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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러나 그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6.10.5

누군가 그를 미친듯이 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쫒기는 소년, 그는 어째서 납치당하는가?
벗어날수록 옭아매오는 그물, 그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치명적인 음모가 정체를 드러낸다!

강대한 라니냐 제국의 볼모가 되어버린 도림 왕국의 태자, 상냥하고 친절하나 실은 비성숙한 자아에 고통받는 그는 제국을 적대하는 식민지 독립파에 의해 납치당하고 만다. 탈출을 시도하고 흉악한 적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이색적인 해적과 조우한다. 스릴 넘치는 모험과 풋풋한 사랑을 통해 자아의 성장을 일궈나가는 다크판타지.



표지는 핀터레스트 펌입니다.

 
26.바다를 건너며
작성일 : 16-10-29 17:03     조회 : 801     추천 : 0     분량 : 1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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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팔 소리가 귀를 파헤칠 정도로 높이 올라갔다가, 한동안 유지되더니, 절벽에서 돌멩이 굴러가듯 뚝뚝 끓어가며 떨어져 내렸다. 퉁, 퉁 하며 드럼을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럼의 리듬에 맞춰 악사들이 행진하며 클라리넷을 불었다.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연상되는 청명한 음색에 딱딱 맞춘 발걸음 소리가 합쳐졌다. 그 뒤를 따르는 오보에 군단은 눈을 질끈 감고 음악에 취해 늪처럼 질척질척한 저음을 깔아주었다. 유포니움은 숲 구석구석을 돌보는 시냇물처럼 각 악기 음률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맛깔을 더해주었다.

  나팔 소리가 다시 한 번 상승하며, 드럼이 크게 울렸다.

 

  퉁, 퉁.

 

  운구 행렬이 시작한다.

 

  상두꾼들은 하얀 보자기로 싸인 관을 어깨 위에 지고 천천히, 무거운 표정으로 아래를 보며 걸었다. 걸을 때마다 관를 장식한 금화 고리들이 반짝이고 찰랑거렸다. 길의 양 옆에서 비켜서서 운구 행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제각각이었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천진난만하게 구경하는 아이들, 슬픈 분위기에 젖어 입을 가린 여성들, 팔짱을 낀 채 눈을 찌푸린 남자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 지루한 표정을 짓는 노인들, 제각각이다. 하지만 목표는 같았다. 다들 제2 라니냐 항구에서의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구경거리를 즐기는 것이다.

 

  상여 앞에서 고인의 유품인 칼을 꼭 쥔 채 아리아는 노래를 불렀다. 구슬픈 뱃사람의 곡조였다. 아름답고 청량한 음색이다. 그러나 아리아의 표정은 멍했다. 초점 없는 눈이 어디를 보는 것도 없이 그저 발만 앞으로 리듬에 맞춰 움직일 뿐이다. 아리아의 노래에 맞춰 상여꾼들, 즉 아리아의 선원들도 노래를 시작했다. 아리아처럼 예쁜 목소리도 아니고 박자가 잘 맞는 것도 아니었다. 투박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 마냥 음 이탈이 심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에는 영혼과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슬픔은 구경꾼들이 어색한 노래 실력에도 웃지 않게 해주었다.

 

  상여 뒤로는 오동나무 유골함을 든 선원들이 뒤따랐다. 어제의 전투에서 죽었거나, 혹은 저번에 죽었지만 아직 기회가 없어 장례를 치러주지 못한 자들의 유골이다. 원래였다면 유골가루를 바다에 뿌렸겠지만 아리아가 원하지 않았다. 선원들은 유골함을 든 채 힘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노래를 부르며.

 

  “바다 속에 잠긴 친구들이여, 가슴 속에 묻은 친구들이여......”

