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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별이 지다
작가 : 올서리
작품등록일 : 2021.12.13

언제부턴가 세상에 닥친 기후의 변화, 환경파괴,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 등의 현상이 우리와 가까운 어느 별의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연호는 그 별의 흔적을 쫓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한다. 초신성과 고래, 오로라,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

 
#4. 속삭임 (4)
작성일 : 21-12-20 02:18     조회 : 380     추천 : 3     분량 : 7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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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를 마친 상현과 가족들은 약속장소에 모여 연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정이 시계를 보면서 연민에게 물었다.

 

  “얘는 오고 있는 거야?”

 

  “응. 어제 얘기 했어.”

 

  “또 늦게 일어나서 헤매고 있는 거 아냐? 얼른 전화 해봐.”

 

 상현은 곧 올 거라며 주문부터 하자고 말했다.

 

  “바쁠 텐데, 병원엔 뭐하러들 왔어? 어서 식사들 하고 볼 일들 봐야지.”

 

 앞에 앉아 있던 진오가 자식들을 대표해 먼저 축하인사를 올렸다.

 

  “아버님, 어머님. 결혼 41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제 금혼식도 9년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사업도 더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또 저희들도 더 잘 모시겠습니다.”

 

 연정의 하나뿐인 딸 윤지는 할아버지의 무릎위에 앉아 재롱을 부렸다. 윤지는 자기를 끔찍이 예뻐해 주는 할아버지를 무척 따르며 좋아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해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상현은 병원을 나온 뒤 지금까지 가장 환하고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이고, 고마워요, 우리 강아지. 오늘 할아비네 집에서 자고 가야지?”

 

  “네!”

 

 윤지는 목소리를 높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연정은 그런 윤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아버지. 앞으로 오래 사셔서 우리 윤지, 대학가고 시집가는 거 보셔야지.”

 

  “그래, 그래 고맙다. 근데 윤지 시집가는 것 보다 연호 녀석, 장가나 갔으면 좋겠다.”

 

 그때 숨을 헐떡거리며 연호가 음식점으로 들어왔다. 진오가 그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처남, 저기 오네. 암튼 양반은 못된다니까.”

 

  “야. 빨리빨리 다녀. 너 때문에 다들 한참 기다렸잖아.”

 

 연정의 잔소리에 연호는 여전히 큰 숨을 몰아쉬면서 길이 막혔다고 툴툴댔다.

 

  “근데 뭔가 내 얘기 하고 있었던 거 아냐? 분위기가 이상한데?”

 

 연호가 가족들을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옆에서 계속 웃고 있던 진오가 혼잣말 하듯 말했다.

 

  “처남은 양반도 못되고, 눈치도 빨라. 장모님이 처남 장가 언제...”

 

 연정이가 진오의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시끄러워. 당신은 눈치도 없이.”

 

  “아, 왜? 처남도 빨리 결혼해야지.”

 

 연호는 머쓱해하며 웃고만 있었다. 그때 연민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우리는 먼저 주문했는데, 오빠는 뭐 먹을래?”

 

 연정이도 활짝 웃으면서 다른 말을 꺼냈다.

 

  “엄마, 아빠. 뭐 필요한 거 없어? 여행 보내 드릴까?”

 

 상현이 윤지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다른 거 필요 없다. 다들 건강하고, 지금처럼 잘 살면 되지, 다른 게 또 뭐가 필요하겠니.”

 

 그때 숙희가 연호를 보면서 손을 내밀었다.

 

  “필요한 게 있기는 하지. 정 뭘 주려거든 용돈이나 챙겨다오.”

 

 숙희의 말에 모두들 웃었다. 때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다들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약속이나 한 듯, 병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들 입을 닫고 있었다. 그냥 숙희와 상현의 결혼 전 연애 때의 이야기며, 그 밖의 소소한 일상적인 얘기들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까부터 아버지의 검진 결과가 궁금했던 연호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면서 물어볼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때 연민이 손을 씻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연호도 얼른 뒤를 쫓아 나왔다.

 

  “아버지는 좀 어때? 병원에서는 뭐래?”

