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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혈무정로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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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부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슬픔을 가슴속에 담고,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는 철혈의 무인이다. 번거로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호쾌함.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신속의 한 주먹!
구주천하를 질타하며 철혈의 무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될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13 화
작성일 : 16-07-13 16:52     조회 : 826     추천 : 0     분량 : 9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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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장

 손님

 

 

 

 

 “대사형”

 대전을 휘감고 있던 신비로운 유백색의 운무가 갑작스럽게 흘러나온 음성에 놀라 미세하게 출렁거렸다.

 그와 함께 영원처럼 이어질 것만 같던 대전 내의 침묵이 깨어졌다.

 “왔느냐?”

 “이사형이 계신 곳을 찾았습니다.”

 미세하게 출렁이던 운무의 움직임이 가라앉자 대전의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흑색 장포를 걸친 사내의 등이 드러났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긴 머리카락을 정수리에서 고정시키고 있는 푸른빛 용 모양의 비녀가 구름 속의 용처럼 느껴졌다.

 “그곳이 어딘가?”

 막중한 힘이 담긴 음성이 다시 대전을 뒤흔들었다.

 그 음성은 흑색 장포 사내의 정면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곳은 짙은 운무에 휘감겨 있어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호북성 의창의 철사보라는 곳입니다.”

 “철사보?”

 “주목할 만큼 큰 곳은 아닙니다.”

 “흠…….”

 “어찌할까요?”

 “…….”

 흑색 장포의 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할 일은 다했다.

 이제는 지시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었다.

 침묵은 잠시 후 깨졌다.

 “둘째가 그곳에 머문 지 어느 정도 되었느냐?”

 “은밀하게 생활하고 계셔서 정확하진 않으나 서너 달 이상은 된 듯합니다.”

 “오래 머무는군.”

 “그렇습니다. 지난 십오 년 동안 이사형이 한곳에 이처럼 오래 머문 적은 처음입니다.”

 “잠시 지켜보도록 해라. 그리고 그가 그곳에 머무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라. 내가 찾고 있는 것을 잘 아는 그가 행적이 노출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그곳에 머물고 있음은 반드시 까닭이 있음이니.”

 “알겠습니다. 하지만 실망을 안겨 드리게 될까 두렵습니다.”

 “으하하하, 비록 둘째가 반 폐인이 되었다 하나 그가 지닌 능력은 나에 버금가는 것. 그런 둘째를 상대하는 일인데 네가 실패한다고 하여 너를 추궁하겠느냐? 추궁하려 했다면 지난 십오 년 동안 네게 둘째의 추적을 맡기지도 않았으리라. 최선을 다하라. 성패는 그 다음의 문제다.”

 “감사합니다, 대사형.”

 흑색 장포의 사내는 감복한 듯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잠시 기다려도 예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자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사형은 떠난 것이다.

 ‘이사형, 이사형은 왜 그렇게 떠나신 겁니까? 소제는 아직도 이사형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사형께서는 예전 이사형이 바라시던 모습으로 변하셨는데 왜 이사형은 대사형으로부터 계속 도망 다니시려 합니까?’

 사내는 내심 깊이 탄식하고 있었다.

 

 

 * * *

 

 

 “오빠, 어디 갔다 왔어?”

 양천록과 헤어져 미시 말(오후 세 시경)에 철사보로 돌아온 관산호를 반긴 것은 날 선 강예령의 목소리였다.

 “왜? 무슨 일 있어?”

 관산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관 문 앞에서 그를 맞는 강예령의 얼굴은 진심으로 화난 표정이었다.

 그에게 어리광을 자주 피우는 그녀지만 화난 표정은 일 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들다.

 그로서는 어리둥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많이 찾으셨단 말이야!”

 “아버님이? 왜?”

 “손님이 오셨는데 그 사람들 만나는 자리에 오빠도 데리고 가고 싶어하셨는데……. 칫!”

 강예령의 말을 들은 관산호의 얼굴도 진지해졌다.

