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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러나 그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6.10.5

누군가 그를 미친듯이 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쫒기는 소년, 그는 어째서 납치당하는가?
벗어날수록 옭아매오는 그물, 그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치명적인 음모가 정체를 드러낸다!

강대한 라니냐 제국의 볼모가 되어버린 도림 왕국의 태자, 상냥하고 친절하나 실은 비성숙한 자아에 고통받는 그는 제국을 적대하는 식민지 독립파에 의해 납치당하고 만다. 탈출을 시도하고 흉악한 적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이색적인 해적과 조우한다. 스릴 넘치는 모험과 풋풋한 사랑을 통해 자아의 성장을 일궈나가는 다크판타지.



표지는 핀터레스트 펌입니다.

 
25.신의 가호가 있기를
작성일 : 16-10-28 20:29     조회 : 597     추천 : 0     분량 : 1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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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의 배는 다시 대장선으로 향했다. 짙은 안개처럼 침울한 분위기가 배를 짓눌렀다. 비는 사정없이 내려 시체들을 희롱했다. 슈리와 루카는 전에 본 적 없는 진지한 얼굴로 쓰러진 대장의 옆을 지켰다. 이도는 가슴 깊은 구석이 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또 괜한 짓을 한 건 아닌가. 하지만 이미 돌릴 순 없다. 돌아갈 수 없다. 이미 강을 건너버렸으니.

 

  이미 선택을 내려버렸으니.

 

  이도는 걸으려고 했으나, 걸을 수 없었다. 괴한이 뒤통수를 가격한 마냥 휘청거리더니 활 맞은 것처럼 쓰러졌다. 손가락을 까딱거려보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기절? 또 기절이야? 빌어먹을! 왜 하필 지금? 이도는 감기는 눈에 저항하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그러나 서서히 몽롱해져왔다. 소리는 또 다시 길게 늘어난 실처럼 가늘게 들려오며, 피부에 닿는 감각은 무뎌지고, 더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선명하게 다가왔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바닥과 약간은 까슬까슬한 손끝이 머리를 쓸어내리는 듯한 감각. 어머니가 말했다.

 

  ‘이도야, 힘들 때는 말이지. 정말로 힘들 때는...... 그냥 놔버려도 돼.’

 

  그래요.

 

  어머니 말이 맞아요.

 

  이도는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다.

  그럴 순 없다.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미 피는 흘려졌다. 그걸 못 본 척 할 순 없다.

 

  이도는 눈을 부릅떴다. 빗줄기가 그대로 들어왔다. 톡, 톡, 톡. 이도는 마비된 몸이 풀리는 마냥 뻣뻣한 자세로나마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아리아가 도와주려고 왔지만, 이도가 물리쳤다. 팔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어머니의 잔상이 뿌옇게 흐려지다가 빗줄기 사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일어서려고 해봤지만 잘 안 되었다. 마치 의수와 의족을 낀 느낌이다.

 

  희아. 불.

  꺼져!

 

  지금은...... 지금은 안 돼.

 

  이도는 땅바닥에 머리를 쾅 박으며 쓰러졌다. 아리아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질끈 감은 눈을 떠보니 코를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아, 상쾌하다. 이제야 머리가 해방된 느낌이다. 이도는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잘 움직였다. 좋아. 이도는 심호흡을 한 뒤 단 번에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 아리아, 빗줄기, 핏자국, 돌격대장, 슈리, 루카, 선원들, 선상, 마스트, 돛, 총, 칼, 시체, 밧줄, 수포, 따개비, 바다, 먹구름, 펜던트, 번개, 선원들, 나무판자...... 이 모든 것들의 윤곽선이 무심코 종이에 베이는 것보다 더 따끔하게, 더욱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난 가야만 해.

 

  “난 괜찮아.”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새 다가간 대장선을 가리켰다.

 

  “갔다 와.”

 

  혼이 나간 표정이다. 이도는 차마 대답은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인 후 걸어갔다. 아직도 여러 선원들이 대장을 응급처치하고 있다. 돌격대장이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이도를 보았다. 그는 엄지를 척 들었다. 이도는 미소로 화답했다.

 

  이도는 배의 난간에서 뛰어내려 대장선으로 갔다. 1등 항해사가 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누구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제국의 대자, 이도입니다.”

