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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판타지 세상을 모험하는 소녀는 터프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가 : 빈성
작품등록일 : 2021.1.1

마법 쓰는 소녀 일레나 린의 유쾌 & 시리어스한 판타지

#1인칭 #여자 주인공 #개그 #가끔씩 시리어스

표지는 미완성입니다.

 
폭발하는 커런트 나이트. -3-
작성일 : 21-01-28 23:07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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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느덧 세 번째 맞이하는 새벽의 풍경.

 오늘도 무로크 씨의 배달 수레는 달린다!

 -덜커덩, 덜커덩.

 동이 터오는 하늘.

 수레 위로 불그스름하게 떠오르는 햇빛이 비추고.

 가열찬 열기는 식어 있던 대기를 달구고 소리는 정적을 깨운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

 어김없이 같은 포인트에서 끼어드는 말발굽 소리가 하나.

 -두두두두두두.

 “나타났나!”

 “준비해요!”

 “알겠네! 이럇!!”

 존재감을 과시하듯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에 무로크 씨는 다급히 고삐 질을 하며 말을 재촉 한다!

 -덜커덩덜커덩덜커덩!!!

 불안하게 흔들리는 수레 뒤로 드리우는 불길한 그림자.

 “프리즈 애로우!”

 내가 날린 주문이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키잉!

 술법은 너무나 손쉽게 괴한이 휘두른 랜스에 맞아 분쇄됐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허리에 메고 있던 주머니를 투척 했다!

 주머니가 날아오자 말머리를 틀어 방향을 바꾸는 괴한.

 안에 담긴 내용물이 뭔지 모르는 이상 피하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그쯤은 이쪽도 예상한 바!

 “브람 팡!”

 -팡!

 내가 날린 마법이 주머니를 터트리며 안에 들어 있는 액체가 괴한을 향해 쏟아진다!

 -촤악!

 미처 피하지 못한 괴한은 액체를 뒤집어썼다!

 참고로 내가 던진 건 그냥 물이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괴한이 당황하는 게 느껴진다.

 “프리즈 애로우!”

 나는 계속해서 주문을 날렸다.

 그때 마다 랜스를 휘둘러 착실하게 수레와의 거리를 좁히는 괴한!

 “프리즈 애로우!”

 끈질기게 한 가지 주문만 사용하는 내 프리즈 애로우를 쳐낸 괴한은 랜스를 수평으로 들었다.

 흡사 수레와의 거리를 재는 듯 하던 괴한은 폭발적으로 돌진하면서 랜스를 찔렀다!

 어깨, 허리, 모든 몸의 탄력과 말의 돌진력을 담은 최속의 섬격!

 허공을 가르는 섬격이 검은 벼락이 되어 내리꽂힌다!

 도저히 피할 길이 없어 보이던 때였다.

 나는 도리어 주문을 외우면서 랜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

 바로 그때, 상대로부터 생겨난 동요의 기색!

 그 순간 랜스의 끝이 흔들리면서 궤도가 흔들린 랜스는 아슬아슬하게 나를 비껴갔다!

 반쯤은 도박이었다.

 상대는 수차례 나나 무로크 씨를 노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집요하게 수레만 노렸다.

 나나 무로크 씨를 노렸다면 더 수월하게 이쪽을 해치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사람은 해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한 도박이지만 보다시피 결과는 대성공!

 거리를 좁힌 나는 괴한을 향해 주문을 풀어놨다!

 “아이시클 더스트!”

 -푸화아아악!

 뻗은 손을 중심으로 삽시간에 마력이 깃든 푸른 서리가 폭발하듯 퍼졌다.

 본래라면 추운 기후가 아닌 이상 상대의 체온을 빼앗는데 그치는 마법이다.

 하지만 눈치 채고 있었을까? 뒤집어 쓴 물이 계속 되는 프리즈 애로우 세례에 얼어붙으면서 갑옷에 서리가 꼈다는 걸?

 그 위로 아이시클 더스트가 중첩되자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금이에요!”

 나는 수레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외쳤다!

 “오오오오!!”

 무로크 씨는 당장 말과 수레를 이어주는 결합장치를 당겼다!

 -철컥.

 결합장치가 느슨해지면서 말과 수레가 분리 됐다!

 좋았어! 이대로 수레를 부딪쳐 괴한을 쓰러뜨린다!

 “잠깐만?! 그러면 나는?!”

 마부 석에 앉은 무로크 씨가 다급하게 외쳤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작전을 고안 할 때 수레를 충돌시킬 생각만 했지 무로크 씨를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무로크 씨 본인도 생각 못한 모양이고….

