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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전! 에스퍼 리그
작가 : 은백
작품등록일 : 2016.10.28

수십 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능력 배틀 스포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소년소녀의 작고 거창한 이야기

 
1부 - 유니온 프릭스(7)
작성일 : 16-10-28 20:55     조회 : 361     추천 : 0     분량 : 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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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5분이 흘렀다. 참다못한 린다의 하품 소리가 묵묵한 정적을 깨부쉈다.

 

  “부팅 속도가 완전히 앤티크인데?”

  “그래도 엘피스가 만든 기기 중에는 단연 원톱이랬어. 손재주 많았다고.”

  “그 엘피스란 분이 보육원장님이랬지? 기기를 몇 개나 만드셨기에?”

  “두 개. 나랑 페이트 꺼 하나씩. 이래봬도 나한테 더 좋은 거 줬어.”

  “…….”

 

  말을 말자.

 

  상당히 지루한 사전 작업이 계속될 것을 예상한 린다가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즈음, 새된 전자음이 울리고 드디어 시그마의 렌즈에 복잡한 문자 배열이 뜨면서 실행의 완료를 알렸다.

  아더가 기쁨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됐다!”

  “겨우 AR 스캐너를 작동한 것뿐이잖아. 아더는 뭐가 그리 기쁘니?”

  “부팅 속도가 12초 단축됐어! 5분 16초! 신기록이야! 야호! 기록해놓자!”

  “그래, 그래.”

 

  린다는 작은 박수로 애써 장단을 맞춰주었다. 인간이란 생물이란 본래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지수가 급등한다는 모 윤리 교사의 설교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흐뭇함과 자조가 뒤섞여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린다도 저런 마인드가 있었으면 좋겠네.’

 

  부럽기까지 했다.

  제아무리 남부럽지 않은 거금을 만져도 거기에 만족 못하고 더 큰 판에 손을 대다가 망신하여 도주. 산더미처럼 쌓인 빚을 갚으려고 몸을 바쳐 유혹한 남자의 지갑에 손을 대다가, 이내 한계를 깨닫고는 콩밥 먹을 각오를 불사르며 사기 행각까지 동원. 그리고 재차 도주.

 

  이 무한한 악순환의 결과로 어느새 자신을 쫓아다니는 빚쟁이나 사기건 피해자만 해도 양손으로 꼽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형용할 수 없는 규모를 자랑하는 범죄 조직과도 손을 잡았다가 배신까지 했다. 그 전리품(?)으로 누적된 빚더미의 절반은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그 상대가 상대니만큼 잘못 걸렸다간 사살감이다.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되돌리고픈 과거지만 그런 기적은 바랄 수 없다. 하늘에서 백마 탄 왕자님이라도 툭 떨어지지 않는 한 자신을 구제해줄 수 있는 존재라곤…….

 

  “뭐야, 아무런 변화도 없잖아? 무슨 능력이야?”

  “응?”

 

  투박한 고글을 착용한 아더가 실눈을 뜨고 린다를 주시했지만 육안과의 차이점이 일체 없는지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더니 문득 한 가지를 깨달은 듯 머리 위로 전구를 깜박였다.

 

  “우왓! 설마 가슴을 작게 만드는 능력이야? 참신한데. 인체 엔지니어링?”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여자 마음에 스크래치 남기지 마아아앗!”

 

  푸른 안구의 실핏줄이 불거지며 악어처럼 벌어진 입 속의 치아가 전부 송곳니로 변했다. 타깃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린다의 이성을 날아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 남자, 일견 호구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으론 전대미문의 강적이다.

 

  “린다는 아더처럼 무식하게 오토 설정은 안 해놓으니까. 필요할 때만 쓰거든?”

  “왜 그러는데?”

  “그게……. 드러내기 좀 그래서.”

 

  린다는 난처해진 얼굴로 잠시 주저했다. 그러자 아더의 시끄러운 생떼 스킬이 시전됐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이쯤이면 정신연령이 의심 갈 지경이다.

 

  “그만해! 꼭 남동생 부리는 거 같잖아!”