 

  “뭐래긴, 알잖아? 병원에서 언제 그런 거 시원하게 말해주는 거 봤어? 그냥 일단은 좀 더 지켜보자는 말밖에 안 해.”

 

  “하긴. 근데 단순히 입안이 헐은 게 아닌가보네? 지켜보자고 하는 걸 보니?”

 

  “응, 그래서 엄마나 언니나 별 말은 없었지만, 다들 걱정하는 눈치야.”

 

 연호는 괜히 찔리는 듯,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에휴. 너나 나나..., 우리가 잘해야 걱정을 덜 하실 텐데. 저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지 뭐.”

 

 연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은 화장실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었다.

 

 

  계절은 숨 막힐 듯 타들어 가는 여름을 향하고 있었다. 연정과 진오, 윤지는 하루를 서울에서 묵고 다음 날 바로 대전으로 내려갔다. 며칠 후, 상현과 숙희는 여행을 떠났다. 자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보내주는 결혼기념 여행이었다. 몇몇 지인들과 함께 휴가를 내어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뉴질랜드를 향해 떠났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연민도 마침 오랜만에 직장을 다니게 되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말이 직장이지 아직은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계약직이었다. 겨우 잠에서 깬 연호는 침대에 걸터앉아 아무런 생각 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그때 문득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분간 혼자 식사를 해결하고 청소나 빨래도 다 해놔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지저분한 꼴을 못 보는 연호는 밥은 안 먹어도 집안 청소는 꼭 해야만 했다.

 

  ‘연민이도 없이 혼자 집안 청소를 다 어떻게 하지?’

 

  ‘아, 귀찮아! 왜 사람은 하루에 세 번이나 밥을 처먹어야 하는 거야? 하루 한 번만 먹고 살 수는 없나?’

 

 게다가 여름이었다. 연호는 더위를 끔찍이 싫어했다. 하필 이럴 때 혼자남아 이것저것 챙기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 이번엔 좀 오래 다니려나 모르겠네.’

 

 연민은 상현의 소개로 지인의 출판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같은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그의 오랜 지기에게 어렵게 부탁을 해서 얻은 자리였다. 정작 그 친구는 흔쾌히 승낙을 했지만, 망설인 건 오히려 상현이었다. 그동안 숙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딸의 일자리를 알아보라며 상현에게 잔소리를 했다. 딸이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도 눈치를 볼 일인지, 숙희는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현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끝까지 고집을 피우다가 그나마 자신의 회사가 아닌 지인의 회사에 연민을 부탁하게 되었다.

 

  “네 아버지 성격에 이렇게라도 한 게 어디냐.”

 

 숙희는 이 정도 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투덜댔다.

 

  ‘이번엔 진짜, 오래 잘 다녔으면 좋겠다.’

 

 연호는 텅 빈 집에서 TV를 틀어 놓고 학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은 수업이 많지 않은 날이었다.

 

  “끝나고 연민이랑 저녁이나 먹고 들어와야겠다.”

 

 동생에게 문자를 보낸 후, 연호는 자신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동안 올린 자료들을 무심히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TV에서 진행하던 방송을 모두 중단하고 속보를 전했다.

 

  「대한민국 백두대간의 중추인 강원도 태백산에서 어젯밤 시작된 산불이 지금까지 그 일대를 태우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거센 바람과 건조한 기후 탓에 쉽게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은 대피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에 소방 당국은 총력을 기울여 진압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현재 불길은 태백 시가지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시, 도 당국의 향후 대응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중앙정부 또한 범국가 차원의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원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어? 뭐야? 어제 뉴스에 나올 때는 금방 진화될 것처럼 말하더니... 야! 저거 아까워서 어떡하냐?”

