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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개죽음만은 피해보겠습니다.
작가 : 꿈꾸는비너스
작품등록일 : 2021.12.27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이 되어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끔살 당할 예정인 엑스트라.

남자 주인공의 트라우마가 될 불우한 배경. 스쳐가는 엑스트라 따위로 끝낼 수는 없었다. 개죽음만은 피하기위해 릴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이렇게 된것일까? /////

천천히 걸어오는 카일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뻗어나와 나를 옭아맸다.

" 무엇을 하든 내 옆에서 해야하는 거야. 딴 새끼랑 놀아나는 것이라도. "

오라버니가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데 나를 죽이려던 황태자 너는 또 왜 그러니? 이제는 나를 어이없게 만들어서 죽이려는거니?

" 보고싶어서 견딜수가 없었어. 나를 봐. "

소름끼치는 비웃음을 입에 건 황태자가 조용히 읊조렸다.

" 그 놈을 찢어발겨 죽여버리기 전에 "

미친놈들아 제발 그만해라. 난 그냥 개죽음을 피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살고 싶으면 카일루스를 데려와.
작성일 : 21-12-27 17:38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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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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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궁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거대한 저택 부지가 불에 타기 시작했다. 번들거리던 대리석 바닥은 군홧발에 짓이겨지고 피로 뒤덮여갔다.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든 황태자, 제라드의 발걸음이 느릿하게 이어졌다.

 " 여기 있었군. "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손과 손톱으로 바닥을 긁어내는 릴리아나의 상태는 처참했다. 뭉개져 버린 다리에선 쉴 새 없이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 조심히 다루라고 주의를  줬어야 했는데.  미안하군 공녀. "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 미안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다.

 차갑고, 딱딱한 대리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꿎은 릴리아나의 손만 문드러질 뿐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과 다리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긴 틀렸다.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것이 떨어져 시야를 가려왔다.

 " 사.. 살려주세요. "

 목이 메여 쉽사리 나오지 않는 소리를 억지로 뱉어냈다. 잔뜩 쉰 목소리는 무척이나 애처롭게 들렸다.

 제국 제일의 공작가를 이리도 처참히 뭉개버리면서 웃는 미친 황태자의 입에서 기어코 그 이름이 나왔다.

 " 살고 싶으면 카일루스를 데려와. 잘난 네 오라비를 말이야. "

 

 

 

 ***

 

 

 " 헉...헉... 읍. "

 릴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비명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 뻔했다.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공녀가 미쳤다는 소문이 이제야 잠잠해지고 있는데,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눈과 귀가 저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마지막 모습. 끔찍한 장면을 잊어보려 눈을 감았다.  분명 소설 속 내용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제가 겪은 일처럼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닥쳐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까?

 어느 날 눈떠보니 소설 속이더라는 말은 소설에서나 가능하다 생각했다.  정말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게 꿈이라고 해도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이 되어버린 자신을.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끔살 당할 예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끔살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개죽음이었다. 남자 주인공의 불우한 배경,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발판이라는 사실에 한없이 우울해졌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즐겁기도, 고통스럽기도 했다.

 

 " 아가씨. "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 들어와."

 침실 문이 열리며 얼굴이 빼꼼 나왔다. 주근깨를 뿌려놓은 콧등이 찡긋거렸다.  한나는 배시시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 편히 주무셨어요? 아가씨. "

 벌써 아침이 되었나? 릴리의 시선이  커튼 틈새로 새어 나오는 햇살에 닿았다.

 " 따뜻한 차를 준비했어요. 목욕하실 물도 준비해놨구요."

 향긋한 꽃내음에 릴리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전신을 꿰뚫었다.  목을 돌리면서 무거운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 손끝과 발끝에 힘을 주고 쭉 필 때의 찌릿함을 느꼈다.

 " 오늘 오전, 잊지 않으셨죠? "

 " 그래. "

 맨발로 바닥을 딛을 때 느껴지는 카펫의 부드러움. 움직일 때마다 차갑게 달라붙는 공단 네글리제의 감촉.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지만, 숨 쉬고 있는 이곳은 현실이었다.

 " 모두 다 참석하기로 한 거야? "

 국경 지역에 발생한 문제로 인해 출정했던 오라버니가 어제 돌아왔고, 오늘 아침 식사를 같이하기로 통보받았다.

 " 네. 아가씨. "

 릴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다.

 어깨끈을 내리자  얇은 네글리제는 굴곡진 몸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남아있던 속옷도 남김없이 벗어 던졌다.

 티 없이 맑은 살결 위로 금빛 머리카락이 내려앉았다. 사이로 드러난 둔덕은 완벽한 물방울 모양이었다.  가늘고 긴  목, 여린 어깨선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만함이었다. 싱그러운 향을 뿜어대는 스무 살의 육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거룩함 그 자체였다.

 욕조에 발을 담그자 소름이 오소소 피어올랐다. 도드라진 쇄골이 물 표면에 닿자 힘주어 붙였던 허벅지 힘을 풀었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따뜻한 물이 채워졌다.

 

 "흐음. "

 편안함이 전신에 퍼졌다.  물에 몸을 맡기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힘을 뺀 릴리는 물 위를 부유하며 제 머릿 속에 떠다니는 기억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욕조안에서  밤새 못다한 생각을 정리했다.

