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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전! 에스퍼 리그
작가 : 은백
작품등록일 : 2016.10.28

수십 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능력 배틀 스포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소년소녀의 작고 거창한 이야기

 
1부 - 유니온 프릭스(1)
작성일 : 16-10-28 20:36     조회 : 401     추천 : 0     분량 : 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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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깔끔한 목제 인테리어와 밝은 조명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멋을 살린 카페의 실내. 아르카디아 주민 대다수가 직장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탓에 손님이라곤 가끔 날리는 파리 밖에 없는 수요일의 오전이지만, 제13지구청 근처에 자리 잡은 메이드 카페 ‘소프트 오페라(Soft Opera)’는 항상 그렇듯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예약 없이는 변변한 자리 하나 못 잡을 만큼 수많은 손님들의 인파로 붐비고 있으며, 곳곳에 프릴이 잔뜩 달린 하늘색 기조의 메이드복을 착용한 웨이트리스들이 자리를 잡고 친절히 접대를 하고 있었다.

 

  철저히 외모에 의거하여 엄선한 덕분에 다들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 미인들뿐이지만 개중에도 유독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직원이 있었다.

 

  “주인님, 린다 요새 부쩍 외로운 거 같아요. 위로해주세요, 흐규흐규.”

  “흐흐흐, 나라도 괜찮다면 린다의 베개, 이불, 소파도 돼줄 수 있는데.”

  “으흥흥흥흥흥♡”

 

  백합 모양 장식을 통해 옆머리를 양 갈래로 땋고 뒷머리는 허리 부근까지 길게 늘어뜨린 투 사이드 업의 유려한 허니 블론드, 청아한 사파이어 빛을 띠고 있는 벽안, 다소 인공적인 티가 나면서도 귀여운 이목구비는 흡사 여자애들이 갖고 놀기 좋아하는 프랑스제 봉제 인형 같은 인상을 풍겼다. 아직 10대 후반의 연령대에 머물고 있는 듯한 그 소녀 메이드는 둥근 테이블을 보고 마주앉은 중년 남자와 닭살 돋는 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제 마누라가 본다면 자기 딸보다 어린 계집의 옆구리를 팔로 휘어 감고 무슨 만행이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법한 장관이다. 스스로를 린다라고 칭한 소녀는 크림을 곁들인 노릇노릇한 크레이프 한 조각을 조심조심 떼서는,

 

  “주인님, 아앙~♡”

  “히히히힛. 앙~”

  “골이인!”

 

  뇌가 핑크빛으로 물든 애인끼리만 할 수 있는 애정 행각을, 아버지뻘 연령대의 비만 남성을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간 쌓이고 쌓인 내공도 내공이지만 수치심과 자존심이라는 관념을 완전히 저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여타 메이드 직원들 역시 마음만 먹으면 무난하게 해낼 만한 일이긴 해도 린다에게 그 역할을 죄다 떠맡기는 실정이다. 직업정신이니 뭐니 해도 피할 수 있는 악재라면 피하는 쪽이 좋으니까.

 

  덕분에 린다는 소프트 오페라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대하는 손님의 수도 독보적이며 손님의 만족도 또한 하늘을 찌르는 탓에 소프트 오페라를 다시 방문한 사람은 여타 메이드는 안중에도 없고 린다부터 찾아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이렇게 자기들이 자초한 일임에도, 텃세가 심한 선배 직원들은 웬 굴러들어온 말 뼈다귀 때문에 제자리를 잃었다며 시기와 질투로 철저히 무장한 채 그녀를 대한다. 린다의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를 칠 정도니 대략 짐작이 간다. 물론 점장의 총애까지 받고 있는 귀하신 몸이라 함부로 내색은 못하지만.

 

  개중에도 유나는 입지가 좁아진 선배들의 대표 주자이자 소프트 오페라의 창립 멤버다. 나름대로 참하고 호감이 가는 외모, 조신한 성격으로 소프트 오페라의 발족에 공헌했지만 팁만 더 준다면 손님에게 몸이라도 바칠 기세로 들이대는 린다를 좋게 볼 수가 없었다.

