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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혈무정로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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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부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슬픔을 가슴속에 담고,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는 철혈의 무인이다. 번거로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호쾌함.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신속의 한 주먹!
구주천하를 질타하며 철혈의 무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될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15 화
작성일 : 16-07-13 16:54     조회 : 619     추천 : 0     분량 : 8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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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화제를 바꾸었다.

 “우리가 무련에 사람을 보내고 후일 그들이 그것을 빌미로 우리를 옭아매려 한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가 되리라고 보는가?”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그들이 원하는 순간에 쓰려고 할 겁니다. 무력, 정보망, 그리고 재산이 주된 목표가 될 것이고요.”

 “분타나 향처럼?”

 “최악의 경우 그렇게 취급되는 상황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갈송의 대답을 들은 단규천은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감은 채 말이 없자 집무실 안은 침묵에 잠겼다.

 그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사자상단주 노일범이었다.

 “저는 둘째형님처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단규천은 눈을 떠 그를 보았다.

 철사보의 정보를 관장하는 사람은 갈송이다.

 그는 물론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정보 조직 사자밀각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세 판단은 상업을 주관하는 노일범의 사자상단에서 나오는 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자상단에서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중원 대부분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내용 중에는 사자밀각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을 정도였다.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나.”

 그의 시선을 받은 노일범이 이를 한번 물더니 말문을 열었다.

 “저도 기본적으로는 둘째형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무련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우리로서는 후인들 중 누군가를 그곳에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련에 보낼 사람이 누구든 그가 그곳에서 수련을 하는 동안 우리도 능력이 닿는 한 무련이 의도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잠시 마른 입 안을 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무련의 수뇌부가 갖고 있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든 그들이 현재의 행사를 거침없이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구중군마천이 무림의 패권을 추구하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규모를 불문하고 정파를 표방하고 있는 문파에서는 구중군마천에 대비한다는 명분 하에 진행하고 있는 이번 무련의 행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한계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련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게 뭔가?”

 “그들이 정도무림의 문파들로 이루어진 연합체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입니다. 무련 수뇌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무련을 구성하고 있는 하부와 중추는 의심할 여지없는 정파 무림인들입니다. 힘을 투사해 강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마도에서나 가능한 방식입니다. 정파인들은 그런 식의 일 처리에 태생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죠. 비록 내놓고 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어떤 결정도 힘으로만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무련에 소속된 무인의 숫자가 일만을 상회하는 상황입니다. 일회성에 그친다면 모를까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 본 보와 같은 정도의 규모를 가진 문파를 배제시켜 그 기반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 시간 동안 아무리 은밀하게 작업한다 해도 보안 유지는 불가능합니다.”

 노일범은 단규천과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음성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정파인들의 특성상 적절한 명분도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무련은 그에 반발하는 사람들로 인한 내부 분란으로 그 존립이 위태롭게 될 겁니다. 그것이 그들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들의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눈 밖에 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시간을 번 후 무련의 영향력이 완성되기 전에 본 보의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무련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무련 측에서 우리를 고깝게 본다 할지라도 완전히 배제시킬 수는 없을 테니까요.”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는가?”

 단규천의 질문에 노일범은 안색을 굳히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대형. 아직 구체적인 복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련과 직접적인 연을 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본 보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닥친 상황 속에서 그것을 피할 수 없다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단규천은 나직한 신음을 토해냈다. 하지만 크게 실망한 얼굴은 아니었다.

 아직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이 강풍양을 향했다.

 “셋째의 의견은 어떤가?”

 “정세 분석과 판단은 둘째형님과 넷째아우가 저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제가 다른 형제들보다 나은 것은 이것뿐이죠.”

 강풍양은 웃으며 자신의 왼손에 들린 애도(愛刀) 풍뢰(風雷)를 들어 보였다.

 “지금은 이것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니 저는 다른 형제들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대형.”

 “알겠네. 다른 형제들은?”

 “저희들 또한 셋째형님 의견과 같습니다.”

 사자원주 담운성과 사자풍림주 목인걸의 대답을 들은 단규천이 결론을 내렸다.

 “무련에 후인을 보내겠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무공을 수련하는 동안 본 보의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세.”

 “그럼 누구를?”

 갈송이 물었다.

 “나는 무혁이와 해광이를 보내고자 하네. 이의가 있는가?”

 단규천의 말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무혁이라면 물론 단무혁이고 해광은 노일범의 독자인 노해광을 말한다.

 그 두 사람은 철사보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후기지수들이다.

 강풍양 또한 이의가 없었다.

 강천기가 무공에 자질이 없다는 것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관산호는 무공을 배운 적이 없으니 무련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지 않았다.