 

 연호는 문득 며칠 전에 보았던 뉴스가 떠올랐다. 그것은 미국 서부의 건조한 기후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사람들의 생활방식까지 바뀌고 있다는 기사였고, 애리조나 주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 인근의 산악지역에서 시작된 불이 열흘이 넘도록 일대를 태우고 있어서, 이미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산림과 마을을 집어 삼켰다는 소식이었다. 산불은 또한 남반구의 호주에서도 발생했다. 남부의 한 대도시 근처의 산에서 시작된 불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유럽에서의 산불소식도 전해졌다. 유럽은 기후가 습한 지역이 많아 미국이나 호주처럼 몇 날 며칠을 타들어가는 거대한 산불 소식이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이번에 들려오는 소식은 달랐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접경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양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었고, 그리스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심지어는 오랜 세월동안 건조화가 진행되면서 불모의 땅으로 변해버린 아프리카나 중국의 사막 지역에 오히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뉴스도 들어왔다. 이런 지역에 최근 몇 년 동안 내린 지속적인 강우는 그 주변의 환경과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거참, 알 수가 없네. 왜 이런 일들이 자꾸만 벌어지는 거야? 진짜 세상이 망할 때가 됐나? 뭐가 됐건 문화재나 숲이 훼손되는 건 정말 안타깝고 아깝다.’

 

 어린 시절, 이런 나쁜 소식들을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었고, 어쩌다가 다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뉴스라도 들려오는 날에는 깊은 근심에 쌓여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곤 했다.

 

  ‘조그만 게 뭘 안다고, 참 나! 지금이야 그렇다 치고, 그땐 내가 왜 그랬지?’

 

 언젠가 우리가 사는 이 지구도 저 드넓은 우주의 수많은 별들처럼, 한 순간 거대한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줌의 재로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던 어린 시절!

 

  ‘내가 지금 그런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빨리 출근이나 해야겠다.’

 

 연호는 수업 내내 낮에 들었던 뉴스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휴대폰으로 계속 뉴스를 보면서 뭔가 희망적인 소식이 올라오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기사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소식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갖는 학생은 없었다. 어차피 좀 있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텐데 뭘 걱정이냐며 수업이나 하자고 연호를 멋쩍게 만들었다.

 

 

  강의를 마치고 밤 9시쯤 집근처에 도착한 연호는 휴대폰을 꺼냈다. 먼저 퇴근하고 집에 와있는 동생에게 어서 나오라고 문자를 보내려는 참이었다. 그때 연민이 보낸 문자가 먼저 도착했다.

 

  「오빠! 내가 맛있는 거 준비해 놨으니까, 괜히 나가지 말고 집에서 보자. 어때?」

 

  “뭐야? 하여튼 얘는 집을 너무 좋아한다니까. 으이그, 집순이!”

 

 연호는 투덜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왔어, 오빠?”

 

  “야! 너는 오빠가 나오라면 나올 것이지, 뭘 또 집에 있자고 그러냐? 그동안 그렇게 집에서 놀았는데 지겹지도 않냐?”

 

  “오빠도 밖에 나가는 거 싫어하면서 뭘 그래.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게 제일 좋다며? 왜, 그 기록이 며칠이지? 집에서 나

 가지도 않고 뒹굴고 있었던 게? 그것도 한창 팔팔하던 대학시절, 방학 때 말이야.”

 

  “야. 뭐 그런 옛날 얘기를 꺼내고 그래? 그때는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고 했잖아. 네가 이 오빠의 깊은 뜻을 뭘 안다고.”

 

  “또 뭐래.”

 

 연호는 새로운 직장은 어떠냐고 물으며 말을 돌렸다.

 

  “응 괜찮아.”

 

  “그래? 잘됐다. 사람들은 어때?”

 

  “음 뭐. 다들 좋아.”

 

 연민은 예전에도 잠깐 출판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잘 적응하지 못해 얼마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었던 경험이 있었다.

 

  “이번엔 정말 잘 해보려고.”

 

 아버지의 얼굴을 봐서라도 진짜 열심히 해보겠다는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연호는 왠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진짜 맛있는데?”

 

 연민이 만들어 놓은 음식을 안주삼아 가볍게 맥주를 마시던 그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 너는 요리를 잘 하니까, 나중에 나랑 음식점을 한 번 해보는 건 어때?”

 

 연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관심을 보였다. 평소에도 오빠의 말이라면 그 어떤 이상한 소리를 해도 잘 들어주는 그녀였다.