 

  서글픈 노랫소리는 큰 길 사이사이로 난 골목길을 돌아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운구 행렬이 병원 근처를 지날 때, 그 노래는 의식을 잃고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이도의 방에까지 들어갔다. 이도는 눈을 감고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바람이 불어 창가의 라일락꽃이 흔들렸다. 아리아의 목소리도 흘러들어간다. 이도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 살며시 눈이 떠져갔다. 이도는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때와 같다. 제국의 대장군 보리스로부터 앞으로 제국의 대자가 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도는 기절했다. 그리고 얼마 뒤 일어났다. 그 때와 같은 감각이다. 낯설어 보이는 천장이다. 이도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확 일어났다. 땀이 한 방울 흘렀다. 아, 아아, 아아아. 이도는 손으로 굳은 목을 주무르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일그러뜨렸다.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가 이도는 이불과 함께 바닥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이도는 숨을 몰아쉬며 거치적거리는 이불을 발로 밀어냈다. 그리고 침대와 벽을 딛고 천천히 일어섰다. 벽에 몸을 기댄 채 창가로 갔다. 노랫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눈물이 흘렀다. 이도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땀과 눈물을 삼켰다. 아아아. 이도는 창가에 몸을 걸치고 밖을 바라보았다. 운구 행렬이 길을 지나가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때는 기뻤다. 대자가 된다? 좋았다. 답답한 궁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 삶을 개척하고 싶었다. 대자가 된다는 것은 그 첫 발판으로 생각되었다. 어쩌면 영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옛 오현제에 대한 역사책을 읽으며 즐거운 공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 때는 왜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걸까. 영웅들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다. 그들은 위험도, 위기도, 슬픔도, 죽음도, 희생도, 아니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그들은 망설임이란 없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 영웅은 인간을 깎아 만든 것이기에. 그리고 영웅의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한 사실을 생략한다. 그 발판은 언제나 부서진다는 것을.

 

  이도는 창가에 걸친 채 끅끅 대며 울었다. 가슴이 납덩어처럼 무겁게 느껴졌고 목은 타들어갔으며 어깨가 떨렸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자신의 순진함이 한심했다. 또 이제 더는 찾을 수 없는 그 순진함 때문에 서글펐다. 어째서 한 왕국의 태자로 만족하지 못한 것인가. 그러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그 날은 지나가 버렸다. 아, 하지만 왕족 또한 얼마나 거짓되었단 말인가. 이도는 자신은 왕족으로 태어나 마땅히 백성들을 편안하게 함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실은 왕족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을 얼마나 고되게 만드는가? 하지만 이도는 반쪽짜리 진실에 기뻐하고 자부심을 느꼈다.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이도는 힘겹게 일어섰다. 묘지는 병원 바로 옆에 있을 것이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도는 절뚝거리며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마침 들어오려던 여자 간병인과 마주쳤다.

 

  “대자님, 깨어나셨군요!”

 

  그러나 눈물로 엉망이 된 이도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도는 그녀를 밀쳐내며 계속 걸어갔다. 그녀는 뒤따라왔다.

  “안 돼요, 지금 무리하시면.”

 

  “비켜, 가야하니까.”

  “자, 잠깐만요.”

 

  “비키라고!”

 

  이도는 그녀에게 윽박 질렀다. 겁에 질린 간호사는 따라오지 않았다. 이도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걸어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게 마치 산에서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도는 화사한 빛이 내리쬐는 바깥으로 나왔다. 운구행렬은 어느새 병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구경꾼이 길을 막고 있다. 이도는 운구 행렬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못 했다. 대신 구경꾼들을 헤치며 행렬을 따라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아리아.”

 

  이도는 속삭였다. 앞에서 걸어가는 아리아가 보였다. 머리칼이 헝클어져있다. 저렇게 기운 없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다. 이도는 관을 바라봤다. 저 안에 있는 거구나.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도는 참았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다. 또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내가 희생을 강요한 거야. 나 때문에 죽었어. 그런 생각이 들며 죄책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죄악감에 온 몸이 쑤신다.

  그 순간 아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쓸쓸한 눈빛.

 

  그렇구나, 넌 알고 있었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를 강 너머로 이끈 거야.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네가 말했었지. 악천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돌파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런 걸까? 돌파한다는 게 맞는 표현일까? 오히려 악천후와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거스르지 말고. 그래. 이러나저러나 삼켜지는 거야.

  아리아, 넌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하지만, 하지만.

  이젠 어찌됐든 상관없어.

 

  운구 행렬은 묘지 입구에 도착했다. 음악도 멈췄다.

  이도는 또 다시 쓰러졌다.

 

  소리가 안 들린다.

 

 

 

 

 

 

 

  평온한 오후.

