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녀는 영웅이며 악녀다
작가 : 오노마
작품등록일 : 2020.11.11

"잊혀지는 운명 속에서 내 이름을 불러줘."
"널 구할 수 있다면, 난 영웅도 악녀도 될 수 있어."

 
Ep.1 주먹다짐은 안 할게
작성일 : 20-11-11 19:34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67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티엔라력 1373년 4월 2일.

 회귀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어렸을 땐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졌지만, 이 일주일은 너무나도 짧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기록한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바꾼다면 그 변화에 대한 파장도 예측해야 하므로 하루의 대부분을 계산하는데 보냈다.

 “∙∙∙∙∙∙힘들어.”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레아가 지친 몸을 침대에 던진다.

 눈을 감으면 바로 잠이 쏟아져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지만, 그녀는 결코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어째서, 너와 관련된 기억은 나지 않는 거야∙∙∙∙∙∙?”

 미래의 일이라면 4일 전에 쓸만한 정보는 모두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변화로 인한 파장까지도 대강 계산했다.

 오로지 그를 기억해내기 위해 3일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말 억울할 정도로 그에 대해 기억하는 건 거의 없었다.

 여전히 그의 외형에 대해선 기억나는 게 전혀 없다.

 만일 어떤 남성을 데려와 그 남성이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그’라고 말해도 레아에겐 이를 긍정할 수도, 혹은 부정할 수도 없다.

 그와 함께 지냈던 기억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지워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그와 함께 보내면서 가진 감정만큼은 남아있어서, 그를 떠올리면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다.

 눈물이 흘러 멈추지 않을 만큼만.

 “아무래도 아직 널 찾을 수 없을 거 같아.”

 그를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감정이 나와 그가 사랑했음을 잊지 않고 있다.

 “보고 싶어∙∙∙∙∙∙.”

 그리움과 함께 레아의 정신은 졸음의 너머로 부유한다.

 “분명 고개만 돌려도 넌 내 눈앞에 있었을 텐데∙∙∙∙∙∙.”

 지금은 눈을 감아야 겨우 너의 실루엣만이 보여.

 

 ● ● ●

 

 “아가씨, 인제 그만 일어나주세요.”

 부드러운 음색과 함께 레아의 눈이 조금씩 떠진다.

 “∙∙∙∙∙∙세라?”

 “네. 안녕히 주무셨나요, 아가씨?”

 레아의 전담 메이드, 세라가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를 건넨다.

 비몽사몽한 정신 속에서도 레아가 반사적으로 이불을 들춰내고 침대 밖으로 나온다.

 탁자에 올려져 있는 냉수를 한 모금 들이키니 어느 정도 졸린 기운이 날아갔다.

 “지금 몇 시야?”

 “조금 있으면 6시가 다 되어갑니다. 슬슬 준비하셔야 해요.”

 “아, 가기 귀찮아.”

 “그렇게 대놓고 속마음을 얘기하는 건 레이디답지 못하다고요. 그리고 이번에도 오지 않는다면 엄중하게 처벌할 거라고 부인이 강하게 말씀하셨어요.”

 “강하게 말하든 말든. 내가 눈치를 볼 필요는 없어.”

 레아가 가볍게 하품을 하고 소파에 앉는다.

 “그 사람이 공작이 나간 지금 가장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도 말이야.”

 두 손바닥을 맞대고 얼굴 가까이에 가져다 댄다.

 레아가 생각에 잠길 때 하는 루틴적인 행동을 본 세라는 혹여나 그녀를 방해하지 않을까 조용히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길 기다린다.

 ‘미셸과 라일라. 그래, 그 두 사람이 있었지.’

 그건 어머니가 죽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슬픔과 어머니의 흔적은 여전히 공작가 곳곳에 남아있을 정도로, 정말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로웬은 어느 날 너무나도 당당하게 한 여성을 데리고 왔다.

 백작가 출신인 어머니와는 다르게 출신이 불분명한 여성.

 하지만 외모만큼은 제국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났기에, 로웬은 분명 그 미모에 반했을 터다.

 그녀의 이름은 미셸.