 곧 죽을 운명이라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꿈속에서 죽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실제로도 겪어야 한다고?  그럴 생각은 죽어도 없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 한나! 한나! "

 릴리가 욕조에서 나가자 한나가 두터운 수건을 들고 뛰어왔다. 한여름에도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아가씨였다. 겨울이 시작되는 날씨. 거기다 숙면을 취하지도,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요즘 같은 때엔 더 조심해야 했다.

 시녀들은 능숙한 솜씨로 릴리를 챙기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몸에 남은 물기를 제거하고 젖은 머리카락을 말렸다.

 미리 준비된 라벤더 향 오일과 로션을 구석구석 바르는 동안,  드레스와 보석들이 준비되었다. 릴리는 화려한 드레스들을 치우고 단조로운 검은색 드레스를 선택했다. 

 단정한 목 라인. 노출도 장식도 없는 드레스는 장례식장에서나 볼 법한 옷이었지만,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벨벳의 감촉이 마음에 쏙 들었다.

 릴리가 빙긋 눈웃음을 지었다. 한나는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숙였다. 매정한 주인은 아니었지만 격 없이 다정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 머리는 어떻게 할까요? "

 " 알아서 해."

 " 반만 묶을까요? "

 " 응. "

 촉촉이 젖은 분홍빛 눈동자가 사랑스럽게도 깜빡였다.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새삼스럽게 반했다. 더 깊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불안하고 초조해하던 모습이 사라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나는 거울을 통해 보이는 릴리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한동안은 정말로 아가씨가 미쳐버리건 아닐까 생각했다.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설명해드리자 헛웃음만 지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 대부분은 아가씨 자신에 대한 것이었는데, 마치 타인에 대해 묻는 듯한 태도였다.

 최소한의 식사만 했고,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공작님과 마님조차 만나려 하지 않는 와중에 한나만을 곁에 두었다.

 책. 소설. 주인공.

 이것은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고, 대부분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을 중얼거리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반복되는 질문에 더 이상 아가씨께 말해드릴 것이 없다고 생각할 즈음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그때 일을 떠올리니 반사적으로 몸이 떨렸다.

 " 아직도야? "

 릴리의 투정 섞인 목소리가 한나의 상념을 깼다.

 " 이제 다 끝나가요. 아가씨, 조금만 참으세요. "

 식구끼리 밥 한 끼 먹는 건데 무슨 광을 이리 내는지 가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지게 생겼다.

 " 대충해. 대충해도 예뻐. "

 " 마님보다 더 예쁘게 하고 가셔야 해요. 그게 저의 자존심이에요. "

 릴리는 거울 속의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탄력 있게 굽이치는 순도 높은 금색 머리카락. 거기다 분홍색 눈동자였다. 분홍색. 보라색도 빨간색도 아닌 분홍색.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는 그런 색. 조그맣고 동그란 얼굴 안에 눈코입이 오밀조밀하게도 잘 자리 잡고 있어 흠잡을 곳이 없었다.

 " 어차피 똑같이 생겼어. "

 빙의 되고 정신없을 때 몇 번 봤던 공작부인의 얼굴을 기억해보자면,  끝내주게 아름다웠고 지금 거울에 보이는 얼굴과 매우 흡사했다.

 무슨 말을 하냐며 아가씨가 훨씬 더 예쁘다며,  귀걸이를 바꿔보자는 한나의 손을 쳐내고 일어났다.

 쓸데없는 실랑이에 긴장이 풀린 것도 같았다. 그동안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던 것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무엇을 해도 그때만큼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

 " 안내해. "

 식당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방에만 틀어박혀 주는 음식만 먹었기 때문이었다.

 " 네 아가씨."

 다행히도 별다른 의심 없이 앞장서는 한나였다.

 안녕하세요 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오랫만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은 건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는데 식당에 도착해버렸다.

 " 어서 오렴. 기다리고 있었단다. "

 문이 열리자마자 청아한 목소리가 식당에 울려 퍼졌다.  플로렌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릴리 곁으로 다가왔다. 고민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남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그들은 가족이었다.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하고, 말을 건네는 플로렌스에게서 거리감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 와주었구나. 엄마는 너무 기쁘다. "

 옆자리에 앉아 얼굴이 닳도록 릴리를 바라보며 잡은 손을  토닥거리는 플로렌스. 그 진심이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 몸은 괜찮은 게냐. 불편하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

 " 아니에요. 이젠 많이 좋아졌어요."

 "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차분히 말을 건네는 공작이었다.  정말로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 곳에 빙의 후, 적응하지 못하고 반쯤 미쳐 날뛰었을 때 진심으로 걱정하며 도움 주려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 왔구나."

 공작이 뒤이어 들어오는 카일에게 말했다.

 " 네. "

 " 어서 앉으렴. 카일. "

 플로렌스의 목소리는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신기한 능력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눈이 마주치자 카일이 가볍게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검은 머리. 붉은 눈동자.

 주인공의 색.

 표지에서 보던 익숙한 색이었다. 

 190에 가까운  키. 골격 자체가 큰 남자가 가지는 존재감은 엄청났다. 카일루스. 그를 만나고 나니 혹시나 했던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카일이 공작 옆자리에 앉았다. 릴리는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을 쳐다보며 의식적으로 카일을 피했다.  다행히 그런 모습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 피곤하겠구나. "

 " 아닙니다. "

 " 다같이 식사를 한게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아서. 또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니 무리를 해서라도 보고 싶었단다. "

 " 괜찮습니다. "

 카일의 대답에 플로렌스가 방긋 웃으며 릴리의 손을 토닥였다.  자연스럽게 카일의 시선이 릴리에게 넘어갔지만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작가의 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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