  “대자님, 입맛은 좀 도세요?”

 

  이도는 브로콜리 가루가 뿌려진 감자 스프를 한 입 떠먹었다. 맛있다. 간이 딱 됐다. 이도는 여자 간병인을 향해 미소 지었다.

  “괜찮네요.”

 

  “기운 차리시려면 많이 드셔야 해요.”

  그 날, 또 쓰러진 날로부터 약 3일 지나고 이도는 다시 눈을 떴다.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마음이 좀 안정되었다. 이렇게 음식도 느긋이 먹을 수 있다.

 

  “깜짝 놀랐다고. 생각해봐. 네가 배 위에 올라섰는데 갑자기 풀썩 쓰러지는 거야.”

  아리아는 허리에 손을 올려놓은 채 이도를 보며 웃었다.

 

  “집안내력이야.”

  이도는 여자 간병인에게 잠깐 나가 있으라고 눈짓했다.

 

  그녀가 나가자 이도는 다시 말했다.

  “집안 대대로 전해져오는 유전병 같은 거야. 빈혈이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만 정신적으로 무리가 올 때 종종 쓰러져서 며칠 간 의식을 잃어.”

 

  이도는 스프를 호록호록 마셨다.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유전병이 다 있어?”

 

  “근친 때문에 그래.”

  “근친?”

 

  “응. 우리 왕족은 먼 옛날에 근친을 통해 왕가의 순결을 유지했어. 하지만 근친은 항상 유전병을 유발하잖아? 비록 근친 풍습은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유전병만큼은 핏줄에 남아서 계속 전해져 오는 거야.”

 

  근친이 낳은 산물은 유전병 말고 또 하나 있었다. 광기의 핏줄. 그러나 이도는 거기까지 말하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알려져 있기도 하고.

  “신기하네. 근데 그거 너희 나라 백성들도 알아?”

 

  이도는 스프를 싹싹 비웠다.

  “모르지. 정보를 모조리 말소했으니까. 요즘은 근친하면 곧 죄악의 온상이니까 알려지면 치명적이거든.”

  “거짓말하는 왕가네.”

  “누구든 안 그러겠어?”

 

  이도는 씩 웃었다.

  “근데 그거, 나한테 말해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널 믿으니까.”

  아리아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에헴 하며 기침한 뒤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도. 알고 있어? 사람들이 우리들의 행적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이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 알고 있다. 여자 간병인이 말해줬다.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의 정의로운 이도는 무익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사악한 독립 세력의 수장인 무역협회장과 협상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한탕 해보려고 하는 비열한 드레이크 총독이 대자의 안전을 빌미로 대자를 항구요새에서 못 나가게 했다. 이 때 노예의 해방자이자 신대륙의 풍운아인 아리아가 나타나 이도를 항구요새에서 구출한다. 그러나 다음 문제가 있었다. 드레이크 총독이 이도를 잡아두려 하고, 또 독립 세력도 이도를 잡아 처형을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협상은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도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용감하게도 한창 해상전이 벌어질 때, 아리아의 배에 백기를 걸고 무역협회장이 타고 있는 전장에서 떨어진 대장선에 접근하고자 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접근에 독립 세력이 별다른 대응을 못하리라 예상한 것이다. 계획은 성공적인 듯하였으나, 사악한 한 배가 습격해왔다. 이도와 아리아와 그녀의 선원들은 용감무쌍하게 놈들을 물리쳤다. 그러나 끔찍한 악한이 이도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둘은 마법 전투를 벌였다. 그 전투에서 돌격대장이 이도를 구하려다가 대신 희생하고 말았다. 그리고 부디 전쟁을 끝내달라는 당부를 했다. 이도는 아리아의 격려를 받으며 무역협회장과 담판을 벌였다. 대성공이었다. 이도는 무역협회장에게 대운하를 제안했고, 무역협회장은 가뿐히 종전을 약속하였다. 이로써 식민지의 제국 신민들을 두렵게 한 전쟁을 끝이 났고, 정의로운 이도는 영웅이 되었다. 단 세 치 혀로.

 

  흠, 나쁘지 않다.

  진실과 거짓이 반반 섞였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이건 누가 만들어서 퍼뜨린 거야?”