 

  이도는 펜던트를 들어보였다. 1등 항해사는 잠시 침묵했다. 이도가 거짓말을 한 건지 아닌지 재는 중이다. 1등 항해사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이 전쟁터에 찾아올 만한 용건이 있으신가요?”

 

  “무역협회장과 협상을 해야겠습니다.”

 

  1등 항해사는 이도를 응시했다.

 

  “일단 안내는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무기는 두고 가셔야 합니다.”

 

  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1등 항해사는 이도의 무장을 해제했다.

 

  “다라오십시오.”

 

  이도와 1등 항해사는 선장의 집무실로 향했다. 1등 항해사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는 커다란 마호가니 책상이 인상적이었다. 엘리자는 앉은 채 손 깍지를 끼고 있었다. 거북한 미소를 짓고 있다. 1등 항해사가 문을 닫았다.

 

  “제국의 대자, 이도 니께서 협상을 원하십니다.”

 

  엘리자는 휘파람을 불었다.

 

  “원하던 게 내 손에 굴러들어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지.”

 

  엘리자는 손가락을 퉁 튕겼다. 그러자 1등 항해사가 이도의 목에 검을 겨눴다. 이도의 몸이 순간 굳었다. 침착하자. 일을 그르치면 안 돼. 이도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

 

  “무슨 짓입니까?”

 

  “대자님은 말이죠, 저희가 왜 대자님을 그렇게나 원하는지 아십니까?”

 

  이도는 눈을 찌푸렸다. 날 시험하는 건가?

 

  “저를 죽여서 제국의 신이 실재하지 않거나 무능하다는 것을 밝혀 제국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엘리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보다 많이 아시네요. 근데 그건 문필가들의 생각이고, 제 생각은, 음,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엘리자는 책상 위에 놓인 새장 안의 카나리아의 부리를 만졌다. 카나리아도 기쁜 듯 엘리자의 손가락을 얼굴을 비볐다.

 

  “재미없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들어주세요. 사실 영문도 모르고 당하기만 한 대자님은 조금 안쓰럽기도 해서요. 여하튼 말하자면, 저는 지금 정상적이었다면 라니냐 제국의 귀족이어야 했어요. 하지만 아니죠. 옛날에는 그랬죠. 먼 옛날에. 제 가문이 몰락했던 건 대지진으로 인해 대저택과 함께 대농장이 허물어져버렸기 때문이에요. 그 대지진이 원인이 뭔지 아시나요? 말해지길, 북방 야만인의 침입으로 제국이 위기에 놓였을 때 당시 황제가 신에게 제사를 올렸대요. 그리고 신은 위기 타개책을 알려주었죠. 그대로 이행한 황제는 북방의 침입을 물리쳤어요. 그러나 대가가 따랐어요. 그게 바로 대지진이라는 거죠. 여하튼 제 가문은 대지진 때문에 쫄딱 망했고 나중엔 귀족 작위까지 박탈당하더니 아예 평민 신분이 되어버렸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거고요.”

 

  엘리자는 이도를 응시했다.

 

  “한 때는 이런 일이 있었죠. 비록 제 가문이 몰락하긴 했지만, 한 때 유력 귀족가문이었다는 자긍심과 역사만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어요. 저도 물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요. 어릴 때 일이에요. 마을 아이들과 놀고 있었죠. 유치하게 자기들 집 자랑을 하더군요. 저는 웃으며 제 가문을 자랑했죠. 하지만 오히려 놀림 당했죠. 잘나신 귀족 나으리가 지금은 방앗간 주인이라고. 저는 화나서 주먹을 내질렀고, 결국 실컷 얻어맞고 집으로 돌아왔죠. 맞은 것보다 모욕당한 게 더 쓰라렸죠.”

 

  엘리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 만일 이도님이 저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 그래. 내 가문은 신이 제국을 위기에서 구한 대가인 대지진으로 망했구나. 뭐, 어쩔 수 없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이렇게 생각할까요? 알 순 없지만 전 다르게 생각했어요. 만일 신이 개입했다면, 그 몰락은 분명히 신의 의지로 인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난 그 실재한다는 신을 증오할 수 있죠. 근데 그냥 천재지변이면. 그럼 뭐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렇다면 확인을 해야죠. 정말로 그 신이란 게 존재할까?”

