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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전! 에스퍼 리그
작가 : 은백
작품등록일 : 2016.10.28

수십 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능력 배틀 스포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소년소녀의 작고 거창한 이야기

 
2부 - 도주자(6)
작성일 : 16-10-28 21:44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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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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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낮이만 보자면 그 성별조차 판독하기 힘들 만큼 중성적인 톤이었지만 분노어린 박력이 풀풀 넘쳐나는 목소리였다. 트레트와 게인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그리고 린다에게는 반가움과 절망감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키는 그 목소리.

 

  트레트와 린다의 뒤편, 게인과 멀찍이 마주보고 있는 그 소년.

 

  하늘을 향해 첨예하게 솟은 모양새의 불꽃머리, 노란색 라이더 재킷과 스키니 진의 옷차림, 널찍한 이마에 단단히 둘러맨 방풍형 고글 모양의 주황색 AR 스캐너. 그리고 제38회 에스퍼 리그 결승전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신 그 비운의 남자와 똑 닮은 얼굴.

 

  “케, 켁! 아, 아, 더!”

 

  린다는 약이 다 된 형광등처럼 꺼져가는 의식을 간신히 붙들어 매며 자신의 뒤편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거친 숨을 내몰아쉬는 자신의 옛 동료이자 먹잇감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건 외양만이 그럴 뿐, 순진무구하고 어리숙한 그 소년과 정말 동일인인지 헷갈릴 만큼 분위기가 달랐다.

  흡사 자신의 억울함을 언론에 처음으로 토로할 때의 패러독스처럼 진노한 얼굴이다.

 

  “이거 봐, 시그마. 맞지? 납치당한 거 맞다니까!”

  『글쎄다.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무뚝뚝한 시그마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더는 비틀거리면서 그들과 거리를 좁혀갔다. 멀찍이 윤곽만 보이던 그들이 모습이 조금씩 또렷해졌다. 털북숭이 트레트의 추한 얼굴, 멸치 게인의 바싹 올라간 눈꼬리를 모두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되자 아더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더에게도 낯선 상은 아니다.

 

  “다, 당신들, 그때 카페에서!”

  “여어. 미안하오, 형씨. 용케 이런 곳을 찾았네. 무슨 볼일이라도 있소?”

  “어째서 린다한테 이렇게 심한 짓을 하는 거야? 목적이 뭐야! 린다! 너도 말 좀 해봐!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야? 저 사람들한테 몹쓸 짓이라도 한 거야?”

  “사, 사실은 린다…….”

  “기헤헤헤헷! 굳이 본인한테 가증스런 변명을 들어봤자 도움도 안 돼유, 형씨! 이거나 보시지! 한 방에 해결된다우, 기헤헤헤헤헤헷! 보스한테 보고할 용도로 작성한 거지만 하나 더 뽑으면 그만이니까 뭐!”

 

  린다는 어느새 가뜩 메인 목을 달래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들었지만, 게인이 옆에서 말을 잘라먹고 끼어들었다. 그리고 잔뜩 구겨서 입고 있던 검은색 정장의 품에서 황토색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들어 아더에게 던졌다. 아더는 봉투를 받아들고 안을 빼곡이 메운 자료를 촘촘히 읽어갔다. 자료가 한 장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었다. 시그마는 이를 확인 사살하듯이 아더에게 넘어간 자료의 내용을 압축, 요약하여 크게 낭독했다.

 

 

  『본명은 마야. 전직 마스터즈 플랜 소속 프로 선수 출신. 실제 나이 23세. 17세에 부모를 잃고 거금의 유산을 차지했지만, 그 후로 도박에 빠져 거의 모든 금액을 날림. 그리고 제13지구로 이사하여 빈곤하게 지내다 헤일로 비전의 재능이 패러독스의 눈에 듦. 함께 제37회, 제38회 에스퍼 리그에 출전. 그때 불법 테러 조직 ‘안티 룰’의 사주를 받아 각성제 ‘데스페라도’를 복용하고 출전. 결국 제38회 결승전에서 이 사실이 탄로 나서 영구제명. 그 대가로 안티 룰에게서 3억 베르크를 받지만, 곧 안티 룰의 1급 기밀 자료를 빼돌려 헤일로 엔터테인먼트 측에 비싼 값에 넘기려다가 적발. 그 직후 은둔함. 그리고 세인트 엘리아 병원에서 뒷거래로 7400만 베르크의 거금을 물고 전신 개조 수술을 감행, 이름을 ‘린다’로 개명. 그 뒤로도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꾸어다가 도박으로 날리고 자취를 감추는 도주 생활을 계속함.』

 

 

  “거짓말이지?”

  “…….”

