니다."

 사령관은 파올로와 선원들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들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우린 이곳에서 원주민을 위한 국가를 만들 생각입니다. 당연히 저희의 영향력 안에 있는 어떤 곳에서도 노예무역은 금지됩니다."

 파올로는 곧장 반발했다.

 "이미 포르투갈의 국왕의 허락하에 이루어지는 상행위 라고 합니다. 우리가 막을 권리는 없다고 합니다."

 조용히 항의받은 사령관은 차가운 얼굴로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들었다. 그리곤 천막 밖에 있는 나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한 발의 총성, 이 시대 와서 처음으로 사용된 탄환이었다.

 "맞습니다. 우리가 당신들 국왕의 결정을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린 막을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총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작은 무기입니다. 앞에 보이는 배는 당신들 나라를 몇 번이고 뒤집을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권총 소리에 놀라 입만 벌리고 있던 파올로는 두려운 눈으로 접안해 있는 두 척의 순양함을 보았다. 저 배들이면 포르투갈의 물론 스페인 프랑스도 당해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습니다."

 사령관은 권총을 다시 갈무리하고 다시 다정한 모습으로 파올로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당신들 나라의 결정에 권리가 없듯이 당신들도 원주민을 잡아갈 권리는 없는 겁니다. 저희는 원주민들을 교육하고 그들 자신을 지킬 힘을 줄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조만간 노예무역은 힘들어질 겁니다."

 사령관의 말에 파올로는 다시 인상을 구겼다. 파올로 역시 노예무역을 원해서 한 건 아니다. 가난한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스페인의 속국인 포르투갈에서 어린 나이에 선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돈을 모으고 자기 배를 갖고자 안 한 일이 없었다. 이제 겨우 배 3척을 구해 노예무역을 하는 중이었지만 언젠간 나라를 움직이는 거대한 상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사령관의 말에 파올로는 희망의 빛이 보였다.

 "어제 우리 상업대대 대장이 그대에게 비누를 보여 주었다 들었습니다. 우린 그런 물건들을 팔아 볼까 합니다."

 다시 눈만 끔뻑끔뻑 뜨고 사령관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 일을 함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여러분 모두에게 제안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긴 하루하루 달라질 것입니다. 눈으로 보실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원하면 여러분의 가족을 모셔 와도 좋을 그런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말과 글을 배우고 우리의 법을 따라야 하지만 그렇게 가혹한 법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최소한의 의무만 하시면 저희는 여러분을 지킬 것이고 여러분이 꾸는 꿈들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파올로는 선원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희망없이 갇혀 지내는 줄만 알았는데 뜻밖의 제안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본인 혼자 결정하긴 힘들다고 합니다. 선원들과 이야기하고 내일 답을 드려도 되는지 묻고 있습니다."

 사령관은 선원들 표정을 보며 뭔가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그러셔야 합니다. 좋은 답을 기대하였습니다."

 사령관은 두 함장과 안드로이드와 나왔다. 최 대령은 사령관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

 "저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사령관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난 저들을 믿지 않는다. 언제든 우리 약점을 알아내면 돌변할 수도 있지. 난 우리 대원들을 믿는다."

 사령관은 원주민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올로는 멀어지는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왜 이들이 이런 제안을 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원들을 돌아보았다. 선장 주위에는 각 함의 간부들과 선임 선원들이 둘러앉았다.

 "저들의 제안이 어떤 거 같은가?"

 그러자 한 선임 선원이 말을 했다.

 "나쁜 제안은 아닌 거 같습니다. 노예 무역할 때 어딘지 알게 모르게 죄짓는 기분이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만합니다."

 그러자 다른 선원이 말했다.

 "그렇다고 저들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잡은 아프리카 노예들처럼 우릴 지배하려 들것입니다."

 선장은 선원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네! 우릴 노예처럼 지배할 거라면 다리에 족쇄를 채우지, 이렇게 좋은 천막과 식량을 나눠 주진 않을 것이야."