 

  엘리자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책상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던 중 좋은 소식이 들리더군요.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진 알 수 없지만, 이번에 임명한 대자 두 명이 신에 의해 간택 받은 자들이라고 숨기지도 않잖아요? 의도를 짐작할 순 있죠. 우리 이런 나라니까 까불지 마라. 그래서 전 생각했죠. 한 번 그 신에 의해 선택받았다는 대자를 죽여 볼까? 정말 피할 수 없도록? 그러면 신의 실재를 판별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셈이죠. 이런 제 의도가 문필가들이랑 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협업을 시작한 거고요.”

 

  엘리자는 이도의 턱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도는 엘리자를 노려보았다.

 

  “자, 그러니 대자님, 제가 지루해지기 전에 여기 온 이유를 말하실 수 있나요?”

 

  “나는 협상을 하고 싶습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아하. 그럼 우리는 평행선을 달리는 거네요. 저는 대자님을 신대륙에 붙잡아두려고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킨 거니까요.”

 

  그런 거였나. 이도는 숨을 몰아쉬었다.

 

  “저는 당신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겁니다.”

 

  엘리자는 입술을 핥았다.

 

  “아하하. 확실히 대자님의 몸을 준다는 제안은 거부할 수 없겠네요.”

 

  “그런 게 아닙니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그럼 말해 봐요.”

 

  이도는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더 나은 선택.

 

  입을 열었다.

 

  “대운하.”

 

  “네?”

 

  “전쟁을 중단하고 얌전히 제국에 복속된다면, 이 신대륙에 대운하를 뚫어주겠습니다. 이 신대륙의 서쪽 끝에 검은 기름이 최대 생산지가 있다죠? 그리고 거기서 나온 검은 기름을 람다 항구까지 육로로 운반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비용도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리죠. 하지만 배를 이용할 수도 없죠. 하지만 대운하를 뚫으면 해결됩니다. 신대륙의 서쪽 끝과 동쪽 끝을 잇는 대운하라면. 대운하는 폭발적인 이윤을 가져다 줄 겁니다.”

 

  엘리자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대자님, 미친 거 아니죠?”

 

  “미친 거 아닙니다. 신대륙의 모양은 모래시계 모양이라고 하지요. 그러니 중간 부분, 비교적 짧은 곳을 뚫으면 됩니다. 물론 그것도 이천 킬로미터에 가깝더군요. 여하튼, 라니냐 제국은 이 운하를 제안하지 못했겠죠. 설령 떠올렸다 하더라도. 왜냐하면 수천 년 전에 오현제 중 한 대자가 라니냐 평원을 가로지르는 두 강의 위아래를 잇는 운하를 만든 이후로는 한 번도 운하에 손을 대본 적이 없으니까요. 모두 알다시피 서부의 지리는 험하지도 않고, 대부분 평지인데다가 강도 바둑판무늬처럼 수운교통로로 쓰기 적합하게 배치되어있지요. 그러니 운하기술이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도림은 다릅니다. 동부는 산악, 구릉지대가 많은데다가 주요 두 강이 멀찍이 떨어져있었죠. 그래서 약 천 년 전 쯤에 이 두 강을 잇는 대운하를 뚫었죠. 그 이후로도 계속 유지하고, 보강하고, 또 다른 대운하를 파기도 했습니다. 이 대운하는 도림을 부강하게 만들었죠. 요컨대, 세상에서 소른 대륙에서 대운하를 뚫을 기술을 가진 나라는 도림이 유일합니다. 게다가 도림은 운하기술을 주요국가기밀로 간주해 운하기술자를 철통같이 감시해져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어버리는 일도 막았지요. 만일 당신과 또 이 식민지의 기득권층이 정녕 이 땅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한다면, 이 대운하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겁니다. 그리고 저의 제안은, 대운하를 뚫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저의 간청이 아니고서야 도림이 당신들에게 운하기술자를 제공할 리 없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운하를 뚫을 인부는 라니냐의 막강한 인구에서 충당할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전쟁을 그만 둘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엘리자는 입술을 문지르며 고심했다.

 

  이도는 말을 이었다.

 

  “신대륙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법이란 신기술은 전도유망합니다. 제 생각에 이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검은 기름의 효율적 수급이 필요합니다. 대운하는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무익한 전쟁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매력적으로 들리긴 하네요.”

 

  엘리자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런데, 하지만, 뭐랄까,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이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 대운하의 소유주는 당신으로 하지요.”

 

  엘리자는 씨익 웃었다.

 

  “그래요, 대자님, 협상은 이렇게 하는 거랍니다.”