 뭐어… 뛰어내리기도 늦었고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나는 땅에 엎드린 채 가만히 합장하며 눈을 감았다.

 “잠깐?! 뭔가 그 자세는?! 빨리… 우와아아악?!”

 그렇게 수레는 장렬하게 산화 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날려 흙먼지가 날아가기 시작한다.

 잠시 후, 뿌연 흙먼지도 바람결에 흩어지고 쓰러져 있는 일인일마가 보였다.

 “히히힝….”

 괴로운 듯 약하게 투레질을 한 말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기척에 괴한은 정신을 차린 듯 했다.

 “으읏….”

 괴한이 몸을 일으키자 후두둑하고 투구 파편이 떨어진다.

 “큭.”

 급히 얼굴을 가렸지만 나는 보고야 말았다.

 투구 속에 감춰져 있던 괴한의 얼굴을.

 “다… 봤구나.”

 씁쓸한 목소리로 읊조린 괴한은 들킨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뗐다.

 짙은 갈색의 단발머리, 날카로운 눈매와 차가워 보이는 인상.

 놀랍게도 괴한의 정체는 여자, 그것도 흙먼지를 뒤집어 쓴 엉망인 모습으로도 그 미모가 다 가려지지 않는 상당한 미녀였다!

 “당신이지? 무로크 씨 가게로 협박 편지를 보낸 게.”

 “후, 맞아. 나야. 내가 보냈어.”

 그녀는 체념 했는지 본인이 협박편지를 보냈다고 순순히 시인했다.

 “왜 그랬지?”

 “왜냐고? 후후… 너는 아무 것도 몰라. 그 남자에 대해서 아무 것도!”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원망과 회한으로 물들었다.

 으음,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네.

 “알고 싶어? 그렇다면 말해주지!”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멋대로 먼 곳을 보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 했다.

 “과거, 내가 기사였던 시절 우연히 이 마을을 들릴 기회가 있었어.”

 “아, 지루하니까 요점만 간단히.”

 움찔하고 몸을 떤 그녀는 이쪽을 노려보며 작게 투덜거렸다.

 “정말 요즘 젊은 애들은 참을성이 없다니까.”

 무슨 참견 쟁이 할머니 같은 대사냐, 너는….

 “아무튼, 끝없는 방랑 생활에 실증이 나 있던 나는 이 마을을 지나다 냄새를 맡았지. 고소한 냄새였어. 무심결에 냄새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빵가게 나타났지.”

 “그 가게가 무로크 씨의 가게였군.”

 “맞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초코 컵케이크를 하나 샀지. 그리고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깨닫고 말았어! 지금 이 순간 가장 악랄한 함정에 빠졌다는 걸!”

 시종일관 입가에 조소를 띠고 얘기를 하던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함정이라고?”

 “그래… 그건 끔찍한 함정이었어. 피할 수 없는 예견된 함정! 크윽!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잔학무도한 악마의 계략!”

 “도대체 뭐가 들어 있었길래…?”

 “궁금해?! 그렇게 알고 싶다면 알려주겠어! 듣고 나서 후회하지 마! 그건… 바로 건포도였어!”

 …….

 나는 잠깐 침묵하곤.

 “…저기 건포도라고 하면 그거 맞지…? 쭈글쭈글하고 말랑 시큼한 녀석.”

 “그래! 초콜릿인 줄 알았던 건 사실 건포도였던 거야!”

 “당신 말이야….”

 나는 검지로 이마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고작 초코 컵케이크가 사실은 초코 컵케이크가 아니고 안에 건포도가 들어 있는 컵케이크였다.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태까지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거야?”

 “그래!”

 “바보냐아앗!!!”

 -퍼억!

 그렇게 이 모든 소동이 고작 건포도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나의 돌려차기가 그녀를 일격에 잠재운 것이었다.

 나 참, 다 큰 어른이 편식하지 말라고.

 아무튼 그렇게 이번 사건은 끝이 났다.

 다소 허무한 감도 있지만 보수도 제대로 챙겼고.

 참, 그 여자는 부상을 입은 무로크 씨를 대신해 당분간 배달 일을 도맡아 한다는 조건으로 간신히 감옥행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편식하지 맙시다.

 

 

 깊은 밤.

 -삐걱.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여관의 한 객실.

 발소리는 다른 객실 이용자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소리는 여지없이 내가 머물고 있는 객실을 향해 다가왔다.

 여관 구조상 이쪽 방향으로는 이 객실 밖에 없다.

 적어도 발소리는 다른 객실에 머물고 있는 이용객은 아니다.

 단순히 객실을 착각한 손님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스윽.

