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도전! 에스퍼 리그
작가 : 은백
작품등록일 : 2016.10.28

수십 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능력 배틀 스포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소년소녀의 작고 거창한 이야기

 
1부 - 유니온 프릭스(2)
작성일 : 16-10-28 20:40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516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손님에겐 접대를 해야지, 안 그래? 왜 겁을 먹어? 내가 무서운가?”

  “아, 아니……. 그건 아니고오……. 자,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린다는 양손 검지를 딱딱 마주치며 시선 둘 곳을 못 찾다가, 제일 가까운 구역인 테이블 C의 유나를 향해 재빨리 뛰어갔다. 린다도 유나가 자기를 영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아무리 당혹스런 상황도 평온하게 넘길 수 있는 린다가 이만큼 동요하는 기색을 내보이는 건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반면에 유나도 꽤나 고전 중인지 혼자 팔짱을 끼고 미간을 잔뜩 좁힌 심각한 표정으로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 연장선에는,

 

  “이거 무지 맛있어! 난 세상에서 자판기 코코아가 제일 단 건 줄 알았는데! 이름이 뭐야?”

  “크레프 수크레입니다, 주인님.”

  “음? 이건……. 우악, 써! 이렇게 쓴 걸 어떻게 먹어? 이 검은 물은 뭐야?”

  “에스프레소입니다, 주인님.”

  “어떻게 이걸 마시라고 팔 수가 있는 거지?”

  “즐겨 마시는 분도 많아요.”

  “쳇, 넌 먹을 수 있어? 먹어봐! 원샷으로!”

  “…….”

 

  유나는 생전 처음 맞는 괴짜를 대하면서 베테랑답지 않게 적나라하게 피곤한 기색을 내보이고 있었다. 이를 흘겨본 린다 역시 번지수가 틀렸다는 짐작은 갔으나 한시라도 빨리 거구 털북숭이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그동안 힘겹게 사수해온 자존심을 다 내버리고 유나에게 생전 처음으로 간절한 염원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선배님. 잠시만요.”

  “응?”

 

  몰래 유나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만한 거리의 손님이라고는 양초 위에 붙인 불처럼 화르륵 타오르는 인상의 먹보 소년뿐이었다. 그마저도 낯선 음식에 혼이 빨려 반쯤 자아를 상실한 상태라 귀를 기울일 여지는 없어보였다.

 

  린다는 그래도 혹시나 싶어 유나와 얼굴을 바싹 대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기, 저 손님들 나갈 때까지만 좀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왜 그러니, 갑자기.”

  “소원이에요. 딱 한번만 부탁드려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 네?”

 

  제아무리 밉살맞은 린다라도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면서 눈물까지 내보이자 유나도 슬쩍 마음이 흔들렸다. 때마침 이 젊은 손님도 두근대던 첫인상과는 달리, 호감도가 이미 바닥을 찍고 있던 마당이라 유나는 못 이긴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린다는 지옥에서 예수라도 만난 양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더니 유나의 손을 잡고 거칠게 악수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너 왜 그러니? 저 손님들이 마음에 걸리기라도 하니?”

  “에에, 아니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요! 아하하하! 이상한 분들은 결코 아니랍니다!”

 

  린다는 유나의 곤란한 질문을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면서 유나가 맡고 있던 젊은 손님에게 쭈뼛쭈뼛 다가갔다. 유나는 열심히 해보라며 형식적인 격려를 남기고 테이블 B로 향했다. 만약 린다를 만나러 왔는데 왜 당신이 오냐고 따질 경우, 차마 여성의 입에 담기가 곤란한 보건 사정이라고 무마하면 그만이다. 이미지가 곧 매상으로 직결되는 메이드 카페 웨이트리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다들 이해해주는 편이다.

 

  반면에 린다는 접시에 얼굴을 온통 파묻은 채로 까르보나라를 국물째 입에 들이붓고 있는 불꽃머리 소년을 보고,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난관과 조우했다며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었다. 파트너 메이드가 그새 바뀐 것도 인지 못한 모양이다.

 

  겨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소년은 산더미 같은 음식을 싹 비웠다. 그 옆에는 깨끗한 표면을 드러낸 접시와 커피 잔이 탑처럼 쌓여 이미 소년의 키를 넘어가고 있었다. 대단한 위장이구나, 저만한 돈은 있을까 하며 내심 걱정하던 린다는 드디어 접시에서 떨어진 소년의 얼굴을 보고 또다시 경악했다.

 

  “패, 패러……!”

  “오잉?”

  “……아니구나. 죄송합니다, 주인님.”

 

  린다는 급히 짧은 사과로 무마했다. 제13지구가 배출한 불세출의 천재이자 제38회 에스퍼 리그 준우승팀 ‘마스터즈 플랜’의 에이스. 냉혈한에 포커페이스 기믹으로 철저히 무장한 그가 이렇게 모자란 모습을 내보일 리가 없다. 그저 쌍둥이 뺨치게 닮은 것뿐인가.