 

  “상인은 언제나 실익을 챙기니까요.”

 

  “대자님은 다른 세계였다면 분명 대상인이었을 거예요.”

 

  엘리자는 손가락을 퉁 튕겼다. 이도의 목을 겨누던 1등 항해사의 검이 내려갔다. 이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엘리자는 양피지를 하나 꺼내 책상에 글씨를 휘갈겼다. 협상의 내용에 대한 것이다. 대운하는 빠질 수 없다. 소유주는 엘리자. 휘유!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제국에 반기를 들지 않겠음을 천명하고. 간단하다.

 

  “대자님, 운하의 이름은 이도운하라고 할게요.”

 

  이도는 혀를 찼다.

 

  “마음대로 하세요.”

 

  “좋아, 다 됐다. 한 번 읽어보세요.”

 

  이도는 엘리자가 건네준 협상서를 읽었다. 문제는 없었다. 이도는 협상서를 엘리자에게 건넸다.

 

  "당신은 설득했지만, 다른 기득권자들도 순순히 따라줄까요?"

 

  "제가 넘어가는 케이크라면, 그들도 넘길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먼저 서명하고 도장 찍으세요.”

 

  엘리자는 단숨에 해치웠다. 이도도 펜던트에서 도장을 꺼내 찍을 준비를 했다. 그 순간, 엘리자가 이도의 귀에 속삭였다.

 

  “근데 말이죠, 대자님. 그렇게 안 봤는데, 냉혹하고 잔인한 분이었군요?”

 

  이도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입니까?”

 

  “후후후. 모르는 척 마세요.”

 

  엘리자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았다.

 

  “그 대운하의 루트에 걸쳐있는 신대륙 원주민 부족이 얼마나 많고, 또 머릿수도 얼마나 많은데요. 그 놈들은 무슨 이유든지 간에 자신들의 강역을 침범하는 자는 무조건 공격해요. 그러니 해결책은 하나죠. 근데 대자님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들을 전부 쓸어버리겠다니, 후후, 얼마나 냉혈한 처사인가요.”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이도는 몸에서 피가 착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의 고동이 그대로 흉곽을 타고 피부를 타고 올라 귀로 전해진다. 두근, 두근, 두근.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전혀 예상 밖이었다. 원주민을 전부 쓸어버린다고? 논리적인 말이다. 대운하를 파내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런 걸 의도한 건 아닌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어.’

 

  이도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겹게 침을 삼켰다. 울대 부근에서 꿈틀대다가 겨우 밑으로 푹 꺼졌다. 손이 달달 떨리는 바람에 그만 도장을 놓치고 말았다. 이도는 힘겹게 무릎꿇고 주웠다. 가슴이 쉴 새 없이 부풀었다가 꺼졌다. 원주민, 젠장. 빌어먹을! 왜 생각하지 못 했지?

 

  엘리자가 다시 속삭였다.

 

  “왜 그래요, 대자님. 설마 그들을 고려도 안 하고 밀어버리려고 한 건가요? 어머나, 이런 무심한 사람이 다 있을까. 역시 사람은 외모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네요.”

 

  “잠깐, 잠깐만요! 아니, 쓸어버린 다니. 그런 것까진 필요 없지 않습니까? 그냥, 그, 그들에게 보금자리를 다른 곳으로 바꾸도록 권유한다면.”

  “어머나. 그들을 죽이는 건 폭력적이고, 강제로 쫒아버리는 건 안 폭력적이고요?”

 

  “아니, 나는 권유한다는 겁니다!”

 

  “권유? 그들이 권유한다고 받아들일까요? 그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 우리를 증오해요. 전대 개척자들의 횡포가 너무 심해서 그들은 우릴 악마라고 여길 정도지요. 권유하자마자 죽을 각오로 싸울 준비를 하겠죠. 그러니 대운하를 파려면 그들을 모두.”

 

  엘리자는 미소 지으며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했다. 이도는 주체가 안 되는 손으로 얼굴을 위아래로 쓸어내렸다. 땀이 흥건하다. 도장을 다시 펜던트 안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도장은 펜던트 껍데기에 딱딱 부딪치며 말을 안 들었다. 이도는 신음했다. 겨우 집어넣고 이도는 몸을 움츠리며 펜던트를 꼭 쥐었다.

 

  “그들을 전부 죽일 순 없어.”

 

  그건 대학살이야. 난 대학살의 신호탄을 당길 수 없어.