 

  “우리 선원들이.”

 

  아리아는 창밖 너머를 바라보았다.

 

  “걔들은 견딜 수가 없었던 거야. 돌격대장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다는 게. 그래서 후대의 기억에서만큼은 영웅을 위해 희생한 용감한 남자로 기억되게 하고 싶었던 거지.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돌격대장은 좋은 사람이었어. 훌륭했지. 그런 사람이 그런 식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설령 거짓말일지라도.”

 

  이도는 잠시 울컥했다. 지당한 말이다. 돌격대장은 멋진 남자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이도는 참았다.

  아리아는 이도를 바라봤다.

 

  “거짓말해서 미안해.”

  무슨 거짓말을 말하는 걸까. 아리아가 이도를 격려했던 것? 아니면 방금 영웅 이야기?

 

  “나도 마찬가지야.”

  이도는 한숨을 쉬었다.

 

  “메이를 볼 낮이 없어. 너도 알고 있었지? 내가 말한 그 대운하가 원주민들의 대량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

  “응.”

  “난 몰랐어. 하지만 알았다고 뭐가 달라졌을까.”

 

  알 수 없다.

  “돌아갈 때, 메이도 데려갈 거야?”

 

  “물론이지.”

  속죄라는 뻔뻔한 말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한 번 심부름꾼으로 고용했으니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도는 메이를 안 보고 그냥 갔으리라. 져야만 하는 짐이다. 이도는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 듯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다.

  “근데 그 이야기, 내가 너무 미화된 거 아니야?”

 

  “다 너를 위한거야.”

  아리아는 씩 웃었다.

 

  “우리가 길을 걸어갈 때 꽃을 돌아보는 건, 그 꽃에서 나는 향기가 정말 달콤하거나 혹은 너무 지독하거나 둘 중 하나뿐이잖아?”

  맞는 말이다.

 

  이도는 아리아를 바라봤다. 그 고생을 겪었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왜일까. 아리아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약간 달라진 듯하다. 무언가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어렴풋이 동질감도 느꼈다. 지금 이도는 몰랐지만, 둘은 생각보다 많이 닮아있다. 이도는 그 날 밤, 아리아가 이도를 끌고 으슥한 곳에 가서 무언가 말하려던 걸 떠올렸다. 왠지 아리아가 말하려고 했던 것을 알 것 같았다.

 

  이도는 따스한 병원 바깥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으니 바람이 불어오는 게 기분 좋다.

 

 

 

  소니아가 병문안을 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비웃는 표정이었다. 옆에는 메이도 있었다. 이도는 애써 웃으며 메이를 봤지만, 힘들었다.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겠지. 소니아는 이도의 어깨를 팡팡 쳤다.

 

  “인마! 너 내가 준 마검 잘 썼나보더라고? 아예 소문이 쫙 퍼졌어! 하하하! 나한테 의뢰 맡기러 오는 사람도 늘었고 말이야. 근데 이제 곧 떠나야 해서 어쩌나. 아쉽지만 갈 수밖에.”

  소니아는 손가락을 퉁 튕겼다.

 

  “근데 말야, 그 고양이 놈이 썼던 거. 무슨 마법이었어?”

  “강화라고 해야 하나? 푸른 기운이 감돌았고, 검 주변을 무언가 하얀 게 빙빙 돌았어요. 그게 제 마검의 힘을 상쇄시켰고요. 또 코팅이 아주 잘 되어있었어요.”

  “뭐야, 이 자식. 내 코팅이 별로였다 이거지? 감히!”

 

  소니아는 이도를 헤드락했다. 이도는 켁켁 거리며 소니아의 팔을 쳤다. 그러자 메이가 나섰다.

  “소니아! 어른한테 그러면 못 써!”

  똑같이 메이도 소니아한테 헤드락을 걸었다. 소니아가 한 것은 그냥 장난이었다면, 메이는 진심이었다. 소니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항복을 외쳤다. 메이가 풀어주자 소니아는 당장 메이에게 달려들었다.

 

  “이 쥐 똥 만도 못한 계집애! 오늘이야말로 결판을 내자!”