 

  “그래,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인데? 나야 오빠만 괜찮다면 좋지.”

 

 연호는 생각해보니 안 되겠다며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 좋긴 뭐가 좋냐? 우리 둘이 장사하면 그게 뭐든 잘 되겠냐? 얼마 못가서 다 말아먹을 거다, 아마!”

 

  “아니, 왜?”

 

  “너나 나나 집구석에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애들이잖아? 결벽도 있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그런 이상한 애들 둘이 붙어서 잘도 되겠다, 안 그래?”

 

  “난 아닌데, 오빠는 좀 그래.”

 

  “네가 나보다 더하거든.”

 

 새로운 직장에 대한 얘기, 어릴 적 얘기 등을 늘어놓다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연호는 동생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늦게 출근하는 연호는 시간적인 부담이 적었지만, 동생은 일찍 일어나야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연호는 요즘 들어 달라진 대기의 소리에 대해서 묻고 싶었다.

 

  ‘얘기하지 말까? 이제 마음잡고 잘 해보려는 애한테 괜한 얘기를 하는 건가?’

 

  “오빠? 나한테 무슨 할 얘기 있어?”

 

 깜짝 놀란 연호가 버벅대며 말했다.

 

  “으, 응? 얘기는 무슨. 아닌데? 내가 그래 보여?”

 

  “응. 근데 나도 오빠한테 할 말이 있는데.”

 

  “그래? 뭔데? 너부터 얼른 얘기해봐.”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근데 오빠는 요즘도 새벽에 잠들지?”

 

  “알면서 뭘 그래. 새삼스럽게.”

 

  “나도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을 때가 있어서 어쩔 때는 오빠처럼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잠들고 그러거든?”

 

  “근데?”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음.....”

 

  “아, 답답해. 빨리 좀 말해봐, 괜찮으니까!”

 

 연호는 동생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왜 우리 예전에, 한밤중에 별들 관찰하면서 오빠가 공기 중에 떠도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나한테 들어보라고 했잖아. 대기의 속삭임 어쩌고 하면서, 기억 나?”

 

 연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해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뭐냐 그거, 소라 껍데기 같은 거 귀에 댔을 때 들리는 공명 소리 같다고 오빠가 그랬잖아. 하여간 나도 그때부터 잠이 안 오거나 새벽에 잠이 깰 때면 그 소리를 신경 써서 들어보고 그랬는데, 요즘은 소리가 좀 다르게 들리더라고? 좀 거칠어 졌다고 할까? 아니면 불규칙하다고 해야 하나? 처음엔 내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그러려니 넘겼는데, 아무리 들어봐도 예전하고는 확실히 다르더라고.”

 

 그녀는 계속 오빠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연호는 소름이 돋았고, 머리가 쭈뼛했다. 자신과 똑같은 것을 듣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동생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

 

  “피곤하면 그럴 수 있어. 그리고 그 소리라는 것이 실체가 없는 거잖아. 너나 나나 돌아이 같은 애들이 지어낸 얘긴데, 오죽하겠냐?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서 자.”

 

 연호는 모른척하며 맞장구를 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오빠가 나한테 먼저 해준 얘기거든? 그것도 엄청 진지하게.”

 

  “네 말대로, 그땐 어렸잖아. 암튼 나도 신경 써서 들어볼 테니까 너는 회사나 열심히 다녀. 우주와 지구는 오빠한테 맡기고.”

 

  “뭐래는 거야, 또!”

 

 연호는 자신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뭐야, 이거.....’

 

 

  그날 밤, 두 사람의 방은 밤이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분명히 오빠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당황하는 눈빛 봐봐. 내가 모를 줄 알고? 나한테 딱 걸렸어.’

 

 연호는 맘먹고 일찍 자보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머릿속엔 온통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언제나 한결같던 대기의 속삭임이 대체 왜 달라지고 있을까?’

 

 깊고 깊은 밤이었다. 오늘따라 유독 시커먼 하늘을 배경으로 별들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별빛들 사이로 한줄기 유성이 밤을 가로질러 하늘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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