 

  소프트 오페라는 어디까지나 메이드 카페지 이미지클럽이 아니다, 정도를 지켜라, 네 몸을 소중히 여기라고 조언을 해도 ‘어차피 다 돈 벌고자 하는 짓인데요? 린다 한 몸 바쳐서 손님 더 많이 끌어 모아 매상을 올리는 건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왜 태클이세요?’라고 바락바락 대드니 골치가 지끈거릴 지경이다. 근래에는 날짜를 하루하루 넘기면서 슬슬 인내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나는 린다에게 고정된 시선을 억지로 돌리고, 계속 마음에 담아봐야 병이 될 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담당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남자 손님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만 잃어버릴 뻔한 직업정신이 간신히 돌아왔다. 계속 린다만 신경 쓰는 통에 본의 아니게 별다른 멘트도 없이 손님을 대하고 있었다. 이런 불친절은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다.

 

  “아앗, 주인님! 죄송합니다. 유나가 잠깐…….”

  “페이트(Fate), 이 건방진 자식. 그래. 위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기죽지 말고 힘내라. 배틀로얄로 치러진 결승전에서도 네 기량을 경계한 여타 경쟁자들이 집중 견제를 하는 바람에 밀려난 거지, 실력으로 진 건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테이블 반대편의 젊은 손님이 씩씩대며 가시 돋친 혼잣말로 유나의 말을 끊었다.

 

  “시끄러워, 말 걸지 마. 이대로 계속 뒤처지다간 밑도 끝도 없잖아, 아우.”

  『‘크로스 하트’만 어떻게든 완성하면…….』

  “조용하라고 했지!”

  “…….”

 

  유나는 끼어들 타이밍을 잃고 무안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중후한 중년 남성 톤의 기계음이 그 손님을 위로한답시고 군데군데 끼어들었지만 오히려 화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됐다. 아마도 음원은 기계음이 울릴 때마다 깜박이는 이마의 고글인 듯하다. 가죽 밴드로 묶인 반투명 주황색 렌즈의 방풍용 고글이었는데 초 AI라도 탑재했는지 유창한 언어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심히 조악한 디자인이 나쁜 의미로 돋보였다. 초 AI를 탑재한 모델은 시중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편인데 어떤 루트로 입수했는지는 불명이다.

 

  유나는 눈길을 돌려 다시 손님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혼자 잔뜩 성내면서 초 AI 고글에게 화를 푸는 품이 평범한 축에는 못 들었다. 이상하게도 낯선 얼굴은 아니지만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이다. 유나는 한두 번이라도 들른 적이 있는 손님의 얼굴은 빠짐없이 기억하는 것으로 카페 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럼에도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얼굴이 딱히 없다는 것은 곧 초면이란 의미인데.

 

  굉장히 앳된 인상의 남자다. 잘 봐줘야 여기서 막내 격인 린다와 동갑 혹은 그 이하에 그칠 듯하다. 거기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자리를 잘 잡고 있어 꽃다운 미소년의 인상을 풍겼다. 그 외 특징이라면 후방 하늘로 첨예하게 뻗은 루비색 적발이 적잖이 기이한 느낌을 주고 영롱한 눈 또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처럼 새빨갛게 물들어있다. 유니크한 외모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스타일이지만 어쨌든 유나 입장에선 거부하기 싫은 상이다. 업무 관계상 만나고 그치는 관계로만 남기엔 살짝 아쉬운 감이 들 정도지만, 소프트 오페라의 운영 방침상 손님에게 사심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아쉬운 대로 입맛을 다시고는 은근슬쩍 호감을 드러내는 선에서 끝내기로 결정한다.

 

  손님의 신세한탄이 대충 일단락되자,

 

  “주인님, 혹시 오늘 처음이신가요?”

  “응, 그런데.”

 

  짧지만 시큰둥하진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눈을 가리고 들어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모호할 만큼 중성적인 톤이다. 이게 정녕 변성기를 거친 남자의 목소리인가 싶다.

  유나는 그간 쌓은 수완을 한껏 발휘하며 친절과 미소로 중무장한 채,

 

  “네, 저희 소프트 오페라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소프트 오페라는 제13지구를 대표하는 메이드 카페로써 질적, 양적인 면에서 월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사진 촬영, 합석 식사, 코스프레 서비스, 10분 데이트,”

  “난 그냥 배고파서 온 건데.”