 

  하지만 메이에게 쉽사리 제압당하고 말았다. 두 팔이 뒤로 꺾인 소니아는 신음하며 다신 안 그러겠다고 다짐했다. 메이는 소니아를 놓아줬다. 소니아는 얼얼 거리는 팔꿈치를 쓰다듬었다. 히잉, 하는 듯한 얼굴이다. 이도는 웃었다.

  “소니아는 뭐랄까, 돌격대장이 죽었는데도 별로 안 슬픈 것 같네요.”

 

  소니아는 씩 웃었다.

  “아아. 난 걔랑 별로 볼 일이 없었어. 가끔 아리아가 거래하러 뭍으로 올 때 빼고는 뭐. 그래도 죽어버렸다니, 뭔가 허전하네. 나한테 살갑게 굴어줬는데. 근데 그거 진짜야? 돌격대장이 널 구하려다가 죽었단 거?”

  이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 고양이가 선원들을 여럿 죽인 바람에, 돌격대장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제 검을 뺏어들고 싸웠다가 당하고 말았어요.”

  이도는 울적한 눈빛으로 아래를 봤다.

  “제가 더 잘 싸웠어야 했는데.”

  “그 놈은 너무 열혈이었어. 네 잘못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

 

  이도는 소니아에게 속삭였다.

 

  “소니아, 잠시 메이랑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요.”

  소니아는 어깨를 으쓱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도는 메이를 바라봤다. 메이는 미소를 짓고 있다. 가슴이 아팠다. 내가 한 짓을 너는 아니? 안다면 그렇게 웃어줄 수 있을까? 아. 왠지 아리아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아리아가 그에게 털어놨던 내면의 고민들. 솔직히 그 때는 잘 공감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이도님, 무언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요? 그건 그렇고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이도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도는 조심스럽게 메이를 봤다. 위가 쓰리다.

  “메이, 미안해. 네게 말해야 할 게 있어.”

 

  “알아요.”

 

  메이는 미소 지었다.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운하 루트 부근에 있는 원주민 부족들을 전부 몰아내야 하잖아요?”

  이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고 있었구나. 너는, 내가 원망스럽지 않니?”

 

  “아니에요. 오히려 잘 하셨어요.”

 

  “잘 했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 부족은 대운하 루트 부근에 있는 부족들과 적대관계였어요. 그리고 이도님, 제가 말 했었죠? 우리 원주민들은 상대 부족의 왕족을 잡아 고통스럽게 처형해서 자기네 부족이 선민종족임을 주장한다고. 그리고 저는 신관의 딸이고, 우리들에게 신관은 곧 왕족이에요.”

  이도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

  “맞아요. 제 오빠가 그런 식으로 처형당했어요. 그 대운하 루트 부근의 가장 강대한 부족에게. 이도님이 의도하신 건 아니지만, 제 복수를 대신 해주신거에요. 그러니 제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이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없어. 그리고 그것을 거짓으로 포장했지. 이래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렇지만 할 수밖에 없었어.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한 짓이야. 나의 죄.”

  “이도님.”

 

  메이는 이도의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거짓을 받아들여라, 거짓을 이용해라. 거짓은 인간의 힘일지니. 저희 부족에 전해지는 가르침이에요. 이도님, 강해지셔야 해요.”

  메이는 이도를 안아주었다.

 

  이도는 눈물을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창피하게 엉엉 울지는 않고 눈물 몇 방울만 흘렸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음날은 슈리와 루카가 병문안을 왔다. 이도는 먼저 사과를 했다.

  “미안해. 내가 나약해서 대장을 죽게 만들었어.”

  이도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루카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도의 잘못이 아냥! 고개 숙일 필요 없서!”

  이도는 루카의 얼굴을 보았다. 말은 그렇게 해도 루카의 얼굴에서 전에 없던 슬픔이 묻어나왔다. 눈 밑이 평소보다 짙었던 것이다. 밤새서 울었던 걸까.

 

  슈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말했다.

  “대장은 좋은 분이었어요. 소녀가 항상 말썽부려도 사람 좋게 웃어주곤 했지요. 이젠 그 호탕한 웃음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슈리는 말을 멈추고 손수건으로 찔끔 흐른 눈물을 닦았다.

 

  “하여튼 너무 정열적이었다니까요. 정도 많고.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러면 안 되는데.”