  “서로간의 능력쯤은 세세히 알아야 미리 작전을 짜든 말든 할 거 아냐. 2:2 팀플레이, 승자연전방식 등 방식은 매회 계속 바뀌고 있지만, 어쨌든 에스퍼 리그는 팀 단위로 출전하는 대회라고. 아군/적군의 능력의 연계와 상성을 미리 파악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야. 마스터즈 플랜이 파죽지세로 결승전까지 치고 올라간 원동력이 그건데! 물질 조작에 특화된 ‘엘릭시르(Elixir)’ 팀을 철저히 분석해서, 그들과 상성이 최악인 반물질 계열 능력자 패러독스를 원탑으로 내세워 마스터즈 플랜의 올킬을 해낸 전설의 4강전이 입증을 해주잖아.”

 

  아더는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신이 성화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쪽 분야엔 제법 빠삭한 모양이다. 그쪽의 반응이야 어찌 됐든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건 작전 상 곤란하니 어차피 보여줄 요량이었지만 린다는 내심 놀랐다.

 

  어린 마음에 마냥 철없이 찌르고 보는 일시적인 관심일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최소한의 생각쯤은 있구나. 안타깝게도 네가 말한 데까지 진도가 나갈 일은 결단코 없겠지만 그만한 열정이라면 뭘 해도 될 거다. 그러니까 값진 보물 하나 잃어버렸다고 울면서 주저앉거나 하지는 마렴. 이 누나처럼 될 테니까.

 

  “알았어. 보여주면 되잖아.”

 

  린다는 미간을 좁히고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AR 스캐너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의 육안에 비치기엔 분홍 원피스 차림의 금발벽안 소녀가 홀로 다소곳이 앉아있는 광경에 지나지 않겠지만, AR 스캐너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아더의 루비색 눈만은 동그랗게 영역을 확장해가며 경탄과 경외의 심정을 한껏 드러냈다. 아무래도 능력이 제대로 발현한 모양이다. 린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도 오랜만에 쓴 힘이라 내심 불안했는데, 나도 아직 죽지는 않았네.

 

  “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움직이는 동상 같아. 이쪽 계열의 능력은 꽤나 유니크한데? 솔리드 폼(Solid Form = 인체 금속 변환 능력)이잖아!”

 

  스킬 방면에도 꽤나 밝은 듯, 아더는 보조 설명 없이도 단박에 린다 능력의 정체를 샅샅이 꿰뚫어보았다. 제 나름대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에 린다의 얼굴에는 왠지 창피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러다 결국 참을 수가 없었는지 이내 등을 돌리고 양팔을 교차해 상체를 감쌌다. 필사적으로 가리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알아?”

  “헤일로 엔터테인먼트에 공식 등록된 초능력과 스킬에 대해선 빠삭하게 공부했거든.”

 

  AR 스캐너의 렌즈를 통과해 아더의 각막에 비친 린다의 전신은 마치 액체처럼 매끄럽고 유동적인 움직임의 은백색의 금속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아니, 단순한 코팅이 아니라 피부, 근육, 내장, 골격, 심지어 두뇌를 이루는 세포 조직까지 남김없이 은백색의 금속으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흡사 움직이는 동상, 혹은 피부색을 입히기 직전의 안드로이드를 보는 듯하다. 다만 청아한 벽안과 금빛 폭포수 같던 머릿결의 색감까지 사라져버린 탓에 린다 특유의 매력은 반감되고 말았다. ‘여자는 색감보다 볼륨이다!’라고 주장해대는 남자들에겐 별로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역시나 제일 큰 문제는,

 

  “그나저나 너, 옷은 어쨌냐?”

  “그런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지 마!”

 

  수치심어린 쇳소리가 서글픈 신세한탄으로 바뀌는 데는 몇 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흑, 어쩐지 옷까지 액상 합금으로 변하면서 린다 체내로 흡수돼버리더라고. 아직 단련이 덜 돼서 그럴까?”

  “그래도 두텁게 코팅하면 조금은 가려지잖아, 바디페인팅처럼. 그러면 괜찮지 않아?”

  “아더는 여자가 아니라서 몰라!”

  “어쨌든 너 용케도 그 능력으로 결승까지 갔다? 어지간히도 대단한 열정이었나 보네.”

  “뭐, 부끄러운 거 다 잊고 무아지경으로 싸우면 쓸 만은 한 능력이라서.”