 

  메이.

 

  희아.

 

  난 반복하고 있는 건가?

 

  나는, 나는 어떡하면......

 

  “어머, 대자님? 그럼 그만둘까요? 이 협상서, 찢어버릴까요?”

 

  “아니, 잠깐만!”

 

  이도는 책상을 짚었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줘요.”

 

  아냐, 그만 둘 수 없어.

 

  그만 둘 수 없단 말이야. 이미 강을 건넜어. 날 여기로 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데. 적어도 이십 명이 넘는 선원이 죽었고 돌격대장도 죽을 위기에 처했어. 그들의 희생을 없던 것으로 만든다고? 그렇다면 난 무슨 얼굴로 그들을 보지? 아리아! 아리아가 그 누구보다 희생을 했어. 굳이 안 해도 되었는데, 이런 무모한 짓에 동참하지 않아도 됐는데, 오로지 나를 위해서, 희생한 거야. 자신이 쌓아온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그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돌릴 순 없어.

 

  너무 많은, 너무 많은 희생이......

 

  돌격대장의 내장이 바닥에 철푸덕 쏟아지던, 죽은 장어들이 널브러진 듯한......

 

  “대체 어떡하면......”

 

  이도는 신음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위가 쓰리고 담즙이 밀려나와 입 안에서 지독한 쓴 맛이 났다. 이도는 헛구역질을 이겨내고 대신 가래를 뱉었다. 착. 탁한 누런, 더러운 색깔. 엘리자는 한층 더 상기된 얼굴로 이도를 바라봤다. 살짝 흥분했는지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몸을 배배 꼬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혀를 휘저었다. 엘리자는 또 이도에게 속삭였다.

 

  “이도님, 너무 그러지 마요. 제가 한 번 노력해 볼게요. 최대한 피를 안 흘리는 방식으로요. 어쩌면 원주민 보호 구역을 만들어서 그곳에 이주시킬 수도 있겠죠. 이도님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피바람은 안 불거에요.”

 

  이도는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 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후후. 노력해볼게요. 아하하.”

 

  이도는 머리를 쥐어뜯다가 결국 다시 도장을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또 떨어트렸다. 이도는 욕설을 내뱉으며 주우려고 했다. 그러나 엘리자가 선수 쳤다. 생글생글 웃으며 도장을 건넸다. 이도는 낚아채듯 가져갔다. 그리고 도장을 쥐었다.

 

  카나리아가 깍깍댄다.

 

  “약속해 주십시오. 제발.”

 

  “그럼요. 약속할게요.”

 

  엘리자는 슬며시 이도의 등을 어루만졌다.

 

  이도는 협상서를 한참이나 노려봤다.

 

  메이.

 

  희아. 더 나은 선택. 불. 나는......

 

  언젠가 희아가 꿈속에서 했던 말.

 

  ‘태자님은 대학살도 저지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상냥하니까요.’

 

  그런 의미였나?

 

  이도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카나리아가 거슬릴 정도로 깍깍 운다. ‘망설여, 멍청아. 망설이라고. 네가 우물쭈물대는 지금도 대장은 네 소식만을 기다리겠지. 피를 토하며, 다시는 거두어들일 수 없는 창자를 붙잡으며,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죽음의 사신에게 아직은, 아직은 안 된다고 말하며 버티고 있겠지. 우리 신참, 잘 해야 할 텐데, 걱정하겠지. 그러다가 죽겠지. 주우우우우욱게에에에엤지이이이이이. 깍! 깍! 깍깍깍깍깍깍깍깍!’

 

  바다가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 날 봐봐. 최초의 흔들림이 생긴 이후로 나는 계속 요동치지. 파도를 몰아치지. 어떤 파도는 배를 뒤엎고 사람들을 심연으로 밀어 넣지. 그건 멈출 수 없어. 그저 계속 흔들리는 거야. 이미 시작한 흔들림은 멈출 수 없으니까. 이미 시작해 버렸기에......’

 

  아버지가 내려다봤다. ‘이도, 내 아들. 넌 항상 그랬어. 항상 일을 끝마치지 못했어. 멍청한 놈. 항상 무언가를 완벽하게 못 할 거라는 두려움에 쫒기는 거지. 하지만, 이 어리석은 놈아. 그건 상냥한 게 아니야. 그건 불경함이야. 네 손으로 시작했다면, 네 손으로 끝을 봐라. 그게 최소한의 경외심이란 것이다, 이 덜 된 놈아.’