  이도는 슈리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래도 그 정이 나를 살려주었어.”

 

  “그렇죠. 나도 루카도 대장의 그런 점을 좋아했으니까.”

  문득 이도는 의문이 들었다. 내게 대장 대신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 이도는 신음하며 그 의문을 머리에서 지웠다.

  루카가 물었다.

  “낫자마자 바로 돌아갈거얌?”

 

  “그래야지.”

  슈리는 미소 지었다.

 

  “태스크포스 활동이 기대되는데요?”

  이도는 살짝 놀랐다.

 

  “너희들도 같이 하려고?”

  “어차피 동료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위험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요.”

  슈리와 루카는 클클 웃으며 하이파이브 했다. 이도는 혀를 내둘렀다.

 

  “죽는 게 두렵지 않아?”

  “그런 게 삶의 묘미지.” “마자, 마자.”

 

  이도는 미소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삶은 그렇게, 이어진다.

 

 

 

 

 

  며칠 지나자 이제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퇴원하자마자 이도는 아리아와 함께 병원 옆의 공동묘지로 갔다. 돌격대장의 묘지를 찾았다. 바닥에 이름이 새겨진 석판 하나가 박혀있는 곳이 바로 묘였다. 깔끔한 방식이다. 새겨진 이름은 ‘크롤’이었다.

 

  이도는 쓰게 웃었다.

  나, 지금까지 돌격대장의 이름도 몰랐구나.

 

  이도는 석판 위에다가 라일락 꽃다발 하나를 놓았다.

  “대장이 그 때 날 신참으로 착각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러게. 상어 밥?”

 

  둘은 함께 웃었다. 어디선가 대장의 호방한 웃음이 들리는 것 같아 서글퍼졌다.

  한 가지 의문이 솟아났다.

 

  “아리아. 물어볼 게 있어.”

  “뭔데?”

 

  “너 말이야. 나랑 처음 만났을 때, 럼주 거래에 늦었다고 했지? 그거 왜 늦었던 거야?”

 

  “항해를 하는데 나침반이 말썽을 부렸어. 결국 그 근방을 빙글빙글 도는 형국이었지. 다행히 네가 네 배에 탔을 즈음에 다시 제대로 작동하더라고.”

  아리아는 순간 헉 하며 입을 가렸다.

 

  그렇게 된 거였나.

  이도는 침을 삼켰다.

 

  “엘리자와 협상할 때, 그 미친 여자가 날 죽이려고 했었어. 근데 갑자기 뜬금없이 대포알이 날아와 날 구했지. 그건, 신이 아니면 할 수가 없는 일이야. 차마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역시 제국의 신이란 건 어떤 형태로든지 실재하는 것 같아. 진짜 신이 아니라하더라도. 아리아, 아까 말한 그 근방을 빙글빙글 도는 걸 며칠 동안 했어?”

 

  “반나절 정도?”

  “그러면 넌 내가 납치당했을 때부터 그 근방을 빙글빙글 도던 거야. 정말 우연하게도 납치선이 신대륙으로 가는 루트 한 가운데서.”

  바람이 불어 라일락꽃이 흔들렸다.

 

  아리아는 입을 벌린 채 침묵했다.

  그러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잠깐, 잠깐. 정말 신이 그렇게 현실을 조종할 능력이 있으면 애초에 네가 납치되지 않도록 하지 않겠어?”

  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 하지만 그 대포알은 도저히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 그 신은 대체 내게 뭘 바라는 걸까?”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어느새 드레이크 총독이 그들 옆에 나타났다. 총독은 이도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대자님. 몸은 이제 괜찮으십니까?”

 

  “많이 좋아졌어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돌더군요. 비열한 드레이크 총독이라, 하.”

 

  드레이크 총독은 씩 웃었다.

  “기분 나쁘신가요?”

 

  “뭐, 괜찮습니다.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제 대중들이 절 배신자 비슷한 놈 취급한다는 게 좀 문제지요. 이제 떠날 때가 된 거지요.”

 

  “어디로 가실 겁니까?”

  드레이크 총독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든지.”