 나의 어머니, 세피렌이 명을 다한 지 정확히 17일 만에 새롭게 공작가의 부인이 된 인물이다.

 그리고 로웬과 미셸 사이에서 태어난 나의 배다른 여동생의 이름이 라일라 알나이르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날 싫어하는 건 여전하겠지.’

 미셸은 로웬과 마찬가지로 권력욕이 강하다.

 바닥 출신인 그녀는 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공작이라는 권력을 맛봤고, 그녀의 목표는 그 공작이라는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였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서는 방해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후에 공작의 뒤를 이어받게 될 레아 알나이르라는, 공작위 계승권 1순위의 인물을.

 정식 부인이 된 만큼 그녀의 권력은 강해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인일 때의 이야기다.

 훗날, 레아가 공작위를 이어받게 되면 그녀의 권력은 지금껏 누렸던 것만큼은 나오지 않는 거다.

 더군다나 미셸은 어렸을 때부터 레아를 못살게 굴었던 만큼 스스로 내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애초에 그럴 생각 따윈 없었지만.’

 내 생각을 알지 못할 그녀의 입장에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승권을 내가 아닌 자신의 딸에게 넘겨주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이를 위해 미셸은 라일라를 최대한 완벽하게 알나이르에 맞는 영애로 만들려고 했지만, 그녀의 천성은 귀족과는 맞지 않았다.

 노는 것을 좋아하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

 어렸을 때부터 라일라의 사치스러운 천성은 미셸의 문젯거리였다.

 제아무리 자신과 라일라가 친딸보다 많이 사랑받는다고 해도, 로웬 또한 권력을 가장 중요시한만큼 친딸의 계승을 이상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다. 미셸이 선을 넘게 된 건.

 원래부터 레아를 싫어했던 미셸이었지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었다.

 하지만 한 번 맛본 권력을 빼앗기고 다시 길거리를 방황하게 되리라 생각한 그녀의 본능은 레아 알나이르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메이드를 이용하는 수부터 시작해, 일부러 마차를 망가뜨리거나, 교묘하게 로웬에게 미움받을 짓을 하게 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모두 수포가 되었다.

 그 실패 끝에 그녀는 끝내 암살자를 불러 레아를 죽이기로 한 거다.

 물론, 이마저도 검을 배울 무렵에 일어난 일이기에 오히려 레아가 암살자를 제압하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승자는 미셸이었다.

 암살을 사주한 인물이 미셸임을 알고 있음에도, 로웬은 미셸을 두둔했다.

 너무나도 당연하단 듯이.

 ‘아마 그때였겠지. 내가 이 공작가에 제대로 질렸던 순간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자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제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공작가에서 내가 가진 권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짓이겨 날 없애려는 그 눈과 행동이 혐오스러웠다.

 그 이후로 검을 챙기고 공작가를 떠나 기사가 되었지만, 미셸은 몇 번이고 암살자를 이용해 죽이려고 들었다.

 지금에 와선 그 암살자들을 살려준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미셸, 널 가만히 내버려 둔 것도.’

 라일라는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성인이 돼서도 나에 대한 견제보다는 돈을 쓰는데 더욱 관심이 있었으니까.

 머리 쓰는 걸 싫어하는 그 아이가 더 어려진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눈치를 살피는 일 정도다.

 “∙∙∙∙∙∙앞으로 한 달 남짓인가.”

 중얼거림과 함께 레아의 눈이 서서히 떠진다.

 “세라, 식사 자리에 맞는 적당한 드레스를 준비해 줘. 아, 그래도 색은 강렬한 게 좋겠어.”

 “식사 자리에 강렬한 색의 드레스를 입으시겠다고요?”

 “응. 어차피 내가 그곳에 가는 이유는 식사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정확히 말하자면 관계를 확실히 하러 갈 거지.”

 “∙∙∙∙∙∙아가씨, 설마 싸우실 생각은 아니시죠?”

 세라의 걱정 어린 눈초리에 레아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응. 절대 주먹다짐은 안 할게.”

 “∙∙∙∙∙∙귀여운 말투와 표정으로 말해도 내용은 소녀답지 않아요, 레아 아가씨.”

