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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46화 오!로망스(2)
작성일 : 21-08-24 19:48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4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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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거지의 질문에 당황한 로엔은 말끝을 흐렸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화면에서는 주마등처럼 빠르게 로엔의 과거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수년간의 조연 생활 끝에 힘겹게 얻어낸 첫 주연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주연 자리가 되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거지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럼 된 거지.

 앞으로는 그런 까다로운 극단 말고, 아주 편안하게 들어주는 우리에게 불러주쇼.

 

 -그래그래. 그렇게 해주시오!

 우리는 좋은 목소리로 듣는 노래를 공짜로 들을 수 있어서 좋고, 당신은 한 풀 듯 노래를 불러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거지들의 말에도 로엔은 꾸물거렸다.

 

 -제가…뮤지컬 배우가 아닌데…잘 할 수 있을는지.

 

 처음으로 맡은 주연이었고, 기념이 될 만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로엔은 그런 공연을 시원하게 망쳤고.

 

 다리 한쪽은 불구가 되었기에 배우로서 자긍심도, 자신감도 없었다.

 

 -아 거참!

 

 힘없이 처진 로엔 앞에 뺨에 큰 상처가 난 덩치 큰 거지가 앞으로 나섰다.

 

 -답답한 젊은이네. 우리 말할 때 미리 겨울잠 자고 왔나?

 우린 나그네도 될 수 있고 걸승도 될 수 있고.

 옷만 슬쩍 좋은 거로 바꿔 입고 깔끔하게 씻으면 귀족 부럽지 않을 사람들이야.

 그깟 배우, 우리 앞에서 노래 부르고 들어주는 귀가 있다면 당신은 그 순간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짜증을 내는 그의 말에 로엔은 눈을 반짝였고 다른 거지들은 좋다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쪽.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은데, 인생 설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지 마소.

 

 -그럼! 너무 우울해하지도 말고!

 그깟 다리 좀 절고 공연 한 번 망쳤다고 인생 끝나는 거 아니니까.

 

 -다리 저는 건 금방 익숙해질 거고 다시 노력하면 공연 잡는 건 일도 아니지.

 

 덩치 큰 거지를 비롯한 다른 거지들은 그렇게 말하며 로엔에게 다가와 등을 토닥였다.

 

 로엔은 대답 대신 양 손을 주먹 쥐었다.

 

 팔에서 맥박의 진동이 느껴지고 심장 소리가 작게 귀에서 울렸다.

 

 그가 주연을 맡을 때 공연을 하기 직전 다음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어오르던 순간이었다.

 

 -사실, 공연을 망치고 다리를 다치는 순간 배우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지와 골목 내의 모든 잡음이 사라지고 로엔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극단에서 쫓겨났을 때는 인생이 끝났다며 혼자 집구석에서 짐 정리를 하다 울고 정리하는 걸 반복했었습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 거리를 떠돌아다닐 때는 숨 쉬는 시체 같았어요.

 

 거지들은 동정도 일말의 위로도 없이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로엔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참 신기해요. 방금 전에 빵을 훔쳐 달아나 이 골목을 들어설 때까지도 머릿속은 탁해서 우울했고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당신들의 말을 들으면서 신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죽어있던 심장이 뛰고, 추워서 떠는 제 몸의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져요!

 

 비록 추운 겨울, 몸은 꾀죄죄했고 그의 얼굴은 부드러운 살이 조금 벗겨졌으며.

 

 거지들의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웃을 누군가가 있었다고 해도 그들의 말은 로엔의 마음이 180도 변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그렇게 로엔은 자연스럽게 거지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거지들 앞에서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다리가 덜 아픈 날엔 다 같이 춤도 추고.

 

 마냥 인생이 즐겁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편안하고 몸은 자유로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언 겨울잠은 오랜 시간 머물 것 같았지만 곧 따뜻한 봄이 찾아왔고, 다시 겨울이 오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로엔은 이제 거지 생활에 제법 익숙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노래 부르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다른 것보다 노래를 부르면 같이 다니는 거지들이 가장 호응을 잘해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전혀 모르는 이가 구경꾼에 끼어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 때는 과거 뮤지컬을 했던 시절이 떠올라 더 반가워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로엔, 요즘 사람들이 너 노래 좋다고 기다리고 있는 거 봤어?

 

 -광장에서 기다리는 팬도 있으니. 말 다 했지. 너도 인기인이야, 로엔.

 

 -거지니까 들어주는 거겠지요. 거지 치곤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하니까.

 

 -엄뫄? 너 지금 거지 욕하냐?

 

 -사람들 인식이 그렇다는 거죠. 형님,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숨을 들이마시세요.

 

 그는 뺨에 흉터 난 험상궂은 덩치 큰 남자에게 가게에서 사 온 새 빵을 건네주었다.

 

 로엔이 거지들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정말 돈이 언제까지나 없던 건 아니었다.

 

 따로 기계 일을 배우면서 돈을 알뜰히 모아 이번에 큰 집을 따로 계약했다.

 

 다만 그의 노래를 늘 진심으로 들어주는 건 이 거지 무리뿐이었고.

 

 휑한 집보단 자유롭게 이동하는 이들과 섞여 지내는 게 더 익숙했던 로엔이었다.

 

 변함없이 골목 안쪽에서 거지들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던 날.

 

 평소와 다르게 누군가 골목을 통해 거지 무리의 아지트로 찾아왔다.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는데 깔끔하고 성숙한 옷차림이 그들과 벽을 둔 것처럼 거리가 느껴졌다.

 

 -저기, 안녕하세요?

 

 로엔은 낯선 이를 멀리서 지그시 바라보았다.