 

 

 

  그 다음 날, 이도는 아리아의 배에 올라탔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같이 떠나는 일행은 아리아, 소니아, 메이, 슈리, 루카 그 밖의 아리아의 선원들이다. 다들 그 때의 충격은 많이 가시고 어느 정도 표정이 풀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국으로 가는 동안 이도를 호위할 네 척의 전열함이 보였다.

 

  소니아는 마법도구를 가득 싼 가방을 메고는 자신이 제국의 마법연구자들의 콧대를 눌러주겠다며 호언장담했다. 메이는 처음 타보는 배라서 긴장했는지 난간을 꽉 잡고 있다. 아리아는 다시 예전의 당당한 선장의 풍모를 되찾았다. 슈리와 루카는 서로 떠들어댔다. 좋은 동료들이다. 이도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풍경 어딘가에서 대장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또 무거워졌다.

 

  출항했다. 항구에 몰려든 사람들이 대자를 향해 환호성을 보냈다. 영웅이라고 연호했다. 이도는 씁쓸하게 웃었다. 가슴이 아팠다. 그들이 바라보는 나는 너무나 밝아서 내가 바라보는 나를 눈부시게 했다. 그것이 날 괴롭게 한다. 이도는 문득 옆을 봤다가 아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도 웃으면서, 어딘가 쓸쓸한 눈초리를 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아리아.

  어느새 대륙은 사라지고 사방에 쪽빛보다 푸른 바다만이 남았다.

  아리아는 후미에서 난간에 기대 배를 끈질기게 따라오는 갈매기들을 바라봤다. 이도도 옆에 섰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나 됐지?”

  “한 달 조금 넘었나?”

  “그거 밖에 안 돼? 난 반년이 지난 줄 알았어.”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 둘 다 목표를 달성했네. 나는 어찌됐건 모험의 과제를 달성하고 무사히 돌아가고, 넌 귀족이 될 테고.”

  “귀족이라.”

 

  아리아는 먼 바다를 쳐다봤다.

  “그걸 원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왜?”

 

  아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둔감하기는.

  “그러게요? 알아 맞춰보시지요.”

 

  아리아는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도는 난처한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아리아의 오른손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깜짝 놀랐다.

  “너 손에 상처 언제 생긴 거야?”

 

  아리아는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손등에 베인 상처가 깊게 났다. 아물었지만 흉측한 상처였다. 아리아는 피식 웃었다.

  “이거? 저번 전투 때. 싸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심하더라고.”

 

  “손 예쁘게 가꾸는 거 엄청 신경 썼는데, 괜찮은 거야?”

  “그거?”

  아리아는 펄럭이는 머릿결을 오른손으로 잡아 뒤로 넘겼다. 아름답다.

  “이제 됐어, 그런 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리아는 미소 지으며 이도를 봤다. 햇빛이 비추고 바닷바람에 머리칼이 나부낀다. 지금 알았는데 오늘 아리아는 눈 밑을 검게 칠하는 화장을 안 했다. 이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아리아의 양 볼을 살며시 잡고 입을 맞췄다. 아리아는 거부하지 않고 이도를 감싸 안았다. 입맞춤이 끝나자 이도는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돌렸다. 아리아는 피식 웃었다.

  “뭐야. 그렇게 날 위로해주고 싶었어?”

 

  “아니. 이번엔 내가 하고 싶었어.”

  아리아는 놀란 표정을 짓고는 이도의 이마를 딱밤쳤다.

 

  “흥, 숫총각 주제에 기특한 말을 해? 게다가 키스는 너처럼 하는 게 아니라고!”

  아리아는 이도에게 ‘진짜’ 키스를 보여줬다.

 

  와우.

  평생 이 날을 잊을 수 없겠는데.

 

  키스가 끝나자 이번엔 아리아가 부끄러워진 나머지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빨갛다.

  “어때? 네가 하는 거랑은 비교가 안 돼지?”

 

  이도는 침을 닦으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엘리자의 키스가 30년 베테랑 메이드의 청소라면 아리아의 키스는 수습 메이드의 걸레질이다.

  “너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아리아는 이도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너, 너 여자 없다며! 근데 어떻게 잘 하고 못 하고를 알아!”

 

  음, 지금이 거짓말을 할 순간인가?

  “그냥?”

  “그냥이 어디 있어! 거짓말 하지 마!”

 

  이도는 유쾌하게 웃었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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