  “……네?”

 

  유나의 눈 밑으로 당혹의 잔주름이 드러났다. 의혹으로 가득한 눈초리로 그 소년의 얼굴을 뚫어져라 주시해봤지만 갓난아기처럼 순진한 표정에서 유나를 놀려먹으려는 의도는 당최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년은 일말의 악의도 담기지 않은 어조로 태연자약하게,

 

  “메뉴판이나 줘. 먹는 걸로 스트레스 좀 풀어야겠다. 짜증나서 원.”

  “아, 네…….”

 

  유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테이블 C의 4번 테이블은 명실상부한 자신의 담당이고, 최고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에게 일을 떠맡기는 순간 그간 쌓은 신망과 존경심의 탑에 금이 갈 것이 명백하니까.

  그 불꽃머리 소년은 어린이 그림책처럼 큼지막한 메뉴판을 펼치고는 시선을 바삐 굴렸다.

 

  “그럼 어디 보자.”

  『나는 바닐라 크레이프.』

 

  고글이 눈치도 없이 재차 끼어들었다. 그러자 간신히 평정을 되찾은 소년의 안색이 다시 싹 바뀌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경고가 이어졌다.

 

  “시그마, 내가 말했을 텐데. 오늘은 더 이상 나 건드리지 말아줘. 기분 굉장히 안 좋다고.”

  『……미안하다. 조용히 하마.』

 

  다시 침묵. 그제야 소년은 노기를 풀고 다시 메뉴판 위로 시선을 바삐 굴렸다.

 

  딸랑딸랑.

 

  번화가를 훤히 내비치고 있는 유리문이 안쪽으로 열리고 새된 종소리가 울렸다. 새 손님이 오셨다는 의미. 메이드들의 발이 바빠진다.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공기 중에 꽃이 피어날 듯이 화사한 미소와 영업용 인사에 고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은 그저 싱글벙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한달음에 달려와 자신을 맞이한 메이드 중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 담당 테이블로 동행하는 것이 소프트 오페라의 일반적인 패턴인데,

 

  “흥.”

 

  신장이 최소 190cm은 넘어 보이는 그 거구의 털보 중년 남성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콧방귀를 뀌더니 냉큼 걸음을 옮겨 입구에서 가장 먼 테이블 B의 1번 테이블로 향했다. 아무렇게나 기른 수염, 우락부락한 인상, 산만한 덩치에 잔뜩 겁먹은 메이드들은 본분도 잊고 모세 앞의 홍해처럼 길을 열었다. 뒤이어 아담한 키와 멸치처럼 비쩍 마른 체구의 남자가 비실대며 그 뒤를 따랐다. 인상은 천지차이지만 아무래도 일행인 모양이다.

 

  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는 인상의 손님 더비가 찾은 테이블 B는 1년 365일 내내 성황을 이루는 황금 구역이자 카페의 마스코트 린다가 담당하는 일종의 성역이다. 주말에는 예약 없이 찾아올 엄두도 내지 말아야하며 평일에도 운이 좋아야 자리를 잡을까 말까인데, 때마침 노린 듯이 테이블 B에는 딱 한 군데의 공석 테이블이 남아있었다.

 

  거구와 멸치 일행은 당당히 테이블에 버티고 앉아 린다에게 눈빛을 주었다. 마침 린다도 자기를 향해 지갑을 벌릴 희생양이 하나 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니이이임♡!”

 

  손발이 오글거리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런데 그 거구의 손님과 눈이 마주친 린다는 순간 심장과 폐의 활동이 일시에 정지하는 기현상을 체감했다.

 

  “헉!”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조건반사처럼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메이드 일동은 머리 위로 의문 부호를 떠올렸다. 그도 그럴 법 한 것이, 남자에 대한 내성은 이미 MAX를 찍은 린다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처음일뿐더러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험상궂은 인상에서 조금 혐오감이 들긴 하지만 린다의 투철한 직업정신이라면 전혀 지장 없을 수준인데.

 

  “왜 그래, 아가씨?”

 

  덥수룩한 수염의 거구가 능글맞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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