 강풍양은 관산호의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관대해서 무공에 대한 것, 그리고 우문 선생의 독습과 같은 정해진 일과만 어기지 않는다면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관산호가 건실하게 자라준 데 대한 믿음이 깔려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풍양이 관산호를 직접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는데,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었다.

 그것을 아는 관산호였기에 안색이 진지해진 것이다.

 “어디 계시냐?”

 “영웅사자전(英雄獅子殿)에.”

 “형님도?”

 “응.”

 강예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관산호는 신형을 돌렸다.

 “지금 가려고, 오빠?”

 “가봐야지.”

 “늦었어. 점심 식사가 끝났을 때쯤 찾으셨으니 지금은 끝날 시간인걸.”

 강예령의 말이 그의 등 뒤에 이어졌지만 관산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영웅사자전은 철사보에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만 열리는 대회의장이다.

 때문에 그 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은 단씨 일가에만 있다.

 그곳에 강풍양이 가 있다는 것은 보주인 단규천도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찾아온 손님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했다.

 그런 장소에 강풍양이 그를 불렀으니 늦었어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영웅사자전은 철사보의 내원에 있고, 강씨 일가의 집과는 약 이백여 장 떨어져 있었다.

 내원의 대문을 호위하는 무사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내원으로 들어선 관산호는 빠른 걸음으로 영웅사자전을 향해 걸었다.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강풍양이 그처럼 여러 차례 자신을 찾았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마음이 급했다.

 그는 뛰듯이 걸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듯했다.

 영웅사자전의 입구에 도착해 문으로 향한 계단에 막 발을 딛던 관산호는 걸음을 멈추었다.

 영웅사자전의 입구에 서 있던 사람들 중 중년인이 손짓으로 그를 막은 때문이다.

 그의 좌우에는 호위무사 네 명이 각 이 인 일 조로 문의 양옆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것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회의가 있어도 호위무사들이 사자전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의 손님들이 갖는 무게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관산호는 걸음을 멈추고 중년인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총관님, 아버님이 찾으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살이 많아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인상의 중년인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문을 열었다.

 “늦었다. 지금 들어가는 것은 결례야. 기다려라.”

 철사보의 대내외 일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총관 장원국의 말에 관산호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집을 부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때 사자전의 문이 열리며 십수 명의 사람이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관산호는 그들 속에서 강풍양과 강천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오다 계단 위에 서 있는 관산호를 발견한 강풍양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늦었습니다, 아버님.”

 관산호는 계단에서 비켜서며 강풍양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음.”

 간단하게 그의 인사를 받은 강풍양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의 옆에는 가슴까지 늘어진 탐스러운 검은 턱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인이 서 있었는데 그의 시선은 그 중년인을 향해 있었다.

 가슴 부위에 거대한 황금빛의 사자가 수놓인 흑의를 걸친 중년인은 사각이 진 얼굴에 육 척 장신의 단단한 체구여서 위맹한 분위기가 절로 풍겨 나왔다.

 그가 당대의 철사보주인 천성검 단규천이었다.

 단규천의 좌우에는 강풍양을 비롯해 삼남일녀의 중년인들이 단규천을 호위하듯 걷고 있었고, 그들의 두세 걸음 뒤에는 단무혁과 단유화, 그리고 그 또래의 젊은 남녀 육칠 명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철사보의 오대가신과 그들의 후예들이었다.

 그들은 어른들과 두세 걸음 떨어진 뒤에서 긴장된 신색으로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관산호는 평소 조금 버릇없다 싶을 정도로 어른들과 가까운 그들이 그처럼 긴장된 모습을 유지하는 이유가 단규천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고 있는 사람들 때문임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관산호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면면을 차분한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그들은 삼남이녀였는데, 도사 차림의 중년인 한 명과 문사 차림의 역시 중년인 한 명, 그리고 왼손에 고색창연한 검을 든 백의 무복 차림의 훤칠한 약관의 청년 한 명과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십칠팔 세가량의 소녀 두 명이었다.