 

 여자의 허리까지 흘러내려오는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이 작은 고갯짓에도 드문드문 반짝이며 찰랑찰랑 흔들렸다.

 

 따뜻한 날씨에도 위아래 모두 긴 옷을 입고 있어서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머리칼의 색깔이 어두운 남색이라서 그런 걸까?

 

 눈처럼 새하얀 피부가 언뜻 보면 조금 퍼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거기다 커다란 짙은 남색 눈에 또렷한 이목구비.

 

 거기다 금방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맑고 차분한 목소리까지.

 

 외모로나 옷차림으로나 이색적이면서도 다 가진 것 같은 그녀의 등장에 로엔을 제외한 모두가 주춤거리며 그녀를 경계했다.

 

 거지 중 가장 호리호리한 호르가 앞으로 나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로, 여긴 어떻게 오셨는지?

 

 -그, 노랫소리가 들려서요.

 

 -노랫소리?

 

 모두가 동시에 외치며 로엔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젊은 여자는 멀찍이 앉아 있는 남자가 로엔이라는 것을 눈치챈 걸까?

 

 역시 로엔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골목을 지나가는데 좋은 노랫소리가 들려서 찾아왔어요.

 

 -아, 그러신가요? 감사합니다.

 

 -요즘은 듣기 드문 감미로운 목소리에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여기서 같이 들을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그녀의 말에 당황했지만.

 

 로엔은 자신의 친구들이 괜찮다고 한다면 그래도 된다고 선뜻 허락했다.

 

 가수가 좋고 불편한 상대도 아닌데 거절할 리가 있을까?

 

 다른 사람들도 미인인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고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로엔을 중심으로 여자를 포함한 사람들이 둘러앉았는데 호르가 말했다.

 

 -로엔, 근데 오늘도 끝까지 그 노래만 부를 거야?

 

 -무슨 의미야?

 

 -아까 부르던 노래, 네가 주연이었던 그 공연에서 부르려고 했던 노래였잖아.

 

 비타 판타시아.

 

 그가 주연으로써 부르려고 했던 노래 이름이다.

 

 원래는 극 중에서 공연 내 주인공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였다.

 

 -하지만 그 전에 사고가 나서 노래를 부르지 못했지.

 

 -호르, 조용히 해.

 

 -비타 판타시아. 부르기 좋은 이름이네요.

 

 로엔이 정색하는데 여자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무튼, 다른 거 불러. 조연만 해봤다고 해도 노래는 해봤을 거 아냐?

 

 -전 비타 판타시아라는 노래를 듣고 싶어요. 들려주실래요?

 

 다른 노래를 듣고 싶던 뺨에 흉터가 있는 취베가 투덜거리자 여자가 말했다.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소리를 지르던 취베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엔은 그저 빙긋 웃으며 낯선 여성 관람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노래가 끝나자 어느 정도 예상할 법했던 여자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기립박수라든지 칭찬이라든지, 감동을 하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예의상 치는 한두 번의 박수를 보내지도 않았다.

 

 다만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고 로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혹시 정말 노래가 별로였나?

 

 로엔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여자를 빤히 쳐다보았고.

 

 여자는 조금 지나서야 화들짝 놀라며 잘 들었다고 손뼉을 치며 훌륭한 노래라고 극찬했다.

 

 -노래 정말 좋았어요. 어쩜 이렇게 목소리로 사람 마음을 울리세요?

 

 -로엔 얘가 괜히 잘 부르겠습니까. 예전에는 정말 극단에서도 활동했다니까요!

 

 호르가 조리 있는 말솜씨로 이야기를 하며 로엔 쪽을 바라보자 그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의 시선은 호르에서 로엔으로 옮겨졌다.

 

 -제 이름은 레망이에요.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여자, 레망은 로엔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로엔은 그 미소를 보고 ‘파란 여름에 찾아온 늦은 눈이 찾아왔다.’라고 해설했다.

 

 그 뒤, 레망은 종종 거지들이 사는 골목을 찾아와 같이 들었다.

 

 깔끔했던 복장은 다소 편하고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왔는데.

 

 옷차림이 달라지자 이색적이던 그녀의 외모도 더 이상 특이한 외모로 티 나지 않았고.

 

 덕분에 거지 무리는 그녀를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친근하게 대했다.

 

 로엔의 노래가 끝나고 나면 레망은 사람들 중 가장 크게 손뼉을 쳤고.

 

 어쩌다 거지들이 돈을 받지 못해 난처해할 때면 지갑을 꺼내는 로엔의 손을 막았다.

 

 -제 돈이니 안심하세요.

 이 빚은 로엔 씨의 노래로 갚아 주시고요.

 

 그렇게 말하고 자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꺼내 호르의 손에 건네주는 것이었다.

 

 다시 장면은 바꿔야 해가 이글거리는 여름이 되었다.

 

 계절은 여름이 되었고, 레망은 많이 변했다.

 

 퍼렇게 비치던 피부는 햇빛에 맞아 조금씩 그을려 건강한 여성으로 자라났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긴 옷만 고집하던 그녀는 팔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옷을 입고 다녔다.

 

 더운 날씨 물이 뿌려진 광장 한가운데 분수대 앞에서 로엔은 역시나 노래를 불렀고.

 

 거지 무리는 그 옆에 쭈그려 앉아 구경하며 동전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몇몇은 그들의 모습을 관람했고.

 

 레망은 그 근처에 서서 구경하며 박수와 함께 휘파람을 보내며 바람잡이 노릇을 했다.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호르는 자잘하게 모인 동전이 담긴 통을 능숙한 손놀림으로 짤그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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