 

  이미 시작해 버렸어.

 

  걸을 수밖에 없어. 이미 발을 뗐으니.

 

  망설이는 건 내 안의 약함, 나의 망설임, 나의 의심 때문.

 

  하지만 알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만일 일을 끝마치지 않고 돌아간다면? 상상해봐.

 

  상상했어?

 

  감당할 수 있어?

 

  응?

 

  …….

 

  지금도 희아가 날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탄내를 풍기며.

 

  ...... 그래.

 

  찍었다. 결국.

 

  엘리자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협상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아하하하! 드디어! 대자님, 최고에요! 사랑해요! 아하하하!”

 

  이도는 신음하며 빙글빙글 돌던 엘리자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 멈춰 세웠다.

 

  “제발, 제발!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무조건!”

 

  “걱정 말아요! 제가 다 알아서 해요. 대자님은 그저 영웅의 자리에 앉으면 돼요.”

 

  “영웅? 무슨 소리입니까?”

 

  “왜죠? 파멸을 불러올 수 있었던 식민지와 제국간의 전쟁을 세치 혀로 끝냈잖아요? 이런 걸 아무나 하는 줄 아시나요? 저도 생각 못 했었단 말이에요.”

 

  이도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 선택으로 인해 수많은 신대륙 원주민들이 불행해질 겁니다.”

 

  “그런 건 묻어버리면 돼요. 사람들이 모르게 하고, 전쟁을 끝낸 영웅이라는 사실만 알리면 그만이죠.”

 

  이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그래서요?”

 

  엘리자는 이도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대자님은 역사에 대학살에 기여한 자로써 이름을 남기고 싶나요?”

 

  “그건...... 나는, 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그러면 그냥 전쟁을 끝낸 영웅으로서 기억되기로 해요. 다른 게 뭔 대수에요?”

 

  이도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건 거짓된......”

 

  엘리자는 미소 지었다.

 

  “거짓이면 어때요? 거짓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거짓은 우리의 힘이랍니다.”

 

  "웃기지 마세요."

 

  “이도님, 거짓을 받아들여요. 처음 여자를 안아보는 것처럼.”

 

  이도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죄악감이 오장육부를 쥐어짜는 듯한 기분이다. 난 용서받을 수 없는 강을 건넜어. 이도는 엘리자를 밀어냈다.

  “이제 가보겠습니다.”

 

  엘리자는 손가락을 퉁 튕겼다. 1등 항해사는 이도의 양 팔을 뒤에서 붙잡았다. 뭐야? 몸을 뒤흔들며 저항했으나 소용없었다. 이도는 엘리자를 노려봤다.

 

  “무슨 짓입니까! 당장 놓으십시오.”

 

  “아니, 그게 말이죠, 그 너무 아까워서.”

 

  엘리자는 다시 몸을 꼬며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 만지면 뜨거울 정도로 볼이 상기되었다. 이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위험해. 위험하다고.

  이 여자는 미쳤어.

 

  “그러니까, 대운하도 좋고, 뭐 다 좋은데, 이대로 대자님을 보내기엔 너무, 그러니까 제 목표가. 제 목표는 대자님이 죽는지 안 죽는지를 봐서 신이 존재하는지 안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건데. 지금 대자님을 보내버리면 영영 알 길이 없잖아요?”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겁니까! 우린 이미 협상을 했어요, 그걸 깨자는 겁니까? 이 대운하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녕 그걸 걷어찰 겁니까? 이미 도장까지 다 찍어놓고? 정신 나간 겁니까?”

 

  “아하하. 걱정 마요. 저는 문필가들이랑은 다르게 신이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대자님은 그러니까, 음, 잠깐만 참으면 돼요. 안전할 테니까.”

  아리아는 칼을 뽑아 그대로 이도의 목을 겨누었다. 칼날은 지평선보다도 날카로웠다. 이도는 침을 삼키며 엘리자를 노려봤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대자님은 죽지 않을 테니까.”

 

  “나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이도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쥐며 외쳤다. 엘리자는 후후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저는 대자님을 믿어요.”

 

  “그만 두라고, 이 미친년아!”

 

  이도는 발로 엘리자의 다리를 찼지만 그녀는 꿈쩍도 안 했다.

 

  “맞다. 대자님, 키스 해봤어요? 여자랑 경험은요?”