 관산호가 손님들을 살펴보는 사이 단규천은 장원국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손님들을 사군자원으로 모시도록 하게.”

 사군자원은 철사보에서 귀한 손님들을 머물도록 하는 곳이다.

 “알겠습니다.”

 장원국은 읍을 하며 대답했다.

 장원국에게서 시선을 돌린 단규천은 오른편의 도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정명 도장, 며칠 푹 쉬시지요. 사흘 후에 뵙겠습니다.”

 청수한 풍모의 중년 도사는 오른손에 들린 불진을 들어 예를 표하며 단규천의 말을 받았다.

 “허허허, 그러지요, 보주님. 사군자원의 아름다운 풍경은 강호에 유명하니 간만에 마음놓고 푹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명이라 불린 도사가 단규천 일행에게 예를 표하자 그 옆의 중년 무사와 젊은 남녀 또한 마찬가지로 예를 표한 후 장원국의 안내를 받아 영웅사자전을 떠났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후 단규천은 굳은 안색으로 강풍양을 비롯한 가신들을 돌아보았다.

 철사보는 단중렴과 다섯 명의 의제가 연합해서 건설한 무가다.

 지금 그의 주변에 있는 다섯 명이 그 다섯 의제의 후손들이자 이제는 단가의 다섯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철사보의 대외 무력투사를 담당하며 최강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외단 철사자단주 강풍양.

 단가의 경호와 철사보 자체 경비를 담당하는 내단 사자원주 담운성.

 정보를 담당하는 사자밀각주 갈송.

 상업을 담당하는 사자상단주 노일범.

 사대가신의 업무를 총괄하며 철사보의 재산과 경영을 담당하는 사자풍림주 목인걸.

 그들을 바라보는 단규천의 시선은 유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들의 제안에 대해 의논을 해봅시다.”

 “예.”

 강풍양과 다른 네 명의 가신은 간단한 답변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다시 영웅사자전 안으로 들어갔다.

 영웅사자전의 문이 닫히자 강천기가 관산호에게 다가왔다.

 “어디 갔었냐?”

 꾸짖는 어조였다.

 강예령에 이어 만난 강천기조차 별로 좋은 안색이 아닌 것을 본 관산호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시내에 잠시 나갔었습니다.”

 “양가장에 갔었느냐?”

 “예.”

 그의 대답을 들은 강천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천록은 흑사회에 몸담고 있기에는 아까운 인물이기는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가는 길이 우리와 너무 다르다고 여러 번 말했거늘…….”

 “…….”

 강천기의 말에 관산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창이 터전인 철사보의 정보망은 타 지역이라면 다른 무가에 비해 약할지 모르지만 의창 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양천록과 그와의 관계는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어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그의 고집을 잘 아는 강천기는 나직한 한숨과 함께 단무혁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을 받은 단무혁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로서는 어른들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모두 돌아가 근신하도록 하자. 그들이 머무는 동안 개인 행동은 가급적 자제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단무혁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제히 대답했다.

 단무혁의 시선이 관산호를 향했다.

 “너도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머물도록 하고. 이유는 돌아가서 천기에게 듣거라.”

 “알겠습니다, 소보주님.”

 강천기와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단무혁은 단가와 가신 가문을 통틀어 이세대 후예 중 가장 나이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일견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과단성과 통솔력이 있어서 이세대의 후예들은 그를 믿고 따랐다.

 집으로 돌아온 강천기는 관산호를 데리고 방으로 갔다.

 그들을 기다리던 강예령도 쪼르르 그들을 따라 들어왔다.

 “그들은 누굽니까, 형님?”

 궁금증을 참지 못한 관산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강천기에게 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산호와 눈을 마주친 강천기가 말문을 열었다.

 “그들은 중원무련(中原武聯)의 인물들이다.”

 “무련이요?”

