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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18화.청부를 맡다3.
작성일 : 16-04-03 16:35     조회 : 691     추천 : 0     분량 : 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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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청부를 맡다3.

 

 

 무림이 극히 위험한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할까.

 무림으로 건너오자마자 한 사람을 죽이게 되고, 일행들이 다른 무인들을 죽이는 걸 보게 된 건 기실 큰 충격은 아니었다. 느닷없이 무림에서 깨어난 더 큰 충격에 휩싸여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곡주의 주루에서 겪은 사건은 바로 도민우의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기에 피부로 와 닿는 충격이 더욱 컸다.

 바둑에서도 간혹 목숨을 걸고 둔다고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두는 건 아니고 졌다고 목숨을 잃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무림에서의 싸움에서는 지고도 살아남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권왕제일보의 후예인 장천상이 살아 있는 게 북령문에 알려질 것에 대비해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알고 나름대로 열심히 균천무상권결을 연마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걸 도민우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도민우가 무주에 당도한 것은 곡주를 출발한지 엿새만이었다.

 무주에 들어선 시각이 늦은 저녁 무렵인지라 일단 객점에서 휴식을 취한 그는 아침 일찍 객점의 식당을 찾았다.

 ‘소요벽(逍遙壁)의 소요삼교(逍遙三巧) 이서연(李瑞蓮)이라···’

 음식을 주문해 놓고 도민우는 문득 품속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다.

 바로 그가 낙양으로 데리고 가야할 사람을 그려놓은 초상화였다.

 초상화 속의 미녀는 대략 17, 8세 정도로 도민우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초상화가 그려진 게 한, 두 달 전은 아닐 테니 보다는 도민우보다는 연상이 분명했다.

 굳게 다문 얇은 입술이 차갑게 느껴진다. 쌍꺼풀이 없는 눈도 어찌 보면 냉정한 성격을 드러내는 듯 보인다. 하지만 흑백이 또렷한 맑은 눈은 지적이면서도 그녀가 온화한 성격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도민우가 초상화 속의 여자를 아무 생각 없이 내려다보고 있을 때 점소이가 주문한 음식을 내려놓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 초상화 속의 미녀가··· 혹시 소요벽의 이저저 아닌가요?”

 도민우가 초상화 속의 여자에 대해 점소이가 아는 체를 하자 내심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소요벽의 위치에 대해 물어봐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 난 소요벽을 찾아가야 하는데 위치를 모르니 네가 좀 알려주렴.”

 “소요벽이라면 내가 잘 알고 있어요.”

 설명이 너무 장황해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라면 알아듣기 쉽겠지만 무주에 처음 온 도민우로서는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대충 요점을 정리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도민우가 음식 값을 치르기 위해 회계대로 가자 회계대에 앉아 있던 사십대 후반의 주인이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소요벽을 찾아 간다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만···”

 “결례인줄 알지만 소요벽을 찾아가는 이유에 대해 물어봐도 되겠소이까?”

 도민우는 이채를 머금었지만 주인의 눈빛에는 호의만이 담겨 있었다.

 “제가 소요벽에 가려는 이유는 소요삼교 이소저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그랬구려. 헌데··· 이소저를 만날 때 조심하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가요?”

 주인의 말에 도민우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주인이 다시 조심스러운 표정이 되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식당 안쪽에 상인 차림의 손님 세 명이 있을 뿐 무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소요벽은 지금 무림인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오. 무슨 일로 이소저를 만나려는 건지 모르지만 청년이 이소저를 만나면 분명히 그들이 청년을 주목하게 될 게 아니겠소? 심하면 심문을 당할지도 모르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도민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실로 귀중한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혹시 그녀가 서문경과 관계가 있다는 게 밝혀진 건가?’

 도민우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 주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바둑 둘 줄 아시오?””바둑이요? 바둑이라면 어느 정도 두긴 하는데 그건 왜 묻는 겁니까?도민우가 어리둥절 주인을 바라보았다.

 느닷없이 바둑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기는 하지만 너무 엉뚱해 어리둥절했다.

 “꼭 이소저를 만나야 한다면 소요벽으로 갈 게 아니라 황장(皇莊)에서 만나는 게 어떻겠소?”

 “황장?”

 “이소저는 매일 미시(未時) 쯤에 바둑을 배우기 위해 황장에 가니 그곳에서 만나면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알려드리는 겁니다,”

 “아···! 그러니까 황장이라는 곳이 바둑을 가르치는 곳이군요.”