 

  그래도 혈육도 아니면서 이토록 판박이기도 힘들 텐데. 역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은 건가. 은근히 호기심도 일고, 린다는 금발의 꽃뱀이라는 자신의 이명이 무색치 않도록 슬슬 지갑을 뜯어낼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흐흥. 맛은 괜찮으세요?”

  “응! 무지. 원래 매운 음식 밖에 안 먹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먹을 만하네.”

  “그러신가요? 후훗. 그럼 자주 찾아와주세요. 린다가 귀엽게 맞아드릴게요.”

 

  입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며 흐뭇하게 웃더니 고양이처럼 살글살금 다가와선, 소년의 무릎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상체를 바싹 기댔다. 곱게 손질한 머리와 뽀얀 피부에서 배어나오는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린다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숨결의 온기가 전해질 만큼 얼굴을 가까이 해 소년의 얼굴을 관능적인 눈빛으로 주시했다. 홍염처럼 타오르는 적안과 깊은 대양의 전경을 담은 벽안이 묘한 색채 대조를 이룬다. 뒤이어 인형의 그것처럼 가늘고 여린 손으로 소년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점차 어깨, 가슴 쪽으로 그 부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가 메이드 카페인지 유흥업소인지 헷갈릴 정도로 능수능란한 움직임이다.

 

  “어쩜 이리도 멋질까? 근래에 린다가 맞은 손님 중에 제일 잘생기신 것 같아요. 아이 참, 린다는 이렇게 망측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

  “있잖아,”

 

  보통 남자라면 슬슬 넘어가고 있어야 정상인 상황에서, 불꽃머리 소년은 태연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더워. 미안한데 좀 비켜줄래?”

  “…….”

 

  잠깐만, 뭐야 이 남자.

 

  린다는 적나라하게 경악의 빛을 내비치며 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패배감을 맛보았다. 2차 성징을 거친 남성이라면 연령과 취향을 불문하고 남김없이 후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팽배한 그녀 앞에, 전신 밀착과 진한 스킨십에도 한결같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강적이 나타난 것이다. 린다의 안면 근육이 움찔거린다.

 

  테이블 옆에 곱게 쌓여있는 그릇의 사체만 봐도 매상은 확보한 셈이지만 린다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간만에 치솟는 경쟁심과 정복욕에 온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호오, 그래? 몸만 비벼대면 넘어오는 저질스런 족속들이랑은 다르다 이거지? 미안하지만, 린다의 무기는 그것뿐만이 아니……’

  “근데 궁금한 게 있어.”

  “네? 뭐든 물어보세요, 주인님!”

 

  린다는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영업용 미소를 되찾았다. 그리고 불꽃머리 소년의 뒤이은 질문 중 하나가 자기 가슴에 대못을 박을 거라곤 감히 예상조차 못했다.

 

  “난 고용한 하인도 없는데 왜 날 주인님이라고 불러?”

  “그야 주인님은 린다의 주인님이니까요, 주인님.”

  “엘피스가 그랬는데, 남자보다 머리가 길고 덩치가 작고 가슴이 크면 여자라고 들었거든.”

  “……그야 그렇죠?”

  ‘이 남자는 누굴 바보로 아나? 아니면 린다를 낚으려는 고도의 심리전인가?’

 

  린다의 의심 수치가 점차 제곱 단위로 증폭돼가고 있었다. 불꽃머리 소년은 손님 접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린다의 선배 직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사람들은 머리 길고 덩치 작고 가슴 크니까 다 여자네? 여긴 왜 종업원이 온통 여자뿐이야?”

  “그야 메이드 카페니까요, 주인님. 그리고 아마 주인님보다 어린 사람도 많을 거예요.”

  “그럼 남자는 너 혼자야?”

  “……예?”

 

  빠직.

 

  린다의 좁은 이마 한구석에 십자 모양으로 힘줄이 솟았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드러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고 다시 영업용 미소로 회귀하려 해도 이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성욕 내성도 모자라서 이젠 내 성 정체성까지 의심하시겠다?

 

  무의식적으로 멘트에 노기가 조금씩 섞이기 시작했다.

 

  “아, 아하하하하. 주인님? 린다, 이래봬도 어엿한 숙녀인데요.”

  “하지만 가슴이 없잖아. 나보다도 작은 거 같은데.”

  “………………꺄륵.”

  “?”

  “꺄르르르륵.”

  “잠깐만, 왜 그래?”

  “꺄르르르르르르르륵.”

 

  린다는 대뇌에 해머를 정통으로 얻어맞아 실성한 듯이 웃어대다가, 소년에게서 재빨리 등을 돌린 채 자기 멱살을 손으로 움켜잡고 속을 진정시켰다.