 선장의 말에 대부분 선원은 동의 했다. 사실상 이 시기는 흔하지는 않지만, 적국으로 보이는 선단끼리 해상에서 포격전이 가끔 일어났고 그럴 때면 사로잡은 선원들을 모두 죽이고 화물만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물에는 국적이 없었다. 다른 함의 선장을 맡은 산토스가 말을 했다.

 "선장님 일단 저들의 말에 협조하는 척하다가 기회를 봐서 탈출하거나 저들을 제압해도 될 듯합니다. 우린 저들보다 두 배가 더 많습니다."

 선임 선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바다를 오래 경험한 그들은 머스킷을 사용하지도 않고 자신들을 제압한 무리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 하급 귀족 출신 선장의 말은 너무 치기 어린 소리였다.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일단 저들에게 최대한 협조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처음 협조를 주장하던 선임 선원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바다에서 40년 가까이 산 저들은 이 세상의 군대가 아닌 거 같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만난 게 더 나은 상황으로 나갈 길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1589년 5월 8일 1130 정착지

 선원들을 만나고 온 사령관과 두 함장은 바로 누크라를 불러 원주민 대표를 불렀다. 600명이나 되는 인원이기에 마을별로 한 명씩 대표를 세웠다.

 "지내시는 데는 불편한 점 없습니까?"

 대표들 5명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사령관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다행입니다. 저희끼리 여러분의 미래를 상의 해 보았습니다. 저의 제안을 들어보시고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사령관 옆에 있던 최 대령은 곧 말을 이어갔다.

 "우린 여기에 아프리카 원주민을 위한 국가를 세울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분을 교육하고 기술을 전수해 줄 것입니다."

 그러자 흑인 대표 중 가장 연장자인 사쿠이는 말을 했다.

 "그 국가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왜 그렇게 해야 합니까?"

 세 사람은 아차 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부족 형태로 살던 사람들이다. 국가라는 개념도 약했고 필요성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 대륙에 국가가 없던 것은 아니다. 부족연합 형태의 왕국이 존재했지만 지금 유럽이 진출하는 이때에는 그 행정력이 미치지 못했다.

 "국가는 쉽게 여러 다른 부족들이 모인 하나의 커다란 부족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순신 함장인 박 대령은 이들의 관점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했다.

 "지금 이 땅엔 그럴 필요성이 없어 국가라는 의미가 별로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최 대령은 말을 이어갔다. 일단 국가라는 개념부터 설명해야 할 듯하다.

 "국가는 지도 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동체입니다. 여러분은 왜 저들에게 잡힌 것입니까?"

 그러자 대표들은 생각했다. 평화로웠다. 땅은 기름지고, 사냥해서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부족들끼리 다툼은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부족원을 묶고 괴롭히진 않았다. 하지만 하얀 피부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신들의 가족을 죽이고 자신들을 끌고 왔다.

 "만약 여러분이 사는 그 땅에 국가가 있다면 그 국가의 군대가 여러분을 지켜 주었을 겁니다. 그 나라의 지도자들이 여러분의 안전을 책임졌을 겁니다."

 이상적인 국가론이다. 지금 유럽의 여러 나라는 영주들을 중심으로 모여 왕국을 이루고 무역을 통해 그 부를 키워나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부는 지도층의 사치와 향락에 소비되고 일반 농노들이나 장인들에겐 아주 작은 양만이 돌아간다. 이 시대의 국가 중 국민을 생각하는 국가는 없다. 심지어 일부 국가들은 자신들의 부를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다른 나라의 노예나 일꾼으로 팔아넘기고 있다. 이야기를 듣던 대표 중 한 명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국가라는 곳이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는 조금 큰 촌락의 사람들밖에 없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국가를 만들려면 더 많은 촌락이 모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들이 왜 대표로 뽑혔는지 이해가 됐다. 이들은 눈치가 빠르고 다른 이들보다 이해력이 좋은듯했다.

 "맞습니다. 지금 여기 사람들은 너무 적어요. 그래서 저희는 여러분과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을 도울 생각입니다."

 대표들은 술렁였다.