 

  “그걸 알아서 뭐 하게!”

 

  엘리자는 쿡쿡 웃었다.

 

  “잘못해서 여자 경험도 없이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후후, 대자님은 미남이니까 제가 특별히 서비스해드릴게요.”

 

  엘리자는 이도에게 키스했다. 엘리자의 혀가 이도를 마음껏 희롱했다. 그는 경악하며 저항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이도는 엘리자의 입술을 콱 깨물었다. 엘리자를 고개를 뒤로 확 뺐다. 실실 웃으며 흐르는 피를 닦았다.

 

  “그럼, 갑니다. 걱정 마세요, 대자님.”

 

  엘리자는 칼등을 핥았다.

 

  “대자님은 저와 오래오래 볼 운명일지도 몰라요.”

 

  칼날이 목 앞으로 다가온다.

 

  이도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 동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귀가 멍했다. 머리 위에 뭔가가 자꾸 떨어졌다. 등에서 무언가 축축한 게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도는 손으로 등을 문질렀다. 간신히 실눈을 떠서 뭔지 보았다. 피였다.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도의 피는 아니었다. 이도는 눈을 조금 더 떴다. 1등 항해사의 두 팔이 축 늘어져 이도의 어깨에 걸쳐져있다. 생기가 없다. 죽었다. 지금 보니 이도는 무릎을 꿇고 있다. 아무래도, 자기도 모르게 꿇은 듯했다. 앞을 보았다. 엘리자도 무릎을 꿇고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떡 벌리고 있다. 바보 같기는. 이도는 머리를 좌우로 휘휘 저었다. 마치 물속에서 버둥거리는 느낌이다. 점점 더 소리가 잘 들려왔다. 끼익, 끼익 거리는 소리. 카나리아가 깍깍 대며 바닥에 쓰러진 새장 안에서 발광하고 있다. 멋들어진 마호가니 책상은 박살났다. 저게 뭐지? 이도는 눈앞을 가리는 먼지를 손으로 저어냈다. 책상 뒤에 뭔가가 있다. 이도는 1등 항해사의 시체를 떨쳐내며 조금 앞으로 갔다. 엘리자도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일어서고 있다. 아니, 지금 보니 이도는 기고 있었다. 하지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이도는 6발자국 정도의 거리를 기어갔을 때, 점점 몸에 힘이 돌아올 때,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대포알’이었다.

 

  스읍, 하며 피 냄새가 코로 침범해왔다. 비릿하다. 이도는 머리를 문지르며 천천히 일어섰다. 뒤를 봤다. 집무실의 문뿐만이 아니라 전면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이 몰골을 어안이 벙벙해진 채 구경하는 선원들이 보인다. 이제 상황을 알 것 같다. 엘리자가 칼로 이도를 찌르려고 할 때, 전장으로부터 대포알이 날아와 집무실의 문을 부쉈고, 본능적으로 이도와 엘리자는 무릎을 굽혔으나, 1등 항해사는 등에 대포알을 맞고 그대로 즉사했으며, 약간 궤도가 변한 대포알은 마호가니 책상을 박살내며 그대로 바닥에 박혀버렸다.

 

  오, 신이시여.

 

  엘리자는 깔깔 웃었다.

 

  “하, 하하하! 봤어요? 대자님! 왜 하필 대포알이, 저 멀리 떨어진 전장에서, 오발탄인가? 어쨌든 제가 대자님을 죽이려고 하는 그 순간에 딱 맞춰서 날아와서, 방해했을까요? 거봐요! 절 믿으라고 했잖아요? 역시 제국의 신은 존재했어. 좋아. 이제 제국과는 전쟁을 할 필요가 없어요. 하하, 전쟁은 이제 끝났답니다! 와하하하!”

 

  엘리자는 환호성을 지르며 빙글빙글 돌았다. 이도는 비틀거리며 아수라장이 된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적 선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이도는 흙먼지와 피로 더러워진 몸을 이끌며 아리아의 배로 걸어갔다. 누군가가 사다리를 걸쳐놔서 건너가기가 편했다. 아리아의 배 위에 다시 올라서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도는 입을 열며, 성공했다고 말하려 할 때, 배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얼굴을 파묻은 채 오열하는 아리아를 봤다.

 

  아아.

 

  이도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둡다. 쓰러졌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흐릿하다.

 

  그저 침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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