 무림에도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미 천무학련의 태교두인 수유천리 곽노야 때문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바둑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니 도민우로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 * *

 

 소요벽(逍遙壁)은 하북제일문이라 불리며 한때 하북을 경영했던 소요밀문(逍遙密門)의 본가로써 문의 성격은 정사 중간이었다.

 무림의 일에 절대로 간여하지 않는다는 문규를 지니고 있는 은자(隱者)의 가문.

 이백년 전, 소요벽에서 소요밀문이 갈라져 나왔는데 소요밀문은 무림에 나온 지 불과 이십여 년 만에 하북의 패권을 장악하며 소요벽의 존재를 천하에 알렸지만 오히려 문규를 깼다는 이유로 본가로부터 파문을 당한다.

 이후 소요밀문은 본가와 달리 흑도로 기울었는데 세를 확장하려는 문파로서는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요밀문은 이후 쇄락을 거듭하다 결국 50년 전 몰락하고 만다.

 수없이 생겨나 이합집산과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게 이익을 쫒는 흑도문파의 운명인 것.

 소요밀문역시 화려하게 꽃을 피웠으나 그 영화는 백여 년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소요벽이 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동안 은자의 가문이기를 고집해온 것도 어쩌면 이런 흥망성쇠의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한 것인지도 몰랐다.

 

 무주의 남단에 늘어서 있는 장원들은 고색이 창연한 고택들이 대부분이다.

 한 눈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고택들 앞쪽으로는 마차 두 대가 서로 교차할 수 있을 정도의 폭이 넓은 대로가 펼쳐져 있고 그 앞쪽으로는 샛강이 흐른다.

 버드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강변을 따라 십여 개의 다루(茶樓)들이 성업 중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다루들 중 한곳의 탁자에 도민우가 앉아 있었다.

 창가의 자리인지라 창 너머로 대로 건너편의 장원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늘어서 있는 십여 채의 장원들 중 도민우가 차를 마시며 간간히 바라보고 있는 장원은 바로 소요벽이었다.

 과연 소요벽은 감시받고 있었는데 감시하는 자들은 바로 적상마루의 무인들이었다.

 눈에 확 뜨이는 자주 빛 장삼.

 은밀한 감시가 아닌 노골적인 감시였다.

 도민우가 앉아 있는 다루 안에서 세 명의 적상마루 수하들이 다탁에 앉아 소요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탁위에 큰 사발 같은 찻잔을 놓고 앉아 있지만 차를 마시는 것은 건성이고 목적은 소요벽을 감시하는 게 분명했다.

 ‘과연 아무것도 모르고 다짜고짜 소요벽을 방문했으면 낭패를 겪을 수도 있었겠구나.’

 도민우는 미시까지 하릴없이 기다릴 수 없는 심정이라 일단 객점을 나와 소요벽에 와본 것이었는데 과연 소요벽은 감시를 받고 있었다.

 처음 예상과 달리 결코 쉬운 청부가 아닌 게 되어 버린 상황.

 단순히 소요삼교 이서연과 함께 낙양까지 여행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녀와 함께 흑도지역을 탈출해야 하는 청부가 된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을 가늠해 보니 아직도 미시가 되기엔 일렀다.

 도민우는 감시하고 있는 적상마루의 수하들이 수상쩍게 여기지 않도록 태연히 차를 마시며 소요삼교 이서연이 집을 나서기만을 기다렸다.

 이때, 다루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섰다.

 짙은 흑의에 조각한 듯 수려한 얼굴.

 흑의청년이 들어서자 다탁에 앉아 있던 적상마루의 수하 세 명이 벌떡 일어나 목례를 보냈다.

 도민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곡주에서 단지 본보기를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을 간단하게 짓밟은 흑의청년, 바로 그였던 것이다.

 흑의청년은 수하들과 합석하지 않은 채 창가의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도민우의 앞쪽 다탁이었다.

 흑의청년은 권태로운 표정이 되어 다루 안을 휘둘러 보다 도민우의 얼굴에서 눈길을 멈췄다.

 도민우는 그가 보일락 말락 고개를 갸웃거린 걸 알고 있었다.

 곡주의 주루에서 슬쩍 스쳐갔을 뿐인데 흑의청년은 정확히 도민우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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