 "그럼 그 하얀 피부의 사람들로부터 우리 같은 사람들을 데려온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의 힘은 그들 모두를 감당하긴 힘듭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떤 도움을 말하는 겁니까?"

 "일단 여러분들 중 자원자들을 전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무기를 드리고 싸우는 법을 알려주겠습니다. 또 다른 분들은 이곳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대표들은 전사를 키워준다는 말에 두 눈이 빛났다. 하지만 뒤에 말에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곳을 만든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이곳은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가져온 천막이 전부이지요. 그래서 집을 짓고 물건을 만들 공장을 지을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땅에서 재료를 구해야 합니다."

 "어떤 재료입니까?"

 그러자 최 대령은 자신의 군용 단검을 보여 주었다. 텅스텐 합금으로 만든 군용 단검이었다.

 "이런 무기를 만들 재료입니다."

 대표들은 단검을 자세히 보았다. 예리한 칼날이었다. 자신들이 부족에서 쓰던 석기 칼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저희가 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만들어 가면 여러분의 아이들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여러분의 친구들에게 희망을 보여 주는 그런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답정너 질문! 이들이 아니라고 대답해도 설득해서 협조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대표들은 서로 상의 하는 듯했다.

 "일단 저희 부족끼리 상의 하고 해가 지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오.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사령관은 간단히 인사를 하고 두 함장과 나왔다.

 

 점심을 먹고 원주민과 선원들 구역에선 계속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서 결정하는 데 작은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사령관은 의복과 개인 위생용품들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각자 취향을 고려할 수 없어 일단 치수에 맞게 분배가 되었다. 원주민들은 새로운 의복이 신기한지 만져보며 촉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나누어 주는 승조원들은 옷을 입어야 추위에서 보호되고 특히 나쁜 해충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포르투갈 선원들에겐 문화 충격이었다. 옷감부터가 차이가 심했다. 일부 귀족들이나 입을 법하게 부들부들한 감촉의 면직물을 보자 자신이 꿈을 꾸는 듯했다. 거기에 자신의 체형에 맞게 속옷을 주니 더 놀라웠다. 리넨 속옷을 입고 입지만 몇 배나 더 부드러웠다. 꼭 안 입은 거 같았다. 그리고 개인 위생용품이라고 나누어준 치약 칫솔 비누 샴푸 면도기···. 꿈에서도 못 볼 물품을 보고 일부 선원들은 승조원들에게 무조건 충성 서약이라도

 할 기세였다.

 

 1589년 5월 8일 1500 정착지

 원주민들은 마지막으로 전체가 모여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원주민 대표 중 연장자인 사쿠이가 말문을 열었다.

 "저들이 우리에게 국가라는 것을 만들어 준다고 하는 이야기는 다들 들었을 것이요. 다른 대표들 말은 많은 원주민들이 그 국가라는 것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말하기 전에 회의라는 것을 해 볼까 합니다."

 원주민들은 모두 노예 생활에 아픔이 있어 이방인을 경계했다. 일부 원주민들은 그냥 고향으로 가기를 희망하기도 하였다.

 "저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입니다. 저들이 만들어 준다는 국가라는 것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일부 원주민들이 손뼉을 쳤다. 그러자 대표는 손을 들어 정숙을 요구했다.

 "저 역시 그 국가라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득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들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일부 원주민들이 손뼉을 쳤다.

 "그들은 우리를 저 배에서 구해주고 치료해 줬습니다. 그리고 이런 옷과 신기한 물건들을 주었습니다. 그런 그들을 못 믿는다면 전 역대 추장님들의 영혼을 모독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한 여인이 아이를 안고 일어났다. 원주민 모두는 알고 있다.

 "전 얼마 전 이 아이를 잃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이 아이는 먼저 떠난 부모님과 남편을 빼고 저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입니다. 그런 저에게 저들은 아이를 지킬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비록 제가 여자라 전사들만큼 싸울 수 없을지라도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저들과 함께 할 겁니다."

 대표는 여인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했고 원주민들을 보았다.

