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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판타지 세상을 모험하는 소녀는 터프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가 : 빈성
작품등록일 : 2021.1.1

마법 쓰는 소녀 일레나 린의 유쾌 & 시리어스한 판타지

#1인칭 #여자 주인공 #개그 #가끔씩 시리어스

표지는 미완성입니다.

 
뻔뻔함 마이웨이. -4-
작성일 : 21-01-19 23:26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3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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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 똑.

 천장 위로 수맥이라도 흐르고 있는 걸까?

 갈라진 틈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놀라서 벽을 기어 도망가는 벌레의 모습이 동굴 벽에 설치된 촛불에 비친다.

 도망친 에밀리오를 쫓다가 발견한 동굴.

 바닥에 찍힌 발자국과 동굴 안에서 보이는 인위적인 흔적이 그가 도주한 곳이 이곳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잠깐!”

 그때였다.

 저 앞에서 에밀리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 건.

 “뭐지.”

 그리고 들리는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

 이 목소리는 발틴…!

 나는 최대한 기척을 죽인 채 천천히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보나마나 너도 돈 때문에 나를 노리는 거겠지?!”

 “그렇다면?”

 “두 배. 그 돈의 두 배를 주겠다!”

 “두 배를?”

 “그래! 대신 조건이 있다! 그 계집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줘!”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얘기야. 하지만 지금 널 쓰러뜨리면 그 두 배에 해당하는 액수와 현상금까지 추가로 챙길 수 있을 거 같은데?”

 “크크큭… 날 너무 우습게보면 곤란해. 돈은 나에게 없다! 숨겨놨지.”

 “으음.”

 발틴은 고민하는 듯 말이 없다.

 “너한테도 나쁜 조건은 아닐 텐데?”

 초조한지 재촉하는 에밀리오의 목소리.

 “알았다. 그 제안 받아들이지.”

 “후후후, 역시 그렇게 되는군.”

 “아닛?!”

 “어디냐!”

 어둠 속에서 모든 대화를 엿듣고 있던 나는 모습을 드러냈다.

 “큭! 벌써 따라오다니! 이봐!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안다고.”

 발틴은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다가오더니 적당한 거리에서 도적 두목을 보호하듯 가로막고 섰다.

 “숨어서 대강 들었을 테니 긴 말은 필요 없겠군.”

 “뻔뻔한 녀석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도적단의 의뢰를 받을 만큼 못 된 녀석인 줄은 몰랐네. 뭐, 잘됐어. 이쪽도 갚아줄 게 있으니까.”

 “그럼 피차 말은 필요 없겠군.”

 발틴의 손이 슬금슬금 허리춤에 달린 검으로 향했다.

 힐끔, 곁눈질로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뭔가를 꺼내들며 말했다.

 “그런데 괜찮겠어? 저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을 수 없을 텐데.”

 “뭐?”

 나는 발틴을 무시하고 에밀리오를 향해 손에 든 가죽 주머니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어디서 본 주머니 같지 않아?”

 “무슨… 아앗?! 네녀석 설마?!”

 “맞아.”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바로 네가 숨겨놓은 비자금이다!”

 “그걸 어떻게?!”

 내 손아귀에 쥐어진 본인의 비자금을 보고는 경악 한다!

 도적들을 쓰러뜨리고 에밀리오를 쫓아 동굴 속을 달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도적단이면 어딘가에 도적질한 보물들을 모아두지 않았을까.

 음침한 동굴.

 사람 손으로 파서 만든 듯한 흔적.

 이 동굴 어딘가에 보물을 감춰뒀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렇게 닥치는 대로 동굴 안을 뒤진 결과 숨겨진 비자금은 찾을 수 있었다.

 “…저기 그러니까 그 돈이……?”

 나는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도적이 네게 주기로 했던 현상금 두 배에 달하는 돈이지.”

 “그, 그럼 너를 쓰러뜨리면 내게 주겠다는 돈은?”

 “당연히 못.받.지♥”

 “…….”

 침묵을 지키던 발틴은 빙글 돌아 검을 뽑아서 에밀리오를 겨누며 말했다!

 “고작 돈 따위로 나를 회유 할 수 있을 줄 알았나?!”

 “이제 와서 그래도 안 줄 거야.”

 -움찔.

 발틴의 어깨가 움찔 거린다.

 “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이러다가 또 눈앞에서 놓치는 날에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다.

 “좋아, 뒤통수를 친 건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얘기하도록 하고.”

 “읏. 넘어가는 게 아니라?!”