 

  아더는 한 줄씩 그 충격적인 진실과 대면할 때마다 전신이 덜덜 떨려왔다. 양쪽의 어금니가 딱딱 맞부딪히고, 푹 숙인 고개 밑으로 무언가 진득한 물질이 두 줄기 떨어졌다. 본래라면 투명한 빛깔을 띠고 있어야할 그 액체는, 명백히 섬뜩한 빨간색으로 채색돼있었다.

 

  “이거 다 이 사람들이 꾸민 이야기지? 그렇지? 맞지?”

  “…….”

 

  사형선고보다도 무서운 침묵. 그러자 아더는 새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아니라고 해! 린다아아아아―!”

  “미, 미안해, 아더. 전부 사실이야.”

 

  절규에 가까운 재촉에 돌아온 대답은 그 한 마디뿐이었다. 그건 그나마 티끌만큼 남아있던 아더의 이성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뭐라고?”

  “이, 이거.”

 

  린다는 만사를 체념한 얼굴로, 이미 너덜해진 가슴에 손을 넣어 주먹 크기의 반짝이는 물체를 꺼내선 아더에게 힘없이 던졌다. 군데군데 피가 묻어 섬뜩함을 자아냈지만 그 본연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였다.

 

  “이건 패러독스의 유토피아잖아. 이게 왜?”

  “아더는 그 가치를 잘 모르겠지만……. 시중에 내놓으면 천문학적인 액수에 팔리는 비보야. 그거 하나만 있어도…… 그간의 빚은 다 갚을 수 있거든…….”

  “말도 안 돼.”

 

  아더는 유토피아에 시선을 뺏겨 잠깐 말을 잃었다가 트레트와 게인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럼 당신들은 누구야? 린다한테 빚 떼인 사람들이야?”

  “기헤헤헤헷! 뭐어, 그럴지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네, 기헤헤헷! 그보다 형님, 저 꼬맹이의 물건이 요 계집한테 있을 줄은 몰랐네요! 으미, 아까워라! 진작 알았으면 먹고 입 닦는 건디!”

  “마, 관둬라. 어차피 그래봤자 보스 몫이다. 그 양반이랑 하루 이틀 일하냐?”

 

  아더는 교활하게 군침을 흘리는 게인과 바닥에 송장처럼 널브러진 린다를 번갈아보다가,

 

  “시그마.”

  『왜 그러냐.』

  “빚쟁이라는 거, 돈에 미친 사람들 맞지?”

  『그렇다. 돈만 돌려받으면 그 인간에겐 볼일이 없게 되지. 그건 왜 묻는 거냐.』

  “그럼 간단하네.”

  『간단하다니?』

 

  아더는 린다를 다시 들쳐 메려는 트레트에게 소리쳤다.

 

  “어이, 거기 덩치! 이거 받아!”

  “허엉?”

 

  트레트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차갑고 딱딱한 금속덩이 하나가 불룩 튀어나온 배를 맞고 돌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값진 자태를 시야에 담은 모두의 반응은 당연히,

 

  “아닛?!”

  “기헷?!”

  “……!”

  『아더! 지금 뭐하는 짓이냐?』

 

  아더는 꾸중에 가까운 시그마의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당당히 한 손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자, 이걸로 됐지? 이제 린다를 놔줘. 돈만 있으면 사람한텐 볼일 없잖아.”

  “아더……!!!”

 

  그 누구보다 새파랗게 질린 쪽은 트레트도, 게인도, 시그마도 아닌 린다였다. 누구는 인생을,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차지하려 한 그 보물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에게 넘긴다? 그것도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도 아닌 배신자를 위해서? 그건 농담으로 치부하기에도 유치한 이야기다. 이런 생각은 트레트나 게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이, 이봐, 형씨.”

  “우호호호홋! 횡재다, 횡재!”

 

  트레트가 어울리지 않게 말을 더듬으면서 망설이는 반면, 게인은 대어를 낚은 낚시꾼처럼 폴짝이며 춤을 췄다. 유토피아는 눈깜짝할 새에 게인의 손아귀에 든 상태였다.

 

  “으따, 형씨! 거 통크구마이, 기헤헤헤헷! 형님, 제 말 좀 들어보슈!”

  “또 뭐?”

  “옛 일 생각 좀 해봐유! 아따, 우리가 은제부터 보스 신임 얻으려고 동분서주했당가? 보수는 쥐꼬리에 시키는 일은 험하기만 하고, 잉? 이 계집 옛날 신상 캐낸다고 을마나 고생혔는지 기억도 안 나유? 밤샘이하면서 스토킹하고 협박해서 자료 뒤지고……. 으메, 생각도 하기 싫당카! 형님 말마따나 요런 거 가져가서 바쳐봐야 므가 디겠으, 우리가! 말뿐인 칭찬 몇 마디에 뚝! 그리고 보스 배만 부르겄지야? 안 그래유, 기헤헤헤헷!”