 단규천의 말이 이어졌다.

 “무련에서 제공한다는 무공은 배우는 사람의 자질과 노력이 따라준다면 그를 절정의 반열로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네. 그러니 가장 자질있는 아이 둘을 보내겠네. 그들이 강해진다면 본 보의 힘도 강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알겠습니다.”

 “가보세. 그들이 기다리고 있겠군.”

 창밖으로 보이는 태양의 기울기를 가늠한 단규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명 도장 일행을 만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 * *

 

 무련의 인물들이 떠난 후 철사보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무련의 방문 목적과 단규천의 결정 내용이 알려진 때문이었다.

 무련의 입련 시험까지는 두 달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의창에서 무련의 총본영인 서문세가가 있는 섬서성 서안까지는 뱃길과 말을 이용하면 열흘거리다.

 시간적으로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갈송의 예상으로는 철사보에서 보내기로 한 단무혁과 노해광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예상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준비는 해야 했다.

 단무혁과 노해광은 무련의 인물들이 보를 떠난 당일 오후 한 달 반 예정의 폐관에 들었다.

 그리고 단규천을 비롯한 오대 가신들은 각자의 집무실이나 서재에서 기약없는 장고(長考)에 들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십 년이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니 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사보라는 군소 문파가 무련이라는 초강대 세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에는 터무니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기도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난 후여서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칠흑 같은 묵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강풍양은 무거운 눈길로 자신의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강천기와 관산호를 바라보았다.

 관산호와는 달리 그의 눈길을 받은 강천기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부친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철사보의 무력을 책임지고 있는 철사자단의 단주이며, 단규천에 이어 철사보 제이의 고수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강풍양의 장자다.

 그리고 전례대로라면 강풍양의 뒤를 이어 철사자단을 이끌어야 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련으로 갈 두 사람에 포함되지 못했다.

 무련으로 가는 것의 이면에 어떤 목적이 있든 그가 그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은 작게는 그의 무재(武才)에 대해 윗사람들이 불신하고 있다는 명백한 뜻이었고, 크게는 강풍양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무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철사보 수뇌부의 판단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고심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향후 철사보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철사보와 강풍양에게 전혀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강풍양의 얼굴을 볼 면목이 있을 리 없는 것이다.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를 아느냐?”

 긴 시간 침묵하던 강풍양이 강천기와 관산호를 향해 물었다.

 “무련에서 방문한 인물들 때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짐작하고 있습니다만 하교해 주십시오, 아버님.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멀뚱하게 눈을 뜨고 있는 관산호 대신 강천기가 대답했다.

 “혁아와 광아가 폐관에 들어간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강풍양의 말문을 열었다.

 “그 아이들은 무련의 입련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고, 시험을 통과하면 무련에서 십 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이 시험을 무리없이 통과하리라고 생각한다. 기초가 튼튼하며 나이에 비한다면 성취가 작은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그 아이들은 무련의 수련 과정을 통해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강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너희에게 지금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본 보는 큰 위기 앞에 놓여 있다.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야만 하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능력을 발굴해 내야 한다. 전자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후자는 너희와 같은 후인들의 몫이다. 나는 너희들이 혁아와 광아가 돌아왔을 때 그들과 함께 보를 위해 일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를 바란다.”

 그의 시선이 관산호를 향했다.

 “나는 너도 철사보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가능하겠느냐?”

 강풍양의 질문을 받은 관산호의 눈에 뚜렷한 갈등의 빛이 떠올랐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관산호를 보며 강풍양은 안타까운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나는 너를 친아들과 같이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네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구나.”

 관산호는 선친이 남긴 유언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듯 선친과 같은 말을 하는 강풍양을 놀란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의 선친과 강풍양은 마음을 나눈 친구였으니까.

 친구란 서로 무엇인가 통하는 것이 있을 때 이루어지는 인간 관계인 것이다.

 “네가 선부의 유언을 읽은 후 무공을 익히겠다고 했을 때부터 나는 네가 갈 길을 막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너를 철사보에 붙잡고 싶구나. 천기는 너도 아는 것처럼 무공에 관심이 별로 없다.”

 강풍양의 시선이 잠시 강천기를 향했다.

 그의 시선을 느낀 강천기의 이마가 탁자와 부딪칠 것처럼 낮아졌다.

 강풍양의 말이 이어졌다.