 뜻밖의 대답에 놀란 관산호가 되묻자 강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사 차림의 인물은 무당의 일대제자인 정명 도장이고, 문사 차림의 인물은 신분은 정확하게 모르겠다만 제갈세가의 인물로 제갈현이라고 하더군. 정명 도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으니 그 또한 제갈세가에서 그에 어울리는 직위에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젊은 남녀들은 무련에서 키우고 있는 차세대 인물들이라는데 이름이 서문찬, 서문하경, 제갈혜라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내 강호 견식이 일천하지만 동배의 인물들 중 이름난 자들은 대충 알고 있는데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들이니 강호 활동을 하지 않는 인물들인 듯하고, 내 느낌으로는 아마 수련 중에 잠시 외유를 하는 인물들인 듯했다. 하지만 기도가 평범하지 않고 정명 도장이나 제갈현이라는 인물도 그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였으니 신분이 범상치 않을 것이다.”

 “공식적인 방문입니까?”

 “그렇지는 않다. 아버님의 말씀으로는 그들은 방문하기 한 시진 전 수하를 통해 방문 통보를 해왔다고 하시더군.”

 “비공식이라… 그런 인물들이 왜 우리 보에?”

 관산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의 의문은 당연했다.

 마도에 구중군마천이 있다면 정도에는 중원정도무인연합, 약칭 중원무련이 있다.

 당대 무림에서 그만한 평가를 받을 만한 위상을 점하고 있는 초강 세력이 중원무련이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만큼이나 많은 것이 무림의 문파이다.

 그중에서 양대 강세 중 하나로 꼽히는 중원무련이니 그 지닌 바 힘과 영향력은 두 말할 필요 없을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중원무련의 역사는 그 힘과 영향력에 비해 대단히 짧았다.

 중원무련은 십여 년 전 팽창 일로를 걷는 구중군마천을 견제하기 위해 유수의 명문정파 여럿이 연합하여 결성한 단체다.

 비록 전통의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전부를 아우르지는 못했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참여하면서 불과 십여 년 만에 중원 정도를 대표하는 최강의 세력으로 발돋움했다.

 비록 철사보가 호북 무림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갖고 있지만 중원무련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비교 자체가 의미없을 만큼 그 역량의 차이가 현격한 것이다.

 그런 곳에서 철사보를 방문했으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관산호의 눈길을 받은 강천기는 진지한 안색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난 중원무련에 대해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들은 우리를 그리 멀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하다.”

 긴장이 되는 듯 강천기는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오늘 온 사람들의 대표는 무당의 정명 도장이었다. 그는 무당십이검객 중 일인이고, 무림 중의 명성은 본 보의 보주님보다 더한 인물이다. 대표 자격은 충분하지.”

 관산호를 바라보는 강천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분들과 보주님, 그리고 아버님이 만나는 자리에 젊은 우리가 참석한 것이 크게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쯤은 너도 짐작할 것이다.”

 강천기의 말에 관산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천기의 말처럼 그것은 예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그도 이상하게 생각했던 바이다.

 강천기의 말은 계속되었다.

 “우리가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은 그쪽에서 방문 통보를 하면서 우리의 참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제갈현이라는 인물에게 설명을 들었기에 그들이 우리의 참석을 왜 원했는지 알게 되었지만 보주님과 아버님은 그들의 요구가 아니라도 우리를 그 자리에 참석케 하려 하셨던 것 같다. 젊은 우리들이 중원무련의 허리를 구성하고 있는 유명 인사와 안면을 틀 기회가 흔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아버님께서 너를 찾으셨던 것이고.”

 “죄송합니다.”

 관산호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강천기의 눈매가 부드러워졌다.

 “네 탓이 아니다. 그들의 방문이 갑작스러웠던 것이니까. 사전 통보가 있었다면 너도 그들의 방문을 알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네가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겠지.”

 관산호는 어느새 궁금한 빛을 지우고 차분한 표정으로 강천기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강천기는 그런 관산호를 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인내심.

 궁금한 것이 있어도 중간에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피가 끓는 십대가 갖고 있기에 진정 어려운 능력에 속한다.