 세라가 두통이 밀려오는지 관자놀이를 검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른다.

 그런 세라를 향해 레아가 새 잔에 물을 부어 건네준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난 행복해지기 위해 할 일을 할 뿐이니까.”

 

 ● ● ●

 

 1층 다이닝 룸.

 제철 음식을 중심으로한 호화로운 진수성찬이 식탁에 길게 올라와 있다.

 식탁의 최상단. 알나이르의 주인만이 앉을 수 있는 그 자리에 당당히 한 여성이 앉아있다.

 세월을 빗겨나간 듯한 동안의 외모.

 하지만 절대로 어려 보이지 않게 만드는 농후한 색기.

 만일 그녀가 금방이라도 취할 듯하게 만드는 향을 뿌리고, 찰랑이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면 그 어떤 남성도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미셸에겐 굳이 그럴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다가 살짝 미소를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대개의 남성은 그녀에게 넘어왔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알나이르 공작은 미셸에게 있어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 편이었고, 미셸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모든 수고와 노력의 대가를 이 공작가에서 얻고 있다.

 지금 썰고 있는 이 최고급 스테이크 또한 노력의 대가라고 부를 수 있다.

 미셸이 능숙하게 나이프질을 하고 자른 스테이크를 음미한다.

 풍부한 육즙이 흘러나오면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황홀한 식감은 몇 년이 흘러도 기분이 좋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얼마나 돈을 써도 이 공작가에선 남아도는 게 돈이다.

 그가 내 미모와 몸매를 보고 사랑했을 지라도 지금의 그는 완전히 나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가 나의 것이라고 해서 나의 가장 큰 무기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젠 편안하게 사랑받기 위해 미모에 돈을 투자할 거다.

 그것이 살기 위해서 아름다워야 했던 내가 나에게 주는 자그마한 선물이다.

 그리고 이 나날을 지킬 것은 이제 내가 아니라 내 사랑스러운 딸이 될 것이다.

 “라일라, 나이프는 그렇게 잡는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니. 장차 알나이르 가문을 대표하는 아가씨가 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미셸의 옆자리.

 그곳에는 같은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조신하다고는 못할 번잡한 행동거지를 보여주며 음식을 우물우물 씹는다.

 “하지만, 이렇게 잡는 게 편한걸. 교양 수업에서 배우는 것들은 별로 편하지도 않고.”

 “∙∙∙∙∙∙그딴 수준 낮은 소리 내 앞에서 하지 말라고 했지.”

 미셸이 매섭게 라일라를 째려본다.

 그 시선에 라일라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죄송해요”라고 대꾸한다.

 미셸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딸을 바라본다.

 자신을 닮아 미모는 이미 완벽하다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훗날 사교계에 데뷔할 때, 자신의 딸은 분명 사교계의 ‘꽃’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더더욱 그 애가 문제야.’

 알나이르 가문에 누구보다도 정통한 인물, 레아 알나이르.

 그녀의 어머니의 미모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16살밖에 안 된 그녀의 미모는 한창 사랑받던 자신의 어린 시절 미모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다.

 더군다나 그녀는 공작가의 영애로서 갖춰야 할 소양 그 이상을 갖추고 있다.

 웬만해선 자신의 딸도 어디 가서 지지 않을 스펙을 갖추고 있지만, 레아 알나이르 그 아이와 비교하게 된다면 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비견할 영애는 없다.

 ‘한시라도 빨리 그 싹을 잘라버려야 해.’

 문제가 없다면 그 아이가 언젠가 알나이르 가문을 이어받게 될 것이다.

 지금에 와서도 그 애는 표면적으로 권력에 대한 욕구를 표출한 적은 없지만, 세상은 ‘만약에’라는 게 있다.

 난 그 만일이라는 상황이 싫고, 그 ‘만약에’로 인해서 내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도 싫다.

 ‘길바닥에서 10여 년을 보냈어. 다시 그딴 곳에 돌아갈 거 같아!?’

 살기 위해 아양을 떨어야 했던 비참한 삶은 이제 없다.

 그래, 난 이렇게 살아갈 자격이 있고, 이렇게 살아가야 할 의무도 생겼다.

