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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안경을 벗고
작가 : 잡학다식생
작품등록일 : 2017.6.9

캐릭터와 외모가 다른 자매 세라와 세경.
티격태격하며 각자의 사랑을 이루는 과정속에서 진실과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로맨스소설입니다.

 
#18. 사랑
작성일 : 21-12-21 21:06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3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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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분 좋은 햇살이 하얀 쉬폰 커튼 사이로 비쳐 침대쪽을 비추고 있다.

 

 햇살을 느끼며 몸을 뒤척이다 손가락 끝으로 낯선 질감을 느낀 세경은 눈을 감고 물체를 더듬이다 화들짝 놀라 잠을 깬다.

 

 -아.여기는...?

 

 화이트와 그레이톤의 인테리어가 세련된 느낌을 주는 낯선 호텔방.

 

 지아와 함께 묵고 있는 호텔은 그린톤의 좀 더 영한 분위기의 방이었는데..그럼 여기는?

 

 눈을 비비며 옆을 보니 상의를 탈의한 루가 등을 돌리고 곤히 잠을 자고 있다.

 

 -루? 루가..아..어제 이자카야에서 나와서 호텔로 들어왔지.

 그 다음은? 아악..그 다음 상황이 떠오르질 않아.-

 

 고장난 필름처럼 중간 중간 잡음과 고르지 않은 화면 상태로 기억회로가 돌아가고 있다.

 

 함께 울다 술을 마시고 다시 bar에 가서 진을 마신 뒤..그 다음은 루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온 듯한데..

 

 세경은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떠올리다 하얀 시트 밑으로 살짝 손을 넣어 자신의 다리를 만져본다.

 

 -헉..나 속옷만 입고 잔거야? 루 앞에서..

 ..그,그럼 우리 둘이 어제 뭘한거지?...

 

 갑자기 느껴지는 심박동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두손으로 자신을 진정시키는 세경.

 

 잠시후 용기를 낸 세경은 숨을 멈추고 루의 이불을 조심스레 살짝 들춰보고는 아뿔싸 이내 눈을 감는다.

 

 -아...신세경..

 

 그때 매끄럽고 탄탄한 피부에 적당히 그을린 구릿빛 전라의 루가 몸을 뒤척인다.

 

 그러다 햇살에 이마를 살짝 찡그린다.

 

 세경은 루가 깰까 봐 미동도 하지 못한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정지 자세로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려 애쓰고 있다.

 

 - 내 옷들은? 일단 세수를 해야하나..남들은 이런때 어떻게 행동하지?

 

 당황스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두뇌회로가 정지된 상황에서도 미를 추앙하는 오타구적 시선은 열심히 루를 쫒고 있다.

 

 -이 아침에도 루는 진짜 아름답구나.멋져.

 만화속 주인공들 같아..동공에 열씨미 새겨두자.

 

 루의 군더더기없는 실루엣에 새삼 감탄하면서도 예전보다 많이 수척해진 루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찡하니 묵직하다.

 

 -루,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가엾은 루..

 

 세경은 루가 가엾어 그의 어깨를 살짝 쓰다듬는다.

 

 "세경?"

 

 몸을 돌린 루가 세경을 부르더니 깜짝 놀라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있는 세경을 보고는 빙그레 웃는다.

 

 "오하요(안녕)~"

 

 화들짝 놀란 세경은 자신의 민낯이 생각나 가오나시처럼 얼굴만 쏙 뺀 채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며 더듬더듬 중얼거린다.

 

 "보,보지마..내 얼굴,부어서 보기 흉할거야.보면 안돼.보지마.."

 

 "그래? 근데 어쩌지..우린 이미 이것 저것 다 본 사이인데?"

 

 루는 장난스럽게 세경의 이불을 조금 조금 당기며 살짝 이불을 걷는다.

 

 헝클어진 곱쓸머리에 볼 전체에 홍조를 띈 세경이 고개를 창쪽으로 돌리며 애써 시선을 외면한다.

 

 "부,부끄러워.."

 

 루는 그런 세경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듯, 긴 손가락으로 세경의 턱을 잡아 고개를 돌려 지긋이 바라보다 세경의 입술에 키스한다.

 

 읍...

 

 루의 키스는 긴장한 왕초보 세경을 봉인해제시키기에 충분하다.

 

 -읍..충격파가 너무 강해.대응할수가 없어.

 

 루의 뜨거운 입술이 세경의 귀,목덜미,가슴팍까지 내려갔을때 세경은 푸아..하고 숨을 쉰다.

 

 "뭐야.숨도 안쉬고 있었던거야?..세경..큭큭.카와이이(귀엽다)."

 

 소년처럼 깔깔 웃던 장난스럽던 루는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세경의 눈동자를 응시하더니 세경의 양팔을 위로 올려 손으로 제압한 뒤 딥키스를 연속으로 퍼부으며 뜨거운 숨을 들이쉰다.

 

 루...사랑하는 루..

 

 팔을 잡혀 움직이지 못한 세경을 루는 위에서 제압한다.

 

 세경은 구름위를 걷는 듯한 몽롱한 상태와 부끄러운 생각에 고개를 돌리다 살포시 루를 바라본다.

 

 렌즈가 없어서 시야속 루의 얼굴은 꿈속에서처럼 흐릿하지만 그의 숨결은 생생함을 넘어 너무 뜨겁고 강하게 느껴진다.

 

 쑥스러워하던 세경은 루의 팔에서 벗어나 스스로 루를 안는다.