 

  ‘무슨 애나 부처도 아니고, 저런 남자는 처음 봤어! 어떡하지? 어떻게 공략을 해야 먹힐까? 응? 린다의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BL만화 콜렉션을 통틀어도 저런 유형의 캐릭터는 없었는데! 하지만 힘내라, 린다! 열 번 찍혀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건 매상을 떠나서 자존심의 문제야! 어디 한번 해보자고! 기필코 끔벅 넘어가게 해줄 테니까! 소프트 오페라 공인 에이스이자 금발의 꽃뱀이라는 이명을 걸고!’

 

  “아하하하, 보이시하다는 칭찬을 이렇게 돌려 말하시나요? 주인님도 참! 하긴 여고 다닐 적에 교내 아이돌로 한창 주가를 올리기도 했었죠! 그땐 단발이라!”

  “보이시? 아이돌?”

 

  역시 생소한 단어의 연속에 소년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고도의 연기인지 시대를 초월한 무지인지 린다로서 알 길은 없었다. 비록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논란이 가중되고는 있지만, 이론상으론 인간과 동일한 지능의 안드로이드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첨단 과학의 시대에 저토록 뒤떨어지는 종자가 나오기도 힘들 텐데 참 미스터리다. 저게 사실이라면 천연기념물 수준이겠지만 당연히 그럴 리는 없고, 결국 린다의 호기심을 사서 역으로 꾀어내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보인다. 이에 린다는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한다는 일념으로 이 무혈의 전투(?)에 임하기로 했다. 한순간이라도 페이스에 말렸다간 끝장이다.

 

  반면에 소년은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 바닐라 컵케이크랑 치즈 베이글이랑 코코넛 주스도 먹을래. 10인분씩만 더 줄래?”

  “……린다도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주인님?”

  “응.”

  “혹시 몸이 고무처럼 늘어나는 열매 먹어본 적 있으세요? 아니면 보름달만 봐도 거대한 원숭이가 된다거나.”

  “그건 어느 지방의 전설이야?”

  “……아니에요. 혹시나 해서요.”

 

  위장 속에 소형 블랙홀이라도 봉인한 모양인지 끊임없이 들어가는 음식의 양이 가히 천문학적이다. 아니면 공간만곡 시스템을 내장한 로봇일지도? 이런 망상을 진지한 고민으로 승화시킬 만큼 대단한 흡입량이었다.

 

  린다는 이미 태산을 이루고 있는 접시들의 사체를 바라보며 당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골치가 아파왔다. 유나가 맡을 당시부터 해치운 그릇 수만 해도 양손으로 이루 셀 수 없을 지경이며, 이쯤이면 주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요리사들은 추가 수당을 지급받거나 위로휴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들을 위해 잠시 묵념.

 

  그때, 카페 천장의 중앙에 비끄러매단 액정 TV에서 불꽃머리 소년의 이목을 확 끄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3부 - 마스터즈 플랜(2) 2016 / 10 / 28 364 0 6335   
19 3부 - 마스터즈 플랜(1) 2016 / 10 / 28 388 0 5454   
18 2부 - 도주자(7) 2016 / 10 / 28 386 0 6150   
17 2부 - 도주자(6) 2016 / 10 / 28 408 0 5329   
16 2부 - 도주자(5) 2016 / 10 / 28 392 0 5840   
15 2부 - 도주자(4) 2016 / 10 / 28 382 0 6810   
14 2부 - 도주자(3) 2016 / 10 / 28 361 0 5638   
13 2부 - 도주자(2) 2016 / 10 / 28 341 0 5249   
12 2부 - 도주자(1) 2016 / 10 / 28 367 0 5194   
11 행간 - 천사의 추락 2016 / 10 / 28 432 0 8068   
10 1부 - 유니온 프릭스(9) 2016 / 10 / 28 362 0 7867   
9 1부 - 유니온 프릭스(8) 2016 / 10 / 28 397 0 5237   
8 1부 - 유니온 프릭스(7) 2016 / 10 / 28 361 0 5112   
7 1부 - 유니온 프릭스(6) 2016 / 10 / 28 374 0 5837   
6 1부 - 유니온 프릭스(5) 2016 / 10 / 28 417 0 5259   
5 1부 - 유니온 프릭스(4) 2016 / 10 / 28 376 0 5961   
4 1부 - 유니온 프릭스(3) 2016 / 10 / 28 403 0 5390   
3 1부 - 유니온 프릭스(2) 2016 / 10 / 28 392 0 5163   
2 1부 - 유니온 프릭스(1) 2016 / 10 / 28 405 0 5130   
1 프롤로그 - 우상의 추락 2016 / 10 / 28 661 1 891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