 "제가 저들을 믿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국가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함께 모이고 함께 희망을 꿈꾸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하얀 피부의 사람들에게서 우리와 같은 처지인 우리의 친구들을 구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국가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전 그래서 그들을 믿어야 합니다."

 사쿠이 역시 조건 없는 신뢰로 찬성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옥 같은 노예 생활에서 같은 동족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589년 5월 8일 1830 정착지

 저녁을 먹고 사쿠이는 원주민들의 결정을 말해주었다.

 "모두 당신들의 계획에 함께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가 부디 우리의 친구들을 구하고 이 땅에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십시오."

 사령관은 사쿠이의 두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지나자 파올로가 선원들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가 이곳에 원주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들 역시 싫든 좋든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이 나라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원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선원들 전원!"

 파올로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오늘 오후에 받은 옷과 물품들을 보고 상품성을 바로 알아차린 그는 반대하는 일부 선원들을 설득해 만장일치를 끌어냈다. 그런데 갑자기 원주민에게 사과라니···. 자기 혼자라면 눈 딱 감고 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선원들 전원이라니···. 반대하는 선원들을 겨우 설득했는데 이렇게 되면 일이 꼬일 수 있었다. 바로 난색을 보였다.

 "그건 어렵습니다. 우리 선원 중 아직 일부이지만 이 일에 찬성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을 제가 겨우 설득했는데 사과를 시키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우리나라의 법입니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제 국가를 만든다면서 무슨 법이 있다는 말인가? 사령관은 곧이어 말을 이었다.

 "우리 본국은 사람을 종교 가치관 피부색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건설할 이 나라의 법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그래도 힘듭니다. 선원들을 무슨 수로 설득한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여기에도 신분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귀족도 있고···."

 "우린 귀족이란 계급은 없습니다. 직책에 따른 상하 관계는 있어도 신분에 따른 상하 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설득은 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반대하는 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들은 저희가 알아서 할 겁니다. 하지만 좋은 상황은 아닐 듯하군요. 이 점 유의해서 설득작업을 해주세요."

 단호한 사령관의 말과 눈빛 이들이 그냥 자신을 곤란하게 하려고 이러는 거 같지는 않았다.

 

 1589년 5월 9일 1000

 바닷가에 두 무리가 서 있다. 한쪽은 가해자 한쪽은 피해자 두 집단이 마주 본 건 배가 나포되고 10여 일 만이였다. 먼저 선장 파올로가 앞으로 나왔다.

 "여러분들에게 큰 손해를 끼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직접 하진 않았지만, 여러분의 가족과 친구들을 상하게 한 일에 대해서도 정말 죄송합니다."

 곧이어 마이크를 든 통역 안드로이드가 말을 하자 원주민들 사이에선 여기저기 흐느낌이 일었다.

 "여러분에게 끼친 피해는 저와 여기 있는 선원들이 앞으로 여러분이 건설할 국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함으로써 갚아나갈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곤 머리를 숙였다. 다른 선원들 역시 머리를 숙였다. 미리 안드로이드를 통해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법을 익혔다. 원주민 대표 사쿠이는 결심한 듯 선장 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그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세웠다.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이 천년처럼 느껴졌다. 파올로의 눈을 보니 파올로 역시 사쿠이의 눈을 보며 눈물을 보였다. 원주민을 잡은 건 포르투갈 정착촌의 병사들이었다. 파올로는 단순히 노예를 산후안으로 데려가 수수료를 받고 넘기는 일이 다였다. 잠시 눈을 더 맞추곤 파올로의 어깨를 안았다. 원주민들 사이에선 박수 소리가 들리고···. 한결 가벼워진 얼굴의 선장은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사령관 역시 다정한 미소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령관은 오늘을 기념하기로 했다. 마을 중앙에 거대한 장작더미가 쌓이고 원주민들이 북을 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한민국령 남아공 최대의 축제 <화해의 날>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사령관은 그동안 사고를 대비해 술을 내놓지 않았으나 오늘만큼은 술과 고기를 마음껏 풀었다.

 

 이번 한 번으로 모든 앙금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분란의 씨앗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대한민국 해군이 있으면 그 불만은 어느 정도 누그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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