 나는 머리맡에 둔 검을 들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끼이익.

 싸늘한 감촉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진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 앞에 섰다.

 얇은 문 너머로 누군가가 서 있는 인기척이 선명하다.

 “누구?”

 -흠칫.

 문 너머에서 상대가 놀라는 게 느껴진다.

 “…나일세.”

 어라? 이 목소리는?

 “무로크 씨?”

 문을 열자 무로크 씨가 서 있었다.

 

 

 “여기 앉죠.”

 늦은 시각이라 여관 주인을 깨울 수는 없었기에 대충 아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탁.

 테이블 위에 램프를 내려두자, 불빛이 흔들리면서 벽면에 비친 그림자가 길어졌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나는 잠옷 위에 걸친 로브를 여미며 물었다.

 “으음, 도움이 필요하네.”

 “도움이요? 일전에 의뢰라면 끝났을 텐데요?”

 “그 일이 아닐세. 아니. 어쩌면 연관이 있을 지도.”

 작게 덧붙이는 그.

 “흐음. 일단 들어보죠.”

 “자네가 훌륭하게 의뢰를 해결해주고 난 후, 카티아는 제법 배달 일에 잘 적응 했네.”

 그 여자의 이름이 카티아 인가?

 “그 때문인지 떠났던 고객들도 돌아오고 시비를 걸어오던 건달들의 발길도 뚝 끊겼네.”

 “얘기를……. 들어보면 별 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요?”

 “카티아 말일세.”

 “그녀가 왜요?”

 “가끔 그녀는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다고 배달을 빼먹거나, 피곤하다고 중간에 돌아오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 그 모습에 나는 사랑에 빠졌네.”

 “…네?”

 전혀 맥락 없는 흐름에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잠깐 만요! 도대체 지금 대화 어디에서 사랑에 빠질만한 포인트가 있는 거예요?!”

 “음? 어디냐니,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은가?”

 “보통은 그걸 제 멋대로 라고 말하지 않나요…?”

 “아무 것도 모르는 모양이로군. 평범한 여자가 그러면 제 멋대로인 거지만 그 대상이 아름다운 미녀라면 자유로운 거다!”

 이, 이 아저씨가…….

 “하아, 좋아요. 그래서 그녀와 이어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건가요?”

 무로크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건 내 스스로 해결 할 문제일세.”

 “으음, 아쉽네요. 이래보여도 한 때 커플들 사이에서 커터 칼의 일레나라고 불리던 몸인데.”

 “그거 안 좋은 뜻 아닌가…?”

 “전혀요! 살인검을 휘두를 줄 알아야 활인검을 쥘 수 있듯이, 끊을 줄 알아야 이어줄 방법을 아는 거라고요!”

 “그, 그런가? 우선 그런 것 보다.”

 어째선지 무로크 씨는 진땀을 흘리며 말을 돌렸다.

 “요즘 들어서 그녀의 행동이 조금 수상하네.”

 “수상하다면?”

 “밤중에 몰래 나가는 일이 잦아졌네. 나는 너무 걱정된 나머지 그녀의 뒤를 밟았네.”

 “…그거 훌륭한 스토킹 아니에요?”

 “달라! 스토커는 더러운 흑심으로 가득하지만 나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이니까 괜찮네! 좌우간! 몰래 그녀를 미행한 끝에 도착한 곳은 마을 외곽에 허름한 창고였네.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질 나쁘게 생긴 남자들이었네.”

 “질 나쁘게 생긴 남자들?”

 “그렇네. 크윽…! 이 놈들! 나도 아직 카티아와 데이트를 못해봤는데 선수를 치다니…! 그 죄로 모두 사형이다아아앗!!”

 “우와앗?! 지, 진정해요!”

 나는 갑자기 폭주하는 무로크 씨를 진정 시켰다.

 “그, 그래서 그녀는 남자들을 만나서 뭐를 했죠?”

 “아무 것도 없었네. 그저 몇 마디 나누는 듯 하더니 그게 끝이었네.”

 “끝이었다고요?”

 “음.”

 고개 끄덕이는 무로크 씨.

 “그 이후로도 몇 번인가 밤에 나가는 걸 미행 했네만 그때마다 같았네. 혹시나 해서 낮에 창고에도 가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네. 카티아에게 살짝 창고에 대해 떠봐도 아무런 반응도 없고. 그래서 말인데 무슨 일인지 알아봐주겠나? 만약 그녀가 나쁜 길로 빠지려고 하면 막아야 하네!”

 “후… 알겠어요.”

 “그리고 기왕이면 놈들에게 죽음을ㅡ”

 “그건 좀 참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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