  “결론이 뭐냐, 그래서?”

  “이거, 우리가 먹고 튀어부리면 되잔유? 해볼 만한 모험 아니우? 80억이유, 80억!”

  “으으으으으음…….”

  “그리고 요건 낼름 묵을 대로 묵고, 계집은 계집대로 데리고 기지로 귀환해부리면, 언젠간 보스한테 뒤꼬리가 잡힌더니께? 꼼짝없이 쥐덫이유! 그 양반 눈치 100단인 거, 형님도 알잖아유? 그럼 요걸 포기할라우, 계집을 포기할라우? 양자택일이라면 선택지는 뻔하지 않수?”

 

  트레트는 게인의 탐욕 가득한 혀놀림에 턱을 괴고 잠시 고심하더니, 곧 결정을 내린 듯이 자세를 풀었다.

 

  “흥, 얄미운 놈 같으니라고. 쓸 만한 아이디어 내놓으라고 재촉할 때는 맨날 엉뚱한 소리만 주구장창 늘어놓던 놈이 이럴 땐 또 퀵마우스가 되네, 그려.”

  “기헤헤헤헤헤헤헤헷!”

  “흥! 좋다, 까짓것. 걸어볼만한 도박이군.”

 

  만족감 배인 콧방귀를 끝으로 결정 완료. 트레트는 그 육중한 다리를 휘둘러, 통나무 신세가 된 린다를 거칠게 걷어찼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처절하게 굴러간 린다는 아더의 발치에서 그 움직임을 멈췄다.

 

  “자, 협상 완료! 그 계집의 과거에 대한 자료는 아직 본부에 보고한 상태도 아니고 철두철미하게 잠가놓은 상태지만 만에 하나 들킬지도 모른다구! 그땐 책임 안 지겠다! 가자, 게인!”

  “기헤헤헤헷! 네이이이입!”

 

  트레트와 게인은 득의양양한 웃음소리를 퇴장음 삼아 아더와 린다에게서 멀어져갔고, 그 윤곽과 기척은 머지않아 자취를 감췄다. 다시 유령도시의 분위기를 되찾은 제13지구의 한밤 중 거리. 아더와 린다 사이에서는 한없이 어색하고 적적한 공기만이 흘렀다.

  어느 한쪽도 먼저 입을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 그리고 장고 끝에 큰 용기를 동반해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린다 쪽이었다.

 

  “어째서, 그런 거지?”

 

  좀 전까지 처절하게 울먹이던 약자라고는 상상키 어려울 만큼 차분하고 진지한 말투. 린다는 신경이 완전히 끊어진 것처럼 널브러져있던 몸을 가까스로 일으키면서 힘겹게 말을 이었다.

 

  “린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아니, 린다 뿐은 아닐 거야. 방금 전에 아더가 처해진 상황을 모르겠어?”

 

  결코 당당할 수 없는 입장임에도, 출처 불명의 용기가 솟아 일갈로 변했다. 그리고 갑갑함과 의문이 이리저리 뒤엉켜 언문으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으로 폭발했다.

 

  “그 사람들이랑 같이 린다를 걷어차고 쌍욕을 퍼부어도 린다로서는 할 말이 없었어! 아더가 말했잖아! 마리오네트랑 더불어서 제일 용서할 수 없는 여자, 패러독스에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처와 배신감을 안겨준 여자! 정당한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계에서, 돈 몇 푼 때문에 비열한 수로 판을 더럽힌 그 이름 마야! 바로 린다의 예전 이름이야! 모두 아더가 지금 들고 있는 그 프로필에 세세히 적혀 있잖아! 그런데, 어째서……. 그런 보물을 버려가면서까지 살리려 한 거야! 어째서, 왜, 무슨 이유로! 지금껏 이렇게 손해만 보면서 살아온 거야? 앞으로 그렇게 살 거야? 저게 얼마 짜리인줄 알아? 아더 기분 따라 막 내버릴 수 있는 게 아니란 거 알잖아! 그리고 이런 식으로 구해줘 봐야 고마워할 줄 알아? 여긴 동화나라가 아니야!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고! 은혜 갚는 까치는 지상 천지에 없어! 린다한테는 돈이랑 명예가 전부야! 그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 없어! 그래서 재벌2세나 백마 탄 왕자를 꿈꾼 거고! 쉽게 개심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 이런 식으로 나오면 린다가 진심으로 힘을 빌려줄 줄 알아? 이 답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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