 관산호의 인내심은 강천기가 감탄할 정도로 특출난 데가 있었다.

 “최근 구중군마천의 무력 증강이 중원무련 측에서 우려할 정도로 활발해졌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련에 대해 어떤 도발을 하는 징후가 포착된 것은 아닌 것 같다만 중원무련 측에서도 군마천의 강대해져 가는 무력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성을 느켜 일군의 무사 집단을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를 방문한 것은 본 보의 후예 중 그 무사 집단에 투신할 자질있는 젊은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이고. 어르신들의 기색을 보아서는 무련의 제안이 그리 놀라운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정보를 알고 계신 것 같았어. 하지만 놀라지는 않아도 당황하신 기색은 역력했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어르신들에게서 무련이 우리를 방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으셨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천기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강예령은 지루함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천기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방을 나갔다. 하지만 관산호는 전혀 지루한 표정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관산호였다.

 그는 굵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형님, 무련이 뭐가 아쉬워서 우리와 같은 군소 문파의 후예를 받아들여 키우려 하죠? 이해하기 어렵군요.”

 “나도 그렇다.”

 강천기의 얼굴에도 의아함과 곤혼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아무튼 요청이라……. 형식은 그렇지만 보주님이 거절하기 어려운 요구로군요.”

 관산호의 말에 강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록 우리가 중원무련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같은 정도를 걷는 문파다. 우리가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게 되면 무련은 우리를 곱게 보지 않을 것이고, 당대 정도무림에서 무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있는 개인이나 문파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본 보가 정파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장강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후일 우리가 장강과 전쟁이라도 벌이게 되었을 때 정파의 인물 중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을 수도 있어.”

 장강이 통일되고 비연채만이 아닌 장강수로연맹과 확전하게 되면 철사보 단독으로 장강과 전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그런 전쟁이 된다면 철사보는 불을 찾아드는 불나방처럼 산화할 것이 분명했다.

 이란격석(以卵擊石: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것이다.

 “그거 최악의 가정인데요, 형님.”

 관산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강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산호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 하지만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는 가정이기도 하다. 중원무련은 그만한 힘을 갖고 있으니까.”

 “명색이 정파 아닙니까? 이해관계에 휘둘려서야 의협의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관산호의 말을 들은 강천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사가 네 생각처럼 흘러간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무림은 형성기부터 강자존이라는 피의 율법이 지배해 온 곳이야. 힘이 없으면 이상을 말할 자격도 없는 그런 냉정한 곳이지. 게다가 중원무련은 수십 개의 문파가 연합하여 만든 단체라는 걸 잊지 마라. 그들에게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의협지로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어.”

 “흐흐흐, 형님. 갑자기 오십 년은 더 나이 들어 보입니다.”

 강천기의 말을 듣던 관산호가 괴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불쑥 말했다.

 “뭐?”

 그 말에 강천기는 눈을 부라렸다.

 “흐흐흐, 말만 들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노강호가 은퇴해서 키운 제자가 강호로 나갈 때나 할 법한 말 아닙니까?”

 “이 자식이!”

 관산호의 말에 얼굴이 벌게진 강천기가 주먹을 들어 관산호의 머리를 내려쳤다.

 스윽.

 하지만 피식 웃은 관산호가 상체를 뒤로 훌떡 젖히면서 그의 주먹은 맥없이 허공을 쳤다.

 어차피 장난으로 내지른 주먹이다.

 강천기는 손을 거두며 다시 진지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보주님과 아버님을 비롯한 숙, 백부님들의 회의 결과를 기다리자. 무혁 형님을 비롯해 모두 자기 의견을 갖고 있지만 이번 건은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것이 무혁 형님의 결론이고, 나도 형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당대의 무림 정세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부분도 어르신들은 잘 알고 계실 테니까. 어르신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것은 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일 것이니 우리로서는 따르는 것이 도리다.”

 관산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천기의 말이 옳았다.

 중원무련의 인물들이 철사보를 찾아온 의도가 그러하다면 젊은 사람들이 나설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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