 

 전라의 루와 세경이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강한 포옹을 하고 세경은 온 몸으로 루를 받아들인다.

 

 '신이시여,저를 용서하소서..'

 

 한편, 세경이 전날 귀가하지 않을 걸 둘러대느라 지아는 몸무게가 5킬로는 빠진듯하다.

 

 세경을 보여달라는 김여사에게 보이기 위해 자신의 가발을 침대에 넣고 이불을 뒤집어 씌운 뒤 영상통화를 하며

 

 "세경이가 술이 살짝 취해서 자고 있어요.어머니.

 

 일어나면 바로 전화 다시 드리라고할게요.아하하"

 

 김여사옆의 세라가 의심스러운듯한 눈총이 화면에 비춰졌지만 김여사는 지아에게 감사의 인사와 당부를 전하고 영상을 끊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술도 약한 게, 인사불성이 돼..

 만나긴 만난거야?.."

 

 세경을 걱정하는 김여사의 한숨을 뒤로 하고 입을 삐죽거리며 안방을 나서는 세라..

 

 -일본까지 갑자기 찾아가서 스토커소리를 들은거지.

 분명히 차여서는 울고 불고 술마시고 꽐라가 된거지.뭐.

 신세경,니가 별수있겠어..한심하다.~~

 

 여기는 다시 지아의 호텔방

 

 지아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신들을 불러 모아 무녀와도 같은 혼신의 힘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하느님,부처님,토속신,조상신님..

 제발 세경이 좀 빨리 오게 해주세요.

 제가 쫄려서 죽겠어요..에고고...

 제발..제가 제명에 못살겠어요.좀요..플리즈~~"

 

 11시를 지난 호텔 식당은 조식을 마친 후 런치 준비전으로 한산하다.

 

 구석 창가에 앉은 루와 세경은 늦은 조식을 마치고 나란히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엄마랑 자주 오는 곳인데 오늘은 잠자리도,식사도 다 다르게 느껴졌어. 익숙하던 공간이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달라질 수도 있구나. 세경이 있어서...

 세경,간만에 진짜 푹 잤어."

 

 루의 얼굴색은 어제보다 휠씬 밝아지고 건강한 빛을 띄고 있다.

 

 루는 세경의 코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부끄러운듯 주위를 둘러보다 세경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루,루는..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내말은...어머님은..그리고 학교는...뭐 당장 어떻게 하라고 재촉하는건 절대 아니구..아하하"

 

 쑥스러운듯 쥬스를 들이키는 세경은 스스로를 나무란다.

 

 -오늘 일로 우리가 갑자기 변한것도 아닌데 왜 이리 재촉하니.루는 지금 충분히 힘들다구..신세경.

 

 루가 세경을 응시하며 맑은 눈동자에 미소를 담은채 이야기한다.

 

 "응, 일단 엄마 상태가 조금 호전되면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야.

 그리고 아버지와의 일도 정리해야지..

 최대한 빨리 움직여볼게. 그래도 보름에서 한달정도는 더 걸릴거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을 응시하고 있는 세경의 손을 꼭 잡으며

 

 "우리 서울 가면 매일 만나자.

 여행도 가자.

 나, 인천도 가보고 싶어.

 늘 공항에서만 바라 본 인천..

 그리고 강원도도 가보고 싶어.

 그..강능? 강릉..거기도 가보고 싶어. 너랑.."

 

 -그래,어디든 루와 함께라면 좋아.

 

 세경은 가슴 한켠에 뜨거운 용광로가 자리잡은 듯 뜨겁고 따가운 미묘한 느낌으로 루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눈을 똑바로 뜨고 루를 바라보며 말한다.

 

 햇볕을 등져서인지 세경의 얼굴이 투명하게 빛난다.

 

 "루.

 이제 우리는 하나야.

 어떤 일도 나랑 상의해야 해.

 내가, 루의 모든 것이 되어줄게.

 언제나 루가 외롭지 않게.

 루가 슬프지 않게..

 난 늘 루곁에 있을거야.

 그리고...어디에 있던 늘 연락은 꼭 해 줘.걱정되니까.."

 

 루는 수척해진 세경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미안해 어쩔줄 모르는 얼굴로 테이블을 응시한다.

 

 "난 지금껏 내가 힘든것만 생각하고 너가 날 기다리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는 걸 회피했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서...그래서 그냥 잊고 지내려했어.

 그런데 어제 너를 보고,너의 말을 듣고 결심했어.

 그래,앞으로는 너와 함께 가겠다고.

 너와 함께 앞을 보고 너와 함께 생각하겠노라고..

 지금껏 너무 혼자 생각하고 멋대로 행동해서 미안해.

 고칠게.노력할게..내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나,달라질게.."

 

 엄마생각에 다시 어두운 표정의 루를 바라보며 세경은 용기를 내 손을 꼭 잡으며 루를 똑바로 응시한다.

 

 "응,나도 어떤 일이 있어도 루의 손을 놓지 않을거야.

 이제 나는 루가 없는 시간은 무의미하기만 한 걸.

 루, 조금만 더 견뎌줘. 내가 도울게.

 우리, 함께 가는거야."

 

 루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는다.

 

 지난 몇달간 엄마 정은의 심해진 발작과 히스테리를 온 몸으로 받으며 자신에게 아버지의 피가 흐르는 것을 증오하던 처절한 시간들이 세경과 함께 한 짧은 시간으로 보상받기라도 한 듯 가슴속 응어리가 사라지고 작은 희망이 느껴진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두 사람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는 정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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