 “때문에 후일 천기가 내가 이끌고 있는 철사자단을 맡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철사자단은 철사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힘이다. 무위가 탁월하지 않은 자가 그런 철사자단을 이끌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비록 무공을 배우기엔 네 나이가 많긴 하지만 네 자질은 보기 드문 것이어서 늦은 배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너는 무공에 대한 관심도 천기와 비할 바 없이 크지 않느냐. 그런 네가 후일 내 뒤를 이어 철사자단을 맡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강풍양의 이야기를 들으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던 관산호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제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은 제가 철사보에 매어 있는다면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강풍양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완연해졌다.

 그는 탄식하며 말했다.

 “흠, 네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관산호는 그의 양자였지만 친아들인 강천기보다 적은 정을 준 적이 없다.

 그런 그의 바람을 면전에서 거절하는 관산호에게 화를 낼 법도 하건만 강풍양의 얼굴에서는 서운해하는 빛은 읽을 수 있을지언정 노여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관산호는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마음에 없는 말로 그 순간을 모면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이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하고야 마는 것이 관산호였다.

 소년기를 그와 함께 보낸 양자이니 관산호의 그런 성격을 모를 리 없는 그다.

 그 또한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자를 싫어했다.

 그도 관산호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실상 한창 성장하는 관산호의 성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그인 것이다.

 그러니 관산호의 대답을 듣고 그가 노여워할 까닭이 없었다.

 강풍양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침묵하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지난 일 갑자의 세월 동안 철사보는 의창을 중심으로 하는 호북성 남부무림에서 단단한 입지를 굳혔다. 혹자는 호북 남부무림의 중심으로 본 보를 꼽는다. 그리 틀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그 위치는 호북 남부무림, 그것도 정파에 국한되었을 때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말이다. 범위를 호북성 전체로 확대하고 정파와 사파, 마도의 문파들과 낭인으로 떠도는 무인들까지 포함한다면 본 보의 위치는 호북성에서 중상(中上) 정도라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호북성 중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무당파와 제갈세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아버님, 왜 그런 말씀을……?”

 평소 담대하기 그지없던 강풍양이 보여주던 모습과는 어딘지 다른 모습을 보는 듯한 어색함에 강천기는 조금 불안함을 느끼며 물었다.

 강천기를 바라보는 강풍양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의 눈은 사랑하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눈이었다.

 “나는 너와 호아를 가르칠 스승을 찾아볼 생각이다.”

 “예?”

 예상치 못한 강풍양의 대답에 강천기가 눈을 크게 떴다.

 단가와 오대가신은 각 가문의 비전 절기라 부를 수 있는 몇 가지 무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무공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무공에 대해 연구하고 조언하는 관계였다.

 그것은 학문 또한 마찬가지여서 철사보 내의 가르침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강천기는 자신의 몸이 두 개가 아님을 한탄할 정도인데 강풍양은 거기에 또 다른 스승을 구하려 한다는 것이다.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이라는 말이 있지. 청색은 남색에서 나오지만 남색보다 더 푸르다는 그 말은 스승보다 제자가 더 뛰어날 때 쓰인다. 그래서 후인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말이고, 그런 후인을 갖기를 바란다. 하지만 스승이 갖고 있는 능력이 보잘것없는 것이라면 그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라고 해도 결국 보잘것없는 능력을 갖게 될 뿐이다.”

 관산호는 말을 잇는 강풍양의 눈에서 옅은 그늘을 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철사보에 있는 비전만을 배워서는 철사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천기야, 나는 네가 이곳에 있는 비전들보다 더 나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구나. 호아도 마찬가지다. 네가 무공을 배울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나 보주에게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이곳의 무공들을 익혀서는 네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내 생각이 맞느냐?”

 관산호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강풍양의 판단은 옳았다.

 하지만 그것을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강풍양의 평생 배움이 그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성격이 어떠하든 그것은 자식으로서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답이 없음은 긍정이리라. 하하하.”

 강풍양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웃음의 여운은 길었다.

 고개를 숙인 관산호의 가슴속이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내용을 알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호기 넘치던 의부를 이렇게나 의기저상하게 만든 것은 중원무련의 인물들이 던져 준 무엇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는 강풍양을 한 사람의 대장부로 깊이 존경했고, 의부로서의 그를 누구보다도 더 깊이 사랑했다.

 그런 사내에게 좌절감을 선사한 자들을 어떻게 좋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인가.

 중원무련에 대한 반감이 최초로 그의 가슴속에 뿌리를 내리는 순간이었다.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너희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생각이니 그렇게들 알고 물러가거라.”

 “예, 아버님.”

 강천기와 관산호는 허리를 숙여 강풍양에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던 관산호는 고개를 돌려 그의 의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느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앉아 있는 강풍양의 장대한 신형이 그의 생각보다 많이 왜소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광동성을 떠나던 패기 넘치던 장년인도 세월 앞에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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