 “∙∙∙∙∙∙그 아이만 이곳에 없더라면.”

 미셸의 중얼거림과 함께 다이닝룸의 문이 부드럽게 좌우로 활짝 열린다.

 전담 메이드 한 명을 데려온 소녀의 드레스는 저녁 식사에 어울리는 간소한 차림이었지만, 그곳에서 느껴진 건 분명한 화려함이었다.

 바탕이 되는 검은색에 어두운 계열의 푸른색을 섞은 드레스엔 알나이르의 상징이 되는 은하수를 흰 자수로 그려냈다.

 단정하게 정리한 짙은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자수정과도 같은 보랏빛 눈동자는 그녀가 알나이르 그 자체임을 나타낸다.

 “오랜만입니다. 미셸 공작부인.”

 “∙∙∙∙∙∙그래. 어떻게 한집에 같이 사는 사이인데도 일주일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건지 정말 의문이구나, 레아.”

 미셸이 레아를 응시한다.

 그녀의 생김새부터 말투, 소양, 예의, 행동, 태도 등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자신이 가지고자 했던 알나이르의 증표다.

 저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질투심이 생겨 자신도 모르게 살짝 혀를 차게 된다.

 “어서 앉지 그러니? 오랜만에 같이 식사하게 된 만큼 하고 싶은 얘기가 많구나.”

 “아, 그런가요. 부인이 저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앞으론 신경 써서 더 얼굴을 비치도록 하겠습니다.”

 레아가 비아냥 어린 미소를 애써 지워내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미셸과 라일라 모녀가 서로 가까이 앉아있는 것과는 달리, 레아는 그들과 두 자리 정도 떨어진 곳에 앉는다.

 “좀 더 가까이 앉지 그러니? 그렇게 멀어선 대화가 될 거 같진 않을 거 같구나.”

 “아뇨, 저는 이 자리가 편합니다. 애초에 이 자리 자체가 편하지 않으니 얼마나 떨어져 앉는다 한들 음식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진 않네요.”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레아의 말에 순식간에 다이닝룸의 공기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진다.

 같이 자리에 있던 시종들은 그동안 도구에 불과했던 만만한 레아가 변했다는 것에, 그리고 그 변화가 레아가 꿈꿔왔던 ‘영웅’이 아닌 ‘악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에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레아의 언행에 대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아니, 꺼낼 수 없는 거다.

 지금의 레아 알나이르를 건드리는 행위는 자살 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본능이 외치고 있으니.

 “너희, 전부 나가 있어. 이제부터 긴히 부인에게 할 말이 있거든.”

 레아의 절도 넘치는 말에 시종들이 움찔거리며 우르르 다이닝룸을 빠져나온다.

 그 가운데 세라가 우물쭈물하며 가기를 꺼려하자, 레아가 그녀를 불러 귓가에 자그마하게 속삭인다.

 “세라, 따로 저녁 좀 준비해 주라. 기왕이면 네 것도 같이 말이야.”

 “아가씨∙∙∙∙∙∙.”

 “걱정하지 마. 나, 약속은 지킬 거니까.”

 “∙∙∙∙∙∙그거 꼭 지켜주세요.”

 주먹다짐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이렇게나 믿고 싶을 줄이야.

 세라 또한 다른 시종을 따라 미련 가득한 발걸음을 보이며 다이닝룸을 벗어난다.

 모두가 떠난 자리, 다이닝룸의 문이 온전히 닫히게 되면서 이곳에 남은 이는 이제 세 사람밖에 없다.

 사람 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살벌한 분위기 속, 레아가 미소를 유지하며 나이프를 집고는 스테이크를 잘라낸다.

 “그럼, 부인. 이제부터 그렇게나 하고 싶어 하시던 대화를 시작해볼까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 Ep.1 망할 공작가를 가지고 싶다면 2020 / 11 / 11 236 0 5912   
3 Ep.1 주먹다짐은 안 할게 2020 / 11 / 11 228 0 6786   
2 Ep.1 너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2020 / 11 / 11 227 0 6347   
1 Ep.0 영웅이야기의 결말 2020 / 11 / 11 389 0 693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