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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안경을 벗고
작가 : 잡학다식생
작품등록일 : 2017.6.9

캐릭터와 외모가 다른 자매 세라와 세경.
티격태격하며 각자의 사랑을 이루는 과정속에서 진실과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로맨스소설입니다.

 
#16.그리움
작성일 : 21-07-22 21:03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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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주일이면 돌아오겠다던 루가 20여일이 지나도 돌아오지않자 세경은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루가 없는 하루 하루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낄수없었고, 공부는 더더욱 손이 잡히지않았다.

 마음을 달래려 최애하는 소장본을 꺼내 읽어도 그림과 내용이 머리속에서 뒤죽박죽 돌고만 있을 뿐 예전의 벅찬 흥분,기쁨과 감동을 전혀 느낄 수없었다.

 

 짧은 시간동안 세경의 마음속에 이렇게나 큰 공간을 차지하고 갑자기 떠나버린 루.

 

 어제 루와의 짧은 통화에서 애써 태연한척하는듯한 루가 무심코

 내뱉는 한숨의 깊이를 느끼며 세경은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루의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신걸까?

 

 하루 종일 루의 문자를 기다리는 세경.

 

 갑자기 윙~진동 벨소리가 눌리고.

 

 후다닥 폰을 잡은 세경의 눈빛에 실망감이 역력하다.

 

 지아에게서 온 문자는 한글 한 자 한 자에 지아의 에너지로 충만하다.

 

 둘이 광팬인 만화가의 신작이 드디어 드디어 발매를 시작했다며..

 도쿄의 대형 서점에서 팬사인회를 한다고..

 

 즐거울 게 없고 무미건조한 세경의 인생에서 공부와 함께 유일하게 기다림의 즐거움까지 알려준 만화.

 

 그림 한 컷 한 컷을 보고 또 보고 다 읽어가는것이 안타까워 글자 하나 하나를 천천히 곱씹으며 함께 웃고 울던 쏘울메이트였던 만화조차 지금은 뒷전이다.

 

 그때 다시 진동벨 소리가 들리며 지아의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온다.

 

 "세경, 왜 답이 없냐? 문자를 봤으면 빨랑 답을 줘야지.너 요즘 너~무 빠졌어~~.요즘 러브에~~ㅋㅋ"

 

 장난스러운 말투에 피식 웃는 세경

 

 "미안,내가 요즘 좀 그래."

 

 "루는 아직이야?

 

 "응,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신지..나도 잘 몰라."

 

 지아는 살짝 망설이는듯 하더니

 "세경아.그럼 이건 어때?~

 우리 같이 도쿄으로 고고씽~날아가는거야."

 

 도쿄?

 

 세경은 루와 이별한 후 마음만 졸이고 있었지 루를 만나러간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탓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루를 최대한 배려한다고 생각해 낸 방법은 귀찮게 하지 않고 부담을 주지 않기 였으므로...

 

 그런데 지아의 뜬금없는 제안에 세경의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신작 또는 콘서트를 위해 지아와 세경은 과외 알바,서빙,스텝,..여러 알바를 불사하며 모은 자금으로 일본으로 날아가지 않았던가.

 

 둘에게 도쿄는 부산 정도 친근한 도시였다.

 

 일본어가 능숙해진것도 그 덕이기도 하고.

 

 -루가 부담스러워하지는않을까..

 정말 내가 간다고 루가 기뻐할까?

 내가 루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만날수나 있을까...

 

 세경의 머리속은 수만가지 걱정으로 가득하다.

 

 "넌 루를 만나고 난 팬사인회로 가고.

 다시 호텔에서 합류해서 담날 귀국.

 어때? 2박3일 우리의 일정?"

 

 친구가 없던 세경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준 지아는 세경의 고등학교 동창.

 

 늘 혼자 조용히 생활하던 세경과는 정반대로 학급임원에다 적극적이고 배려심이 많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지아는 세경에게는 너무나도 먼 대상이었다.

 

 둘이 급친해진 계기는 만화..

 

 점심시간에 혼자 벤치에서 만화를 보던 세경의 등을 누가 탁 쳤다.

 

 선생님인줄알고 당황한 세경의 등뒤에는 의외로 동그란 안경너머 눈을 반짝거리며 씨익 웃고 있는 곱슬머리의 지아가 있었다.

 

 눈을 반짝거리며 밝은 웃음으로

 

 "너도?"

 

 "어.어...뭐 말이야?"

 

 그날부터 세경과 지아는 단짝이 되었다.

 

 만화를 좋아한다면 살짝 블루한 느낌으로 인정받던 여고시절이라 둘은 각자의 취미를 남들에게 숨기고 있었고 만화책도 압수당할수있어 혼자 살금살금 취미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들이..

 

 서로의 관심사가 같다는 건 전쟁터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난 이 만화가를 좋아해.

 근데 시리즈를 너무 길게 해서 초4때 시작된 게 아직 미완이야."

 

 "너도 읽고 있어? 나 이거 다 소장중."

 

 "진짜? 나도.ㅋㅋ."

 

 여대를 지원한 지아와는 대학은 달라졌지만 둘은 여전히 단짝이었다.

 

 지아는 세경과 루의 상황을 해결해주려 노력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이리라.

 

 소심한 세경 혼자서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을게 뻔할테니..

 

 지아의 제안은 언제나 무미건조한 세경을 흥분되게 했지만 이번 제안은 흥분과 혼돈의 카오스로 세경을 밀어넣었다.

 

 -어쩌지..갑자기..가면..

 근데 루가 너무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다른건 아무 생각도 안나..

 

 세경의 창가에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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