 발틴의 말을 깨끗하게 무시한 나는 에밀리오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크… 크윽.”

 찔끔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던 에밀리오의 등이 막다른 벽에 닿았다.

 “크크크큭… 하하… 하하하핫!!”

 불현 듯 웃기 시작하는 그!

 “어리석은 계집 같으니! 설마 내가 아무런 대책 없이 여기까지 도망친 거라고 생각하느냐!”

 “나라면 뭔가 있는 척 허세를 부리느니, 차라리 빌겠어.”

 “아앗! 부디 목숨만은…!”

 차가운 내 한 마디에 에밀리오는 곧장 엎드려 살려달라고 눈물로 빌기 시작했다.

 으음, 바로 태세를 전환하다니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

 “좋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기대감에 젖어 슬쩍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는 에밀리오를 향해 활짝 웃으며,

 “응. 단지 앞으로 계속 감옥에서 살아갈 뿐이니까.”

 “싫어어어어어!”

 에밀리오의 구슬픈 비명이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두고 보자! 계집! 네오 칠드런의 부활은 반드시…!”

 “네네, 그 다음은 감옥에 가서 하시죠.”

 “잠 아직 내 말 안 끝…!”

 그렇게 에밀리오는 경비병에게 끌려갔다.

 나머지 녀석들 위치도 말해 줬으니 그 후는 경비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 사이 잔당들이 포박을 풀고 도망가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이걸로 이번 일도ㅡ

 “끝이 아니지.”

 나는 손바닥에 올려놓은 묵직한 돈주머니의 무게를 느끼며 쓰게 웃었다.

 도적단을 궤멸시킨 후 어째선지 마을로 들어가기 꺼려한 발틴은 일이 끝나면 서쪽으로 오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렇다고 순순히 갈 이유는 없다.

 애당초 먼저 뒤통수를 친 건 저쪽이고.

 그런 이유로,

 “동쪽을 향해 가볼까?”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완전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마을을 나선지 얼마나 지났을까.

 “역시 예상대로군.”

 길을 따라 쭉 늘어선 수풀에서 발틴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역시 내가 순순히 돈을 건네주지 않을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나?

 “거래, 잊지 않았겠지?”

 “글쎄. 먼저 약속을 깬 상대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꿈틀.

 발틴의 눈가가 일그러진다.

 “…그 말은 돈을 못 주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어깨를 으쓱 거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 했다.

 “그렇다면 이쪽도 실력 행사를 하는 수밖에.”

 그는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았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돌진!

 어느 정도 행동을 예측하고 있던 나는 발틴을 향해 마법을 사용 했다!

 “헬레나스 버밀리온!”

 빛의 기둥을 내리꽂는 술법으로 이거라면 베어낼 수 없을 터!

 과연, 베어내는 대신 급히 방향을 선회해서 마법을 피해내는 발틴.

 그 사이 두 번째 주문이 완성 됐다!

 “프리즈 애로우!”

 -슈욱!

 살짝 상체를 숙인 동작으로 손쉽게 마법을 피한 발틴은 폭발적인 돌진으로 단숨에 거리를 좁혀 검을 올려 벴다!

 -툭.

 “아앗?!”

 놀란 내 목소리에 겹쳐 황금빛 금화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며 반짝인다!

 “내 주머니!”

 그렇다! 발틴의 검이 벤 것은 다름 아닌 주머니에 달린 끈이었다!

 “잘 받아가마!”

 순식간에 주머니를 낚아 챈 발틴은 냅다 등을 돌려서 달리기 시작 했다!

 “앗! 기다려!”

 나는 그 뒤를 따라 달렸다!

 그러다가 서서히 속도를 줄여 이윽고 발틴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 쯤 발을 멈췄다.

 “잘 된 것 같네.”

 씨익 웃은 나는 바닥에 떨어진 금화를 주웠다.

 처음부터 발틴을 쉽게 따돌릴 수 없다는 건 예상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약속한 금액을 건네주면 되겠지만 감히 내 뒤통수를 친 녀석에게 순순히 돈을 줄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생각 했다.

 일부러 주머니를 흘리는 건 어떨까.

 그런 이유로 주머니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금화가 잘 튀어나오도록 느슨하게 묶어 놨다.

 설마 주머니를 흘리자마자 눈이 뒤집혀서 의심도 않고 가지고 도망가는 건 예상 밖이었지만.

 “어쨌든 잘 됐나?”

 주머니 안에 가득 들은 물건이 돌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땐 이미 늦었겠지.

 잘 됐어, 잘 됐어.

 나는 연신 금화를 허공에 튕기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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