 

  린다가 흐읍 하고 작은 소리로 기합을 주자 인형 같던 오른손이 의지를 가진 젤리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더니 이내 흉흉하고 첨예한 칼날로 변모했다. 길이가 최소 20cm는 넘어 보인다. 마음만 먹으면 인간의 목 정도는 손쉽게 절단할 수 있을 듯한 외견이다.

 

  “이렇게 신체의 일부를 흉기로 변형해서 근접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내구력도 높아서 웬만한 물리적 충격에도 끄떡없지.”

 

  하지만 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린다에게 일침을 가하듯이,

 

  “잠깐만. 이 능력 어디서 한번쯤 본 거 같은데. 혹시 베낀 거 아냐?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과거로 보낸 살인 로봇이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던 것 같아. 보육원에서 봤거든.”

  “야, 베끼고 자시고 증강현실에서 발현되는 초능력의 계열을 어떻게 자기 멋대로 정하니? 대상자의 생체 정보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케이스가 존재하고 완전히 랜덤이잖아. 그리고 보육원에서 그 영화를 보여줘? 19금 딱지 붙어있을 텐데?”

  “엘피스는 준법정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거든. 중학생 이하는 AR 스캐너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13지구청에서

  법적으로 규제를 내렸지만 난 11살 때부터 시작했다고. 그 영화를 본 것도 그때쯤이었지, 아마? 엘피스가 카드게임을 원체 좋아해서 원내 포커, 훌라, 고스톱 대회도 열리고 온라인 게임은 여자애만 잔뜩 나오는 랜덤 진행방식 카드게임만 하도록 규제했는데 나름대로 재미있었어. 현질 없이 던전 노가다만 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 보육원 나중에 한번 구경 가고 싶네.”

 

  아더는 진심으로 그리워하는 어조였지만 당연히 아름다운 추억과는 거리가 제법 멀어보였다. 그 엘피스란 사람, 한창 순수한 꿈을 무럭무럭 키워나갈 나이의 꼬마들한테 무슨 짓거리냐고 주변에서 태클이 안 들어온 것이 용할 지경이다. 그만한 괴짜의 가르침 아래 자랐으니 애가 이 모양새가 되는 것도 다소 이해는 간다.

  이야기의 맥을 짚어보니 원장이라는 직책임에도 아래에 위임하지 않고 몸소 보육원의 고아들을 일일이 가르친 모양인데, 나름대로 훌륭한 교육관이지만 그 내용이 내용인지라…….

 

  아더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시그마를 툭툭 건드려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벗어젖혔다.

 

  “그래서, 팀명은 뭐로 하지?”

  “팀명?”

  “기본 중의 기본이면서 정체성 그 자체잖아. 훗날에 대스타가 된다면 대중들에게 각인될 이미지라고. 심사숙고해서 정해야지.”

  “글쎄? 아더가 지어보지 그래? 린다의 작명 센스는 영 꽝이라서.”

 

  조만간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날 요량인데 여기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작명 임무를 떠맡은 아더는 턱을 괴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심에 싸였다가, 입을 여는 족족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천하무적 불꽃과 금속 패거리.’”

  “기각.”

  “‘휴먼 토치와 실버 서퍼.’”

  “만화 좀 그만 봐!”

  “‘가슴은 작지만 남자는 아니랍니다.’”

  “죽을래?”

  “‘극과 극은 통한다.’”

  “……그건 좀 애매한데.”

 

  린다는 어쩌다 주워들은 이름 중 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봤다. 그러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잠시 반짝했다가 사장된 한 일렉트릭 밴드의 이름을 떠올렸다. 어차피 그 사람들은 이제 현역도 아니고, 별 문제는 아니겠지?

 

  “‘유니온 프릭스(Union Prix)’ 어때? ‘결속의 보상’이란 의미인데 뜻도 통하고 어감도 괜찮지 않아?”

  “그래, 그럼 그거로 하자.”

  “…….”

 

  린다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결정해도 되는 걸까.

 

  “그래서, 바로 연습 시작할까?”

  “곧바로?”

 

  린다는 아더가 AR 스캐너를 벗는 기척을 느끼자 다시 몸의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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